소설리스트

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54화 (54/122)

00054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생각지도 못한 이를 본 하이너의 얼굴은 돌가루 반죽이 굳은 듯 딱딱해졌다. 륀체르! 륀체르 사파이어! 이미 바너에서 지겹도록 본 얼굴이라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다! 또한, 저자는 아가씨에게 기분 나쁜 모양의 반지를 준 경멸스러운 녀석이지 않은가!

반면에 륀체르의 태도는 하이너와 달랐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좋아하는 친구를 만난 듯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쪽 눈을 감아 보이는 게 아닌가. 그것은 애교다. 흡사 한 아름다운 여인이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유혹할 때 짓는 표정 같은 애교. 그 은밀한 신호가 마리 아가씨가 아닌 자신에게 온 거란 걸 깨달은 하이너는 잠시 몸 전체에 와자작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

‘뭐지, 저건?’

어찌하여 남자가 같은 남자에게 한쪽 눈을 감아 보이는 기행 아니 추행을 저지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이 순진한 호위기사는 바너의 실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륀체르가 그의 주적들에게 수시로 목숨을 위협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드래곤과 친화적으로 굴어야 하는 것은 필수라는 것. 하이너는 그러한 속셈을 전혀 알지 못하니 그저 난감할 뿐이다.

‘아가씨만 아니라면 당장 죽이고 싶군. 대체 내게 무슨 속셈으로 저딴 역겨운 인사를…….’

이미 그사이 륀체르는 마리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그의 인사법은 미혼 남성이 결혼한 부인에게 쓰는 인사법이었는데 몸짓에 우아함과 예의가 가득 넘쳤다.

“일단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와트프라우어 부인.”

‘부인’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좋아서 하이너는 조금 전의 애교를 너그럽게 잊어주기로 했다.

인사를 마친 륀체르의 시선은 마리의 손가락에 머물렀다. 희고 고운 손에는 유방 모양의 우정 반지가 영롱하다. 륀체르가 싱글벙글 웃었다.

“평소에도 끼고 있을 줄은 몰랐군. 기분 좋은데?”

원래라면 마리는 ‘선물이니 일단은 소중히 쓰고 있답니다.’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광산 소유자의 진짜 정체가 저 흑인 여자가 아니라 륀체르 사파이어라면 이제부터 친절한 태도는 필수. 마리는 자신이 햇살 그 자체라 세뇌를 걸며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 친애하는 길드장이 준 반지인데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나요! 그나저나,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제아무리 거짓된 웃음이라도 아름다운 미인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청명한 목소리와 함께라면 륀체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야, 뭐….”

“아, 참. 혹시 당신이 홀디네 본이었나요?”

륀체르는 소파에 걸터앉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소리야? 홀디네 본은 저 여자야.”

“아, 그럼 다시 묻죠. 실렌틴 광산의 법적 소유자인 홀디네 본의 뒤에 숨어있는 실제 소유자는 당신인가요?”

“틀렸어. 홀디네가 광산 주인이라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지?”

마리는 잠시 홀디네를 보았다. 홀디네는 륀체르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자 홀디네가 륀체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와트프라우어 부인께선 저희를 믿지 못하는 눈치군요.”

“내버려 둬. 믿든 안 믿든 그건 자유니까.”

륀체르는 속 편하게 대꾸했으나, 마리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 빈곤한 타국에서 온 여자가 이 제국의 광산을 사들일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륀체르가 법적인 복잡한 문제에 걸리지 않기 위해 저 여자를 대리인으로 고용한 게 틀림없으리라.

마리는 잠시 차를 마시며 생각을 마무리했다.

‘뭐, 좋아. 누가 소유자인 건 중요하지 않잖아. 홀디네 본의 집무실에 륀체르가 와 있는 거면 말 다 한 거야.’

그사이 륀체르가 하이너에게도 차를 마시라고 눈짓했다. 하이너는 그의 다정한 눈빛을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홀디네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홀디네 역시 하이너에게 한쪽 눈을 감으며 애교의 인사를 했다. 마치 륀체르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찡긋.

하이너는 당황했다.

‘뭐야?’

찡긋, 찡긋.

‘단체로 눈병이 걸렸나.’

하이너는 시선 둘 곳이 없어 테이블을 보았다.

그때 륀체르가 마리에게 물었다.

“자아. 우리 아가씨께선 무슨 일로 여길 오셨지?”

마리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러는 길드장이야 말로 이 먼 곳엔 어쩐 일이죠?”

륀체르는 등을 비스듬히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그러곤 팔짱까지 끼면서 아주 느긋한 태도로 마리의 몸 전체를 감상했다.

“나야 친애하는 그대 와트프라우어 부인을 보기 위해서지.”

“오호. 거리가 꽤 멀 텐데요.”

“멀긴. 그대를 보기 위해서라면 이곳 네히트 정도야 그냥 집 안방에서 마당까지 가는 수고일 뿐이지.”

하이너의 눈에 푸른 불꽃이 팍 튀었다. 마리는 사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륀체르를 보며 싱긋 웃다가 홀디네 쪽을 보았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오늘 이렇게 온 것은 대의를 위해서입니다.”

홀디네 본이 대답했다.

“대의요?”“예. 혹시 제 종자(마리아)에게 듣지 못했나요? 제가 말한 광산 거래 제한 요청…….”

그때 홀디네 대신 륀체르가 대답했다.

“이런 이런. 나는 마리아에게 그런 공적인 일까지 전해 듣진 않아.”

순간 침묵이 돌았다. 륀체르가 지금 한 말은 그가 마리아와 텔레파시를 교환하며 마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받는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애당초 홀디네에게 던져진 질문에 륀체르가 대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광산 주인은 결국 륀체르라는 말이다.

홀디네는 이쯤 하면 자신의 역할은 끝이라 생각하고 조용히 서재 너머의 방으로 자리를 피해버렸다. 마리는 역시나 홀디네 본이 륀체르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보다 더 빨리 그것을 눈치챘던 하이너는 이를 갈며 륀체르를 노려보았다.

‘뭐? 공적인 일까지 전해 듣진 않는다고? 그럼 사적인 건 전해 듣는단 말인가?’

호위기사의 분노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는 그때, 마리는 홀디네도 나갔고 하여 원래대로 륀체르에게 편한 말을 썼다.

“길드장의 말은 어딘가 이상하게 들리는군. 공적인 일까지 전해 듣지 않는다는 말은 즉 사적인 일은 전해 듣는다는 뜻이야? 이건 친구 사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도한 간섭 아닌가?”

륀체르는 고개를 뒤로 젖혀 느른하게 하품하며 대답했다.

“아아.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네 종자에게 텔레파시를 허용한 건 너라고. 그리고 이걸 알아뒀으면 하는군. 나는 내게 간섭하고자 네 행적을 보고받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친구의 안전을 위해 하는 일일 뿐이지.”

그녀의 안전을 위해 누구보다 든든한 드래곤 호위기사가 있는 데도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은 호위기사의 자존심을 대놓고 밟아버리는 일이다. 륀체르는 말을 다 하고 나서야 그것이 실수임을 깨달았고 미안함에 하이너에게 또 한쪽 눈을 감는 애교를 보였다. 거듭된 애교에 하이너는 그만 마리티오르를 꺼낼 뻔했다.

륀체르가 못 본 척 마리에게 떠들었다.

“그보다 광산 거래 제한 요청이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건…….”

마리는 잠시 말끝을 흐렸다. 아아. 이걸 어떻게 말한담. 저 사파이어라는 작자가 지금 하품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굴어도 실은 밑바닥에서 시작해 바너의 실세에 오른 능구렁이다. 절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지. 그런 자에게 ‘앞으로 광산 거래 중지해! 특히나 돈 되는 기갑체 납품을 중심으로!’ 라고 지시하면 순순히 먹힐까? 호위기사가 전에 한 말마따나 ‘누구 장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느냐?’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게 뻔하다. 그사이 륀체르는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어째서 말끝을 흐리지?”

‘끄응. 복잡한 건 질색인데. 그냥 이대로 저 자식에게 정신 조작을 걸어버릴까?’

마리가 그러한 생각을 하며 애써 웃음 짓고 있을 때, 륀체르가 폭탄선언을 했다.

“아, 참. 정신 조작을 걸 생각이라면 거부하겠어. 세상사 그리 쉽게 될 거로 생각하면 안 되지. 아무렴.”

뜨끔한 마리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한층 줄어들었다.

“저기…… 길드장. 혹시 내 속을 읽는 거야?”

“물론.”

“독심술이 가능한가?”

“천만에.”

“그럼 어떻게 안 거지?”

“이봐. 네 시꺼먼 속이 아무리 진짜라곤 해도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시인하지 말라고. 뻔뻔해서 귀여워 죽겠잖아.”

“흠. 내가 좀 귀여울 때도 있지.”

“그래. 때로는 그 뻔뻔하고 못된 입에 입 맞추고 싶다니까.”

챙! 마리티오르가 검집에서 뻗어 나오고야 말았다. 마리가 도발당한 하이너를 미리 제지하지 않았다면 유혈 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정작 륀체르는 자신의 도발과 그에 따른 하이너의 반응을 즐겼다. 드래곤이 보이는 저 정도의 충성심이면 걱정은 없다. 드래곤의 주인인 마리를 움직여 드래곤을 한패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리라. 륀체르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저나 나야말로 묻고 싶군! 날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면전에서 정신 조작을 걸려고 해? 내가 누군지 잊어버린 건가?”

“잊긴. 바너의….”

“그래. 나는 바너의 무수한 길드를 총괄하는 사람이지. 거대한 황금을 지키기 위해선 사소한 수작쯤은 금세 알아차리는 법이다.”

마리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어째서 예전에 처음 만나 독주를 마셨을 때 걸었던 정신 조작은 예견하지 못 했느냐고 묻고 싶었다.

이미 륀체르는 그날, 독주를 마셨던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이었지…….”

그들의 첫 만남을 알지 못하는 하이너는 검을 거두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륀체르가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흐렸다.

“…… 내 생에 그런 황당한 날은 또 없을 거야. 남의 집, 그것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두었던 비밀정원에 무단으로 침입하질 않나. 제가 부리는 드래콘 뿔로 남의 손등을 갈아버리질 않나. 정보를 사고파는 일의 기초도 모르고 사과를 하라고 하질 않나.”

마리는 질 수 없다는 듯 맞받아쳤다.

“나도 그토록 예의가 없는 녀석은 처음이었어. 적어도 보통 남의 사생활을 팔아넘긴 것을 들켰으면 사과는 한다고.”

“이봐? 예의에 관해선 무단 침입한 너도 지지 않아. 됐어. 뭐 싸우자는 건 아니야. 여하튼 넌 특이했단 말이야. 그리고…….”

륀체르의 눈이 잠시 마리의 가슴에 향했다.

“그리고…… 예뻤지. 아, 이건 현재형과 미래형으로 말해야 하는가? 아무튼, 전형적인 백치 미인형. 그래서인지 경계를 못 했나 봐.”

“웃겨. 무단침입 당하고 손등을 뿔 난도질당해도 경계를 못 하다니. 이래서 수컷들은 안 된다니까.”

“그래. 그런 물러터진 수컷이라 이렇게 널 알게 되지 않았어? 하지만 두 번은 속지 않아.”

당시 독주를 같이 마셨는데 취해서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은 륀체르 뿐이었다. 륀체르는 훗날에서야 그게 정신 조작의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정신 조작을 건 마리에게 꺼림칙함보다는 귀여움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마리의 장난질에 두 번 이상 넘어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니 내게 얕은수를 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목적이 있다면 정정당당하게 밝히라고.”

이번만큼은 그녀의 호위기사도 동의하는 바다. 그가 마리에게 눈빛을 보냈다. 아가씨. 사파이어와 교섭하려면 진실 되게 임하십시오, 라고.

마리는 두 남자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 괜스레 차를 홀짝거렸다. 다른 때엔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하면 구시렁거리면서도 다 해줄 것 같은 남자들이 지금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 일단은 부딪쳐 봐야 아는 법.

“각 영지 부대 상대로 하는 거래를 중단해줘.”

“하하하!”

륀체르가 웃음을 터뜨렸고, 이런 반응을 예상한 하이너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대관절 장사치에게 장사를 그만두라니 당치도 않다.

“군수물자가 얼마나 많은 돈이 되는 줄 모르는 아가씨로군.”

“륀체르는 보석 길드 장인이지! 전쟁 지원자가 아니잖아?”

“이봐. 나는 보석 길드 마스터이기 이전에 장사치야.”

“네 장사로 대륙이 망가져도 좋아?”

“대륙이 망가져도 나만 살면 그만 아닌가.”

“실망!”

륀체르는 반쯤 장난스럽게 대답하고 있지만, 실은 진짜로 거절할 작정은 아니다. 자기도 최근 기갑 부대 상대로 거래를 중단해야겠단 생각은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적들의 몸집을 조금씩 줄일 요량이다. 가장 큰 거래처는 총 네 개로 황도 로귀하르트, 할데바인, 신성 정부 로젠플라드, 황태자의 부대 루빈인데 이들은 친할데바인(할데바인, 로젠플라드)파와 황족(로귀하르트, 루빈)파로 그 힘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할데바인의 공작으로 인해 황태자의 루빈이 신성 정부 로젠플라드에 귀속되어버리는 일이 일어났고 힘의 균형은 깨지고 말았다.

할데바인이 득세하는 중에 그쪽과 수월하게 거래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립에 있던 륀체르에게 썩 좋지 않은 일이었다. 황태자의 은혜를 입은 그가 할데바인과 장기간의 거래를 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배신자의 낙인을 찍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홀디네 본이라는 대리인을 고용했다. 그녀의 뒤에 숨고 적법하게 자금 추적을 피하면 마음 놓고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이야기일 뿐. 이제 거래는 끝이다.

이유는 바로 주적들 때문이다. 바너의 술집 ‘정염’에서 생긴 살해 미수 사건 후로 귀찮고 성가신 주적들을 내 칠 생각 중이고 그러기 위해선 황태자, 황제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요한 게 전쟁이다. 광산의 금속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거래를 중단하면 저 네 개의 세력들이 압박을 가해올 것이고 그때부터 전쟁의 불씨는 서서히 번질 것이다.

이길 자신은 있느냐고?

그것은 당연. 질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기갑 부대들과 거래를 중단할 계획은 있다. 그러나 할 땐 하더라도 륀체르는 마리를 좀 애타게 하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에 관해 알고 싶기도 하고.

륀체르는 시침을 떼며 엄살을 부렸다.

“어이, 아가씨. 실망이라니. 장사치에겐 돈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그러니 내게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 보실까?”

마리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설득의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흡사 연극배우가 비장한 연기를 할 때처럼 과장되게 얼굴 근육을 굳혔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세워 들고 불끈 쥐었다.

그 모습에 하이너는 사지가 오그라들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그들의 그러한 반응에 륀체르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글쎄 이유를 말해보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마리는 말을 끌며 륀체르의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륀체르의 두 팔을 들어 올려 함께 주먹을 불끈 쥐게 시켰다. 엉겁결에 그것을 따라 한 륀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리가 고백했다.

“내가. 대륙을. 정복할. 예정이거든. 당신. 그 계획에. 좀. 따라줘야겠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녀의 말이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향기가 비현실적으로 달콤하기 덕분일까. 륀체르는 대답에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녀의 입술을 바라볼 뿐이었다.

“길드장. 듣고 있어?”

“응? 뭐라고 했지?”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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