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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44화 (44/122)

00044  5. 눈꽃 샹들리에가 그대 침실을 빛낼 때   =========================================================================

황태자의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행사 준비는 황태자의 독단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친 할데바인 세력인 로젠플라이드 신의회 그리고 황후는 황태자의 독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혼식을 당장이라도 없는 일로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황태자의 체면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또한 황실 전체의 체면을 깎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다음 황위는 황태자의 것이니 말이다.

심약한 황제는 할데바인의 눈치를 보며 절절매었다. 결국에는 그도 아들을 이기지 못하는 아버지인지라 국혼 서류에 황제의 인장을 찍어주었다. 오를린의 아가씨를 황태자비로 들이는 데 탐탁지 않아 하는 무리의 반발을 감내해야 했던 것도 당연지사.

특히나 할데바인 영주의 측근들은 허구한 날 예비 황태자비의 단점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시골에서 조용히 지내온 그녀에게 이렇다 할 단점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그들은 모략을 해서라도 로테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러나 할데바인 영주는 반대했다.

“뿌리가 약한 것은 스스로 쓰러지게 되어 있어. 우린 이 국혼을 조용히 지켜보면 될 일이네.”

그런 말을 하는 그는 뒤로는 로테아르카의 부친 즉, 오를린 영주의 비리나 약점을 캐는 데 열심이었다. 세상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게, 할데바인의 지론이었다.

***

네히트.

실렌틴 광산 가장자리의 어느 폐가.

깊게 쌓인 눈 때문에 폐가는 지붕의 선만 언덕처럼 동그랗게 드러내었다. 멀리서 언뜻 보면 집이 아니라 그냥 언덕이라 착각하고 지나쳐버리기 쉬웠다.

마리 일행은 이곳에 이틀째 머물고 있었다. 첫날엔 네히트까지 이동해오면서 추위에 지긋지긋하게 시달려 꼬박 휴식해야 했고, 오늘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마리가 좌중-좌중이라 해봐야 루돌프, 하이너가 전부인-의 가운데 서서 어깨를 들썩이며 열변을 토했다. 그녀가 지금 강조하여 보이는 것은 륀체르에게 받은 유방 모양의 반지였다.

“자자, 제군들! 우리는 자금줄이나 마찬가지인 바너와 친교를 맺었어. 바너의 금권을 쥐게 되었단 말이지. 이제는 네히트의 실렌틴 광산을 접수해야 해. 왜냐고? 우리의 큰 적들은…!”

그때 루돌프가 손을 들고서 끼어들었다.

“큰 적들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지요?”

다른 아가씨라면 감히 말하는 데 끼어들었다고 화를 냈을 테지만, 권위 의식 따윈 이미 예전에 버려둔 마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눈알을 좌우로 굴리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음, 뭐 예를 들자면 힘세고 정의롭지 못한 무리? 대충 그렇게 알아들어. 아무튼! 우리의 큰 적들은 다들 기갑부대나 마력기갑부대를 다루니까, 그들의 동력인 기갑체를 제조하고 수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선 실렌틴 광산을 살살 꼬드겨 쇠의 공급을 중단하게 해야 해. 말하자면 적의 심장을 정지시키기 위해 사지의 피를 말려버리잔 거지.”

하이너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아가씨께서는 어째 말장난을 즐기시는 것 같다. 말이 좋아 바너의 금권을 쥐었다고 하지, 사실은 바너 출신 친구를 하나 얻은 것 아닌가? 물론 그 친구가 돈이 천문학적 액수로 많고, 바너의 길드들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 있는 자에다가, 여태 이 아가씨 일행에 보인 경제적 호의를 생각하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도 그다지 이상할 건 없지만, 그래도 아가씨가 저렇게 바너의 자금줄마저 완전히 제 것이 되었다고 장담한 것은 솔직히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뭐? 적의 심장이 어째?

하이너의 어쩐지 비웃는 듯하고 떨떠름한 표정을 본 마리가 두 손을 허리에 갖다 대고 눈썹을 씰룩씰룩 움직였다.

“으응, 뭐지? 그 같잖단 표정은?”

만약 하이너의 기분이 좋았다면 그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이고 말 테지만, 지금은 그런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일단 이동하면서 쌓인 피로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아가씨의 말만 그럴싸한 계획에 그냥저냥 휘둘리는 것 같아 유감이었다. 그는 대놓고 무례하게 굴었다.

“말씀 그대로 참 같잖은 말씀을 하셔서 말입니다.”

“뭐얏!”

“제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루돌프도 아가씨가 바너의 금권을 획득했다는 데 동의하진 못할 테지요. 안 그런가? 루돌프?”

하이너와 마리의 시선이 동시에 루돌프에게 향했다. 순간 루돌프의 호흡이 멈춘 듯했다.

‘끄응.’

이들 사이에서 어느 한 사람의 편만 들었다가는 안 될 것이야……. 그렇게 판단한 루돌프는 급하게 일어섰다.

“갑자기 응가가 마렵네요!”

루돌프는 차라리 조용한 드래콘 마리아 그로스와 함께 있는 게 훨씬 편했다.

소년이 나가버리자 하이너는 사뭇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마리를 보았고, 마리는 그런 호위 기사의 앞에 가까이 다가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꼭 애 앞에서 나에게 그렇게 빈정거려야했어?”

“빈정거리는 게 아니지요. 저는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했습니다만.”

“보자 보자 하니깐!”

“그야 그렇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정말 위급할 때 바너의 돈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야 완전히 금권을 쥐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게지요.”

하이너는 잠시 시선을 내려 마리의 손을 보며 말을 이었다.

“푸후… 고작 그런 반지 하나 받았다고 우쭐해 하시면 곤란하단 말입니다.”

그러자 마리는 짐을 뒤적거려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너에서 네히트 실렌틴 광산으로 가는 이동 스크롤(가격이 무려 1억 자일.)을 사용했다는 증거물인 표식이었다. 하이너는 갑자기 그런 물건을 꺼내는 마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너 이게 뭔지 알아?”

“글쎄요.”

“이 어마어마한 가격 보이지? 이건 내 친구 륀체르가 사준 거야. 그는 내가 널 찾으러 간다는 말에 이런 비싼 것까지 시원시원하게 제공한 남자라고! 이쯤하면 서로 친교를 맺었음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 그가 내 부탁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을 거라 보는데?”

게다가 드래곤 소동의 공범자이다. 공범자끼리는 원래 공조하는 법 아니던가. 마리의 주장을 들은 하이너는 끝까지 신뢰할 수 없다는 듯 코웃음만 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마리를 약 올리기 시작했다.

“글쎄요. 또 모르지요. 만약에 그 사파이어라는 자가 내일 당장 누군가와 결혼이라도 하게 된다고 봅시다. 제 남편이 엄한 여자에게 무한정의 협조를 해주는 데 가만히 있을 부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친교라는 그 관계는 때에 따란 재앙이 될지도 모르니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 넌 인간이 얼마나 부정적이어서 대체 그런 생각마저 하는 거지? 서른 살이나 되도록 자유롭게 살아온 륀체르가 갑자기 결혼은 무슨 결혼이며! 설사 네 말대로 결혼한다고 해도 그자가 어디 아내의 말에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아?”

“그건 그의 아내가 누가 될지에 따라 다르지요. 황족 출신의 아내를 들였다고 친다면 그는 아내의 말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뭐, 어찌 됐든 아가씨는 바너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였다고 그렇게 자만하셔서는 안 될 겁니다.”

하이너는 아가씨의 중지를 옭아매는 유방 모양 반지를 다시 한 번 보더니 고개를 홱 돌리며 혼잣말했다.

“그리고 그런 것 끼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지. 모양은 둘째 치고 여행자 주제에 비싸 보이는 걸 드러내놓고 다니시다니. ‘날 잡아가쇼!’랑 다를 게 뭔지. 뭐든 마음대로 하는 건 좋지만…… 결국엔 고생하는 건 호위 기사인 나뿐이겠지.”

유독 시비조의 말에 마리가 분개했다.

“지금 나더러 이 반지를 빼란 말이야?”

“음?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흥! 잘 들어! 하이너! 네가 뭐라고 하든 이 반지는 끼고 있을 거야!”

하이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 작은 마리는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키는 하이너를 올려다 봐야만 했다. 호위 기사의 표정이 어쩐지 몹시도 억울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뭔데? 왜?”

“대체 저는 아가씨에게 뭡니까? 무슨 존재냐 말입니다?”

“뭐?”

“아가씨께서 다른 남자에게 반지를 받았습니다. 그 반지를 이틀 동안 보란 듯이 끼고 다니시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도 끼고 있을 거라니요?”

“그러니까 그게 왜?”

“왜라니요! 무려 다른 남자에게 받은 반지란 말입니다! 그것도 음험하기 짝이 없는 모양의! 저는 당최 아가씨란 사람의 속을 모르겠습니다! 저와 단지 주종의 관계일 뿐입니까? 전 그냥 호위기사니까 아가씨가 아무리 제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그냥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야만 합니까?”

빙빙 돌려서 말하지만, 결국엔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단 말이었다. 아가씨가 다른 남자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가격과 모양의 반지를 받고 그것을 내내 끼고 다녀서 내심 짜증이 난단 말이었다. 충실한 호위기사에서 꿍한 연인의 태세로 변해버린 하이너의 모습에 마리는 잠시 기가 차서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곤 넌더리가 난다는 듯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대관절 남자들은 왜 이럴까! 언제나 여자들보고 별것도 아닌 것에 집착한다고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너희도 똑같아!’

이런 때에 반지를 일일이 빼고 다녀야 한다니!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엔 너무 성가시다! 날씨가 너무나 추웠다. 겹겹의 옷을 입고도 덜덜 떨어야 했고, 온기 마법을 좀 이용해 보자니 행인들의 눈에 띌 것 같다고 자중하잔 호위기사의 대답을 들었었다. 그런 추위와 싸우며 이런 네히트까지 오는 길에서 대관절 반지 하나에 신경을 쓸 겨를이 있을까?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정신이 있다고 해도, 우정의 의미로 받은 반지를 며칠 동안은 아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단 이틀 만에 홀라당 빼버리는 것은 선물을 받은 자로서 절대 내키지 않았다. 설사 그런 행동이 호위기사에게 질투를 일으킨다 할지라도!

게다가 호위기사가 질투를 느끼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행동이다. 자신이 륀체르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모를까. 신이 있다면 그에게 맹세컨대, 이 마리니시네 루 오를린은 여행을 떠난 전후로 현재까지 하이너 그로스라는 남자 외엔 그 어떤 남자도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호위기사가 부리는 질투는 괜한 짓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남자들의 이런 짓은 자신의 마음이 여유로울 때나 귀여워 보이는 법이지, 지금처럼 대의(!)를 모색하는 와중엔 그저 성가실 뿐이었다.

생각에 빠진 마리를 보고 하이너는 더욱 약이 올랐다. 자기가 이 정도로 말을 했으면 아가씨 아니, ‘연인’으로서 반지를 빼주시는 게 예의가 아닌가 하는 심정이었다.

“어째서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

“그렇지만 이건 꼭 말해야겠어.”

하이너는 팔짱을 끼고 듣는 자세를 취했다. 어디 무슨 말을 할지 들어나 보잔 태도다. 그의 건방진 자세에 마리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기로 하고 말했다.

“여긴 어디지?”

“어디긴요. 네히트입니다.”

“그래. 바로 우리 영지와 통합된 네히트! 그곳이지.”

“그런데요?”

“고향 지척에서 ‘도망자’인 내가 이렇게 별 탈 없이 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하이너는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는 듯 대꾸했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입니다. 영주님께서도 지척에서 따님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하셨겠지요.”

“물론 그렇긴 해. 하지만 무엇보다 륀체르가 결정적인 도움을 준 덕분이야. 우리는 그의 깊은 배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해.”

하이너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씰룩였다.

“대관절 무슨 도움에 무슨 배려 말씀입니까? 그 자가 우리더러 여기까지 편하게 가라고 또 텔레포트 홀 티켓을 주기라도 했습니까?”

“아니! 그는 우리를 위해 거짓 소문을 흘려주었어. 오를린의 아가씨로 보이는 여자와 드래곤이 동한(서북쪽에 있는 지역. 지리상 동남쪽에 있는 네히트에서 상당히 먼 곳이다.)으로 갔다는 소문을 오를린 수색꾼들 측에 일부러 흘렸단 말이지! 그의 자금력이면 그런 소문은 금세 사실처럼 꾸며질 게 분명하고 덕분에 우린 당분간은 수색꾼들의 눈에서 피할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네히트까지 무사히 오고 무사히 은신할 수 있었단 말이고! 알겠어? 난 그런 도움을 준 친구에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고, 또한 그런 친구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어.”

마리의 시선이 반지로 내려갔다. 그녀는 손바닥을 펴서 반지의 빛을 잠시 관찰하다가 혼잣말했다.

“내 우정에 관해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군.”

그러니까 그가 준 ‘우정의 반지’에 관해서도 입 닥치고 있으라고? 하이너는 따지듯이 물었다.

“대관절 사파이어 그자가 그런 소문을 흘렸다는 걸 아가씨께서 어찌 아십니까?”

그러자 마리가 대뜸 한 손을 외투 속으로 집어넣었다. 집어넣더니 가슴 사이를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풍만한 가슴을 스스로 헤집는 그녀의 모습에 하이너의 얼굴이 잠시 붉어졌다. 마리가 가슴살을 뒤적여 꺼낸 것은 바로 굴종의 인이었다. 드래콘 마리아 그로스를 제 것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증거물! 마리는 그간 텔레파시를 이용해 륀체르와 소식을 꾸준히 주고받는 마리아에게서 륀체르의 온갖 호의에 가득 찬 행동에 관해 보고받았다.

“이건 단지 그냥 예뻐서 달고 다니는 게 아니잖아?”

마리가 굴종의 인을 하이너의 앞에 왔다 갔다 보이며 말했다. 하이너는 자신이 선물한 굴종의 인 때문에 마리와 륀체르의 관계가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단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드래콘인지 뭔지 하는 그 생물은 평소에는 통 모습을 드러내질 않더니 이런 식으로 아가씨에게 도움이 되어주었고, 도움이 되는 걸 넘어서 그 사파이어라는 자와 아가씨의 연락까지 돕고 있었다.

하이너는 문득 드래콘이라는 그 생물이 몹시 성가시게 느껴졌다.

‘이거 뭐 작은 고양이처럼 어디다가 유기해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하이너는 자기가 그런 생각을 했단 사실에 금세 경악했다. 자기가 거둔 생명을 자기가 버리려 하다니! 기사도를 배울 땐 절대 하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어째서인지 여행을 하면 할수록 인간의 길을 벗어나는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뭐람……. 이번에는 그가 두 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괴로워해야 했다.

그때였다. 그의 엉덩이를 마리가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며 외쳤다.

“다시 한 번 말하겠어! 네가 나의 호위 기사이든 연인이든 간에, 내 우정과 물건에 관해서는 참견하지 마! 그건 신이라도 할 수 없는 거란다!”

그녀는 그 말을 뱉고는 루돌프와 마리아를 찾으러 나가려 했다.

그러자 하이너가 뒤돌아서서 마리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그녀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손을 차지하는 반지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좋습니다. 우정일 때까지만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우정일 때까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아가씨.”

하이너는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세게 잡고 마주 보았다. 갑작스러운 밀착에 마리는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 뭐야? 왜 이래?”

하이너는 그 눈을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입술을 보았다. 번뇌가 생겼다. 이 아름다운 입술은 어쩜 이리 야속한 말만 하실까. 남자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자유롭게 맺어온 분이란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걸 모르고 아가씨와 이런 관계가 된 건 아니지만, 가끔은…… 화가 난다.

아이처럼.

“실례지만, 이건, 이건 그냥 제 발작이니까 그러려니 해주십시오.”

아가씨를 더욱 끌어올려 깊게 입 맞추었다. 지금으로썬 이 질투심을 해소할 방법이 이런 방식밖에 없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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