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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34화 (34/122)

00034  4. 가볍게 빛나는 보석은 없다  =========================================================================

어째 그의 말투가 사근사근해지는 느낌에 마리는 비웃었다.

“그대? 마리니시네 양? 웃기고 자빠졌네!”

“…… 자빠졌네?”

귀족 아가씨의 말투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이 여자는 첫 만남 때도 남자보고 갈보라고 했지. 그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늘 그랬다.

사실 그 누구도 륀체르 사파이어란 사람 앞에서 감히 그런 거친 말투를 쓰지 못했다. 그가 13대 길드장에 오른 이후 바너의 영주보다 실권이 강해졌고 그의 정체를 아는 거의 모든 이가 외경으로 그를 대했기 때문이다.

륀체르는 길드 마스터 이전에 거리의 밑바닥 인생을 살았던 자였다. 거친 말로 인격을 난도질당하는 건 과거로도 충분히 경험했다. 비록 자기가 거친 말로 누군가를 난도질할망정, 그 누군가는 자신에게 이렇게 대할 수 없었다. 이토록 무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저 시골뜨기 아가씨의 목이 뒤틀려 죽어도 이상할 게 없겠지만…….

륀체르는 그저 입술만 샐쭉거리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할 뿐이었다.

“흐음, 마리니시네 양은 이상하게 내 앞에서만 말이 거칠어지는 느낌인데?”

마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빈정거렸다.

“오우, 그러는 당신은 제 앞에서 말이 거칠어지지 않으셨던가요?”

“이봐, 내 말투는 내 외모와 같이 타고난 거라고 해두지. 타고 나는 건 바꿀 수 없다고.”

“거짓말은!”

륀체르는 호위 기사를 대할 때의 마리를 떠올리며 불퉁한 표정을 부러 지어 보였다.

“어쨌든 마리니시네 양은 나한테만 말을 그따위로 쓰는 것 같아.”

“예! 맞아요! 저는 입 걸레 앞에서는 입 걸레가 되는 편이랍니다!”

“매력적이군.”

륀체르는 술잔을 내밀었다. 이미 한 번 거절당했으면 상대에게 다시 술잔을 내밀지 않을 텐데, 그런데도 륀체르는 끄떡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마리는 참말이지 그를 알 수 없었다. 술잔 안에서 꿀색 향긋한 술이 잔잔히 출렁였다. 자꾸 보다 보니 오를린의 사과주가 생각이 났다.

‘사과주에 취해 해롱거릴 때면 하이너가 등에 업어 데려가곤 했지……, 뭐, 이렇게 눈 뜨고 있어 봐야 하이너 걱정만 할 텐데 그냥 한 잔 마시고 잘까?’

마리는 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마셨다. 그녀의 술 마시는 속도에 놀란 륀체르가 말렸다.

“이봐, 급한 아가씨. 시간은 많잖아. 좀 천천히 즐기자고.”

탁! 소리가 나도록 술잔을 내린 마리가 뒤돌아서 침대로 걸어갔다.

“길드장.”

“응?”

“이제 자려고 그러는데 좀 나가주겠어?”

그녀는 머리를 베개에 누였다. 그리고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당긴 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르게 정돈했다. 정말 잠이 들 눈치에 륀체르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매정한 년 같으니.”

마리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

하늘 역시 차디찬 눈을 매정하게 쏟아 내렸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에 륀체르의 시야가 갑갑해졌다. 하지만 그는 이런 것을 나름대로 즐겨 마부를 부리지 않고 밤길을 걸었다.

이게 얼마만일까. 챙 모자를 쓴 여행자 차림으로 밤거리를 떠돈 게 말이다.

그렇게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걸었을 즈음이었다. 언제나 그의 주변을 은밀히 호위하는 무인이 텔레파시로 메시지를 전해왔다.

‘누군가가 따라붙습니다.’

‘그럼 잡아.’

륀체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무신경하게 대답했으나, 이내 자기 대답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걸음이 멈추어졌다.

…… 잡을 수 있는 적이라면 호위 무인이 진즉 잡아도 잡았겠지. 잡지 못해 이렇게 미리 보고하는 게 아닌가. 호위 무인은 증원을 바라고 보고한 것이었다.

륀체르는 잠시 생각했다. 바너 최고 금권을 자랑하는 자신이 고용한 특별 호위 무인도 잡아내지 못하는 기(氣)의 소유자라면 대상은 좁혀진다.

황태자의 마력기갑 부대 루빈의 병사 혹은 황제 직속의 사병들 등…….

‘어린놈의 새끼(황태자)가 사람을 붙여놨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바너에 드래곤이 나타나 소동을 부린다!’고 우는소리를 해도 황태자가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줄 리 없다. 날 적부터 불신이 몸에 밴 황족들은 언제나 ‘만에 하나’를 염두에 두며 일을 진행하고, 그것은 황태자도 마찬가지라.

다만 륀체르는 지금 황태자의 처지(간택 연회, 할데바인 측의 정치적 공격, 루빈 강탈)가 처지라 바너에까지 신경 쓰긴 무리라고 안일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누군가가 몰래 이렇게 따라붙는 경우는 이번에 처음이었다.

‘흐음, 내 호위 무인도 잡지 못하는 기(氣)의 소유자를 붙일 정도라면 녀석(황태자)이 아직 여유가 있나 보군? 루빈에서 데려온 건가? 하지만 정말 녀석이라 한다 해도…… 여태 너무 조용했잖아? 그간 내가 침묵의 장에 드나들면서 와트프라우어 내외와 용사님 운운한 게 벌써 며칠인데.’

그 대단하신 황태자가 자신이 기만당했단 걸 알았다면 진즉 보복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륀체르는 호위 무인에게 물었다.

‘언제부터였지?’

‘예. 길모퉁이를 도실 때부터였습니다.’

따라온 지 채 일 분도 되지 않았단 말.

‘뭐야? 겨우 그거밖에 안 됐어?’

‘예, 하지만 너무 강한 기(氣)라….’

시간상 와트프라우어 내외와 공모한 일들이 들키진 않았다.

어쩌면 뒤따라 붙는 자는 황제 측 첩자인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면 할데바인 대공 측에서 감시하는 사람을 붙인 건지도?

뭐, 누가 되었든 당장 공격하진 않으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자신에겐 호위 무인도 있고 위험이 닥치면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았다.

***

그런 찝찝한 기분으로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거리에 와 있었다.

영원의 봄으로 가는 길목, 유흥의 거리. 자기가 툭하면 술 마시고 여자들 가슴을 빨러 가는 그 거리였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평소보다 거리에 나와 있는 취객이 많지 않았다. 취객보다 호객하는 이들이 더 많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 소동이 일어난 후에는 이쪽 상권이 많이 죽은 것도 사실이었다.

“자기이이?”

뒤에서 누군가가 아는 체를 해왔다. 뒤돌아서 얼굴을 보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접대부였다. 구면이었다. 한때 자신이 자주 들른 적이 있는 술집이자 매춘업소인 ‘정염’의 접대부였다.

“어디 가는 중이야?”

평소의 륀체르라면 대꾸했을 것이다. 그러는 너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출근하느냐고, 요즘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마구 지각하는 거냐고. 사실 드래곤 소동만 아니었다면 저 접대부처럼 예쁘장하고 몸매가 되는 이들은 지금이 한창 바쁠 시간이었다.

“응? 어디 가냐구우.”

그러나 지금 륀체르는 대답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여인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여인은 륀체르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드레스 안쪽 가슴이 풍만함을 과시하듯 출렁였다.

“오늘은 만져주지 않을 거야?”

불콰한 얼굴에 살짝 꼬인 발음. 여러모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벌써 이리 취하다니.’

대개 이런 여인들은 좀처럼 취하지 않는다. 취한다 해도 새벽녘은 되어야 한다. 륀체르는 여인을 재미있다는 듯 보고 픽 웃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여자의 가슴을 보고 생명의 젖줄이니 뭐니 찬사를 퍼부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가 뒤따라오는 찝찝함도 찝찝함인데 그것보다 오를린의 99.9 점짜리 젖통에 거절을 당해 기분이 상해서 다른 이와 놀고 싶지 않았다.

“아앙, 자기 어디 가느냐니깐….”

무시하고 가려던 륀체르가 불현듯 걸음을 멈추었다. 따라붙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 누구든 상관없이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륀체르는 자꾸 어디 가느냐고 발목을 잡는 접대부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집에 갈 건데, 왜?”

“나 매상 좀 올려주고 가아아.”

“흐음, 이걸 어쩌나. 빨아본 가슴에는 흥미 없는데.”

“나랑 끝까지 해본 적도 없잖앙…….”

접대부는 교태 어린 목소리로 륀체르의 품에 파고들었다. 륀체르는 못 이긴 척 여자가 이끄는 대로 가게 ‘정염’ 안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카운터를 지키는 포주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제가 손님을 데려왔다고 호들갑 떠는 몸짓을 했다. 요즘 같은 강제 불경기엔 손님을 데려온 것만으로도 으쓱해할 수 있겠지만… 지배인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뭐랄까. 올 게 왔다, 하는 느낌?

륀체르는 외투를 스스로 벗으며 객실로 들어섰다.

어지러운 향이 감도는 좁은 방안은 너무나 어두웠다. 기껏 하나 켜진 마력등이라니. 밤손님을 받는 객실치고는 성의가 없는 편이다. 다른 남자도 그렇듯이 륀체르 역시 시각적인 흥분을 중요히 여겼다. 그가 마력등 몇 개 더 키자고 말하려는 때였다. 갑자기 접대부가 륀체르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뭐, 어두워도 상관없나.’

하체를 감싸는 여인의 따스한 온기에 륀체르가 느긋하게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잘하나 볼까.”

차가운 성기가 여인의 뜨거운 입속에 단숨에 삼켜졌다. 륀체르는 이런 상황에서도 심드렁하게 여인을 관찰했다.

“흠.”

장점이라곤 오직 뜨거움 하나뿐이었다. 이가 너무 자주 닿고 깊게 빨지도 못한다. 교태를 부리는 것만큼이나 솜씨도 좋은 줄 알았더니 영 아니었다.

그러나 불만은 륀체르가 아닌 여인 쪽에서 먼저 나왔다.

“으웁… 왜 이리 안 서?”

륀체르는 여인의 머리를 잡고 천천히 흔들며 대답했다.

“기분 탓인가, 심란하거든.”

“읍… 어째서?”

“요즘 내 구역을 건드리는 파충류 새끼가 있어서.”

파충류에게 제 구역을 건드리라 지시했던 륀체르는 도리어 지금 피해자의 입장을 연기했다. 어디선가 감시할 존재에 대해 이런 거짓말을 흘려두어도 나쁠 게 없단 판단이었다. 용케도 접대부가 말을 알아들었다.

“설마 드래곤 말하는 거야?”

“그럼 그거지, 뭐겠어?”

“으읍…… 자기도 드래곤 때문에 손해 본 거 있었어?”

“있으니까 말하지. 움푹 팬 부분 중심으로 핥아봐.”

륀체르는 여인의 머리를 점점 빨리 흔들었다. 제법 커다란 성기가 목구멍에 닿을 때마다 여인이 못살겠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륀체르는 그 표정을 관찰하듯 내려다보다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렸다.

“질이 개판이군.”

그러자 여인은 륀체르의 것을 더욱 깊게 빨아들이려 애를 썼다. 여전히 표정은 괴로워하는 표정이었다.

“하아…. 빨아들여보라니까. 젠장.”

인간이란 이상한 존재다. 육체는 쾌감에 서서히 물들려고 하는데 정신은 찝찝함을 넘어서 불안감이 스미기 시작하니 말이다.

텔레파시로 호위 무인에게 무인들을 더 증원하라고 전하였다.

뒤를 밟은 자가 갑자기 공격을 해올 것 같았다. 아니, 꼭 그게 아니라도…… 애당초 자신에겐 적이 많았다. 일족을 말살하고 피로 얻은 길드 마스터의 자리란 게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어찌 됐든 지금 이렇게 호위를 증원하여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만 같았다.

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아, 완전히 섰어. 침대로 갈까?”

여자가 일어서면서 묻자, 륀체르는 그대로 여자를 벽으로 밀고 갔다. 그리고 다시 여자의 어깨를 내리눌러 무릎을 꿇게 하였다. 지금은 왠지 질펀한 정사가 끌리지 않았다. 기계적인 배설만 필요할 뿐이다. 발기된 참에 얼른 해치워야겠다.

“빨아.”

“자기, 침대는….”

“얼른.”

“으음…….”

성기를 삼키던 여인은 갑자기 륀체르의 허리로 입술을 옮겼다. 그녀의 손이 단검이 있는 허리춤을 더듬기도 했다.

“뭐하는 거야….”

짜증이 난 륀체르가 경고의 시선을 건넸으나 여인의 고개는 점점 올라왔다. 륀체르의 셔츠 끈을 풀어 내린 여인은 그의 가슴을 핥기 시작했고, 그런 여인의 이마를 밀쳤다.

“빨라고만 했잖아.”

“하지만….”

여인은 륀체르의 손을 끌어 제 음부를 만지게 했다. 삽입하기 딱 좋게 젖어있었다. 짙은 화장수 향기가 사내를 더욱 동하게 만들었다. 이런 싸구려 가게의 접대부가 쓰기엔 은은한 것이 제법 고급 향수를 쓰는 것 같았다.

‘음… 이런 꼴림 성가신데.’

질펀한 정사까진 원치 않았던 륀체르도 슬슬 고집을 꺾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여기는 준비 됐잖아, 자기가 박아줘야지… 응?”

애교 가득한 목소리에 륀체르는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여인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였다.

“전에, 나랑 술 마실 때…… 아픈 거 좋아한댔나?”

“으응, 그랬지….”

“그럼 아파도 좀 참아.”

여인의 몸을 돌린 륀체르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단숨에 제 것을 쑤셔 박았다.

“아아악!”

남자의 것을 원한 여인의 입에서 나온 교성치고는 너무나 컸다. 마치 두드려 맞는 사람의 비명 같았다. 여인의 축축한 음부가 아닌 꽉 다 물린 배설 기관에다 삽입을 한 륀체르는 숨을 고르며 흥분과 신경질이 섞인 미소를 뿌렸다.

“큭… 꽉 조이는데. 여기론 한 번도 해본 적 없나 봐? 갈보 주제에?”

“그, 그건 아니지만, 아…!”

여인은 신음 섞인 말을 내뱉으면서 바닥에 짚은 손을 침대 쪽으로 움직였다. 사내의 것에 몸이 꿰뚫려 두 손과 두 발로 기어가는 폼이 쓸데없이 필사적으로 보였다. 할 땐 하더라도 침대로 가서 하자는 신호인 듯했으나…… 어쩐지 그 모습이 억지스러워 륀체르의 의심을 샀다.

“뭐해? 이 자세 좋잖아?”

“침대로, 읏, 악! 침대로 가! 아악!”

“싫은데?”

“어서!”

짐승처럼 기어간 여인이 침대 머리맡에서 뽑아낸 것은 다름 아닌 검이었다.

찰나, 륀체르의 얼굴에 그럴 줄 알았단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아까부터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 여인은 평범한 창녀가 아니었다!

여인의 입에서 포악한 외침이 터졌다.

“죽어라!”

그 순간, 출입문이 부서지고 륀체르의 호위 무인 하나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이미 륀체르는 여인의 허리를 꽉 붙잡고 제 것을 처박아 넣음과 동시에 여인의 팔을 꺾어 칼을 빼앗았다.

“마스터!”

“나설 거 없다. 증원은 쓸데없는 짓이었군.”

평소 검술을 즐겨 쓰지 않는 남자인 륀체르에게 팔이 꺾이는 수준의 여인이라면 그 실력은 안 봐도 뻔했다. 륀체르는 신음하는 여인을 보며 히죽 웃다가 호위 무인을 보았다.

“이거 들고 나가 주겠나?”

“예!”

무인이 칼을 받아들고 나가자 륀체르는 여인의 팔을 더욱 꺾으며 제 것을 더욱 깊이 밀어 넣었다. 접합부에서 짙은 피가 흘러내려 여인의 허벅지를 기분 나쁘게 적셨다. 여인은 죽을 것처럼 앓는 소리를 냈다.

“후우, 고통스러운가 보지?”

기이하게도 흥분은 이런 습격의 상황에서 한층 더 강렬해졌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기이한 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원초적 욕구는 늘 발화하는 법이니까. 륀체르는 여인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더욱 세게 제 것을 밀어 넣었다. 그러곤 신랄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어째서지?”

“아, 윽…… 윽, 인간쓰레기인 네놈은 죽어야 마땅하다!”

“후우, 인간쓰레기?”

이런 말을 운운하는 자들이라면 대개 륀체르가 13대 길드 마스터 자리에 오르는 걸 반대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본래 륀체르의 생부인 12대 길드장 중심으로 활동하던 상인 세력이었다. 그런데 륀체르가 새 마스터 자리에 오르고 나서 다른 세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자, 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고 그 탓에 륀체르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그들은 륀체르의 생부 가족이 죽었을 때도 륀체르에게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고, 바너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륀체르의 능력 부족이라 탓하는 걸 서슴지 않았다.

요즘처럼 드래곤 소동이 끊이지 않을 땐 그야말로 그들이 륀체르를 노릴 적기라 할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 비방과 비판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는 너무 늦다. 차라리 이렇게 갑자기 죽이는 게 그들이 제 입지를 다지는 데 더 지름길이리라.

륀체르는 언젠간 이런 일이 한 번쯤 올 거로 생각했지만, 그게 이토록 허술한 방식으로 나올지 몰랐다.

륀체르는 자신에게 인간쓰레기라 말한 여인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기고 더욱 세게 허리를 움직이며 실소를 터뜨렸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날 죽이려 하는 그 오만함도 쓰레기 수준이라 할 수 있겠군. 너희가 어지간히 급했나 보지?”

“읏, 아, 아!”

“뭐야, 개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느끼는 거냐? 안타깝군…….”륀체르는 기계적인 절정에 오른 뒤 곧바로 여인의 목을 한 손에 움켜잡고 그 머리를 벽에 세게 찧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이 고꾸라졌고 륀체르는 여인의 치맛자락에 제 성기를 닦았다. 그의 표정은 막 절정에 이른 자답지 않게 딱딱했다. 목소리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어.”

바지를 제대로 갖춰 입은 그는 다시 여인을 보았다. 엎드린 여인은 아직 살아있는지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그게 몹시도 고통스러워 보인 륀체르는 그녀의 어깨를 고정한 뒤 목을 돌려버렸다.

여인은 그대로 숨을 끊었다.

호위 무인으로부터 전언이 전해졌다.

‘그자의 기(氣)가 끊겼습니다.’

기(氣)라는 건 서서히 다가오다가 사라질 때도 서서히 사라지는 법이었다. 기(氣)를 가진 생명체가 순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륀체르는 기(氣)의 주인공, 거리에서부터 자기를 뒤따라오던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여간 기 수련만 상급이면 뭐해. 암살 교육도 상급으로 받으라고.”

죽은 여인은 대답이 없었다. 륀체르가 객실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나 쫄았잖아, 나쁜 년.”

‘정염’의 지배인 또한 여인이 속한 세력의 녀석들일 터. 이미 ‘정염’의 사람들은 륀체르의 호위 무인에게 모조리 죽임을 당한 후였다.

***

바깥에 나온 륀체르는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눈발은 거셌다. 어두운 밤 달빛에 폭발하는 눈들을 보니 제가 조금 전에 뱉어낸 체액도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문득, 이 찝찝한 기분을 없애줄 누군가의 존재가 필요한 걸 느꼈다.

오를린의 아가씨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덜 싼 기분이야.”

륀체르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영원의 봄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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