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7 4. 가볍게 빛나는 보석은 없다 =========================================================================
마리는 호위기사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바지 속 그녀의 손은 짓궂은 짓에 능숙했다. 물렁물렁한 살덩이를 주무르고 간질이며 장난을 치자 금세 반응이 왔다.
“후우….”
피가 몰려 아래가 팽창하는 느낌에 하이너는 심호흡했다. 아가씨는 손을 쉴 새 없이 놀리면서 총 맞았던 어깨에 부드러운 입맞춤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어미의 젖을 빨면서 손으로는 장난감을 쥐고 흔들어도 이처럼 귀엽고 해맑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인데도 묘하게 사내의 정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이너의 눈이 붉게 물들어가고 마리는 기분이 좋아 쿡쿡 웃었다. 하이너는 왠지 머쓱하여 불퉁하게 물었다.
“뭐가 그리 좋으십니까?”
“으응. 솜씨 좋은 예쁜 꼬마 덕분에. 열두 살이 이렇게 훌륭하게 사람을 고쳐놨는데 훗날 어른이 되면 멋진 능력자가 될 거란 생각이 드네.”
루돌프는 하이너의 몸에서 탄환도 능숙하게 빼내었고 통증과 회복에 좋은 약도 훌륭하게 썼다. 호위기사를 다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린 것은 모두 그 소년의 공이었다. 은인이나 다름없는 루돌프에게 감사했다. 따지고 보면 호위 기사가 드래곤으로 변할 수 있는 것도 루돌프 덕분이고, 호위기사가 못된 놈들을 소탕한 계기도 루돌프 덕분이었다. 가슴에 안도감과 고마움이 가득 찼고, 호위기사의 어깨에 퍼붓는 키스도 더욱 진해졌다.
그때 하이너가 갑자기 마리의 등에 손을 가져갔다. 그는 아가씨의 목덜미에 만져지는 리본을 풀면 옷이 벗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하고 웃을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리본이 풀리기 시작하자 마리의 가슴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풍만한 가슴을 감싼 하늘하늘한 속옷이 사내의 눈을 어지럽혔다.
“아가씨….”
“안 돼. 다 벗기면.”
“어째서요?”
“옆방에 예쁜 꼬마가 있단 걸 잊었어?”
하이너는 옷 벗기려던 것을 멈추고 탄식을 삼켰다. 아아아, 루돌프. 아무리 근처에 루돌프가 있다곤 하지만, 만약 그 소년이 이곳에 다시 들어온다면 노크를 할 테고, 그러니 너무 주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리는 하이너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얌전히 있어.”
그녀는 제 옷이 벗겨지는 건 거부했으나 호위기사의 옷은 벗기고 싶었다. 하이너를 눕히고 그의 바지를 천천히 벗겼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옷이 흘러내려 풍만한 가슴이 완전히 노출하였다. 예쁜 두 살덩이가 부드럽게 움직이며 온기를 퍼뜨릴 때마다 하이너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루돌프 때문에 아가씨의 옷을 다 벗기진 못하지만, 이렇게 반쯤 벗겨진 것도 괜찮았다.
하이너의 바지가 다 내려가자 마리가 그의 사타구니 사이로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환자에게 주는 선물이야.”
하이너의 속옷 또한 바지처럼 내려가 버렸다. 검은 수풀 사이에 굵은 핏줄이 선 것이 제 몸체를 튕기듯 드러냈다. 하이너는 제 것을 제가 보지 못하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를 부끄럽게 한 것도 모자라 마리는 그의 허벅지 안쪽에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기대되지 않아?”
그 말에 하이너는 다시 눈을 떴다. 청록색 눈동자는 음탕한 빛을 발하고 연분홍빛 입술은 금방이라도 남자의 것을 삼켜버릴 듯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이너가 그녀의 뺨에 감히 손을 지그시 가져다 대며 고개를 저었다. 그 때문에 마리는 더는 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비비지 못했다.
하이너는 이런 식으로 아가씨에게 쾌감을 선물 받는 것이 꺼려졌다.
마리가 볼을 부풀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했다.
“싫어? 내 선물?”
하이너의 반듯한 이마에 잠시 주름이 생겼다.
“뭐하시는 겁니까? 오를린에서도 그랬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당하는 것은 싫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 있는데?”
“…… 만져주셨으니 어쩔 수 없잖습니까. 저는 그냥…….”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가씨가 남자의 것을 스스럼없이 만지고 비비고 핥고 그러는 게 싫다. 물론 본능이 있다 보니 그러한 행위를 반긴다는 걸 부정할 수 없으나, 아가씨의 능숙한 몸짓, 어딘지 모르게 헤픈 행동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심술이 일었다. 또한, 어리숙한 남자처럼 휘둘리어 아가씨를 안게 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하이너는 아가씨의 손을 끌어와 그 손등에 키스하며 속내를 고백했다.
“저는, 그저 아가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가씨를 안고 싶습니다.”
그는 대답을 구하듯 아가씨의 청록색 눈동자를 보았다. 크고 맑은 구슬 같은 눈동자는 언제나 그 자체로 긍정의 대답이 되는 듯했다. 마리 또한 호위 기사의 검은 눈동자를 보았다. 거기엔 알 수 없는 고집이 버티고 있었다.
“제가 원해서 아가씨께 입맞춤하고, 제가 원해서 아가씨의 몸을 탐하고 싶습니다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마리는 그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기대할게.”
하이너는 그녀의 손등을 다시 한 번 깨물 듯 키스했다. 새하얀 손등에 자신이 만든 붉은 자국이 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붉은 자국은 가녀린 팔뚝을 따라가 동그란 어깨를 지나 쇄골에 머물렀다. 이제 하이너의 입술은 풍만한 가슴 언저리에 닿아 농밀하게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흐아아, 하이너.”
“아가씨….”
심장의 울림이 느껴지는 살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탄성과 같은 숨을 내쉬었다. 열기와 함께 콧속으로 들어오는 달콤하고도 상큼한 향기. 가장 좋아해 마지않는 여자의 향기. 향기만으로도 사람을 이리 아찔하게 하는데 그 맛은 얼마나 다디달까. 하이너는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 살결을 맛보았다. 따스한 체온의 맛은 확실히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다 할 수 있었다.
“맛있어… 정말 맛있습니다.”
쉴 새 없이 간지러운 느낌이 몰아치자 마리가 나른하게 한숨 쉬었다. 눈이 저절로 감기고 몸에서 힘이 빠졌다. 가슴을 여기저기 건드리고 탐해보는 호위기사의 분위기가 여전히 서투른 소년 같았으나 썩 나쁘지 않았다. 칭찬하듯 그의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웃어주었다. 마치 광대의 재주를 보고 나서 웃는 그런 소소한 만족감의 표시였다.
호위기사는 그 미소에 눈을 가늘게 떴다. 흡사 야속한 사람을 노려보는 눈 같았다.
“왜?”
하이너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감싼 옷을 완전히 벗겨버렸다. 이런 여행자 복장은 오를린에서 아가씨가 입었던 옷보다 벗기는 게 한결 쉬웠다. 탐스러운 복숭앗빛 몸이 드러나자 하이너는 그 몸 전체에다가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가슴에 퍼부었던 키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뜨거운 입맞춤을 퍼붓고 싶었다. 다시는 아가씨가 소소한 만족감의 미소 따위는 짓지 못하게 하리라. 여유로움은 모두 앗아 가버리고서 쾌감에 울부짖게 하리라.
“하이너? 앗!”
하이너는 새하얀 목을 혀로 짓누르며 빠른 손짓으로 아가씨의 속옷을 반쯤 내렸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질척한 타액이 흘러나와 아가씨의 목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아가씨가 맛난 음식도 아닌데 자꾸만 군침이 도는 이 현상이 기이하다. 게다가 자꾸만 의식보다 행동이 앞서고 있었다. 이미 손은 아가씨의 허벅지 온기를 마구 빼앗듯 탐하고 있었다.
“뜨거워, 몸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잖아….”
혼잣말한 그는 아가씨의 귓불을 입술로 빨아들이며 한 손으로는 은밀한 수풀을 건드려 보았다. 축축하고 따스한 살결이 있는 금빛 숲. 보송보송한 살결은 만지면 만질수록 중독되는 것 같았다.
“아아… 너무 부드럽습니다…….”
마리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었으나 그 숨만은 뜨거워졌다.
“좋아… 하이너. 거기 더 만져줘.”
하이너는 젖은 살결을 천천히 만지며 되물었다.
“여기 말씀입니까?”
“응, 아… 너무 거칠어.”
“그야 아가씨가 저번처럼 많이 젖지 않으시니까.”
“바보. 벌써 그걸 바라는 거야? 그 정도로 젖게 하려면 아직 멀었어.”
하이너는 호승심을 느꼈다. 피식 웃으며 그런 말을 하는 아가씨를 흠뻑 적시다 못해 엉엉 울리고 싶었다. 곧바로 아가씨의 몸 위로 올라탔다. 고개를 숙여 아가씨의 상체 중 가장 쾌락에 취약한 분홍색 꽃봉오리 하나를 혀로 간질였다. 그러면서 아가씨의 속옷을 더욱 아래로 내렸다. 아가씨의 허벅지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하이너는 다른 쪽 가슴을 베어 물며 그 다리 사이에 지난번처럼 손등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좀 더 부드럽지 않습니까?”
“글쎄.”
검지의 돌출된 관절로 아가씨의 균열을 은근히 문질렀다. 아가씨가 그런 하이너를 재미있다는 듯 보며 속삭였다.
“내 작은 별은 이런 손보단 네 입술이 좋다고 하는데.”
“…… 아.”
하이너가 뒤늦게 떠올린 것은 아가씨의 은밀한 부위에 있던 별 문신이었다. 삼각형과 역삼각형이 포개어진 문양. 귀엽고 특이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 연갈색 모양의 별. 그곳에 혀를 가져가 핥고 빨아들인 경험이 있었지……. 지금 아가씨는 그때의 감촉을 다시 원하신다. 하이너는 기꺼이 고개를 내렸다. 자신 또한 그때의 경험을 다시 복습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아아, 하이너……!”
밝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느 금빛 숲에 숨은 작은 별이 물기를 머금고 반짝이기 시작했다.
***
루돌프는 기사님을 간호할 때만 해도 기사님의 곁에 딱 붙어 있었다. 식사나 볼일은 기사님이 머문 객실에서 해결했고, 약과 치료에 필요한 도구들도 전부 아가씨에게 건네받아 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 그 객실을 벗어나 여관 주인이 안내한 또 다른 객실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불편함을 만나게 되었다.
원인 제공자는 바로 마리아 그로스였다. 그 진줏빛 머리카락의 소녀는 루돌프와 같은 객실에 있었다. 그것도 이층 침대의 1층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침묵이 어색한 루돌프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음… 안녕?”
“…….”
“음, 죄송해요. 저와 같은 또래인 줄 알았어요. 다시 인사할게요. 안녕하세요?”
“…….”
“음…….”
마리아는 인간체라 성대를 움직여 인간의 말을 하는 게 가능했지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했다. 마리아가 익숙한 것은 주인 마리와 텔레파시로써 소통하는 것뿐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고, 게다가 그녀의 정체가 드래콘이란 것도 알 리 없는 루돌프는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뭐야, 말을 못하나? 표정 변화가 없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원.’
루돌프는 어색함이 싫어서 헛기침을 몇 번 하다가 이런 상황을 벗어날 궁리를 했다. 마리니시네 아가씨께서 말씀하시길 밖이 위험하다 하니 나가는 건 안 된다. 여관 홀을 도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결국 이 객실 안에서 어색함을 해결해야 한다.
‘음, 위에 올라가서 잠이나 자야지.’
루돌프는 이층 침대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자리에 누우니 천장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말 없는 진줏빛 머리카락의 소녀보다는 덜 부담스러우리라. 소년은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건 진줏빛 머리카락 소녀의 인형 같은 얼굴, 그녀가 눈을 깜빡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깜빡이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깜빡, 깜빡.
“…….”
깜빡, 깜빡, 깜빡.
“………….”
깜빡, 깜빡, 깜빡, 깜빡.
“……………….”
루돌프는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몇 번이나 뒤척였다. 침묵과 어색함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 오를린에서 스승 한스 레 하인첼과 한 침대에 누워 잘 때도 지금처럼 어색하진 않았다. 이층까지 와서 자려고 한 마당에 소녀에게 다시 말을 거는 것도 우스웠고, 설사 말을 건다 해도 대답을 들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마리니시네 아가씨처럼 미인이 될 누나야!’
능글맞은 청년이라면 ‘미인은 좋은 거구나!’ 하고서 허허 웃으며 껄떡대거나 우스갯소리를 시도하겠지만, 어린 루돌프는 그런 일을 감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열두 살 루돌프의 눈엔 마리아 그로스가 성가신 존재였다. 가슴에 괜한 방망이질만 해대어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눈에 아른거리는 것이 그저 불편할 뿐이었다.
‘왜 미인이 나와 같은 방에 있는 거지… 저 누나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사람인가? 하여간 여관 주인은 왜 이런 방에 나보고 들어가라고 한 건지……. 잠이나 자야지.’
그러나 대낮에 잠이 쉽게 올 리 없었다. 아래층 침대에 어여쁜 소녀가 있으니 더더욱. 소년은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몸을 뒤척였다가 바로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그 사이 침대 일층의 마리아가 한 일이라고는 눈을 서른세 번 깜빡거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흔네 번째 눈을 깜빡이는 그 순간.
어디선가 울먹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아…… 하이너!”
루돌프는 큰일이 난줄 알고 벌떡 일어나다가 그만 천장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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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