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2 4. 가볍게 빛나는 보석은 없다 =========================================================================
영원의 봄, 륀체르의 서재.
륀체르는 불청객 여자들을 응접실이 아닌 서재로 데려왔다. 서재는 응접실과는 달리 밀폐된 곳이라 대화가 새어나갈 염려가 없다. 만에 하나 여자들의 공격으로 손등이 피죽이 된 상황임을 암시하는 말이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아랫사람들에게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상할 것이다.
그는 책상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발을 책상에 올린 건방진 자세를 하며 불청객들을 보았다. 소녀로 변신한 드래콘은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었고, 오를린의 미친 아가씨는 책들을 구경했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책의 대부분은 철학, 인문학, 광물학, 보석 디자인, 염동력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륀체르의 독서 취향을 한눈에 파악한 마리는 비웃었다. 책을 이렇게 많이 읽으면 뭐하나? 인간성이 개판인데!
그러나 치료는 필요할 듯하다. 륀체르라는 작자가 너무 밉지만, 박살 난 손등에 붕대를 감고 옷 여기저기 피 칠갑한 꼴을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퍽 불쌍했다…… 는 거짓말이고 미관상 너무 흉하니까.
“마리아. 저 작자를 좀 치료해주겠어? 아파죽겠으면서 저런 건방진 자세를 하는 데 내가 지켜보기가 다 불쌍할 지경이야.”
드래콘 마리아 그로스는 륀체르의 다친 손을 재생해주었다. 그의 옷을 더럽힌 피도 정화마법으로 깔끔히 없애주었다. 서재에 맴도는 피 냄새가 싹 지워지고 코를 뻥 뚫는 시원한 향기가 감돌았다.
고통에서 해방된 륀체르는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빈정거렸다.
“오호, 탈 것 주제에 마력을 좀 쓰는데?”
‘탈 것’으로 불린 마리아 그로스는 선홍빛 눈동자로 륀체르를 죽일 듯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가 드래콘 상태라면 또 륀체르의 손등을 뿔로 뚫었으리라.
‘짐승 주제에 감히 누굴 노려봐?’
륀체르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기지개를 켰다. 때마침 집사가 노크했다.
“마스터.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들어와.”
조용히 문이 열리고 집사는 다과가 올라간 쟁반을 들고서 소파 테이블에 자리했다. 그는 마스터의 손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마스터, 손은 벌써 치료가……?”
“아, 저기 저 빨간 눈의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고쳐주더군. 너무 고마워서 죽이고 싶을 지경이다.”
집사는 마리아 그로스를 보고 어린 것이 제법 재주가 있다고 감탄하며 차를 따랐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마스터. 그리고…… 흠흠.”
집사의 눈은 마리에게 향해 있었다.
“참 아름다우신 숙녀분이시군요. 정말이지 영원의 봄에 어울리는 미모입니다.”
이유 모를 미소를 보이고 가는 집사의 뒷모습에 마리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자 마리는 집사를 마구 욕해댔다.
“이봐, 길드장 당신. 저런 변태 같은 웃음 짓는 늙은이를 집사로 두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차나 마시지그래?”
그제야 마리는 청록빛 색채가 고운 차의 향기를 맡았다. 산뜻하고 달콤한 눈꽃향이 났다. 하늘에서 눈꽃 씨앗이 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눈꽃차가 있다니. 이것은 오를린의 꽃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향기와 맛 그리고 반짝이는 질감을 가졌다.
“오오, 장인의 도시 바너답네. 이것도 장인들이 만든 차인가? 고급이야.”
륀체르는 별 대꾸하지 않고 어느 책을 들었다. 바너의 모든 물건의 표준 가격이 제시된 책이었다. 계산이 시작되었다.
“어이, 너. 네년이 요구하는 것과 내가 얻어간 걸 비교해 보자고. 침묵의 장과 같은 대 여관에서 사용하는 샹들리에 값은 기본 300자일이군. 그리고 그 눈꽃차는 티백 하나에 1자일이나 한다고. 두 잔이니 2자일. 다과는 무료로 해주겠어. 그럼 네년이 네게 요구한 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02자일이 되지? 그런데 이걸 어째. 나는 네년의 정보를 팔고서 지급한 음식값이 고작 1자일도 되지 않아. 거래치곤 별로인데. 내키지 않아.”
달리 말하자면, 샹들리에 사주기가 너무 싫다는 뜻이었다. 마리는 그런 그를 걱정하듯 안쓰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에휴, 자업자득이야. 네가 뭐래도 나는 침묵의 장에 있는 그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받았으면 하는데…… 그러게 누가 1자일 아끼자고 남의 정보를 멋대로 팔래?”
“원래 떠도는 정보는 멋대로 팔리는 게 이 바닥 법칙이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하지?”
“그럼 나한테 들키지 말고 팔든가. 길드장이란 사람이 왜 이리 대충대충 해?”
륀체르는 몹시 피로했다. 가택 무단 침입을 한 네년은 어째서 사과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더 속 시원한 말이 생각났다. 이를테면 여자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깔아뭉개는 말들?
“침묵의 장에서 봤는데 말이야….”
륀체르가 책을 덮으며 말을 이었다.
“오를린의 구제불능 퇴물 아가씨가 불쌍한 호위 기사만 고생을 시키더군. 아니, 애당초 가출은 왜 했지? 나 같은 선량한 부자들 등쳐 먹으려고 한 건가? 그럴 바엔 괜찮은 황도 귀족 하나 골라잡아 결혼이나 하는 게 시간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훨씬 경제적일 텐데 말이지.”
마리는 과자 하나를 우물거리고 또 하나를 더 집어서 마리아에게 주었다. 마리아는 주인이 내민 과자를 아무 말 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붉은 눈동자에 만족감이 스며들고 두 뺨도 발그레하게 변했다. 그런 마리아의 표정 변화를 보고 마리가 물었다.
“씹다 보니 달콤하지?”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마리아를 보며 마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뒤늦게야 륀체르의 말에 대꾸했다.
“황도의 귀족들과 결혼해봤자 빤하지 않겠어? 여자의 삶이라는 게 말이야.”
“……?”
“돈깨나 있는 귀족놈과 결혼한다면 허구한 날 연회다 사치다 외도다 바쁠 테고, 가문의 적이 많으면 매일 모략이나 꾸미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겠지. 권세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잘난 놈이요 뻐기는 부류의 귀족놈과 결혼한다면 언젠간 황족들의 눈에 어긋나게 마련. 종장에는 남편따라 유배를 가는 불상사도 일어날 수 있어. 대개 남편의 지위에 따라 휘둘리는 삶이잖아? 자신의 의지에 충실할 수 없고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없지. 물론 내 관점이 부정적이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생각해봐. 그런 삶이 보통의 삶이라고. 여태 귀족들과 결혼한 여자 중 그렇게 살지 않은 여자들이 있었던가?”
륀체르는 오를린의 아가씨가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그 자신이 나약하니 여자들의 나약한 점만 눈에 들어온 것 아닌가? 의지라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의지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거리의 창녀가 되든 귀족 부인이 되든 의지만 있으면 남자들의 삶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그것은 밑바닥 인생을 살던 자신이 바너의 실세가 된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했다.
“이봐, 부정적인 아가씨. 로젠플라드에서 큰 고아원을 운영하는 살아있는 성자 데트겐 부인의 이야기를 모르나 보지? 가난한 귀족 부인의 삶으로 출발해 수많은 고아를 보살피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았잖아? 그녀는 소신으로 살면서 절대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았다. 귀족놈들과 결혼한다고 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수동적인 삶만 사는 건 아니란 말이지.”
“풉.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데트겐 부인이 그런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 본인의 의지도 있겠지만, 그 뒤에 숨겨진 배경도 무시할 순 없어. 그녀가 로젠플라드 신도인 건 알지?”
륀체르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물론. 그러니까 그녀가 로젠플라드에 사는 거 아니겠어, 이 아가씨야.”
“그래. 허울좋게 고결한 아름다움과 생명의 고귀함을 가치로 내세우는 종교가 판치는 지역! 예로부터 로젠플라드라는 종교에 어마어마한 검은 자금을 숨겨놓은 할데바인 사람들은 저들의 종교가 제국교가 될 명분을 원했어. 그 명분을 세우려면 데트겐 부인 같은 마음씨 좋은 자들을 내세워야 하지. 그런 성자 같은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좋잖아? 처음에는 무너져가는 낡은 집에서 고아 한 명만 보살피던 그녀가 어째서 나중엔 커다란 고아원을 가질 수 있었을까? 모두 할데바인의 각본에 놀아난 거야. 결과적으로 그녀는 소신으로 알려진 사람이라기보다 할데바인의 계략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부풀려진 성자라 할 수 있지.”
륀체르는 데트겐 부인을 새로이 평가하는 마리를 보고 조금 놀랐으나 절대 티를 내진 않았다.
“과정이 어찌 됐고 계략을 누가 꾸몄든 그녀가 자신의 의지에 충실한 삶을 살았단 사실엔 변함이 없어. 그녀의 자애로움만은 할데바인도 건드릴 수 없는 진심이자 진실이었다. 그 자체로도 그녀는 훌륭한 귀족 부인, 아니 인간의 표본이 되었어.”
그것은 데트겐 부인이 아니라 륀체르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사생아 출신으로 일가족 몰살이란 죄를 지었지만, 결국엔 지금 이렇게 바너의 지배자로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오기 위해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의지, 야망만은 진실했다.
마리는 반박했다.
“웃기는 소리! 길드장 당신은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다 괜찮다는 거야?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사람은 성자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권력자들의 필요에 따라 마녀가 되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어!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고! 수동적이란 건 그런 거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삶이 휘둘려 버리지. 이건 비단 귀족과 결혼을 하고 말고 하는 소소한 문제가 아닌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란 말이야!”
차하! 륀트겐은 혀를 찼다. 저 촌뜨기 아가씨가 무슨 근거로 데트겐 부인을 과소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말하는 분위기를 보자니 뭔가 맺힌 게 있는 것 같다. 저 아가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반 로젠플라드 파라고 해석해야 하나?
륀체르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리는 이제 잼이 묻은 빵을 마리아에게 주면서 혼잣말했다.
“아무튼, 나는 때가 되었다는 이유로 마지못해 떠밀리듯 하는 그런 시시껄렁한 결혼은 싫어. 이왕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빤한 길은 피하고 싶잖아.”
“하하, 그러신가? 빤한 게 싫으셔서 오를린에서 그렇게 화려한 별명이 달린 미친 숙녀로 살아오신 건가, 마리니시네 양?”
“응.”
너무나 진지한 마리의 태도에 륀체르는 빈정거리고자 하는 의욕이 싹 사라지는 걸 느꼈다. 발끈하는 반응이 돌아와야 빈정거리는 것도 재미있는 법이었다. 얼른 샹들리에 값 300자일이나 던져주고 단잠이나 자고 싶었다.
그런데 어째 오를린의 아가씨 쪽은 대화 의욕이 더 솟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길드장 당신이야말로 어째서 그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못 하고 찌질하게 사는 거야? 생긴 건 갈보…… 아니, 주, 준수하게 생겨선.”
일어나려던 륀체르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잠자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오를린 아가씨의 도발엔 자꾸 말려드는 느낌이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아가씨에겐 조금 솔직해져도 별 잃을 게 없을 것 같은 느슨한 기분?
“나도 네년과 같은 이유야.”
“같은 이유?”
“결혼이란 것은 빤하지. 괜찮은 여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적당히 구색을 갖춰 살면서 서서히 늙어간다…… 뭔가 무의미해 보이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여자와 한다면 무의미하지 않잖아?”
“푸하하…… 역시 백치 아가씨답군. 사랑? 그따위 감정 또한 훗날 무의미해지고 만다고. 한 쌍의 남녀가 지금은 좋아서 서로 붙어먹고 멋대로 아이를 낳고 해도 나중에는 그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되는 경우도 생긴단 말이다. 이건 지독한 불행 같지? 하지만 실제 차고 넘치는 일들이란다. 뭐, 좋아. 평범한 상상을 해보자고. 네 말대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행복한 결혼을 시작했다고 치자고. 달콤한 신혼을 누리겠지. 나중엔 자식도 낳을 거고. 그러다 반드시 권태가 올 테고. 그래도 자식 키우고 길드 확장해가며 사는 맛이 있으니 그럭저럭 살아내긴 할 거야. 종종 바람도 피우면서 말이야. 늙게 되면 이 자리를 이어받을 녀석도 뽑아야겠지. 그런데 내 자식이란 녀석들이 하나같이 후계를 물려주기 싫을 정도로 멍청하면?”
말하다가 자신의 과거에 이입한 륀체르는 문득 이복형의 얼굴을 떠올렸다. 보석 빼돌리기로 용돈을 벌던 얼간이 같은 녀석. 무식하고 멍청해 도무지 길드 마스터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 없었던 이복형! 그리고 그런 놈에게 후계를 주려 한 아버지란 작자!
마리가 조금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륀체르에게 대답했다.
“상상해도 왜 그렇게 하지? 꼭 자식에게 후계를 물려주란 법 있나? 핏줄이라고 후계를 넘기는 건 좀 그래. 능력 있는 사람에게 줘야지.”
륀체르는 서랍에서 싸구려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후 회상하듯 말했다.
“그래. 그런 거야. 후계의 자리를 자식에게 주는 게 아니라 능력 있는 녀석에게 줄 거라면 굳이 자식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그러니 결혼할 이유가 없어. 더는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 때문에 성적으로 억압될 이유도 없지. 그냥 자유로운 지금이 좋잖아? 마음만 먹으면 그 어떤 여자의 가슴이든 빨면서 말이야….”
담배 연기에 멍해진 륀체르는 천천히 마리에게로 눈동자를 굴렸다. 정확히는 마리의 가슴께를 보고 있었다. 서재에 들어와서 두꺼운 외투를 벗은 지 오래인 마리는 가슴의 풍만한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웃긴 자식. 99.9점짜리는 알아서.’
마리는 륀체르의 나쁜 시선을 느끼며 히죽 웃었다. 저런 시선을 던지는 남자들을 포섭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한마디로 당신은 이 여자 저 여자 자유롭게 건드리고 싶어서 결혼하지 않는다는 거구나?”
“뭐 그렇게 해석해도 좋아. 어때? 하는 짓은 금수저 물고서 제멋대로 날뛰는 아가씨에다 발정 난 암캐인 주제에 독립적인 여성의 삶을 살고 싶단 핑계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오를린의 금발 계집애보다 천 배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대답 아닌가?”
“흥! 이봐! 나는 황도의 귀족놈들과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 결혼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어! 나는 반드시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인간과 결혼할 거라고!”
“오호, 이거 실례.”
둘은 대화와 다툼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그때 마리아 그로스가 하품했다. 드래콘 소녀는 마리의 무릎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남의 손등을 거침없이 뿔로 뚫을 땐 언제고 저렇게 얌전히 자는 걸 보니 마치 아기 같았다. 륀체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리아 그로스를 번쩍 들어 안았다.
“꼬마 아가씨에겐 폭신한 침대가 어울리지. 내가 침실을 제공해주겠어.”
마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오호, 웬 친절?”
“손을 고쳐준 것의 답례다.”
륀체르가 서재 옆의 손님용 침실에 마리아 그로스를 눕혀놓고 다시 서재로 왔다. 마리는 처음으로 예쁜 짓을 하는 륀체르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며 눈꽃차의 마지막 한 모금을 다 마셨다.
륀체르는 서재 한편에 있는 책장 문을 열었다. 겉은 책장인 듯했으나,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술이 가득했다. 모두 독주였는데 생산자는 바로 오를린에서 약사라 불리면서 남몰래 밀주업에 손을 대는 남자 한스 레 하인첼이었다. 마리는 한스가 만든 술에만 붙는 검은색 코르크를 보며 픽 웃었다.
“결국, 이곳은 술을 마시는 용도인가? 그럼 그렇지. 길드장 당신이 이 많은 책을 읽으려고 서재를 만든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륀체르는 술병 중 가장 독한 술이 담긴 병을 꺼내 가볍게 흔들며 물었다.
“마실래?”
그의 시선은 다시 마리의 풍만한 가슴으로 옮겨갔다.
============================ 작품 후기 ============================
세라비이 1호-(세라비이 2호가 쓴 오늘편을 읽으며)그래서 륀체르가 마리와 ㅇㅇ함?
세라비이 2호-짜놓은 내용에는 안 ㅇㅇ하는데 독자들이 역하렘을 원함!
1호-난 시름!
2호-크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