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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17화 (17/122)

00017  4. 가볍게 빛나는 보석은 없다  =========================================================================

마리는 하이너의 두 손을 잡아 제 머리를 붙잡게 했다. 모양새가 묘하다. 구강성교가 마치 남자의 강제로 일어나는 것 같았다.

“으읏… 아가씨, 제 손은 왜…….”

제아무리 무례한 기사라고는 하나 이런 자세는 낯설었다.

“흐음. 자, 내 머리를 흔들고 싶은 만큼 흔들어 보라고. 네가 좋아하는 감촉에 다다를 때까지. 우읍… 서로 즐기는 마사지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

성기를 입에 넣고 굴리면서 지시하는 마리의 모습에 하이너는 더욱 흥분했다. 조막 만한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려는 걸 아슬아슬하게 참아 본다. 마음 같아서는 이 금빛 머리를 사정없이 흔들고 싶었다.

“신기하네. 고환은 차가운데 여긴 이렇게 뜨겁다니.”

따뜻한 손으론 고환을 쥐어짤 듯 주무르고 반대쪽 손으로는 기둥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마리가 혼잣말했다. 그러다 길게 빼낸 붉은 혓바닥으로 성기를 간질이듯 핥았다. 누운 자세로 그녀를 보는 남자의 기분은 어떨까. 하이너의 눈이 실낱처럼 가늘어졌다. 제 성기의 길이와 두께로 보아 불가능할 거라고 해도 저 목구멍 깊숙이 제 것을 처박아 넣고 싶었다.

‘젠장!’

아가씨는 제 머리를 마음대로 흔들어대도 된다며 호위 기사를 당황하게 해 놓고선 그 지시에 조금의 이상함과 위험함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는 데 어째서 얄미운 감정이 생기는 걸까? 아니. 아가씨의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라기보다 아예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다. 사람이 얼마나 안달 나 있는지도 모르고 정작 자기만 저런 유유자적한 표정이라니! 그런 아가씨가 미워서 아가씨의 머리를 두 손으로 마구 흔들고 움직이며 분풀이하듯 사정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가씨의 여유로운 표정을 망치기 싫은 이중적인 기분도 들었다.

“우읍… 흐읍…… 하아.”

이 아가씨를 어찌한다…….

기다란 황금빛 눈썹을 내리깔며 목구멍 깊숙이 남자의 것을 삼키는 모습이 음탕하고도 우아해 기묘함을 자아냈다. 아름답고 순수한 언어만 읊조릴 것 같은 입술 그 안에선 뱀 같은 혀가 탐욕스럽게 성기를 간질이며 훑고 있었다.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지 마십시오….”

게걸스럽단 표현은 심통에서 나온 것일 뿐, 실은 미식가의 차분한 음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리라. 사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머리를 마구 흔드는 것보다 은근히 더 흥분되는 편이기도 하다.

“으읍. 숫기 없는 사내 같으니. 부끄러워 죽겠단 표정을 하고 그런 말을 하면 더 괴롭히고 싶은 법인데…… 참. 그런데 등 아프지 않아?”

“전혀 후우… 전혀 아프지 않습니다만.”

“호오. 그렇다면.”

마리는 버섯 갓 같은 성기의 끄트머리를 쭉 빨아 당긴 뒤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하이너가 그만 아아! 하고 아쉬운 소리를 흘릴 뻔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키는 대로 아가씨의 머리를 흔들 걸 하는 뒤늦은 아쉬움도 들었다.

그 사이 마리는 하이너의 배 위로 올라탔다.

“이렇게 촉촉하게 적셨으니 저번에 못했던 걸 해볼까 싶네.”

“아니, 아가씨!”

황금빛 수풀에 감춰진 분홍색의 은밀한 균열이 우뚝 선 기둥 같은 남성기 위로 자연스럽게 닿았다. 타액으로 젖은 성기와 음액으로 젖은 성기가 미끌미끌 야한 감촉과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그대로 주저앉기만 하면 그들의 몸은 하나가 될 것이다. 진정한 성교 직전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하이너는 체온 조절 마법이 사라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하아, 하… 아가씨…….”

마리는 하이너의 것을 들일 듯 말 듯 장난치며 물었다.

“후후, 이번 마사지는 하이너의 동정을 앗아갈 수도 있을 텐데…… 괜찮겠어?”

하이너는 왠지 퇴폐적으로 느껴지는 마리의 미소를 보고 알아챘다. 지금 아가씨는 동정남의 발정을 쥐락펴락하며 그의 순결함(?)을 앗아가기 직전의 순간을 아주 즐기고 있단 걸. 값싼 표현일진 몰라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능구렁이 색광이 순결한 처녀를 강제로 안으려 할 때 짓는 표정이 바로 지금 아가씨의 표정일 것이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의 동정을 앗아갈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요?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처음만큼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아니라 진지하고 낭만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하고 싶었단 말입니다. 생각을 마친 그는 대답했다.

“괜찮지 않….”

그 순간, 마리의 따스한 균열이 하이너의 성기 끝 부분만을 잠시 쑥 삼켰다가 빼냈다.

“…않습니… 아아.”

“후후후…… 이렇게 삼킬까, 말까?”

마리는 그런 행위를 반복하며 특유의 달콤하고도 상냥한, 그래서 더 유혹적인 목소리로 대답을 재촉했다.

“괜찮겠냐고 묻잖니? 우리 귀여운 기사님….”

따스한 체온 속으로 꽉 조여 들어갈 것만 같다가 자꾸만 들어가지 못하는 게 반복되는 상황. 하이너의 정신은 차라리 실신 직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혼미했다.

“괜… 으읏! 괜찮지 않… 하으! 괜찮지 않습… 아아! 괜찮지 않습니… 헉!…… 괜찮습니다! 괜찮다고요, 젠장!”

과감한 요분질에 패배하고만 하이너는 기사의 탈을 벗어 던지고 무례한 짐승이 되었다. 어금니를 꽉 문 그가 아가씨의 허리를 잡고 그녀의 몸을 콱 내려버렸다.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더는 남자를 놀리는 요분질 따윈 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하듯.

“아앗!”

커다란 성기를 뱃속 깊숙이 들인 마리는 비명 같은 신음을 터뜨렸다.

“하아… 생각보다 괜찮군요.”

괜찮단 표현 정도로는 한없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수음할 때의 감촉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아가씨의 입술과 혀로 느낄 때와도 비할 수 없었다. 모든 인간들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자궁의 입구를 피부로 느끼는 이 느낌은 차라리 전율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싹한 쾌감이었다.

“후읏….”

눈을 지그시 감고서 신의 과육을 오롯이 느끼던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곤 반쯤 쉬어버린 목소리를 뱉었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좋잖아.”

동시에 그의 허리가 미친 듯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앗! 하이너! 읏! 아아!”

마리의 몸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그네에 탄 것처럼 올라갔다 내려가길 반복했다. 호위 기사의 차디찬 배 위에서 불꽃처럼 뜨거운 성기에 난도질당하는 느낌이 너무나 아찔하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이토록 쾌감에 젖게 하는 난도질이 있었다니!

“아아… 너는 어쩜!”

오를린과 네히트 등지에서 여러 남자를 상대해봤지만, 하이너처럼 삽입을 하자마자 찌릿한 쾌감을 안겨주는 남자는 없었다. 이런 것을 두고 아낙네들은 속궁합이 좋다고 말했던가!

“하아, 앗…… 네가 이런 보석일 줄 알았지! 앗, 아앙!”

생의 첫 정사에서 보석이란 찬사를 들은 하이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 지금 뭐라고….”

그가 허리를 튕기는 것을 잠시 멈추자 마리는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였다. 제가 뱉은 말도 까맣게 잊고 조금 전의 그 쾌감을 다시 찾으려 안달을 냈다.

“흐응, 갑자기 왜 멈추는 거야아… 얼른, 얼른 움직여…….”

“아가씨….”

“하우읏… 허리를 튕겨 보렴.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단다…… 아아.”

희뿌연 수증기 속에서 하이너는 눈앞이 더욱 흐려지는 걸 느꼈다. 잠시 눈을 꼭 감았다가 부릅떴다. 힘을 준 눈에선 멍한 기운은 사라지고 선정적인 예기(銳氣)가 서려 있었다. 후우, 하고 차분히 숨을 고른 그가 몸을 일으켜 마리의 가녀린 등을 안았다. 그러곤 그녀의 귓가에다 대고 수컷의 그르렁거림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미칠 것 같다 하셨습니까, 보석이란 말을 이럴 때 쓰시다니요.”

탄탄한 근육질의 가슴과 풍만한 가슴이 드래곤의 냉기와 인간의 온기를 교차하며 밀착했다. 그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가슴을 간질이고 기다란 성기가 안을 찔러오자 마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신음을 흘렸다.

“흐응, 으응… 보석, 으응….”

하이너는 마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서 완전히 돌아버린 눈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찬사를 듣고 아가씨를 실망시켜드릴 순 없지요.”

“어머나!”

마리의 두 다리를 쫙 벌리고서 하이너는 그녀를 밀었다. 이제는 마리가 눕고 하이너가 일어선 정상위 자세가 되었다. 하이너는 전장에서 말을 타고 질주하는 기마병처럼 쉼 없이 움직여댔다. 자지러지는 신음이 수증기처럼 자욱하게 방을 메웠다.

***

실내와 외부의 공기흐름을 차단해주던 오르내리기 창이 열렸다. 그러자 방안을 가득 메우던 뿌연 수증기가 밖으로 퍼져나가고 동시에 차가운 기온도 방으로 들어왔다. 씻고 나온 마리는 은하수로 아름답게 얼룩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은빛의 은하수가 왕관 모습처럼 보였다.

“장인의 도시 바너라! 하늘에도 수놓기의 장인이 있나 보네. 오를린에서 별을 볼 때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군. 그나저나…… 으으, 허리야.”

욱신거리는 허리가 주인에게 경고한다. 호위 기사와 두 번만 연속으로 정사를 나눴다간 부서질지도 모른다고.

“무서운 녀석.”

마리는 침대에 고이 잠든 하이너를 보고 두려움과 만족이 반반씩 섞인 미소를 지었다.

“잠든 모습을 보면 아직 소년 같은데 말이지. 흐음.”

호위 기사 하이너 그로스. 스무 살의 시골 청년. 언제나 검술과 동양 무술에만 미쳐 있어서 그것 외에는-특히나 여자- 모두 돌을 보듯 무심했던 남자. 그런 그가 동정이란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사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단 사실을 마리는 오늘에서야 확인했다. 타고난 신체 조건과 근성, 힘,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아직 초보라서 약간 소심하고 절정에 이를 때에도 조절하지 못한 미숙함이 있지만, 쏟아 낸 뒤에도 죽지 않고 연속해서 탐해대는 절륜한 체력이 그런 부분을 충분히 보완해주고도 남았다.

‘후후, 그 야한 능력을 숨기느라 얼마나 괴로웠을까.’

물을 주는 척하며 수면제를 먹여 재웠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몇 번이나 더 몸을 겹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욕망에 흐려진 사나운 눈빛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마리도 체력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야 얼마든지 그 욕망에 응해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녀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활동하기 편한 단순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입고 두꺼운 짐승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걸쳤다. 그리고 문을 조용히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홀에는 한 무리의 취객이 수다를 떨거나 여자 점원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여기저기를 바장이고 있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여관에 처음 올 땐 시끌벅적하고 하이너와 수다를 떤다고 잘 몰랐는데, 이제 보니 여관의 기둥, 계단, 소품, 테이블 그 모든 것이 공예의 도시 물건답게 모양이 특이하고 섬세했다. 특히나 활짝 핀 봄꽃 모양의 샹들리에는 훔쳐가고 싶을 정도였다.

갑자기 솟아오른 물욕을 야심으로 겨우 잠재워 보았다.

‘대륙 정복 후에 다 사야지.’

마리는 결심을 다지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마리를 기다리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우아한 진줏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자그마한 체구의 소녀.

바로 드래콘인 마리아 그로스의 인간체였다.

마리는 자신의 종에게 물었다.

“그렇게 변한 것을 보니 멀리 가야 할 것 같진 않군.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제법 가까운 곳에 있나 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가 고갯짓하며 앞장서라 지시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하이너가 본다면 아마 놀라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답잖은 농담을 하거나 질펀한 정사를 나눌 때와 달리 명민하고 냉정해 보였기 때문이다.

“가보자고.”

대로 한편에 난 구불구불한 사잇길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이곳 장인 도시 바너의 실세가 머무는 곳이다.

============================ 작품 후기 ============================

큰 도시 접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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