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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가씨와 번뇌의 호위기사-4화 (4/122)

00004  1. 미친 아가씨의 꿍꿍이  =========================================================================

“아가씨!”

“으흠, 쉬잇.”

축 늘어진 그것은 야성의 냄새를 풍기며 금세 팽창하기 시작했다. 포피가 완전히 까여 꺼떡거리는 살기둥이 징그러운 생물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게 하이너의 귀공자 같은 얼굴과 묘하게 대비되었다.

“히야아… 대단해.”

마리는 하이너의 성기를 천천히 입에 담았다. 이런 것을 물고 핥는 것에 비위에 거슬릴 법한데도 맛있는 사탕 먹듯이 굴었다.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입에 넣어 빨아들인 채로 놓아주질 않았다. 타액 삼키는 소리가 마치 과즙을 빨아들이는 소리 같아 하이너는 소름이 돋았다.

‘젠장! 이딴 약속 따위 누가 지켜달라고 했냐고….’

등줄기가 짜릿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만 같았다. 침대에서 이런 일을 벌였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리의 행위가 도발적이고 빨라서 하이너는 미처 피할 여유도 없었다.

“아가씨…….”

하이너가 신음을 흘리며 뒤늦게야 뒷걸음질 치자 마리는 무릎으로 걸으며 바짝 밀착했다. 하이너는 단 한 번도 바다에 가본 적 없어 연체동물의 빨판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 촉감이 지금 아가씨가 선사하는 촉감과 비슷할 거로 느꼈다. 기괴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마리는 그의 살기둥 아래 단단해진 살덩이를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서 훑다가 잠시 고개를 뗐다. 그녀는 번들거리는 성기를 진귀한 물건 보듯 찬찬히 훑어보았다.

“낮에 핥았을 때보다 냄새가 진해. 사냥하면 수컷들은 호르몬이 더욱 분비되나 봐.”

하이너는 호르몬이라는 낯선 단어의 뜻을 알지 못했다. 오를린 영지의 수많은 젊은이가 그러하듯 교육 수준이 낮고 독서라고는 동양의 무술서 몇 권을 한 게 전부인 그가 호르몬을 알 리 없었다. 대체 호르몬이 무엇일까. 아마도 아가씨가 빠져있는 마법이나 연금술 용어 중 하나일 듯? 어쨌거나 자신은 성기로 뭔가를 분비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는 아무것도 분비하지 않았습니다만.”

“하하, 그래? 이렇게 멀건 액을 흘려대면서 참 뻔뻔하기도.”

“…… 읏.”

다시 야한 일이 이어졌다. 마리는 더는 벗길 포피도 없는 데 더 은밀한 살을 갈구했다. 현기증이 일 정도로 강한 자극에 하이너는 순간 참지 못하고 마리의 머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으려다가, ‘뭐하는 짓이냐, 아가씨께 감히!’ 정신을 차렸다.

그의 두 손은 차마 아가씨의 머리를 잡지 못하고 그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그런 애쓰는 모습이 마리의 눈에는 너무나 귀엽게만 보였다.

“이를 어째… 네 살은 맛을 보면 볼수록 더 욕심이 생겨.”

“그런, 그런 음란한 말씀을 하시다니.”

“아니, 어쩌면 이 욕심은….”

마리는 말끝을 흐리다가 하이너의 성기 그 끝을 꾹 잡았다. 배시시 웃는 그녀의 볼에 보조개가 패었다. 매력적인 청록색 보석 같은 눈동자가 진실을 말할 때처럼 반짝였다.

“내가 처음부터 너를 먹고 싶어 해서 생기는 욕심인지도.”

하이너는 성기가 아닌 심장이 벌떡이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너를 먹고 싶어 했다니. 그럼 아가씨가 줄곧 호위 기사에게 욕정이 일었단 말인가? 그만큼 호위 기사에게 마음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렇게 마음이 있다면 여태 그 난잡한 이성 관계는 다 무엇인가? 아가씨란 사람을 도무지 알 수 없다. 미묘한 짜증은 성욕을 더욱 부추겼다. 때마침 아가씨의 입술에서 나는 소리가 더할 수 없이 음란해졌다.

“욱… 커. 너는 대체…….”

“…….”

“어쩜 여기로는 이리 솔직한 거야?”

“으읏… 젠장!”

하이너는 무의미한 뒷걸음질을 멈춰버리고 두 손으로 감히 아가씨의 머리를 붙잡았다.

“하아, 먼저 삼킨 분은 아가씨입니다.”

“읍!”

하이너의 크고 기다란 두 손에 속박된 아름다운 금발이 거침없이 흔들렸다. 이 순간 하이너의 눈 아래엔 ‘아가씨’는 없고 쾌락의 순수한 도구만이 있을 뿐이었다. 본능을 이성과 타협하길 그만둔 이상, 사정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례하게도 하이너는 아가씨의 입에 제 것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으윽!…… 하아, 하.”

쾌감의 여운에 도취되어 눈빛을 흐리는 그를 올려다보며 마리는 입술을 닦았다.

“후우. 진해, 네 거.”

하이너는 쓰디쓴 웃음을 보였다.

진하다니. 그래서 그게 어쨌단 말인가? 좋다는 말인가? 어째서 당신은 이토록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는지.

하이너는 선정적으로 보이는 아가씨의 얼굴에 서서히 죄악감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가 바지춤을 끌어올리며 낮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응?”

누가 보면 갓 짜낸 신선한 우유라도 드신 줄 알 테니까.

하이너는 복잡한 기분이 들어 뒤돌아섰다. 마리가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며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마리아 그로스, 고마워.”

하이너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자신은 맹세코, 이러려고 드래콘을 잡아온 게 아니었다.

‘대체 뭘 한 거냐, 네놈은.’

마구간을 나온 하이너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창밖 하늘에선 무수한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이너는 별빛을 보고 아름답단 생각보다는 허무함이 쏟아져 내리는 걸 느꼈다.

***

마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리아 그로스를 타는 연습을 시작했다. 위험한 소용돌이 산에 가서 연습하기도 하고, 오를린과 통합된 이웃 영지인 네히트의 야산까지도 연습장으로 삼았다.

이왕이면 평지를 골라서 타도 좋을 텐데 왜 하필 다 산인가. 하이너는 마리가 선택한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마리는 혼자 연습하면 되지 꼭 호위 기사더러 같이 타는 연습을 하자고 했다.

성가셨다. 정말이지 성가셨다.

…… 그런데 정말 성가시기만 한 것일까. 드래콘에 마리와 함께 타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첫째로,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인다는 점. 아무리 아가씨의 호위 기사라고는 하나 지켜야 할 선이 있기에 특별히 먼 곳에 가는 것이 아니면 탈 것에 함께 탈 이유가 없었다. 드래콘에 함께 탄 남녀를 보고 영지 사람들이 알 것 같단 눈초리를 하고 아가씨를 연모했던 청년들도 시기심 가득한 분위기를 만들어 불편했다.

둘째로, 춥다는 점. 겨울을 앞둔 계절은 한때 기사를 꿈 꿀 정도로 강한 남자였던 자신을 움츠러들게 할 만큼 냉혹한 바람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셋째로, 언제부턴가 자꾸만 등이 아프다는 점. 드래콘 생포를 하면서 다친 건지 아니면 그 전에 술을 마시고 무언가에 부딪친 건지 등 아래 살결이 너무 쓰라렸다. 어지간하면 엄살 부리지 않는 자신이 아가씨에게서 엄살 그만 피우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얼른 이 쓰라림의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아가씨와 드래콘에 타는 것이 싫었는데, 또 하나의 싫은 이유가 더 있었다.

아가씨와 밀착하면 지나치게 긴장된다는 점.

가장 난감한 점이었다.

아가씨의 새콤달콤한 향이 등 뒤에서 찬바람을 타고 훅 끼칠 때마다 그날 밤 마구간에서의 경험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다. 그 일이 무슨 금기나 된 듯 함구하고 있었지만, 가끔 진지하게 묻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날 장난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혹시 장난이 아닌 건 아니냐고, 설사 장난이라 한다고 해도 앞으로 저를 계속 호위 기사로 두실 수 있느냐고.

그런데 아가씨의 태도는 그날 일을 새까맣게 지운 듯, 평소와 다름없었다.

‘결국엔 살던 대로 살자, 이 말씀인가.’

***

어느 날이었다. 저택 사람들이 잠든 틈을 타 아가씨가 호위 기사의 방을 찾았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아가씨의 한 손에는 수상한 종이뭉치가 있었다. 아가씨는 종이뭉치를 펼쳐 보였다. 낡고 색깔이 바랜 종이에서 나는 건초 같은 냄새에 하이너가 인상을 썼다.

“가장 믿을만한 대륙 지도라고 해. 2000 자일이나 주고 샀어.”

“자랑 듣고 싶은 기분이 아닙니다만. 고작 그런 낡은 종이 하나에 그런 큰돈을 쓸 바엔 차라리 제 수당을 더 챙겨주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네 수당이라 생각하고 받아.”

하이너는 손에 들어온 지도를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가씨의 이런 행동은 다른 의미로 보자면 도발이었다. 다 큰 남자가 자는 방에 혼자 이렇게 들어와서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들뜬 표정,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재잘대는 것이 어찌 자극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누가 이런 지도 따위 받고 싶다고 했던가.

“오를린 잡화 취급점에서 이 지도를 얼마에 사들일지 참 궁금해지는군요. 아마 반값을 받기도 힘들겠지만, 수당이라 하시니 받겠습니다.”

그러자 마리가 하이너의 등을 쳤다. 그렇잖아도 등이 아픈 하이너는 무례하게도 고함을 지를 뻔했다. 물론 그렇게 해버리면 자신들이 기묘한 관계를 저택 사람들에게 들키는 꼴이라 참아야 했다.

“어머! 되팔다니! 이 지도의 정보는 네가 꿰고 있어야 하는 거라고. 대륙 여행을 떠날 때 유용하단 말이야.”

“예? 대륙 여행이라니요?”

“너와 내가 가야 할 대륙 여행! 짜잔!”

여자의 몸으로 대륙 여행을 꿈꾼단 말인가!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했다. 드래콘을 잡아달라고 하지 않나, 그것으로 맹연습하지 않나, 며칠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이국어 의사소통에 관한 책을 얼굴 가리개 삼아 낮잠을 주무시기도 했었지. 그리고 이번에는 평민들은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최고급 정밀지도를 사 오다니.

그 모든 일이 대륙 여행을 위한 준비 작전이었단 말일 터.

‘큰일이군.’

아가씨께서 혼기도 놓치시고 영지에서 하는 일 역시 시답잖은 난봉일 뿐이라 결국 머리가 어떻게 되셨나 보다. 영주님의 애물단지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힘들었을 테지. 제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깐 귀족 아가씨라 해도 귀족은 귀족. 남들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이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가씨. 무례하다 욕하셔도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언제는 안 했어?”

“여행 따윈 꿈도 꾸지 마십시오. 아마 이유는 아가씨가 더 잘 아실 겁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만한 분이시라면요. 적. 어. 도.”

“흐음, 남자가 이리 배포가 작아?”

“아가씨가 도련님으로 태어나셨다면 제 배포는 또 달라지겠지요.”

하이너는 대륙 지도를 옆에 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기가 무섭게 마리가 그의 낡은 이불을 바닥으로 치워버렸다. 가느다란 손가락 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하이너는 기가 찼다. 마리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그럼 나를 도련님이라 생각…!”

“쉬잇!”

하이너는 마리의 목소리를 누군가가 들을세라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이 시간에 여기서 소리를 지르다가 다른 이들에게 들키면? 아가씨야 제멋대로 사신 분이니 괜찮아도 자신은 아니었다.

그러자 마리는 그의 손을 깨물어버렸다.

“으…!”

생각보다 심한 통증에 하이너는 손을 떼 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제 말을 막아버린 호위 기사가 괘씸하여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손톱으로 꽉 누르고 있었다. 마치 화가 난 삵 같은 행동에 하이너는 입을 쩍 벌리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느를 드른님으르 승극흐르그(나를 도련님이라 생각하라고)…….”

“아가씨는 미치셨습니다.”

하이너는 최대한 정중하게 손을 빼내려고 애썼고, 그 행동이 마리의 눈에는 ‘대륙 여행을 갈 수 없다!’는 고집으로 보였다.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손을 빼려는 남자와 손을 물고 놔주지 않으려는 여자의 싸움은 힘으로만 보자면 남자의 승리가 확실한 데도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뒤엉킨 남녀는 어느 순간 이상야릇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하이너의 손을 깨물고 놔주지 않는 쪽은 마리인데, 누가 보면 하이너가 마리의 입을 억지로 막는 자세였다. 한마디로 하이너가 마리를 덮칠 것 같은 자세였다.

“진짜 아가씨라는 사람은…!”

이제 하이너는 손을 곱게 빼려는 생각을 버렸다. 그가 짜증스러운 듯 혀를 차며 손에 힘을 주는 그때였다. 갑자기 마리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뭡니까, 왜 웃어요?”

마리는 하이너의 손가락 사이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붉은 혀가 얇고 촉촉한 촉감을 손가락 곳곳에 점령하고 있었다.

하이너의 검은 눈동자에 혼란이 들이닥쳤다.

“……!”

혹시 이건 아이처럼 떼쓰기에 이은 또 다른 수법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말괄량이 같이 굴던 아가씨는 온데간데없고 한 마리 요사스러운 여우 하나가 있었다. 그 여우는 뱀 같은 혀로 늑대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창밖으로 보름달이 떠올라 두 사람 사이를 메우던 어둠이 조금 사라졌다. 마리의 청록색 눈동자가 더욱 요망하게 빛났다. 나른해서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하이너의 정신을 흐리게 했다.

“기억나지 않아? 그날 밤.”

“……!”

“내가 도련님으로 태어났다면 너는 그런 쾌락을 누리지는 못했을 테지. 물론, 앞으로도 말이야.”

그 말은 곧 대륙 여행을 함께 가주기만 한다면 또 다시 그런 은밀한 일들을 기대해도 된단 말인가? 하이너의 본능은 아가씨에게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본능일 뿐.

선을 지켜야 한다.

“그날 밤 같은 건 기억에서 지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기억나게 해주지.”

마리는 흔들리는 하이너의 눈동자를 보며 그의 중지를 한입에 삼켰다.

============================ 작품 후기 ============================

윈디님에 이어 비안원님도 뭔가 오랜만에 보는 느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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