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183화 (183/199)

 무능 귀족 - 귀축왕(8)

그리고, 마지막이 온다.

해피엔딩을 확신했다면 이제 마무리를 지을 뿐.

약간의 불안(레즈우 왕과 스노)이 남았지만 그게 내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는 방해물이 되진 못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서는 건 할 수 없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그날 이후 각지의 귀족들을 모아 앞으로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결혼식 준비를 완전히 마무리 지었다. 도중 반란이 일어나는 둥 작은 소동이 있긴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을뿐더러 카울을 앞장세워 야만족을 정벌할 일을 계획하니 모든 나라의 사람들의 마음이 한곳에 모여 나를 지지해주었다.

그야 그럴 것이 야만족은 두 나라의 골칫덩어리 또는 암 같은 것이다. 이번 일로 나라가 하나로 합쳐져 그 땅을 지배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아질지 모두들 잘 알고 있다. 특히 변두리의 시골 귀족들이나 변경백 부근의 사람들이 특히나 좋아해 줬다. 국경에서 일어나는 습격(약탈)이 사라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일이 줄어드니까 당연한 일이다.

누나, 카울, 드래곤, 거기에 양 국의 국력이 있으면 어렵지 않다. 양국의 사이에 끼여있던 휴가의 나라 노추르는 이미 나에게 귀속될 의지를 보였으며 선물도 잔뜩 보내왔다. 게다가 국민들도 환호하는 이 소란스러운 퍼레이드까지.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느낌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신 황국! 페티시의 새로운 왕! 에키시·블랙우드!」

두 나라를 이어주는 가도, 그 사이에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중이지만, 퍼레이드는 호모우 왕국에서 시작했다. 오늘 한정으로 국경을 느슨히 하고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나라와 왕이 탄생했음을 널리 알리고 왕도를 한 바퀴 쭉 돌면서 왕의 탄생을 알린다. 마초 성향이 짙은 이 나라였기에 필요 이상으로 반기는 느낌이 강하다.

옆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나라의 이름. 말들을 타고 우르르 걸어나가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모습에 환호하는 시민들. 이 퍼레이드의 끄트머리에는 왕성의 입구가 있고 거기에 세워둔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할 예정이었다.

“왜 내가 주인을 태우고 있지 않은 거지…”

“애완동물 따위가 여기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죠…”

“그건 그렇지만 납득이 가질 않아…”

그렇게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소란을 일으키는 와중 옆에서 카울의 불만스러운 소리와 그걸 달래는 차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 말없이 따라오는 라키시 아버지가 있고 그 옆에는 스노가 있으며 퀴어 왕도 이번에는 나에게 선두를 양보하고 자기네들끼리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퍼레이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번 일에 관해서 불안을 품는 시민이 많겠지. 난 내게 다가오는 시민들을 뿌리치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군중들 사이를 박차고 나오는 둥 위험한 행위를 한 사람이 많지만 그것을 처벌했다가는 안 좋은 소문이 퍼질 뿐이니까 이런 날에는 관대함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가볍게 넘어가 주고 있다.

‘너희가 손뼉 치며 환호하는 상대는 일개 기둥서방일 뿐인데 말이야.’

기쁘다, 당연히 우월감이 몰려오며, 그와 동시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느낌이다. 내가 왕이라니 이 세계는 이제 끝장이구만. 생각해둔 건 많지만 그 대부분을 여자들에게 맡겨야 하는 꼴이라니 대륙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도 안 간다.

“도련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공주님들을 그런 꼴로 만드시고… 안 좋은 소문이 퍼질지도 몰라요…?”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아무런 걱정도 하지마라.”

옆에서 엘피가 걱정하는 말투로 날 올려다봐 왔지만 괜찮다고 안심시킨 후 가던 길을 쭉 나아갔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말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다행히 낙마는 하지 않고 저 멀리 있는 왕성의 입구를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흑과 백으로 칠해진 거대한 결혼식장, 이 날을 위해 왕성 입구에 있는 건물을 몇 개 허물어 사람들이 들어설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을 만든 건 물론이요, 그것은 마치 콜로세움같이 커서 그 중심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하객들과 시민들이 바글바글했다. 원래라면 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 억지로 시킨 결과가 이거다.

이 길거리 퍼레이드는 내가 그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와 함께 차례대로 몰려오는 시민들. 그럼에도 사람들을 다 수용하지 못해서 바깥에서 그 소식을 기다리는 이도 있었으나 의외로 결혼식장 안은 아주 조용하고 정숙했다. 특히나 미리 자리를 잡아둔 이들의 표정이 미묘하다.

“아이 공주님… 거기에 썬 공주님…”

“처음으로 봤어.”

“저분은 이번에 왕위에 오른 레즈우 여왕님인가…”

“거기에 레인 공주님까지? 저번 전투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왕위 계승권을 빼앗긴 공주가 여기에?”

“그리고, 어째서 전부 알몸이지?”

“취향이 너무 과격하신 건 아닌지…”

“왕족의 결혼은 원래 이런 건가?”

“아니, 그럴 리가…”

“무슨 의도가 있으신 건가?”

소곤거리는 목소리는 아주 작지만 그게 이 결혼식장을 뒤덮은 모든 사람들이 지껄이기 시작하면 커다란 소음이 된다. 맨 앞 열을 차지한 호모우와 레즈우의 유력 귀족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시끄러운 상황에 각 자리를 담당한 병사들이 「그 입을 다물어라!」라며 호통을 칠 정도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

“도련님?”

“괜찮대도.”

그러나, 여기까진 내 예상 안이다. 그 소란을 무시하고 당당히 걸어서 결혼식장 중앙으로 올라가 로키시 누나, 아이, 썬, 레인을 맞이했다. 각자 흑과 백으로 맞춘 드레스가 눈에 띈다. 호모우 공주들은 백색 계열을, 레즈우 공주들은 블랙 계열을, 내 취향이지만 흑백이 잘 어울리는 여자들이다.

“오셨어요?”

“응. 분위기는 어때?”

“보다시피 잘 될 것 같네요.”

중요한 곳이 다 드러난 변태스러운 드레스인데도 부끄러움 하나 없이 모두의 앞에 서 있는 우리 공주 겸 여왕들. 나도 이 분위기에 맞추는 겸 정장 윗도리를 벗고 바지를 입은 채 목에 넥타이만 걸었으며 그 순간 결혼식장이 시끄럽게 울렁였다.

시끄러럽긴 하겠지. 결혼식장이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는데 앞으로 여왕이 될 여자들이 거의 전라 차림으로 시민들에게 보지를 내놓고 있으니까. 아무렴, 놀라지 않을 리 없다. 오히려 놀라지 않으면 이상할 수준의 상황이다.

“그래, 마침 잘 됐나…”

그 소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병사들이 다시 경고를 준 순간 사람들의 입이 멈추고 숨소리조차 조용해졌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강렬한 시선으로 「이 상황을 설명해줘」라며 깊게 호소하고 있었기에 마침 잘 됐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란 떨지 마라. 왜 내 아내 될 사람들이 이런 차림인지, 왜 내가 이런 꼴이 됐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설명해줄 테니까.”

““““………………………””””

내 말에 피부를 찌르르 찌르던 시선이 하나같이 얌전해졌다. 시민들을 관리하던 병사들도 그 상황에 순응하여 이쪽을 바라보고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 가지 선언을 하고 싶을 뿐.

그렇기에 입을 여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아주 간단했다.

“모두들 잘 와줬다. 나는 에키시·블랙우드. 소문을 듣고 이 자리에 온 자들은 알겠지만 난 이번에 두 나라를 하나로 합치는 겸 그 우호의 증거로 양국의 사이에 또 하나의 나라를 만들어 다스리게 된 페티시 왕이다. 이 나라의 이름은 이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성벽을 생각하여 만든 것이며.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나라를 포함해 여러 종교와 성벽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거대한 교단을 하나 만들려 하고 있다.”

가벼운 인사부터, 소개를 지나, 바로 본론을 던진다. 귀족들도 시민들도 긴 이야기가 되면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터. 그렇기에 짧은 이야기로 가볍게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 터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주길 바란다. 레즈우의 여성 관련 성벽, 호모우의 남자 관련 성벽, 그 외에도, 하드, 노출, 수간, 그것을 넘어 또 많은 성벽이 이 대륙에 퍼져 있고 그것이 그 나라의 특징 같은 것이 됐다. 호모우는 게이, 레즈우는 레즈, 뭐가 어떻게 됐든 나라의 이름이 그 성질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 거다.”

내 말을 아직 이해 못 하는 건지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내 다음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그렇기에, 나도 페티시라는 나라에, 그 이름에 걸맞은 특징을 심기로 했다. 두 나라의 우호의 증거가 되는 그 토지. 앞으로 이 대륙의 중심이 될 그 나라에 모든 성벽을 모아둔 교단을 하나 설립하자고 생각한 거다. 취향이 달라 성벽으로 대립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다른 성벽을 잔뜩 받아들이고 싶은 이들이 있을 터, 그렇기에 나는 페티시라는 나라를 성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로 만들고 싶어 이 자리를 빌려 몸소 실천하고 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전라 차림인 그녀들이 앞으로 나섰다…

시민들이 숨을 죽이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 이렇게 벗고 있어도 성적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나라.”

“그게 아니면 동성애를 허락하는 나라.”

“또 동물과의 사랑과 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하는 나라.”

“물론, 이종간도 괜찮습니다.”

그대로 경악에 빠지기 수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은 나와 달리…

그녀들의 이야기는 정말로 간결하고 알아듣기 쉬웠던 거다…

“뭐라고?!”

“지, 지금 무슨?!”

“동물?! 이종간! 게다가…”

그 말에 시민들이 드디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녀들이 왜 그런 변태스러운 드레스 차림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건지 납득한다. 그녀들이 당당히 노출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는 것도 깨달은 듯했다.

‘이 부근이 좋겠군.’

나는 놀란 목소리를 내려 하는 시민들을 무시하고 바로 앞자리에 있는 귀족에게 신호를 보냈다. 맨 처음 귀족은 내가 미리 매수한 자였기에 눈짓을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례되오나, 페티시 왕이시여, 그렇다면 방금 말한 그대로… 자신의 애마와 결혼을 하는 미친 행위도… 그 땅에서는 허락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음 귀족에게 눈을 돌렸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질문을 던져왔다. 이 자 또한 내가 미리 매수한 자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게 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놓은 게 여기서 빛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공주님들이 노출하고 있는 것처럼. 그 땅에서는 의류를 걸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까?”

“노추르랑 똑같다. 자유롭게 벗어라.”

그다음 귀족을 바라보자 기다렸다는 듯 또 일어섰다. 이번에는 매수하지 않는 자다. 갑작스러운 지목에 당황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입을 열기까지 수초도 걸리지 않을 걸 보아 이 자도 자기 나름대로 숨긴 성벽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그럼! 그러면! 길거리에서 섹스를 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군요?!”

“흠, 그런 취향인가. 성범죄만 아니라면, 연인이나 가족이라면, 얼마든지 즐겨라.”

“즉, 근친도 가능하다는 겁니까?!”

“사랑만 있다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해도 좋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성범죄만 아니면 된다. 특히 아이에게 손을 뻗는 행위는 용서하지 않겠다.”

손을 뻗고 다음 귀족을 삿대질했다. 얼굴에 궁금증이 드러난 귀족이 있다면 그 누구든 발언권을 쥐여줬다.

“아이라니, 사랑만 있다면 괜찮다고 하셨으면서?!”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 아이의 몸이 성적 행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는 기다리란 의미다. 유혈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선까지는 용서해주지. 우리는 어떤 성벽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니 말이야.”

“저, 정말입니까?!”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으로 고민한 모양이군. 걱정하지 마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뭐든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말에 환호하는 귀족이 꽤 많았다.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변태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이쪽은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확인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그럼 무생물은 어떻습니까?! 그런 특이한 성벽이라도 받아주시는 건지요!”

“자기가 만든 조각상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꽤 있었지. 나는 그것마저도 허락해주겠다. 당당히 결혼식을 열어라.”

내 말에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한 남자. 정말로 조각상 취향인 건지 품에서 조각칼이 튀어나왔지만 그를 달랠 틈은 없었다.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질문을 받아들이며 나는 성인이라도 된 것처럼 자애롭게 웃었다.

“그럼 노예와의 결혼도 합법화하시는 겁니까?!”

“주인과 노예의 달콤한 로맨스인가? 얼마든지 즐겨라. 무생물과의 결혼도, 동물과의 결혼도, 노예와의 결혼도, 뭐든 허락해주겠다.”

“그렇다면! 그, 그렇다면! 직급! 평민과의 결혼도!”

“이 땅에서라면 허락해주겠지만 가문의 일은 알아서 해라.”

“아아, 그것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종간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혹시… 아이는…?”

“우리는 그쪽 의학이 발달되어 괴물과 아이를 낳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다. 원한다면 자기가 기르는 동물과도 아이를 낳을 수 있지. 그쪽 방면이 걱정이라면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동물이나 몬스터의 아이까지 낳을 수 있다니…”

“이렇게나 많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동물의 아이든, 몬스터의 아이든, 그것마저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겠다. 오히려 그 아이를 보며 흥분하는 녀석들도 있을지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개방적일지 쉽사리 상상이 갈 것이다.”

내 말에 숨을 죽이는 귀족들과 시민. 그 타이밍을 노려 다시 앞으로 나서는 우리 공주님들. 그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차 있어서 보는 이들이 다 즐거울 정도였다.

“양 국가가 지원해주고 있으니, 그것을 기반으로 최대한 성적으로 개방된 나라로 나아가려 합니다.”

“모든 취향이 모인, 세계에서 제일 큰 사창가에 모든 걸 받아들이는 교단.”

“그 어떤 취향도 대응할 수 있는 멋진 나라를 만들 생각입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에 있었던 일을 전 국토에 퍼트려 주시길.”

그녀들의 귀여운 부탁과 함께 사람들이 수긍하는 목소리가 결혼식장을 무너뜨릴 것처럼 크게 퍼져나갔다. 내 말에 페티시란 나라가 어떤 곳인지 드디어 이해한 것처럼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자기네들끼리 숨기고 있던 성벽을 폭로하며 기대감을 부풀려댔다.

그렇게, 하늘이 떠나갈 것처럼 소란스러운 우리의 결혼식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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