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귀축왕(2)
그 여자의 등장으로 엉망이 된 전장. 드래곤이 쓰러지기도 전에 인간끼리의 싸움에 밀려 항복한 레즈우 왕의 군세. 그 사이 내 명령을 들은 카울이 레즈우 왕의 생존권으로 한바탕 문제를 일으켰다고 소식을 들은 지 불과 수 분. 아버지의 군세는 아직 왕도로 돌아오지 않는 건지 그대로 레즈우까지 쭉 간다는 소식만이 닿았다.
“돌아오기까지 어느 정도 걸릴 거라 봐?”
“이번 일을 정리하기까지 한 달은 족히 걸릴 거라 봅니다. 저는 이번 일을 알리기 위해 먼저 왔지만요.”
“흠,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걸. 그럼, 카울은? 그리고 레즈우 왕은 어떻게 됐지?”
“레즈우 왕은 살해당하기 직전 카울의 손에 의해 구해져서 지금은 감옥에 있습니다. 라키기 님은 처음엔 분을 못 이겨 씩씩 거렸습니다만 도련님께서 이번 일을 미리 알아차려 굳이 카울을 시켜 그것을 구했다고 하자 겨우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의외로군, 아버지에게 있어선 평생을 기다린 복수 상대일 텐데. 내가 카울을 시켜 레즈우 왕을 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그것을 참았다고?”
“아예 분이 꺼지신 건 아니었습니다. 감옥 내에서 고문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만 좀처럼 공포심을 보이지 않은지라 라키시 님께서 그것에 질려 하신 거죠. 아무래도 특이한 약을 먹은 건지 공포도 고통도 느끼질 않아서 복수했다는 맛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게 맡겨보겠다는 거군?”
“네, 수치심은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에키시 도련님께 맡겨보자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제가 말하기는 뭣하지만 도련님은 이 방면의 전문가니까요.”
“내가 전문가라고? 응? 어딜 봐서?”
“이런 광경을 보여주면서 시치미를 떼시다니… 도련님도 참…”
내게 보고를 하러 온 엘피의 눈이 슬그머니 움직인다. 갑옷을 입은 채 덜커덩 덜커덩 몸을 떨어대는 우리 귀여운 기사. 연구실 지하까지 온 건 처음인지 이것도 저것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던 그녀지만 나와 그녀들이 있는 방에 오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젯, 무리, 살려줫, 싫엇,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제발! 자비를 주세요! 에키시! 에키시이! 에키시이이이잇!!!”
“아아아아아, 엘피, 엘피이잇, 엘피이이이이이이이!!!! 살려줘! 제발 살려줘! 에키시 공께! 살려달라고 해줘어어어어! 제발! 부탁해?! 도, 동료잖아아아아앗?! 그흐으윽! 끄하! 끄흐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간지러웟! 간지럽다구웃! 제발! 으흐으아아아아아아! 제가, 제가,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하라는대로 할 테니까요! 제발! 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 에키시이이이이이잇!!!! 으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심한 꼴입니다.”
“겨우 하루 지났어. 동정하지 마라.”
소파에 앉아서 가볍게 숨을 토하는 나와 엘피. 그렇게 평온한 광경 바로 옆에는 비명을 지르는 백발의 공주가 둘. 그것도 벽에 대(大)자로 고정당해 근처를 유리벽으로 감싸 몸에 굵은 벌레를 덕지덕지 붙여 온몸을 물어뜯기고 있다.
“저건 뭡니까?”
“간지럼 유발 벌레. 크기는 내 주먹만 한 것부터 엄지손가락만 한 것까지. 보다시피 물린 곳을 미친 듯 간지럽게 하지. 본래라면 죄인을 고문시키는데 쓰는 용도지만…”
보다시피 죄인은 무슨, 공주를 조교하는데 썼으나 효과가 아주 좋았다. 성적 쾌락이라면 뭐든 달게 받아버리는 그녀들이지만 간지러움에는 내성이 없는 건지 눈을 까뒤집고 오줌을 쏟아내 있다.
“끄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흐윽! 흐윽! 흐으으으윽! 배갓?! 배가아아아! 항문잇?! 똥구멍이이이이이이이이잇?! 아아아아아! 간지러워어어어엇!!! 살려줫! 살려줘엇!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애가, 애가 있단 말입니다아앗?! 에키시 고오오오옹!!! 분명! 그때 섹스한 걸로! 임신한 게 확실한데에엣?! 으핫, 으, 으하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으우웃?! 으하악! 배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오오오오오오오옷!!!! 제바아아아알!!!”
“아직 배가 부풀지 않았잖아?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풀기 시작하면 너희들에게 심한 짓도 못하게 되지. 지금이 아니라면 너희 성질머리를 고칠 기회가 없어. 얌전히 벌을 받고 개심하는 게 좋을 거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그런?! 그러어어어언!!!”
“내 명령이라면 길거리에서 옷을 벗을 수 있을 정도로 순종적으로 되라.”
“그하아아아?! 끄우우우우우욱!!! 하, 할 테니까요! 절대로! 에키시의 말이라면 들을 테니까요오오오오오오오!!!!”
“그러니까 용서해주세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고, 곧! 같이 나라를 이끌?! 그리고! 아, 아내가 될 여자에게에엣?! 이건 너무나 심한 처사가아아앗?! 으후아아아악!!!”
“어째서 더 간지러워지?! 는, 거, 거, 야아앗?! 아아아아아! 또, 또! 또 움직여?! 벌레들이! 또오오오오오오오오!!!!”
“건방진 말을 해대니까 움직이게 한 거다. 뭐가 아내냐, 빌어먹을 미치광이들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도 없이 지금 이 상황에서 탈출할 궁리만 하고 말이야. 절대로 용서 못 한다. 적어도 아버지들이 오기 전까진 괴롭혀줄 테니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으아아아아아아, 으앗,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적어도! 적어도 성적 고문을?! 으흐으아아아아아아아!!!! 이건 싫어요! 싫다구요! 에키시이이이이이잇!!!”
“내 오줌을 기쁘게 할짝거려대는 년들에게 무슨 성적 고문이냐?! 웃기고 있군! 흥!”
““우으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웁!!!!!””
벽에 딱 달라붙어, 유리벽에 갇혀, 벌레들에게 온몸이 물리고 바늘로 찔리는 둥 고통을 받고 있는 두 사람. 그런 암퇘지 공주들이 보기 싫어져서 검은 커튼으로 그녀들이 갇힌 곳을 가려버리고 벌레들을 시켜 입도 막아버렸다. 안쪽에서 들려오는 우웁 웁 소리를 마지막으로 언어 다운 언어가 튀어나오질 않게 된 걸 보아하니 입안으로 벌레가 들어간 게 틀림없었다.
“어쨌든, 잘 해줬다. 너도 고생이 많았을 텐데.”
“저는 벌을 받지 않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각오는 하고 왔습니다. 네티아와 달리 저는 라키시 님께도 말할 생각이 없었고. 저쪽에 대놓고 동참하고 있었으니까요.”
“쟤네 대신 전장에 나가서 한바탕하고 왔잖아. 그걸로 됐다. 못 볼 꼴 많이 봤을 텐데 아버지들이 오기 전까지는 좀 쉬고 있어라.”
“으읏… 도련님…”
내 말에 감동이라도 한 것처럼 양손을 깍지 끼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엘피. 기사는 고사하고 변기 취급당하면서 지냈던 엘피지만 그마저도 그녀가 원해서 하고 있는 일이다. 누나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이런 느낌의 소녀가 된지 오래됐지만 좀처럼 예전 같은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
이런 꼬락서니인 엘피다. 아이나, 썬, 그리고 로키시 누나처럼 적극적으로 이번 일에 동참하지는 않았을 테지. 누나는 그 꼬락서니가 났지만 그래도 엘피의 전 주인이고. 솔직히 배신하는 일이 더 어려웠을 터다. 게다가 전장에서 피도, 시체도, 동료들도 죽어 나갔을 테니 그 부분에 관해서는 동정할 여지가 있다.
“어, 웁, 째서엇, 구훕! 엘피마아안~!”
“그후읍! 으끄으으우웁! 에, 피, 이이이잇~! 끄흐으으으으윽!!!”
바로 옆에서 검은 커튼으로 가려져 입에 벌레를 물고 있는 두 사람이 원망의 말을 내뱉지만 나도 엘피도 당연하다는 것처럼 무시했다. 이 상황까지 왔음에도 엘피를 원망하는 꼬락서니라니 아직 조교가 부족한 게 분명했다.
“이 상황까지 왔음에도 엘피를 원망하다니. 이쪽은 이미 벌을 받은 셈이니 좋게 넘어가고 있는 거다. 아니면, 엘피를 원망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건가? 그럼 어쩔 수 없지. 강도를 좀 더 올려주마.”
“이으으으으윽~! 히윽, 히윽, 히이이익~!”
“안돼, 또, 또옷, 벌레의 움직임이 강해져서엇~?! 히악?! 이번에는 뒤쪽 구멍 안으로오옷~?! 끄하, 아아, 아아아아앗, 안돼! 안돼! 안돼엣~?!”
“안심해라, 앞쪽은 클리와 스폿 이외엔 건들지 않으마. 그렇지만 뒤쪽 구멍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구멍 안, 그 전부를 범해줄 테니까. 뒷구멍이 미칠 듯 간지러워지면 좀 정신을 차릴 테지. 아버지들이 돌아오기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겠다 너희들을 괴롭힐 시간은 충분히 있어. 그때까지 긁지도 못하는 구멍으로 간지러운 고통을 느끼며 반성이라도 하는 게 좋을 거다.”
“으흐으아, 아아아앗, 구후읍, 으으으으으으읍~!”
“끄헤, 흑, 흐우으윽, 흐아아아, 으우우우우우우욱…”
다시 한 번 입으로 벌레를 삼킨 건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확 가라앉았다. 콧물을 흘리고 눈물을 짜내는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엘피는 그런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어깨를 떨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도련님, 그… 저 두 분은 정말로 한 달 내내 저러고 있는 겁니까…?”
“그래.”
“그래도, 좀, 평소랑 달리 이상하잖습니까? 그게… 그…”
“평소라면 강압적인 섹스나 조교 정도로 끝났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
“그 평소에 주는 벌은, 벌이 아니니까. 약간 기분 나빠져서 화를 푸는 정도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사람이 잔뜩 죽었지. 말리지 못한 내 잘못이 제일 크지만 그에 관한 벌은 받아야 해.”
“그, 그렇지만! 본래라면 스노 그 계집이 벌인 일입니다! 우리들이 협력하지 않았어도 사람은 죽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잘 수습됐고! 오히려 공주님들은 상을 받아야 마땅해요! 에키시 도련님께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 당연히 잘못됐지만! 그래도 한 달 내내 저렇게! 그것도 애를 가지신 분들이 당하기엔?!”
“엘피.”
“우읏…?!”
빛바랜 금발을 살살 쓰다듬으면서 한쪽 눈을 부라렸다. 행동은 상냥했지만 얼굴이 웃고 있지 않았으니 금방 쫄아서는 내 다리에 머리를 박아온다.
“그래, 착하다 착해.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줄 게. 그리고, 쉬러 가기 전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
“으, 으으, 그, 그게, 레인 공주님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제가 공주님들을 여기에 데려다주고… 다시 전장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분명 공주님들이 셋 계셨을 겁니다…”
“아, 우리 아기 암퇘지 말이냐?”
“……………………”
엘피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조용히 날 올려다봤다. 난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서는 내 옆자리를 툭툭 쳤다. 그리고 내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엘피가 머리를 두 번 갸웃거렸으나…
“아, 으, 아아, 으으으으~?!”
“이해했지?”
“네……”
방금까지 자기가 앉아 있던 소파가 아주 잠깐이지만 들썩이는 걸 보고서 전부 이해해버렸다.
“레인은 벌레를 투하했는데도 기뻐해버리더라고. 그래서 소파 안에 사지를 묶어서 던져버리고 그 안을 벌레 전부로 채워버렸어.”
“채웠다는 건…”
“아이나 썬이 저렇게 당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벌레로 채웠다는 거지. 저렇게 여유를 남기지 않고 말 그대로 꽉꽉.”
“히으…?! 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으으~?!”
내 말에 소름이 돋았는지 털을 세우는 엘피. 내가 그 자그마한 손을 잡아서 소파 바로 위에 손바닥을 올리게 하자 더욱 불쌍한 표정을 지어왔다. 소파 안쪽이 작게나마 꿈틀꿈틀 움직이는 걸 느끼고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다 알아버린 표정이었다.
“분명 처음엔 기뻐했는데 섹스하지 않은지 오래돼서 그런지 점점 미쳐가더라고. 자지를 달라면서 울더니, 마지막엔 발버둥 치고, 그러다가 네가 돌아올 무렵엔 조용해졌어. 지금쯤 레인의 배와 자궁이 무슨 꼴이 됐을지…”
“아아아, 으아, 그만둬주세요! 상상하기 싫어요! 저런 벌레가 물어뜯어 몸을 간지럽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안으로 들어오다니! 으윽, 소름이 돋습니다! 으으으으으~!”
“그런 의미에서 아이와 썬에겐 아주 상냥히 대하고 있는 거야. 저쪽은 내 아내니까 그래도 앞쪽은 지키고 있다. 덕분에 보지가 간지러워서 타들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이겠지만 말이야.”
“최악입니다… 여자를 벌레로 희롱하다니…”
“걱정 마라, 레인은 벌레의 알을 낳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두 암퇘지는 괴롭히는 선에서 끝마칠 테니. 그래도 내 아내 될 여자들이니까 그 정도 선은 지킨다.”
내 말을 들은 건지 소파 안쪽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진성 마조히스트 레인 공주는 내 명령이라면 충간도 기쁜 모양이다. 그 작은 교성이 계기가 된 건지 얌전히 있던 벌레들이 다시 꿈틀꿈틀 움직여 소파 전체가 꿀럭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레인의 교성이 점점 비명으로 변해 결국엔 「살려주세요」라는 말까지 나와버렸다.
“아, 으, 으으……”
“무섭냐? 내게 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왔다며? 네가 원한다면 하루정도 같이 넣어줄 수 있는데.”
“죄송합니다… 겁쟁이 기사라 정말로 죄송합니다… 발가락도, 엉덩이도, 자지도, 에키시 님의 몸이라면 뭐든 기쁘게 빨아 봉사할 테니… 부디 저런 벌 만큼은…?!”
“그러냐? 아쉽군. 그럼 내 옆에 앉아서 조용히 쉬고 있어라. 아니면 왕성으로 돌아가던가.”
“옆에서 시중들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화를 풀어주세요…”
이런 꼴을 보고서 도망칠 배짱은 없었는지 소파 앞 테이블에서 술을 가져와 그것을 졸졸졸 따르는 엘피. 이번에는 진심이라는 걸 알았는지 얼굴이 연신 새파랗게 변해 다음날이 오기 전까지 그 얼굴색이 돌아올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