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3 - 에키시 전용 비밀 루트
하늘에 암운이 드리우고 드래곤이 불을 뿜는다.
지상에 있는 인간들은 진을 짜, 방패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한곳에 모여 불을 막는 것만으로 힘이 부치고 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단번에 태워질 열량도 처음부터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무구와 탄탄히 단련된 기사들이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전황은 좋지 않다.
그렇게나 힘내도 결국은 버티는 행위.
언젠가 힘이 빠지는 게 정상이다.
「그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우아아아아아아악?!”
“이제 안되겠어!!! 이 이상 버티는 건 무리다!!!”
“병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버텨! 그쪽이 뚫려서 구멍 사이로 브레스가 스며들어온 순간 모두 죽는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냐?!”
“그, 그건?!”
드래곤이 바람을 일으켜 기사들을 방패 째 날려버리려는 건 물론이요 계속해서 날아오는 브레스에 기사들의 전의도 덜컹인다. 이걸 언제까지 버텨야 하냐며 소리 지르는 이도 있었고 손만 머리 위로 든 채 쓰러진 이도 있다. 죽기 전까지 동료들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몸을 태운이도 있으니 전장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 에키시가 그녀들에게 분노할만했다.
누군가의 고함, 누군가의 비명,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질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면…
“또 온다?!”
“방패를 높게 치켜들어라아아아아아앗!!!!”
“나, 나는, 이 이상 무리야! 팔이 안 올라가아아아!!!”
“마르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이 크게 울려 퍼진다. 여태까지와 달리 전장이 찢어질 것 같이 큰 목소리. 거기에 반응한 건지 상대가 진을 친 곳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전장인 불탄 초원을 가로지르고 점프하고 또 점프해서 간단히 허공까지 날아드는 그것은 마치 인간 포탄과도 같았으며…
「그이이이이이이이익?! 고이이이이이익!!!!」
“오옷?!”
“드래곤이?!”
“떨어진다아아아아아아아!!!”
한바탕 굉음이 일어났나 싶은 순간 그 거체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둥 큰 소란이 일어난다. 그들을 상대하고 있던 반대편 진영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드래곤을 지면으로 떨어뜨리기 전 두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안 봐도 뻔하다.
드래곤이 호모우 왕국의 진영을.
두 사람이 레즈우 왕국의 진영을.
서로가 내보낸 괴물이 본진을 쳐부수다가 결국에 중앙에서 맞붙게 됐다고 하는 심플한 상황.
「고, 그, 그, 아아,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정통으로 찼는데…”
“비늘 하나 깨진 게 전부야? 진짜 주늑드네.”
이곳은 괴물들의 연회장.
일반인들은 끼어들 수 없는 장소.
지옥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