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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145화 (145/199)

 무능 귀족 - 난폭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방법(1)

그 후 일어난 참상은 나도 모른다. 자고 일어날 무렵엔 예전 인격은 쏙 들어갔고 개운하게 잔 건지 기분도 상쾌했다. 일어났을 무렵엔 이미 곶 하나가 날아간 상태로 나와 누나는 연회장 구석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나야 피로가 다 풀렸지만 누나는 그런 일도 있었으니 아직까지 자고 있지만…

무리도 아니지…

곶이 깔끔히 날아갔으니까…

듣자 하니 팔이 데롱데롱 돼버린 누나와 다리가 데롱데롱 되어버린 카울의 전면전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발을 주력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그 짐승 공주와 달리 우리 누나는 다리도 팔도 무기도 능숙히 쓰는 데다가 인원수까지 밀리질 않았으니 별문제 없이 포획에 성공했다.

천장에는 내가 뚫은 구멍이, 벽에는 기사들이 등과 어깨로 부숴버린 구멍이, 그 소란에 이 땅을 지키는 경비대가 날아오기까지 했고. 여러모로 색이 진했던 하루였다. 누나의 팔은 금방 치료할 수 있으니까 안심하라는 파이와 와이의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이 좀 추슬러졌다.

“이걸로 끝 맞지? 정말로 이걸로 끝 맞지? 혹시 또 무슨 일 터지는 건 아니지?”

그러나 아직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거의 전라나 다름없는 꼴로 술을 꼴깍이고 있는 젖소 자매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나와 달리 그 두 사람은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상당히 태연한 모습이었기에 무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네, 아마도요.”

“아마도라니, 왜 그렇게 담백해?”

“그야 카울과 차오가 손을 잡고 있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번 조교 때 차오가 전부 나불거렸거든요.”

“진짜냐…”

거의 반괴한 연회장에서 즐겁게 술을 기울이고 있던 이유가 있었다. 차오를 조교하도록 명령을 한 건 나고 그것을 실행한 것은 아이일 텐데 나에게만 정보가 안 들어왔나 보다. 그녀들이 말하길, 이번 정보는 알고 있었는데 여기엔 없나 싶어서 방치한 결과가 이거란다.

그렇지만 이상하다.

말이 앞뒤가 안 맞아.

알고 있었는데 왜 그걸 방치한 거냐?

호위가 고용주의 근처에서 떨어질 리 없고, 애초에 짐승 공주가 상회의 여주인을 호위하는 이유, 그 전부가 아직 불투명했다. 그걸 물어보려고 하니 「저희도 잘 모르겠네요?」같은 말로 흘려보내기까지 했다.

로키시 누나의 건도 그렇고 점점 더 수상해진다. 정말로 물어볼 생각 없었는데 뒤를 캐고 싶어질 정도로 무언가를 깊게 숨기고 있다. 로키시 누나와 스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건과 깊게 관련된 느낌이 풀풀 난다. 특히 모두가 이렇게 침착해하는 것이 제일 수상스럽다.

“그보다아… 저 다리에 얼굴을 차여놓고오… 잘도 살아있네요오~?”

“뒤늦게 간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질렀을 정도의 큰 소리였으니까요. 발차기로 그런 소리가 날 수 있나 싶은 수준이었죠. 분명 머리가 날아가서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채기 하나 안난 거에 두 번 놀랐고 그걸 본 로키시 님께서 감탄사를 몇 번이나 내뱉으셨는지……”

노골적인 말 돌리기.

그러나, 지금은 그 말에 동감했다.

“튼튼하거든. 도망친다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을 거고. 단순히 운이 좋았어.”

“뇌가 안 흔들렸으면 그대로 반대쪽 발도 으깨버렸을 테죠? 단단함만이라면 이 세계 제일 아닌가 싶습니다.”

“후히, 차 놓고도 어안이 벙벙했다고 했죠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덤벼오는 것도 제대로 대응 못했다고 했고오… 큰 공을 세우셨네요오오~! 이히히~!”

“저쪽도 저쪽대로 괴물이군요. 다리를 걸레처럼 비틀어버렸는데 벌써부터 회복할 조짐이 보이고. 항문에 약을 잔뜩 주사해서 강제로 힘을 빼고는 있는데 그게 얼마나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에키시 님처럼 약에 내성이 생기면 지금 저희 장비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요.”

“진짜냐…”

“그건 로키시 님도 마찬가지. 저 팔 금방 붙어요.”

“그건 기쁘지만…”

나도, 누나도, 짐승 공주도, 괴물 계열이다. 언제부터 악역 영애가 이런 괴물 집단이 됐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판타지계 스토리니까 먼치킨 캐릭터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걸 감안해도 역시 똥겜 수준. 나는 나대로 예전의 인격 끄집어내서 중2병스러운 분위기 내고 있어서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잡으면 이긴다는 발상으로 싸우다니, 바보냐.’

힘 밀기로 억지로 이긴 나와 달리 저쪽은 정확하게 사람의 급소를 공격해왔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코웃음쳐졌지만 그에 관해서는 반박할 거리가 없다. 몸이 튼튼한 게 죄라는 거다. 누나와의 싸움 때도 내가 잡으면 승리라는 공식이 새겨져 있어서 실전에도 통할 줄 알았으나 그런 게 아니었다.

나도 이 신체능력을 살린, 좀 더 멋진 싸움법이 있었을 터.

그런 사춘기 소년스러운 고민에 빠진 채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망할 년들은?”

“차오는 잡히자마자 자기는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고 큰 절을 백 번. 모든 건 저 여자의 독단이라면서 자기는 정말 탈출할 생각이 없었다며 변명을 줄줄이 늘어놨습니다. 자기한테 이러지 말라면서, 이런 일 있어선 안된다며, 현실을 부정하면서 어린애처럼 크게 울어댔죠. 바닥도 똥 오줌으로 더럽혀댔고 얼굴에 그런 것까지 묻혀버려서…”

“너무 처량해서 자지를 발딱 세운 기사들이 고추를 덜렁덜렁 숙인 채 심문실을 나와버렸어요오~! 우히히, 아니, 정말로 불쌍해서 이번만큼은 저도 좀…… 웃음이 좀 멈춰버리네요오……”

“정말로 자존심이고 뭣도 없는 꼬락서니였죠. 그야 자기가 원하지도 않은 탈출극에 그것마저 실패해서 벌이 가중된다 생각하면 미칠만도 하겠지만요.”

“아하아~! 반대로 카울은 아주 건강해요오~! 다친 다리를 제외해 나머지 사지를 구속하고오~! 항문에 약을 한가득 쑤셔 넣은 채 플러그를 처박아서 힘을 못쓰게 만들었어요오~! 그 프라이드를 부수기 위해서 지금 모두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있다구요오~?”

“차오에게 질려버린 기사들이 전부 카울에게 가버렸죠. 에키시 님께서 자는 도중도 그렇고 아직까지 능욕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 의욕이 꺾이지 않은 건지 한번 박힐 때마다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외쳐댔는데 그 반응이 재밌었는지 기사들의 내깃거리가 됐습니다.”

“저 여자는 언제까지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할까는 내기였죠오~?”

“벌써 엄청난 금액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 공주님이 중재하고 있지만 그 탓으로 너무 큰돈이 움직여서 자칫하면 큰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공주님이 데리고 있는 기사들이잖아요오~! 대부분 지갑이 두꺼운지라아~! 말 그대로 한탕 할 찬스으~! 우히히히~!”

“너네들 내가 자는 동안 대체 뭘 하고 있던 거냐…”

““조교 겸 휴가?””

“망할.”

골이 아파지는 내용이다. 이 이상의 사건 사고는 없을 테니 정말로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하지만 썩 믿음이 가질 않는다. 카울 저 미친년은 나룻배 하나로 대륙에서 여기까지 날아온 거다. 저 미쳐버린 신체능력이라면 하룻밤만에 여기까지 오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물론 나와 누나도 가능한 짓거리지만 그게 가능한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저것과 비슷한 미친놈년이 또 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아니, 됐어. 너무 경계하는 것도 내 나쁜 버릇이다. 그래, 이번만큼은 안전하겠지. 카울도, 차오도, 딱 봐도 대단해 보이는 바보 년들을 둘이나 잡았으니까 이 이상은 뭐가 없을 거야.’

왠지 이럴 때마다 무슨 사건이 터진다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했다.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이대로 지하로 내려가시겠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으니 에키시 님도 카울의 꼴을 보고 회포를 푸는 편이 좋겠다 싶으니.”

“지하?”

“자기가 이끄는 상회도 그렇고 여기에도 나름의 세공을 했다고 하더라고요오~? 각 상회와 손을 잡고 위험한 이들을 골라내서 숙청하는 일도 했다고 하고요오~! 국가 기관에 눈에 띄지 않는 무서운 집단이었다나 봐요오~!”

“지하는 그런 일을 했던 증거입니다. 원래라면 시체를 모아놨다가 배를 사용해 밤중 바다에 버려 그것을 처리하는 둥 위험한 짓을 저질렀음을 실토했습니다.”

“그런 장소에서 능욕극 벌이고 있는 거냐.”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 이건 말려야 할 사항인지 아닌지 의문시됐다. 늘 항문 빨게 하고 오줌 처먹게 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지만.

“아, 그리고…”

“또 뭐가 있냐?”

“기왕 이렇게 된 거 카울은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디까지라니?”

“저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니까요오~! 약이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고오~? 프라이드 부수는 건 솔직히 무리인 거 같고오~? 에키시의 매지컬 자지가 안 먹히면 큰일이니까요오~?”

“그러니, 웬만하면 잘라버리고 싶습니다.”

“뭘?”

““사지.””

“………………”

너무나 담백한 말투에 내가 들은 말이 그게 맞나 싶었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진지했다. 평소라면 능욕을 하고 폭력까지 가는 수준으로 끝났겠다 싶지만 카울의 경우 우리 누나보다 질이 나쁘니까 저런 제안을 해온 거다. 자칫하면 공주님을 포함해 전 기사들의 모가지를 따버릴지도 모르는 괴물을 기른다니 나라도 무리다.

애정, 없음.

분노, 있음.

성적 흥미를 제외하면 저 녀석을 감쌀 이유가 없다.

“만약 내가 처리할 수 없으면의 이야기지?”

“네, 그렇죠.”

“에키시는 어때요오~? 여태까지 수많은 여자들을 먹어 치워 왔으니 이번에도 자신 있지 않나요오~?”

파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말을 해오지만 나는 고개를 두 번 저었다. 이젠 내가 뭔 지랄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어쨌든 이번만큼은 무리다.

“차오라면 자신 있지. 너희들이 말했던 대로 그 계집이 그렇게 불쌍한 꼴이 됐다면 조금 상냥히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의존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그 미친년은 좀 그래. 뭘 해도 내게 빠질 것 같은 비전이 보이질 않아.”

“그렇다면?”

“상태를 보다가 영 안되겠다 싶으면 싹둑 해버려. 전혀 가감할 필요 없다.”

“그렇습니까? 저쪽에서 신병을 요구해오지는 않을까요? 또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만.”

“안 그래도 몰려 있는 놈들이다. 다른 공주님들이면 몰라도 짐승 공주가 우리를 덮치러 왔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분쟁 거리가 될 수 있다. 저쪽도 얌전히 신병을 내놓을 테지.”

하도 애가 많아서 공주나 왕자를 쓰다 버리듯 하는 놈들이다. 이 녀석의 이명이나 인기도 좀 잘 싸워서 한동안 뜬 것뿐. 한번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금방 묻혀버리는 게 저쪽 나라. 저런 멍청한 짓을 하니까 인재 부족으로 밀리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가감할 필요 없네요오~! 그것참 기쁜 소식이에요오~!”

“기쁘다니?”

“로키시 님도 그렇고, 에키시 님도 그렇고, 좀체 볼 수 없는, 아니, 이 세상에 당신네들 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 나간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참에 강도나 구조도 확인하고 싶고. 해부까지는 무리더라도 우리 측 인력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인력으로 쓴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사족보행 가축이란 대부분 그런 거죠오~? 안 그래도 마차로 이동하는 것도 귀찮았고오~! 너무 느려서 가끔은 답답해질 때도 있으니이~! 우힛, 쓸려고 하면 어디든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상이 크게 펼쳐져버리고 마네요오오~! 우히히힛~!”

“미친 건가…”

“파이는 저렇게 말했지만 적당히 할 겁니다. 네, 적당히요.”

내 질린 듯한 목소리에 와이가 그런 반응을 해오지만 전혀 믿음이 안 간다. 팔다리를 자른 후 어디다 써먹을지 고민하는 미치광이 년들. 생각해보니 원래 이런 년들이었구나 납득해버렸지만 그리 생각하니 이후 카울의 미래가 불쌍해졌다.

“혹시 동정하시는 건 아니죠?”

“너희들 손에 그 꼬락서니가 날 거라 생각하니 그 자리에서 내 손으로 직접 전부를 분질러야 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누나 팔도 그렇고 가라앉았던 화가 계속 솟아오르니까 말이야.”

“직접 뽑으실래요?”

“그렇다고 진짜 뽑겠냐…”

됐으니까 안내하라는 식으로 턱짓을 하며 일어섰다. 코, 이마, 인중에 붙은 거즈를 떼어내고 완전히 아물어버린 상처를 긁적이면서. 발차기 하나로 암벽도 뚫어버릴 년에게 맞았지만 멀쩡한 내 몸. 누나보다 딸리는 점은 많지만 힘과 내구력 하나만큼은 축복받았구나 싶은 마음에 어깨가 으쓱여진다.

“아, 맞아.”

““?””

그렇게 두 사람을 이끌어 길을 걷는 도중에 문뜩 떠올랐다.

오늘 있었던 그 수상쩍은 의심…

이젠 풀 때가 됐다.

“누나 일어나면 좀 전해주라.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슬슬 알아야 하겠다고. 정말 웬만하면 모르는 척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이젠 직접 들어봐야겠어.”

“말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저희도 알고 있는데요오~?”

“누나 입으로 듣고 싶은 거야. 스노랑 접촉한 게 이번 사건의 계기로 보이니 맨 먼저 누나에게 물어보는 게 순서겠지 싶거든. 그리고 말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인연을 자르도록 한다고 전해.”

“무서운 협박이네요오…”

“그러나 로키시 님에겐 효과적이죠.”

후회할 거란 말을 하더니 그대로 내 앞을 서서 길을 안내하는 두 사람. 이득고 주방 바로 옆에 나타난 거대한 지하 계단을 지나 그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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