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노출 접대(2)
갑작스럽지만 스노의 동료 차오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노추르에 거점을 둔 거대 상회의 젊은 여주인이다. 본래라면 서브 히로인 카테고리에 속하는 일종의 게임 캐릭터였지만 외형이나 설정이 썬처럼 리메이크 당해서 에키시가 못 알아보는 비운의 여자가 됐다.
수전노, 보기 드문 흑발, 수상스러운, 그런 캐릭터에서 차이나 계열의 평범 히로인으로 강등. 흑발 자체도 노추르에서 쉽사리 볼 수 있으니 그리 짙은 캐릭터성을 띠진 않으며 상회도 정당히 물려받은 것으로 한 가지 특징을 빼면 이렇다 할 눈에 띄진 않는 여자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높은 상승 욕구를 손꼽을 수 있다.
신분에 관한 집착이랄지, 권력과 돈을 원한다.
말 그대로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어떻느냐, 이 나의 화려한 지체는?”
“완벽합니다. 아무리 그 남자라고 해도 아가씨의 그 모습엔 당해낼 수 없을 겁니다. 아가씨의 몸을 시야에 둔 순간 영혼이 쏙 빠진 얼굴을 하시겠죠.”
“후후후! 그렇느냐, 그렇느냐, 아하하~!”
자신의 시종(알몸의 남성)앞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크게 웃는 차오. 빵머리로 예쁘게 올려놨던 흑발을 어깨까지 예쁘게 내리고 잘 단정된 음모와 핑크빛 유두를 자랑하면서 건방진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외형은 블랙우드 가문의 여식과 흡사해서 로키시의 여동생이나 딸이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의 천박함이 묻어 나오고 있다.
가슴은 적당히 있으며, 예쁘게 한 눈 화장에, 유두나 보지에는 가리개를 붙여 음란도를 더한 모습. 노추르에서는 가끔 볼 수 있지만 정말로 가끔일 정도로 성적으로 좋지 않은 꼴이다. 오늘 노추르에 그들을 불러낸 차오는 에키시를 대접할 생각으로 의욕이 가득 차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나 과한 꼬락서니.
그렇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는다. 에키시의 비위를 맞추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너무나 매력적이니까. 권력을 포함해 상승욕이 강한 그녀의 눈에 보이는 에키시라고 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약한 바보 귀족일 뿐. 이거라면 절대 넘어온다고 들떠있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후후, 준비는 만전. 약도 먹었고 밤에 덮쳐져도 괜찮으니라. 음식은 정력에 관련된 것으로 준비했으니 하루 종일 울근불근 상태에 돌입할 테지. 그렇게 된다면 도저히 바캉스를 즐길 분위기는 아닐 터. 육체관계를 맺는 것으로 그 블랙우드 가문과 이어질 수 있다니 아주 간단한 일 아닌가?! 게다가 그 스노가 바라는 우수한 수컷~! 잘하면 우리 상회를 이끄는 기둥이 될 수도 있을 터다~!”
“그 말 그대로입니다. 어느 쪽으로 일이 굴러가든 당주 님께 해가 되는 일은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당주 님이 명한대로 모든 것을 준비해놨으니 실패하는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을 겁니다.”
“아하하하핫~! 혹여나, 일이 너무 잘 풀려서 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노라~! 혹시 마른 날벼락이라도 떨어지는 게 아닐까~?!”
“그 벼락조차도 당주님의 승리를 기뻐하는 축포 같은 것이겠죠.”
“오호~! 말 재주가 능숙하구나~! 좋다, 좋아, 너무 노골적인 칭찬이었지만 그럼에도 좋도다~! 상으로 보너스를 준비하마~! 다음 달은 기대해도 좋다~!”
“당주님의 넓은 아량에 머리를 들 수가 없군요.”
그녀 개인을 위해 할당된 해변가에서 크게 웃어젖히는 차오.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망상을 하며 기대감을 부풀려대고 있지만 그녀 바로 옆에 서 있는 갈색 피부의 대머리 남성은 그런 그녀를 나무라지 않는다.
그는 어디까지나 시종.
예스맨.
그렇기에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남자. 그 때문에 차오의 마음에 들 수 있었으니 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칭찬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입만은 간신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차오보다 현명한 사람. 검게 빛나는 그 눈도 그렇고 사슴이 연상되는 남성이다.
“후훗~!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그들이 도착한 건 들었다만. 그쪽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 본래 계획대로라면 선착장에서 네 부하를 만나게 해 이쪽으로 데려올 게 아니었던가?”
“듣자 하니 선착장의 관광 상품을 보며 한 바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접촉은 이미 끝마쳤으므로 곧 이쪽으로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광 상푸움~?”
“이쪽의 다산 문화에 관해 흥미가 많으시더군요. 남성기를 본뜬 그것을 많이 사셨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우리 쪽 상회에서 판매하는 것도 몇 준비했는데 그걸 선물로 드리면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오오, 이 눈치가 좋은 녀석~! 이번에 온 신입이 일을 아주 잘한다 들어서 큰 자리를 준비했다만 정답이었나 보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척척해내는 것도 그렇고 네 녀석에게 흥미가 생겼노라. 어서 네 녀석의 이름을 말해 보록. 노추르 대상인 이 차오가 특별히 그 이름을 기억해두마.”
“영광입니다. 제 이름은 보무라 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 감사합니다.”
“후후, 좋다. 네 이름을 똑똑히 기억했노라. 이번 일이 끝나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실수 없이 움직이도록.”
“네, 당주님.”
머리를 숙이고 저 멀리 안착한 커다란 별장으로 돌아가는 보머. 그런 가벼운 취급에도 불만은 없는 건지 여전히 딱딱한 모습이다. 반면 차오는 느슨한 얼굴을 풀고 다시 얼굴을 굳히면서 날카로운 표정을 했다.
“흠, 쓸모 있는 놈이지만 흑심을 감추고 있나. 여상인들을 한가득 먹어치운 늑대 같은 놈이라길래 고용해봤지만 역시 예상대로였노라. 얼굴과 행동거지는 예의 발랐지만 하반신이 움찔거리는 게 멈추질 않았지. 단순히 발기하는 정도도 아니고 여성을 억누르려는 걸 억지로 참는 그 움직임은 좀 무서웠노라. 저런 신사스러운 분위기로 대체 몇이나 되는 여자를 울렸을지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구나. 자칫하면 나도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저건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후 낮게 몰려들어오는 바다 쪽으로 신호를 보내는 차오. 그 순간 물가 안에서 사람의 인영이 하나 나타났지만 그녀는 당연한 걸 바라보듯 하고 나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이 나라는 좋노라. 남자의 본성(자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야. 침대 외교라는 게 바로 이런 게지. 그 남자의 본성은 어떨지 아주 궁금하구나.”
덕분에 쓸데없는 짓을 안 해도 좋다며 크큭 웃는 차오. 이득고 저 멀리서 남성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그런 걸 신경도 안 쓰고 해변가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에키시 일행을 기다린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언제나 즐거운 건지 그런 기다림조차 즐거워한다. 그녀 개인으로서는 에키시에게 나쁜 인상을 품고 있진 않았다. 세스트 그 돼지에게 덮쳐질 뻔한 건 에키시와 접점을 가지기 위해서 일부로 저지른 일이지만 그럼에도 실패할 확률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나름 신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소문이 소문뿐일지, 아니면 소문이 현실일지, 스노의 이야기에 따르면 여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건 맞지만 본인은 좀 힘겨워한다는 말투였는데… 그때 그 만남도 그렇고… 흐음…”
신사적인 쪽이 몸을 겹쳤을 때 편하다면서 은근히 그쪽이길 바라고 있다. 아예 호감이 없는 건 아닌 건지, 외모지상주의의 면모도 있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미청년을 농락할 생각을 하며 또 말도 안 되는 기대를 부풀린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싶은 무렵 저 멀리서 번쩍하고 신호가 왔다.
‘응? 의외로 빨랐구나. 선착장 주위를 쭉 둘러보고 올 것 같았는데…’
차오의 개인 해변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수풀 사이로 깨끗이 정비된 도보를 통해 와야한다. 그 수풀 안쪽에서 거울 같은 것을 태양에 반사시켜 신호를 주는 부하들. 차오는 얼굴 표정을 가다듬고 자신 안에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에키시를 대접하는 겸 유혹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태로는 안되니 말이다.
“이런 곳도 있나.”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네요.”
“풍경이 질리지가 않아서 좋았습니다. 공기도 맑고 몸을 움직이기에 딱 좋은 환경이군요.”
“개방감이 장난 없어, 우후후~!”
차오가 캐릭터를 가다듬는 사이 그들이 다가온다. 각자 여기까지 오는 길을 만끽한 건지 아직까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버리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서로의 의견을 내뱉었다. 바로 옆에 붙은 알몸의 호위병이 자기 할 일을 끝마쳐 떠나간 후에도 그 자그마한 소란은 계속됐으나…
“아, 에키시 선배~!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아… 아아… 앗……?”
“엉?”
“““?”””
차오의 한 마디로 분위기가 뚝 끊긴다. 즐겁게 떠들고 있던 여자들 대부분이 차오를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반대로 차오는 후배 캐릭터를 만드는 겸 그들을 진심으로 반기며 방긋 미소 지었으나 그녀 또한 그 자리에서 경직하고 말았다.
‘뭘까, 저게?’
그 한마디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데 1초.
‘어째서 공주님들의 목에 목줄을 걸고 당당히 걷고 있는 게냐.’
그 의문을 머릿속에 품는데 2초.
‘게다가, 당하는 측도 엄청 당연한 얼굴로 개의 꼬리나 머리띠 끼고 있고…’
에키시와 그녀들의 상태를 확인하기까지 3초.
‘뒤따라온 시종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데…’
의문을 정리하기까지 4초.
‘역시 소문 그대로인가?’
에키시가 귀축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총 5초가 걸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비위를 맞출 수밖에.’
차오가 몇 초 경직한 사이 에키시가 그녀의 상태를 눈치챈다. 자기를 따르고 있는 여자들의 상태를 확인한 후 아차 싶었던 건지 그 경직을 납득하면서도 억울하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황급히 입을 열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혹시 네가?”
“네, 네네, 제가 여러분들을 초대한 상인인 차오입니다. 이렇게 다시 봬서 반가워요 에키시 선배님.”
“아하아~! 이번에 노추르에 초대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시 소개하마. 나는 블랙우드 가문의 장남 에키시·블랙우드다. 설마 그때 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라서 지금도 좀 당황스러워. 혹시 그 이후 무슨 일 있진 않았니?”
“아뇨아뇨~! 아무런 일 없었어요! 그보다 초대는 제가 했으니 오히려 선배님께 폐를 끼친 게 아닌지 걱정했답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보다 나도 학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누군가에게 선배 소리를 들어도… 그, 좀 곤란한데…”
“그건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도움을 주시기도 했고 제 마음이라 생각하셨으면 해요.”
“그러냐?”
“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에, 뒤에 계신 분들은 왜 저런 상태이신지…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먼저 물어봐도 될까요~?”
“뒤에 여자들은 신경 쓰지 말아. 저쪽이 자진해서 하고 있는 거니까 절대 내 취미가 아니라는 점 알아줬으면 한다.”
“아아, 예. 혹시 방해했나 싶어서 당황했어요.”
“그럴 리 있나. 기껏 초대해줬는데 먼저 감사를 말하지 못할망정.”
그럴 생각 추호도 없다며 오해하지 말라고 하는 에키시. 차오는 스노의 말을 이제서야 이해한 건지 에키시의 변명을 그대로 수용했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히 후배 캐릭터를 무너뜨리진 않은 건지 건방진 말투가 튀어나오진 않았다.
“아, 혹시 내가 너무 친근하게 대했나? 불편하진 않지?”
“아뇨, 생각보다 친근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 작위도 뭣도 없는 상인인지라 선배님이 곤란해하실 거라 생각했거든요. 첫 만남도 좀 이상했고 이상한 이미지가 심어지지 않았을까 고민했는데 덕분에 안심했어요.”
“그럼 다행이고.”
‘덕분에 농락하기 쉬운 타입의 남자라는 걸 알았노라. 뒤에 있는 공주님들의 꼬락서니는 좀 무섭지만 스노의 말뜻도 알았으니 이상한 오해를 할 필요는 없겠구나. 오늘로 거의 첫 만남이나 다름없는 후배에게 이상한 짓거리를 할 정도의 배짱은 없는 남자다.’
차오도 나름 천박한 꼴이었지만 부끄러움을 드러내진 않았다. 에키시에 대한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바로 행동으로 움직인다. 에키시의 시선에 맞춰서 「이 섬 특유의 수영복이에요」라며 자신의 몸을 어필하는 둥 첫 만남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크으흠…”
‘얼굴로 바로 드러나는군. 반응이 동정스럽노라.’
그렇게 여자들을 먹어치운 것치고는 평범한 반응에 차오가 웃었고 그대로 시선을 옮겨 알몸으로 개 흉내를 내는 여자들에게 다가가 인사한다. 그런 꼬락서니를 하고 있어도 각국의 공주님들이다. 차오는 일단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겉으로만 진지하게 인사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차오라고 합니다. 에키시 선배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아뇨,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즐거운 바캉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디 딱딱한 말투는 하지 말고 평범하게 대해주세요.”
“맞아, 굳이 인사를 나눌 필요도 없는 사이니까 말이야.”
“로키시 공… 쉿… 에키시 공에게 들려요…”
“흐흐흐…”
당연한 소리지만 스노의 소개로 인해 그녀들은 이미 안면을 튼 상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때 그 소녀에게 답례를 받았니 뭐니 하는 건 전부 거짓말. 에키시를 학교에서 끌어내기 위한 작전일 뿐이었다.
그러나 에키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이 휴가에 발을 들였다.
이 한 달간, 자기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는 걸 모르고.
그의 마지막 휴가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