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노출 접대(1)
시종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건 물론이요 여성진이 전부 일어나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 깨달았다. 「이 미친년들 오늘 당장 떠날 생각이구나」라고. 그리고 내 불길한 예감은 대게 틀리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광경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새하얀 하늘, 넓게 펼쳐진 바다, 배 여기저기에 내려앉은 푸른 새…
행동이 너무 빠르다고 이 미친 것들아…
정리가 끝나자마자 출발해서 점심이 지나 저녁 무렵에는 선착장에 도착해 배에서 하룻밤 보내듯 하고 새벽에 섬에 내리니 이 꼴이다. 가족들이 갑자기 해외여행을 떠나자면서 여권을 챙기고 그날 당일 먼 나라로 여행을 간 것과 똑같은 이치다.
대체 뭐가 그리 즐거워서 이렇게 날아온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여행 날짜를 넉넉히 잡아서 한 달은 돌아다닐 거라고 한다. 물론 섬에서의 한 달은 아니고 도중에 호모우 왕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니까 그렇게 잡았다는데 난 그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 급하게 온 거 아냐? 혹시 나 몰래 무슨 일이라도 벌이고 있나? 너무 수상해서 의심이 떨어지질 않는데…’
정말 이러지 말아 줬으면 한다. 안 그래도 누나와 스노의 건에 관해 일부로 물어보지 않고 있는 거다. 물어보지 말아 달라는 것을 억지로 물어봐서 화를 보는 케이스는 많다. 그런 소설이나 만화에서 나올법한 시츄나 정해진 약속 같은 것을 피해냈는데 이러면 다시 물어보고 싶어지잖냐.
“꿍한 분위기를 뿌리고 계시네요. 혹시 뱃멀미라도 하셨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냐.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말이야.”
“일에 관련된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은 이 경치를 즐겨주세요. 기껏 학교를 나와서 바람을 쐬게 된 거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고민에 빠져있다 보니 멍하니 있었나 보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썬이 옆에 붙어서 뚱한 표정을 짓는다. 배에서 내린지는 꽤 됐지만 주변 환경을 머리에 넣을 정도로 제정신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정신 차려보니 선착장의 벤치에 앉아 있다니 몽유병인지 의심해야 할 수준이구나.
‘일단… 정신을 차릴까… 기껏 이런 나라에 왔으니… 일단 즐겨야겠지…’
망상의 나라에서 현실로 휙 돌아왔다. 코를 타고 들어오는 선착장 특유의 바닷내와 비린내가 날 반기면서 주위 풍경이 머릿속으로 확 들어왔다. 배가 늘어진 선착장은 여타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모래사장은 사람들이 늘상 망상하는 그런 깨끗한 해변가다.
아니지, 자세히 보면 이쪽도 깨끗한가?
솔직히 놀랐다.
생각 이상이야.
물이 너무나 깨끗이 비치고 있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다 보인다. 멀리서 보면 배가 공중에 붕 떠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깨끗한 것이 평소부터 이 주위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알몸?”
“네, 사전에 말했죠?”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 충격적인 광경이군.’
선착장 특유의 나이가 좀 있는 벤치. 거기에 앉아 있는 내 앞으로 순진무구한 얼굴의 소녀들이 지나간다.
알몸으로.
내가 제정신을 차릴 동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우리 쪽 여자들. 그런 그녀들에게 헌팅을 하는 듯 말을 걸어오는 푸른 머리를 가진 젊은 소년들이 보인다.
알몸으로.
우리 쪽 시종들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걸 선착장에서 일하는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들이 그것을 돕고 있다.
알몸으로.
저쪽도 알몸, 이쪽도 알몸, 드문드문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지만 그 대부분이 알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노출도가 높다. 수영복을 파는 곳이 있나 싶어서 거기에 시선을 보내도 그게 수영복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천 쪼가리인 것도 있었고. 또 그것을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사이즈를 맞추는 우리쪽 여자들의 굵은 신경줄에 감탄했다.
각자 자신의 컬러에 맞춰서 수영복을 고르더니 서로의 몸에 대보고는 이게 괜찮은지 저게 괜찮은지 진지하게 확인하고 있다. 그 모습이 눈에 띄어서 날파리들이 슬그머니 다가가지만 누나가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를 내자 단번에 깨갱 소리를 내면서 떠나가는 것도 그렇고 나 홀로 메르헨의 세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어째서 남성용 C 스트링 같은 걸 고르는 걸까? 하드한 부메랑 타입도 그만뒀으면 좋겠는데. 음모를 정리하지도 않았고 만약 정리했더라도 입을 생각 없어. 난 생전부터 바다엔 바지만 입고 뛰어드는 사람이었단 말이야.’
나를 보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 왜 그걸 가지고 내 앞으로 오는 건지 물어보고 싶지 않다. 나를 보면서 능글거리는 표정을 짓는 이유가 뭘까. 왜 벌써부터 바캉스 분위기를 내고 있는 거냐고.
“썬, 썬, 너는 뭐가 좋겠니? 난 이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
“아니지, 우리 에키시에겐 이게 딱이야!”
“어느 쪽이든 에키시 공의 의향을 무시하는 취향이네요…”
“미친 건가…”
나와 관련된 거라면 무엇이든 긍정해주는 여자 썬. 그런 그녀가 감탄해 할 정도의 디자인이다. 부메랑 타입의 수영복은 고간 부분에 태양의 문양이 박힌 고약한 것. C 스트링은 불알 부분에 불꽃으로 불타는 야구공 두 개가 박혀있다. 어느 쪽이든 절대로 고르고 싶지 않은 수준에 감탄마저 나온다.
“그렇게 이상한가요? 정력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멋진 거 같은데요.”
“노추르 나라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받아질 것 같지 않아?”
“그걸 입을 바에야 차라리 전라로 수영하겠다. 누디스트 비치가 기본 스타일이라면 알몸으로 수영해도 문제없을 테고.”
“어머나.”
“그 정도로 싫어?”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어! 왜 좋아할 거라 생각한 거냐!”
““?””
“흑백 쌍으로 얼빠진 표정 하긴?!”
누나와 아이도 서로 마음이 맞을 때가 있는 건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면서 정말로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다니. 이런 와중에도 레인은 파이와 와이를 양옆에 끼우고 자기 취향의 노출도 높은 옷가지와 좀 음란해 보이는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다.
아무래도 이쪽은 남성기나 여성기 또는 다산에 관련된 신을 숭배하는 성향이 있는 건지 그쪽 관련이 상품이 많았다. 관광 상품으로 팔고 있는 모양이지만 보통은 손대지 않을 텐데 저 음란 젖소 자매와 변태 공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바라보며 하아하아 거린다.
자지 형태의 무언가가 양옆으로 달려있는 머리띠, 아이가 쓸법한 쪽쪽이에는 크게 선 유두가 달려있는데다, 수영복도 천 쪼가리 이상의 추잡스러운 것이 잔뜩. 어쨌든 남근 형태의 장신구가 많다는 점이 무섭다. 레인이 머리 위에 그런 변태스러운 머리띠를 달고 이쪽을 바라봤을 때는 소름조차 돋았다. 게다가 손에 쥐고 있는 훈도시 같은 그것은 이미 수영복조차 아니지 않은가. 여긴 로마는 무슨 일본도 없다고.
“아무리 알몸의 나라라고 불리지만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다 뭐 저렇게 추잡한 것만 골라서 사는지… 여행을 왔다고 해도 너무 들뜬 게 아닐까요…?”
“와이? 너 지금 자기가 뭘 쥐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저는 적당히 샀어요. 에키시 님이 봤다시피 제가 산 것도 열쇠고리 같은 거고요.”
“그래서, 그 음탕한 모양의 열쇠고리는 대체 어디에 달았지?”
“말로 하기 부끄럽습니다만.”
“………………”
와이의 연구복에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진다. 배꼽에서 가슴을 타고 유두 위로 올라가는 손가락. 그리고 검지 끄트머리에 걸린 피어스에는 여태까지 만져본 적 없는 남근 형태의 무언가가 함께 달려 있었다.
“아아, 앗, 사, 살살… 부탁드립… 으읏~?!”
“대체 언제 달아버린 거야… 손도 빠르기도 하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녀석은 파이와 똑같은 타입이다. 혹시나 싶어서 바지 지퍼를 내려 팬티에 손을 넣고 클리를 만져보니 그쪽에도 달아놨다. 지금 이 변태 연구원은 유두와 클리에 남근 형태의 장신구를 달고 있다는 의미다. 잽싸게 사서 그 자리에서 걸어버린 모양이지만 너무 대담해서 할 말을 잃었다.
“에키시 공도 참, 모두가 있는 곳에서 팬티에 손을 넣고… 아직 해변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썬, 너 쨍쨍 내리쬐는 태양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진 거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런 반응을 해버리면 정색해버릴 수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태양을 비유로 드는 에키시 공이 밉습니다. 예전에 그걸로 자주 놀림당했거든요.”
“그럼 좀 정상인 반응을 해주라. 진짜 지친다.”
불만을 토로하면서 팬티에 넣은 손을 빼고 손목을 흔들며 물방울을 털어냈다. 그 광경을 본 몇 남성들이 「애액 아냐?」라면서 그 물자국을 흥미롭게 바라봤지만 난 그쪽에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 그게, 뭐 때문에 화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지에 와서 관광상품을 사는 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 아닌지요… 일단 평범하게 파는 거고 주위에도 달고 다니는 사람이 꽤 있는데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만 여긴 로마가 없다고.”
“로마가 뭡니까?”
“아니, 말을 잘못했다. 어쨌든, 좀 불편하다 해야 할지, 대놓고 여기서 다는 것도 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리 여기가 개방적인 분위기라고 해도 너희들까지 그럴 필요 있는 거냐…”
“개방적이라니, 여기선 보통이잖아?”
“오히려 우리가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옷을 입고 있는 우리 쪽이 이상한 거잖아요?”
“그런 정론이 마음에 안 들어… 대답이 한결같은 것도 말이야… 뭐야… 혹시 짜놓기라도 했냐…?”
어째선지 내 쪽이 떼쓰는 어린애가 된 것 같았다. 여기에 온 여행자는 보통 옷을 입고 있다고 들었는데 왜 이쪽은 적극적으로 벗으려고 하는 걸까? 파이나 와이라면 몰라도 나머지 사람들은 그럴 위치가 아니잖아. 이곳이라면 공주라도 벗고 다녀도 나무랄 사람 없겠지만 뭔가 석연찮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해…
으음, 으음, 나 혹시 이 녀석들에게 속고 있는 건가?
혹시나 싶어서 그녀들의 이마에 내 이마를 대고 한 명씩 얼굴을 둘러봤다. 그런 태세가 부끄러운 건지 눈을 돌리거나 하는 녀석도 있었고 대놓고 입술을 들이미는 녀석도 있었지만 그 대부분이 흥분에 가득 차 있었음을 알았다. 어쩐지 반응이 음탕해서 내 좆침반께서 빠밧 서버린 후 「유죄~!」를 외쳐버리고 말았다.
“아, 그게 아닌가. 혹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노출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었냐? 학교에서 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고 여기라면 당당히 해도 그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으니까.”
“앗.”
“눈치도 빠르셔라.”
“그걸 반응하면 어떻게 해요?!”
“그래도 알아버렸으면 어쩔 수 없지 않아?”
“이 녀석들이 진짜…”
너무나 당연한 결과에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이 녀석들이라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결론은 「내 명령을 받아 벗고 싶다」라는 것. 나야 좀 거부감이 있지만 주위 사람들이 알몸으로 바글바글 걷고 있어서 그런지 나도 군중심리에 휩쓸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휩쓸리고 있나?
다른 사람들은 다 알몸인데 혼자 옷을 입고 있다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버려서 곤란하다. 찜질방에서 다들 옷을 입고 찜질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 알몸으로 올라가버린 것 같은 어색함이다.
“어쩔 수 없지…”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어쩔 수 없지만…
그녀들도 플레이상 즐기길 원하고…
아무 문제조차 없다면…
허락할까? 라고 생각한 순간…
“혹시 허락해줄 거라면 이건 어떠신가요~? 혹시나(역시나) 이럴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인원수대로 목걸이를 준비해왔거든요~! 다들 알몸이면 사람들 틈에 끼여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역시 알아보기 편하게 구분을 짓는 편이 좋겠다 싶었어요~! 이런 살색투성이의 세계니까 전원 알아보기 편하도록 빨간색으로 통일했지만 나름 나쁘지 않죠~?!”
“……………”
“아, 난 좋아.”
“레인 치고는 센스가 있는 선택이네요.”
“목걸이에 주인과 제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만… 혹시 파이나 와이의 도움을 받으신 겁니까…?”
“아뇨, 직접 제작했답니다! 이런 건 직접 만들고 주인께 차는 걸 허락 맡아야 흥분이 되니까요! 하아! 하아! 하아아아앙! 저면서도 완벽한 초이스에요! 오호호호!”
‘이게 우리(레즈우) 공주님이라니… 한때 잠깐이나마 이 여자에게 공주님 포스를 느낀 나… 부끄러워 죽고 싶다…’
다시 상기하지만 여기는 다른 사람들이 잔뜩 걸어 다니는 선착장이다. 그런 곳에서 무릎을 꿇고 하아하아 숨소리를 내면서 내게 목걸이를 바치는 레인. 알몸의 남녀가 이쪽을 바라보면서 수군거리는 그 모습은 여러모로 버티기 힘들었다.
“자, 어서 명령하세요! 제 머리를 밟으면서 알몸이 되는 걸 허락해주는 거예요! 아앗,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완벽한 시추에이셔어언~! 우후, 우후우, 후우윽~!”
“………………”
여행에 온 걸로 들떠서 그런가? 평상시라면 플레이 내용까진 요구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그런 공주님을 위해서 머리를 밟아주는 나는 정말로 나쁜 남자인 걸까? 정말로 모르겠다. 누군가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크흠, 그렇게 벗고 싶으면 마음껏 벗어라 이 변태 년아. 네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알몸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그 추잡한 목걸이에 목줄을 이은 다음 질릴 때까지 산책시켜 주마.”
“으흐읏~! 멍멍~! 멍멍~!”
자연스럽게 개 흉내를 내면서 내 다리에 뺨을 비비는 레인 공주.
“다음은 저로 부탁드려요!”
“나도~!”
그걸 보고는 혹시나 자기 차례가 밀릴까 손을 들어서 방금 그 플레이를 요구하는 흑백 콤비.
‘됐어… 예상 못 한 것도 아니고… 내 정신건강을 위해 태평하게 받아줘야지…’
여성진들의 음란한 시선과 주위의 기묘한 시선이 섞인 가운데.
나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