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여체 하렘 - 2권 〈마무리〉
두 사람의 키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와 오래간만에 가족끼리 오붓한 섹스, 관음에 푹 빠져버린 썬은 그 두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가 그들이 섹스하는 것까지 구경했고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검집 플레이 도중에 로키시가 했던 말을 썬도 듣고 있었기에 그다음 날은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 왜 에키시 공에게 그런 말을 불어넣었냐면서 로키시를 추궁해버린 거다. 자기네들만의 비밀로 남겨둘 생각이었는데 그런 말을 내뱉어버렸으니 썬이 당황해버렸으며 아이도 약간의 불만을 표했다.
그 외에는 평소대로.
너무나 평소대로.
에키시는 여전히 자기 근처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 채 그녀들만이 암약한다. 이젠 밤만 되면 불타는 홍등가가 된 쁘띠 왕성. 붉은빛이 밖까지 일렁이는 그 불야성에 들어가는 그녀들. 자칫하면 위험한 꼴을 당할 수 있는 장소인데도 성큼 발을 들이는 것이 이 장소에 대한 위험함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았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놀랐음. 게다가 아이 공주님까지? 저번에 로키시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 왕성까지 찾아온 게 마지막이었으니… 흠, 시간이 꽤 됐음…”
그야 그럴 것이 그녀들을 응대하는 것은 스노다. 자그마한 몸집에 위험함이라곤 1도 없는 소녀. 그 내용물은 에키시보다 나이가 많은 무언가지만 바로 옆에 로키시도 있겠다 아이 일행은 위기감을 지워버린 채 그녀의 방에서 그 현자와 대면한다.
“그런가요? 며칠 되지 않았을 텐데요… 그때 왕성에서 이야기도 거의 다 끝냈고… 그렇게 긴 시간이었던가요…?”
“너희들과의 협상에 성공하면 우리 작전은 훨씬 더 수월해짐. 그래서 나에게는 긴 시간으로만 느껴졌음. 만에 하나 실패할 수도 있었으니 말임. 이렇게 찾아온 걸 보니 이번 이야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음, 내 예상이 맞음…?”
“후훗, 네, 안심하세요. 우리들 모두 납득하고 있으니까요.”
스노의 말에 빙긋 웃는 아이. 그녀의 뒤에는 로키시를 포함해 에키시와 관련된 여성 대부분이 있었다. 말을 꺼내는 건 그녀뿐이고 나머지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스노에겐 압박이 된다.
“에키시나 로키시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여러모로 고민했으니까요. 아, 기뻐하셔도 좋아요? 지금은 결론 내렸어요. 지금의 레즈우는 저도 마음에 들지 않고 원래부터 하나 된 나라였다면 그걸 다시 되돌려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거든요. 두개로 분열된 나라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진부하게 표현하는 건 그만두길 바람. 어차피 서로가 서로의 의도를 알고 있잖음? 남자 하나에게 깊게 빠져서 그 어미에 관한 복수마저 돕다니. 당신의 사랑은 참 깊고도 무섭다고 생각함.”
“그렇게 말해주니 영광이에요. 저도 나름대로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요즘엔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해서 좀 자중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이야기를 들으니 참을 수가 없어졌어요. 에키시의 어머니를 죽인 왕에 대한 것도, 로키시의 혈통에 관한 것도, 그 전부가, 그가 들으면 아주 슬퍼할 일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이야기가 남편 될 사람의 귓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을 끝내놓겠다?”
“네, 바로 그거랍니다. 저희 남편 될 사람은 근심 없이 우리들만 바라봤으면 좋겠거든요. 기둥서방이라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가 에키시에게 바라는 남편상은 바로 그런 거라서 이런 부분은 양보할 수가 없네요.”
그런 이야기냐면서 납득하는 표정이 되는 스노. 어쨌든 아이 공주의 협력이 제일이었으니 최고의 결과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군소리는 흘러나왔다.
“나야 기쁘지만, 에키시에겐 미안한 일임. 겨우 블랙우드 가문을 나와 어깨를 피나 했더니 이번에는 너희들에게 잡혀 기둥서방 취급이라니. 언제까지라도 무능 귀족 취급을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싶음.”
“무능한 걸로 된 거예요. 우리 남편은 우리만 사랑해주면 되니까요.”
“흠, 고민한 나만 바보가 되는 꼴임. 우리를 배척해야 할 사람이 사랑에 푹 빠져 도움을 주려 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싫어하는 건지 스노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구겨진다. 입술을 삐쭉 내밀어 입고 있던 교복을 손바닥으로 탈탈 털어내는 것도 그렇고 불편한 티를 내고 있다.
“전 긴 이야기를 싫어한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좋음.”
“그럼 말하겠습니다. 그때도 말했지만 저희가 요구할 것은 몇 가지 없어요. 레즈우 왕국을 망가뜨리든 말든 솔직히 흥미 없거든요. 그저 블랙우드 가문에 대해 손찌검하지 않길 바라요. 이 나라를 하나로 합쳐서 에키시를 새로운 왕으로 만드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요.”
“결말에 관해서는 이미 말한 적 있고 나도 수긍했었음. 그보다 과정을 말하고 싶은 거임. 블랙우드 가문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니 세스트나 레즈우 왕의 처우에 대해 의논하고 싶음.”
그 말에 아이의 시선이 움직여 레인 쪽으로 향한다.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핑크 드레스 차림으로 손날을 목에 대 휙휙 그어버리는 자세를 하며 세스트의 처우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스트 그 돼지 왕자에 대해서 말인데요. 지금 몇 명이나 되는 여자를 먹어치웠나요? 그가 벌이는 멍청한 행동을 바탕으로 레즈우 왕을 규탄하는 거잖아요? 만약 아직 일을 크게 못 벌였다면………”
“필요 없음. 저 성욕 돼지를 무시하지 말아주길 바람. 한동안 방목했더니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일을 크게 벌여버렸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레벨로 일을 저질렀음을 알려두는 바임.”
“아, 그럼… 레인도 저런 식이니… 살려둘 필요가 전혀 없겠네요…?”
“다 끝난 후에는 응당한 처치를 하도록 하겠음.”
“그러면 레즈우 왕의 신변만 이쪽으로 넘겨주세요. 모두의 앞에서 공개적으로 처리를 하는 것으로 에키시가 왕이 되는 것에 관한 정당성을 확보할게요.”
“타당한 의견임.”
아주 짧은 대화가 오고 간 후 서로의 눈치도 오고 간다. 그리고는 모두가 한결같이 창문이나 벽을 바라보고는 곧 로키시나 썬이 괜찮다는 신호를 내리자마자 다음 의견이 나왔다.
“그럼, 짐승 공주는?”
“벌써 꺼낼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요. 지금도 동료잖아요?”
“가족 같은 동료이긴 함. 그렇지만 뒤통수칠 때는 한순간임. 레즈우 왕국이 휘청인 시점에서 나를 배신하고 이 나라 전체를 쓸어먹을 거임. 바로 최근에 좀 떠보니 내 말대로 해준다고 하면서 뒤로는 부하들을 준비하고 있었음.”
“저쪽도 바보는 아니라 그건가요…”
세스트를 두고 서로가 서로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움직이는 시기. 동료였던 시절은 좋았지만 학교에 잠입해 쁘띠 왕성이라는 거점을 챙긴 이상 지금부터는 서로 복마전을 벌이고 있다며 본심을 털어놓는다. 그 푸념을 들은 아이는 자지가 지내던 왕성이 떠올랐는지 그녀를 동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이 처리할 수 있겠어요?”
“무리임. 최근에는 세스트 때문인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약도 안 먹힘. 일 처리 도중에 그쪽에서 어떻게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음.”
“흠, 흠, 레즈우 왕국의 공주, 호모우 왕국의 공주, 그다음은 야만족의 공주인가요… 에키시가 좋아할 것 같네요… 이참에 공주님 컬렉션을 모으는 것도 재밌으려나…”
“넌 판단 기준이 전부 에키시임?”
“어머나, 그게 나빠요? 싫으면 방치해드릴까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게 싫으면 트집 잡지 말고 곱게 협력해주세요.”
“끄응… 알겠음…”
로키시는 몰라도 아이에게는 밀리는 감이 있는 건지 입을 굳게 다무는 스노. 애초에 에키시를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이런 일을 벌이는 여자들이다. 제정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뒤늦게 후회하면서 아이가 꺼내는 질문에만 성실히 대응했다.
“그럼, 기왕 이야기가 나온 겸 하나 부탁하겠는데. 우리 에키시도 바보는 아닐 테고 계속 학교에 내버려 두면 결국 움직이게 될 거예요. 혹시 그 부분에 관해 도움을 줄 수 있나요?”
“학교 내에 계속 감금할 수는 없단 거임?”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라서요.”
“흐음… 그거라면… 잠깐 여행이라도 하는 게 어떰…?”
“여행이요?”
“어차피 이곳에 구애될 이유도 없잖음? 블랙우드야 인맥을 쌓기 위해 의무적으로 온 거고. 너희는 언제든 돌아가도 되는 인물. 학창 생활 도중에 잠깐 여행을 떠나는 거야 이상한 일도 아니니…”
“우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준비를 끝내놓겠다는 거네요? 그렇지만 어디로 가면 좋을지…”
“그거라면 내 동료 차오에게 맡기면 됨. 거대 상회의 주인이니 그쪽 방면에도 빠삭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와 함께 뱃여행이라도 즐기는 게 어떰?”
“호오… 밖이라면 신분도 감출 수 있겠고…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어깨를 펼 수 있겠죠… 재밌는 걸 잔뜩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생각해도 좋음. 바캉스니까 하고 싶은 걸 하고 오면 됨.”
“후훗, 나쁘지 않은 제안이에요.”
스노의 말을 격하게 긍정하면서 손을 내미는 아이. 당당히 야외 노출 같은 걸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스노는 그런 아이가 질린다는 듯 억지로 손을 내밀어 서로 악수를 끝마친다.
에키시가 모르는 사이 사건은 점점 커지고 점점 멀어진다.
본인만 모르는 레즈우 왕국 뒤집기 프로젝트.
그가 귀축왕이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1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