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120화 (120/199)

 무능 귀족 - 반란의 밤(4)

에키시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어렸던 그가 그저 그럴듯한 발상을 뽐내 스노에게 전했을 뿐인 이야기. 그것을 직접 실행한 것은 그 세 명이며 나름 어레인지를 해서 이 나라를 집어삼킬 계획을 세웠다.

현대의 몇 나라들이 마피아, 야쿠자, 기업에 집어 삼켜진 것처럼 그럴듯한 권력을 가지고 이 나라를 잠식할 계획이다. 그 이야기도 에키시에게 들은 것을 자기 계획의 일부로 삼았을 뿐인지만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스노의 행동력과 발상은 어딘가 이상한 영역에 있다.

“네 고용주인 카울은 이 나라를 자기 것으로 삼을 예정 아니었어? 왜 망가뜨린 다음 방치하는 것 같은 이야기가 되는 거지?”

“에키시가 아이 공주와 관련됐기 때문임. 다시 말하지만 내 보수는 에키시 또는 그의 지식. 이 나라를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하면 에키시와 관련이 깊은 그 공주가 참견해 올 것. 그러면 에키시는 물론 호모우 왕국과도 완전히 적대하는 길에 설 것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됨.”

“에키시와 완전히 적대하고 싶진 않다는 거네? 거기에 전쟁도 피하고 싶은 거고?”

“당연함. 내가 이 나라의 왕위를 찬탈한 순간 전쟁 확정임. 아주 조그마한 내란 정도면 충분한 일인데 거기까지 할 필요 없잖음?”

“그 후, 에키시를 왕의 옆에 두던가, 아니면 그 아이를 옹호해 왕을 만들던가, 그렇게 할 거라고?”

“맞음. 그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임. 카울이야 현 레즈우 왕가를 무너뜨리고 자기네들의 땅을 되찾을 수 있으면 만족할 테니 한발 물러서줄 테고. 미약으로 레즈우 왕국을 흔들어 현 왕가를 무너뜨린 후 에키시를 옹호하면 금방이라도 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음. 게다가 블랙우드는 대대로 왕가의 피가 섞인 집안이니까 나름 현실성 있는 방안임.”

“미약으로 혼란해진 정세는?”

“에키시가 내 파벌에 옹호된 후 아이가 접촉할 거임. 그 두 사람의 관계상 당연히 두 나라는 합쳐질 테고 난 미약 판매를 중단한 후 정세를 되돌리는 척하면서 그의 옆에 설 예정임. 에키시가 왕이 되든 말든 두 사람은 결혼할 테니 나라 두 쪽이 합쳐지면서 흔들린 정세도 금방 복구될 것임. 안 그래도 커다란 대국이 합쳐질 테니 막 땅을 되찾은 야만족이 쳐들어오기도 뭣할 타이밍. 그러니, 한동안은 조용하지 않겠음?”

“약으로 나라를 흔들어놓고 때가 되면 아예 손을 빼겠다? 마치 나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것처럼?”

“나라 두 쪽이 합쳐졌다고 해도 주도권은 남편인 에키시에게 있을 것. 나는 그의 비위만 잘 맞추면 됨. 왕이 되지 않아도 그 점은 변함이 없을 거임. 레아 사모님의 건도 있고 에키시가 날 나무라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함.”

“내 동생을 괴뢰로 만드는 건 사절하겠어.”

“처음에 비유했던 것을 떠올리길 바람. 왕의 곁에 두는 걸 맨 먼저 예시로 들었음. 네 동생은 스페어. 내가 왕으로 옹호하고 싶은 건 너임.”

“뭐? 날 여왕 삼을 생각이야?”

“각지에서 들어오는 미약에 대처하지 못하고 소란을 일으키는 레즈우 왕. 이득고 무능한 왕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왕의 자리를 찬탈한 여자가 나타남. 알고 보니 그 남자의 탓으로 억울하게 죽어버린 레아 레즈우의 숨겨진 딸.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 범죄의 여왕이 된다. 흠, 흠, 나로서는 좋다고 생각함. 특히 백성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 것임. 내용에 살을 덧붙이면 미담으로도 들릴 수 있지 않겠음?”

“그렇게 미약 사건에 대한 건 싸그리 새탁해 버릴 생각이야?”

“이 이야기에서 가해자는 레즈우 왕. 피해자는 레아 사모님과 너. 미약을 사용해 나라를 엎는다고 하는 짓을 벌였지만 백성들은 금방 납득해줄 거라 생각함. 덤으로 거기에 협력했던 나에 관해서도 말임.”

“진짜 미쳤어…”

“화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길 바람.”

에키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보수 겸 호모우 왕국과 합쳐지기 위한 재료일 뿐이라며 안심하라고 말한다. 지금 카울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도 저쪽에서 힘을 보태주고 있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만약 로키시가 본격적으로 협력해주면 카울을 배신하는 것 또한 생각해주고 있다며 달콤한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보면 양쪽을 배신하는 이야기. 레아의 죽음을 빌미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쓰레기 같은 여자.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임에도 로키시의 마음은 딸랑딸랑 흔들린다. 에키시나 라키시가 이번 일에 끼어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타이밍이니 말이다.

“으으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함? 난 당장이라도 네 도움이 필요함. 빠른 결단 바람.”

“아니, 도와주는 것까진 마음을 먹었지만… 제일 중요한 게 남았어…”

“응?”

스노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녀도 나름 감이 좋은 건지 「분명 변변찮은 대답이 돌아온다」라는 직감을 느꼈다. 당연히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처럼 로키시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된 것도 있다.

“너도 알잖아? 내가 뭘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기준에, 판단을 내리는 방법을.”

“전부 에키시를 기점으로 두고 있는 걸 말하는 거임?”

“맞아.”

“…………”

그 말에 스노의 얼굴이 구겨지다 못해 식은땀이 흘렀다. 자기 출생에 대한 비밀에 가족의 억울한 죽음까지 운운했는데도 결국 돌아온 것은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뿐. 그녀가 얼마나 에키시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살짝 엿보이는 광경에 로키시에 대한 평가를 살짝 수정했다.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에키시에게 숨길 순 없어. 애초에 밤중에 뿌려지고 있는 미약에 대해서도 눈치채서 수색하고 있는 와중이고. 이대로라면 금방이라도 왕성에 발을 들일 테니 네 악행에 대해서도 눈치챌 거야. 거기에 내가 끼여있다고 하면 어떻겠어? 이번에야말로 난 끝장이야.”

“그것에 관해서라면 얼마든지 얼버무릴 수 있음. 네 어머니, 레아 사모님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갑자기 솟아오른 명분이 있잖음?”

“그걸로 에키시가 날 용서할 거라고?”

“레아 사모님이 얼마나 에키시를 아꼈는지는 너도 알 거 아님? 일의 진상을 털어놓으면 그도 레즈우 왕에게 분노할 것임. 마음대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벌은 받겠지만 널 진심으로 미워하진 않을 거고. 라키시 공도 그렇고 그쪽 핏줄은 묘하게 여린 구석이 있으니 벌 자체도 플레이로 끝날 것임.”

그러니 에키시에게 벌을 받는 것에 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며 로키시를 달랜다. 일이 끝난 후 로키시가 여왕으로 즉위할 무렵에는 에키시가 손을 댈 수 없는 상황까지 갔을 테고. 그쯤 돼서 모든 걸 털어놓고 벌을 받는 무렵엔 그건 벌이 아니라 일종의 플레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가…”

“이 부근에 관해서는 나보다 네가 더 잘 것 아님? 나야 보모 노릇을 하면서 짧게 산 게 전부고. 에키시에 대해서도 최근에 조금 알아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쪽은 거의 평생을 같이 살았잖음?”

“그럴 수도… 있겠네…”

그 말에는 로키시도 납득. 애초에 한 번 조교를 한 후지만 그럼에도 에키시는 자기 누나를 진짜로 노예 취급 하진 않았다. 처음 수치를 준 후에는 묘하게 너그러워져서 호모우 기숙사에서 평범히 지냈으니 말이다.

“그럼, 협력한다고 치고 물어볼 게. 지금 에키시네가 널 쫓고 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어떻게 할 거야?”

“한밤중에 뿌린 미약은 왕성에 불러들일 먹잇감을 찾기 위한 것. 지금 이 왕성에서 들리는 신음소리를 들으면 알겠지만 밑밥은 이미 다 깔아놨음. 미약에 의해 암컷으로 타락한 여자들이 수십 명. 그녀들을 우리 파벌로 끌어넣은 후 지인들에게 약을 건네게 하는 식으로 세력을 확장할 거임.”

“노리는 상대를 고르지 않으면 금방 꼬투리를 잡힐걸?”

“당연히 호모우 왕국 측의 귀족들을 타락시키는 건 무리임. 그렇지만 레인 공주와 사이가 안 좋았던 레즈우 왕국의 남자 귀족들은 이미 우리에게 찬동했음. 여자들을 쥐여주니 헤벌레하고 따라오는 꼴임. 겉으로는 세스트 파를 자칭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내 아래에 들어와서 숨을 죽이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있음.”

“그들을 데리고 소국의 유학생들을 노린다 그건가…”

“맛난 먹잇감들임. 일을 크게 만들면 만들수록 레즈우 왕을 비난할 거리가 많아짐.”

“국내, 국외, 그 전부가 소란스러울 때 내 정체를 밝히고 당당히 그 자리를 빼앗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진부한 스토리야.”

“그렇기에 잘 먹힘. 일이 다 끝난 후에는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약물의 농도를 줄여 의존성을 지우고 가격도 문제없이 낮출 계획임. 처음에는 의존성 약물, 후에는 기호품 수준까지, 생산 라인은 나, 차오, 카울이 꽉 잡고 있으니 다른 이들에게 밀쳐질 일도 없고. 우리에게 찬동한 귀족들에겐 여전히 농도 짙은 약을 공급하면서 지반을 다지면 됨.”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 몇 사라지겠네. 약에 의존하다가 정신이 망가지는 귀족이 잔뜩 나올 거야.”

“필요 없잖음? 이런 계획에 끌려서 약에 굴복할 정도의 바보들은 두 나라가 합쳐진 이후 잘라버리면 됨. 네 동생이, 네가, 내가, 앞으로 우리가 만들 나라에, 그런 바보들은 불필요함. 써먹을 만큼 써먹고, 버릴 때는 버린다, 아주 친환경적임.”

“그리고 잘라내서 부족한 부분은 호모우 왕국 쪽에 맡기는 거야?”

“맞음. 기왕 두 나라가 합쳐진 거잖음? 저쪽에서도 두 나라가 합쳐지는데 반발하는 이가 있겠지만… 쓸모없는 자를 잘라내 방치된 영지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후후… 맛난 케이크를 한 조각 쏙 잘라서 입에 넣어주는 기분일 거임…”

“아예 나라 이름을 바꿀 때가 올지도 모르겠네?”

“실제로 바뀌지 않겠음? 여왕 둘, 남편은 하나, 말 그대로 네 남동생의 자지로 세워진 나라임. 기왕 이렇게 된 거 정욕에 관한 이름으로 나라를 바꿔버리는 게 어떰? 매지컬 자지 같은 이름으로 말임.”

“앗,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의욕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농담이니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말길 바람.”

“농담 싫어한다며?”

“그냥 분위기 잡는답시고 해본 소리임. 목숨에 관련된 게 아니라면 평범히 즐김.”

말 그대로 남동생 지상주의의 반응에 스노가 몸을 웅크려만 후 로키시에게서 살짝 떨어진다. 그러나 로키시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반대로 스노에게 붙어 자신의 망상을 털어놓으며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는 둥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에키시의 마음에 쏙 든 여자가 여왕이라면 나도 그 자리에 오르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둘이서 동생을 추대하고 새 나라를 건국하면서 이름도 바꿔버리는 거야! 어머님의 복수도 하는 겸 내 욕구도 채우는 좋은 기회네?!”

“네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여태까지 말한 게 이상해지잖음. 분명히 그런 목적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지만 난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는걸?!”

“레아 사모님에 관한 슬픔이라던가 그런 건 없는 거임?”

“애석하게도 그런 거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애초에 어머님이랑 사이 안 좋기도 했고. 막 들었을 때는 감정이 울긋불긋했는데 지금 이렇게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분노할 건수는 아니잖아? 그래도 그 망할 왕은 죽여주겠지만 말이야.”

“화가 난 건지 아닌 건지 한 가지만 하면 좋겠는데…”

들러붙지 말라면서 몸을 움츠리는 스노. 그렇지만 로키시는 점점 가까이 다가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그녀 몸에 자신의 몸을 붙인 후 거무칙칙한 감정을 드러냈다.

“카울, 그 계집, 네가 뒤통수치는 건 예상하고 있겠지. 그럼에도 잃어버린 땅을 되찾는 정도로 만족할까? 안 그래도 대국인 나라가 하나로 합쳐지려고 하는데 말이야. 절대 배신할걸?”

“어느 시점에서… 뒤통수치는 건… 서로 예상하고 있는 일이지만… 네가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묘함… 진짜로 그리 간단히 내 제안에 응하는 거임…?”

“그래, 난 좋아, 적극적으로 협력할 생각이라니까? 그러니 카울 그 계집이 뒤통수치는 것만 조심해줬으면 해. 에키시에 관해서라면 내가 알몸으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든 해서 네게 신경 쓰지 않게 할 테니까. 빨리빨리 우리가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일을 키워버리도록 해.”

“그렇게 말하니 후일이 두려움… 일이 잘 풀려서 새로운 나라가 건국한다 쳐도… 네 동생에게 여자들을 망가뜨린 벌을 받을 테니…”

“우리 동생은 가랑이가 느슨하거든. 아마 별일 없을 거야. 기껏 해봤자 네가 나나 다른 여자애들처럼 조교 당한다거나 하는 정도겠지.”

“조교라, 이런 일을 벌이면서 여자들을 제물로 바친 거임. 내게 내려지는 벌로는 딱이겠지만… 흐으음…”

“왜?”

“너는 플레이라고 해도 벌을 받는데 무서움이 없어 보임. 그 부분이 좀 의아함.”

스노의 옷가지가 천천히 벗겨진다. 로키시는 방안에 틀어박혀 쌓아놨던 성욕을 그녀에게 풀 생각인지 자기도 옷을 벗어댔으며 완전히 알몸이 된 후 다시 스노를 끌어안은 채 아주 즐거운 것 같은 미소로 말했다.

“아, 괜찮아, 나야 이런 일 익숙하거든? 에키시가 날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

“뭐임?”

“악역 영애 로키시! 자기 마음에 들면 뭐든 하는 여자! 동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을 벌이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 저번에 크게 혼난 걸 계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에키시의 말을 들으면서 조용히 지내려고 했지만 보다시피 조교가 어중간하게 된 누나라 어쩔 수가 없잖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참겠어~! 아하하하하~!”

“……………”

“귀여운 에키시를 위해, 어머님의 복수도 하고, 대국의 왕으로 만들고, 이 땅을 바치는 것 따위, 일도 아니지~!”

“미친년.”

이런 재밌는 일을 위해서라면 혼나는 것 정도야 애교라면서 달아오른 몸을 움직인다. 반면 스노는 자기 몸을 로키시에게 대주면서 그녀를 나무랐다. 가족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는 남동생의 욕구를 채워주는 게 먼저인 누나였기에 그녀의 감성으로는 로키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몸을 겹치는 두 사람.

레즈우 왕을 끌어내기 위한 작전에 로키시 또한 동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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