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117화 (117/199)

 무능 귀족 - 반란의 밤(1)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됐어.

내가 지금 뭘 들은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귀가 멍해.

이 여자는 지금 나보고 뭐라고 했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임. 그렇지만 무리도 아님. 넌 평생을 로키시 블랙우드로 살아왔고 주위에서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음. 그러니 네가 그렇게 당황하는 것도 이해함.”

“뭐야, 그 소린? 본론을 말하랬더니 왜 갑자기 내 출생의 비밀을 말하고 있어?! 내가 아버님의 딸이 아니면 뭔데?!”

“일단 주먹부터 내려놓길 바람. 난 거짓말하는 게 아님.”

“그러니 더욱이 문제잖아?! 뭐냐고 대체! 무슨 의미로 말한 건데?!”

내가 책으로 만든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자 그 여자도 급박한 얼굴이 됐어. 무심코 휘두른 폭력에 죽을 수 있으니까. 이 자리에 그 짐승 년을 데리고 오지 않은 걸 뒤늦게 후회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입은 움직여.

“말 그대로의 의미임. 지금부터 우리가 벌일 일에 네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거임.”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의민지 모르겠다고 하잖아!”

“아… 잠깐… 나도 말을 고를 시간이 필요함…”

“이 쓸모없는?! 사람 속을 박박 긁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네년 취미야?!”

“그런 의도는 없었음…”

겉으로는 쿨한 척하면서도 폭력은 무서운 건지 그 머리카락에 어울릴 정도로 피부가 새파랗게 변해. 당장이라도 잘 것 같은 졸린 표정도 똑바로 떠졌고.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결국 설명을 늘어놨어.

“일단, 이 이야기를 하려면 네가 싫어하는 서장을 이야기 해야 함.”

“서장?”

“레즈우 왕국에 관한 이야기임. 그리고 세스트 저 바보 왕자와 레즈우 왕에 레인의 이야기까지 해야 함. 그리고 라키시 블랙우드 경에 관해서도 말임.”

“뭐?”

“진정하고 여기 앉길 바람. 알기 쉽게 이야기 해줌.”

토닥토닥, 자기 침대를 손바닥으로 두들기면서 날 불러. 그 모습이 건방지기 그지없었지만 어렸을 때는 자주 보기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몸이 이끌려 거기까지 나아갔어. 그리고 얌전히 침대에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를 노려봐.

아버님과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폭탄 발언에 레즈우 왕국의 공주와 왕자. 그것도 모자라서 왕의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심상찮은 이야기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겠지.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이 이상 뭐가 있나 싶기도 해.

“레인 공주가 세스트 왕자에게 범해진 건 기억함?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음. 그 부분에 대해 알고 그녀에게 협력하려 했던 게 너니까 굳이 묻진 않겠음.”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나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무능, 무지, 무모, 걸어 다니는 불발탄 같은 저 왕자. 레인을 범해놓고도 왜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함?”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어서 표정을 구겨 그 질문에 답했어. 아무리 그래도 왕자는 왕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지만 쉽게 죽을 인물은 아니야. 친족 살인이라니 타국에 어떻게 보일지 뻔히 알 수 있는 이야기니까.

“아, 말을 돌려 말하겠음. 대놓고 사형을 하라는 게 아님. 뒤로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고 그 사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게 궁정임. 그럼에도 세스트 저 바보는 아무런 뒷받침 없이 살아있음. 궁정 안의 바보들조차 저 돼지를 피하는데도 굳이 죽이려고 들질 않는단 말임.”

“그 돼지에게 후원자라도 있다는 소리야?”

“레인은 왕성 내에서도 자기 자리가 있음. 무엇보다 겉으로는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니 시민들은 레인을 착한 공주로만 알고 있기에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는 여자임. 그 쓰임새를 알고 있으니 블랙우드 가문을 통해 네가 후원했기도 했고…”

“여하튼, 세스트와 레인은 같은 공주와 왕자라도 위치가 다르단 소리잖아?”

“맞음, 내가 하고 싶은 소리가 그거임.”

하고 싶은 말이 그거라고 해도 난 아직 이해가 안 가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걸까? 자랑스럽게 콧대를 올려대면서 설명을 해대다니…

“세스트는 문제아. 밖으로 내보내도 문제, 안으로 품어도 문제, 그리고 친 동생을 범했다고 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음에도 왕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남고 있음. 이 부분에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적 없음?”

“설마, 그 레즈우 왕이 후원하고 있다던가, 그런 어리석은 이야기는 아니겠지?”

“애석하게도, 맞는 말임.”

“아무리 못난 애라도, 바보라도, 자기 애다 그거야…?”

“그런 애정 가득한 이야기가 아님. 레즈우 왕이 세스트 왕자를 너그럽게 봐주고 주목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음.”

그렇게 따지니 또 이상하게 느껴져버리고 말았어. 현 레즈우 왕은 어쨌든 그 가신단과 왕성에 눌어붙은 떨거지들이 세스트를 곱게 놔둘 리 없을 텐데 저 돼지는 너무 자유롭게 지내고 있으니까. 최근까지는 왕성에 감금 당해 지내고 있었다 하더라도 부자유스럽게 산 건 아닌 거 같으니 역시 그녀 말대로 무슨 이유가 있는 거겠지.

“말해봐, 무슨 이유야?”

“별것 아닌 이유기도 함. 너와 밀접한 관련이 있긴 한데 레즈우 왕에겐 별것 아닌 사건으로 남았을 거임.”

“똑바로 말해. 그렇게 어영부영 설명하지 말고.”

내 말에 재미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콧대를 내리는 스노.

그리고는 설명을 이어나가며.

또 자연스레 폭탄 같은 이야기를 폭로해버렸어.

“레즈우 왕은 딸과 아들이 많음. 그러나 그 수많은 아들 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맞는 아들이 세스트였던 거임. 물론, 다시 말하지만 가족 간의 애정 이야기가 아님. 이 마음에 맞는다란 비유는 어디까지나 남자와 남자끼리의 관계를 말하는 것임.”

“남자와 남자라니?”

“바로 성 사정을 말함.”

“성?”

“레즈우 왕은 근친상간 취미가 있음. 그것도 아주 독할 정도임.”

“?!”

들으면 안 되는, 알면 안 되는, 그런 이야기를 알아버렸어.

남의 성 취향이야 듣고 놀랄 일은 아니지만 뭔가 몸의 심지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그런 오한이 느껴져…

“근친… 상간…?”

“이쯤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 거라 생각함.”

“설마…”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어머님의 얼굴…

그렇지만…

아직 확정이란 건…

“아니… 네 입으로 똑바로 말하기 전까지는… 못 믿어… 그보다 증거도 없고… 애초에 난 블랙우드 가문 사람들과 똑같은 외형을 하고 있어… 어머님은 금발… 레즈우 왕도 금발… 하지만 아버님은…?!”

“외형이야 약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일임. 특히나 사람 목숨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당신의 아버지 라키시라면 더욱이. 범죄자들이 사용하지 않도록 제조법을 숨기고 있는 그런 약조차 라키시 블랙우드와 레즈우 왕이 손을 합치면 간단히 얻을 수 있음.”

“웃기지 마, 내가 원래는 금발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레인이나 저 돼지처럼?!”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네 출생을 덮는 일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임. 네 명예와 레아 사모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벌인 짓. 그러나 그 일이 방아쇠가 되어 레아 사모님을 죽였을 뿐.”

마치 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것처럼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는 스노. 그러나 난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어. 난폭하게 머리카락을 잡아뜯어 그 끄트머리를 보지만 아무리 봐도 완벽한 흑발이라 거짓말로만 들려.

“이게, 이게, 이게, 이게에… 서, 선천적인 흑발이 아니라고?! 가짜라고?! 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야…?!”

“네가 태어나기 전 일임. 널 임신한 레아 사모님에게 약을 주입해 태아의 아이에게 영향을 주었음. 아이가 태어난 후 조치를 취하려면 너무 늦으니까 좀 과감한 방법을 쓴 거임. 물론 모체에 좋은 영향을 줄 리는 없었지만 레아 사모님은 그것을 받아들였고 네가 태어났음.”

“이야기 줄이지 마! 좀 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말을 줄이고 결론만 듣고 싶다는 게 네가 원하는 것 아니었음?”

“오늘 내 손에 죽고 싶어?!”

“정말 자기 마음대로임. 그러나 그 반응도 예상 내. 불쌍하긴.”

내가 폭력을 휘두를까 두려워하면서도 날 동정하듯 바라보고 있어. 연기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어느 쪽인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내 기분은 점점 가라앉았어.

“순서대로 말하자면 난 원래 보모가 아님. 나야 현자라는 별명이 있잖음? 그것 때문에 레즈우 왕과 라키시 블랙우드에게 불려나온 떠돌이임. 레즈우 왕가의 비서에 적힌 약을 만드는데 내가 도움을 준 거고 그 결과 왕가와 블랙우드 가문의 사이에 끼게 된 것임. 그 당시에는 막 바다를 건너온 참이라 이 땅에 연줄도 없었고 돈도 없어서 목숨을 담보로 그 일에 착수했고 성공할 때까지 블랙우드 가문에 감금되듯 지냈을 뿐임.”

점점 현실성이 늘어나는 그녀의 설명…

대체 어디서 우리 가문과 왕가에 연줄을 가지고 있었나 했더니…

왜 세스트의 감시역 따위를 하는가 했는데…

“에키시에겐 말했지만 레즈우 왕과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임. 왕의 고문역을 맡을 정도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잘 알 거라 생각함. 그 당시 약을 만들면서 친분을 만들어 둔 게 여기까지 왔을 뿐이지만 그 덕분에 왕의 성 취향이나 세스트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음.”

“어머님의 죽음에 내가 관련됐다는 건! 설마 그 약 때문에 죽었단 거야?!”

“그건 아님. 약이 실패했으면 목숨을 담보로 잡은 나도 죽었을 테니.”

“그럼 왜?!”

“정확히는 레즈우 왕이 그 약에 독을 탔고 레아 사모님이 죽는 계기가 됐음.”

“그건 또 무슨 소린데…?!”

“여기까지 말해도 이해 못 했음? 단순한 질투임.”

그녀는 폭탄 발언을 계속 던지면서 자기 머리맡에 내버려 뒀던 책 몇 권을 내 앞으로 밀어줬어. 머리가 혼잡해서 책을 볼 마음이 들진 않았지만 그 모양과 제목을 보건대 방금 말한 그 약의 제조법이 자세히 적힌 것이라 알 수 있었지.

덕분에 혼란이 가중됐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블랙우드 가문은 공작가. 레아 사모님은 그 당시 흔했던 일개 공주. 라키시 공과 결혼하기엔 좀 모자랄 정도로 왕위 계승권이 낮은 위치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맞아 결혼했고 아이를 낳으려 「했음」.”

“아이라니… 그렇지만…?!”

“했지만, 그전에 현 레즈우 왕이 선수를 쳐서 레아 사모님을 억지로 임신시켜버린 거임. 여기까지는 이해했잖음?”

“극도로 심한… 근친상간 취미의 왕… 그 독니에 걸렸다고…?!”

“음. 이제 좀 이해함?”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폭탄 계집. 이 이상 더 놀랄 게 있나 싶을 정도로 폭탄을 던져대고 있으면서 본인은 태연한 모습이야. 저 여자 입장에선 이미 지나간 일이나 다름없기에 그렇겠지.

“레즈우 왕은 자기 여동생인 레아 공주를 범하고 그대로 시집보냈음. 극도의 근친상간 취미인 그는 자기 여동생을 먼저 맛본 것으로 만족했고 레아 공주도 개에게 하룻밤 물린 것으로 그 사실을 속이려 들었음.”

“그렇지만 들킨 거잖아?”

“그래, 공주님. 아니, 사모님은 그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뒤늦게 임신 사실이 발각되고 강간에 관한 이야기마저 라키시 공의 귀에 들어갔음. 그러나 레즈우 왕은 막 즉위한 상태라 지반이 약한 상태. 그래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했음. 라키시 공도 명예 중시의 귀족답게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지라 서로 합심해서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게 대략적인 이야기임.”

“아버님은, 그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너, 넘어갔다고?!”

“물론, 라키시 공도 남자임. 가만히 있을 리 없잖음? 레즈우 왕도 블랙우드 가문의 영향력을 알고 있으니 성심성의껏 사과했음. 말 그대로 불판 위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세였다고 들었음. 실제로 무릎을 꿇기도 했다고 함. 결투를 빌미로 여러 번 맞기도 했고.”

“그렇지만 어머님은 죽은 거잖아?!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시 말하지만 내 탓은 아님. 완성된 약에 독을 탔음. 널 낳은 후 에키시를 낳을 정도로 오래 살았지만 몸은 확실히 병들어가고 있었음. 겉으로 티를 안 냈을 뿐.”

“어째서?! 사과했다며! 레아 어머님을 강간한걸! 사과했다고 했잖아!”

“사과도 하고, 무릎도 꿇었지만, 그 남자는, 그럼에도 레아 사모님을 탐했음. 그렇지만 손에 넣을 방법이 없으니 남 주긴 아깝다 싶어 죽여버린 것임. 약을 만들 당시에는 독이 들어갔는 줄도 몰랐고 레아 사모님도 죽기 직전까지 자기가 아픈 것을 숨겼음. 물론 진범인 레즈우 왕 본인도 그 일만큼은 극구 부정했으니 라키시 공은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셈임. 증거가 있어도 함부로 나무라지 못하는 위치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 된 거임.”

덤으로 자긴 그 일로 블랙우드 가문과 레즈우 왕성을 수없이 오고 가야 했다면서 불만을 털어놨지만 지금의 내겐 그런 하소연은 들리지 않았어.

“어머님은, 왜, 왜?! 어째서 그 상태로! 죽기 전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에키시를 낳은 거야?! 어째서! 왜?!”

“블랙우드 가문에 관한, 라키시 공에 관한, 그런 미안함이 있으니 에키시를 낳는다는 미친 짓을 저지른 거임. 라키시 공의 피붙이 정도는 낳아주고 싶었던 여자의 마음. 나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함. 가만히 있으면 그 남자의 피붙이가 블랙우드 가문의 후사를 이어버리니까 그걸 알아차린 것임.”

“크, 크으, 으으으으으윽~?!”

그 말에 아버님의 얼굴이 떠올랐어. 가족처럼 대하면서도 묘하게 날 밀어내려는 것 같았지. 가문을 에키시에게 밀어주려고 했던 그 마음도 이제 알았어. 왜 날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어렸을 때는…

그게 그렇게 미웠는데…

이래서는, 이래서는, 이래서는…

“그럼에도 라키시 공은 널 가주로 삼아도 되겠다 했었음. 에키시의 바보 같은 짓거리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로키시 널 가주로 인정하려는 그 행동은…”

“닥, 쳐, 아, 안다는 듯 지껄이지… 마앗…?!”

“라키시 공은 그래도 널 가족으로 보고 있었음을 알아줬으면 함.”

나만…

바보였냐고…

이 바보 같은 사람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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