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115화 (115/199)

 에피소드 4 - 가짜 공녀 로키시 루트

간단히 씻은 후 에키시가 입을 법한 정장을 껴입고 하늘을 나는 로키시. 자기가 고민하는 동안 남동생은 질퍽하게 섹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실망한 기분으로 창문 밖을 뛰어나가 가볍게 하늘을 날았다.

‘역시 몸을 쓰는 일이 최고야. 바람도 기분 좋고. 방에서 끙끙 고민하지 말고 바로 나와서 이렇게 몸이라도 움직일걸.’

몸을 스치는 밤바람에 우울했던 기분이 날아간다. 곧 만날 여자의 얼굴을 생각하면 우울함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그럼에도 지금만큼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집에 틀어박힌 생활을 한 결과 몸도 뻐근해졌고 혹시나 싸움이 일어날지 모른다 생각하니 몸에 열이 깃든다.

그런 로키시가 목표로 하는 곳은 다름 아닌 쁘띠 왕성. 레인이 지내던 거처지만 지금은 세스트가 눌러앉은 곳. 본래라면 감시역인 스노의 탓으로 타국의 여자와 섹스를 하지 못할 테지만 그 여자는 세스트를 말릴 생각이 전혀 없는지라 그 쁘띠 왕성의 최상층에는 오늘도 빛이 들어와 있었다.

“읏차…”

하늘을 한 바퀴 회전하며 날아오른 후 다시 점프해서 하늘을 나는 로키시. 그런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한 후 쁘띠 왕성의 토지에 발을 붙인 순간 여기저기서 시선이 날아온다.

“잠시 실례할게~?”

대답은 없다. 그러나 확실히 기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매일 같이 밤거리를 수색하고 있는 레인과 아이의 부하들과 달리 세스트가 개인으로 데려온 병사들이지만 로키시의 얼굴을 알고 있는 건지 말없이 몸을 숨겨 그녀를 통과시켜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며 투구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 내심이 몸 떨림으로 드러나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로키시와 싸울 생각은 없다는 것처럼 무서움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이나 레인이 데려온 기사들과 달리 어딘가 어리숙한 기사들이다.

‘손맛이 없을 것 같은 녀석들 투성이… 그 돼지가 데려온 병사들이니… 호위도 겉치레라 그거네…’

로키시는 대놓고 실망을 드러냈으며 그 상태 그대로 쁘띠 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레인이 나온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으니 쁘띠 왕성 내부는 크게 다른 게 없었지만 복도를 돌아다니는 여자 시종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떠올라 있었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여기저기서 음탕한 향기가 나는 것이 영 좋지 않은 예감이 흘러나왔다.

‘아, 뭐야 이거…?’

아무리 레인이 성욕 쌓인 레즈비언이라고 해도 밤에는 조용했던 곳이다. 물론 시끄러울 때는 시끄럽지만 지금처럼 왕성 최상층 전체에 울릴 정도로 신음소리를 내진 않는데 지금은 마치 창관이라도 된 것처럼 여성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돼지의 짓인가 보네. 레인이 나온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이런 꼴이 된 거지? 아무리 왕성의 카피라고 해도 왕족들이 사는 곳에 남자들과 여자들을 끌어오다니. 게다가 이 향기…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인데…’

알 수밖에 없는 냄새에 로키시가 인상을 크게 구긴다. 연회장이 있는 아래쪽 홀은 괜찮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과 시종들밖에 드나들지 못하는 최상층에는 명백히 미약이 퍼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퍼져 나오는 여자와 남자의 신음소리는 한두 사람도 아니고 적어도 스무 명은 되었으니 지금 이 쁘띠 왕성의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상하다 수상하다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야? 에키시에게 알려주면 좋아라 하겠어. 밤에 뿌려지는 미약은 미끼고 진짜는 이쪽이었단 소리잖아.’

확정은 아니지만 지금 뿌려지고 있는 미약과 밀접한 관계는 있거니 싶은 마음으로 앞을 향하는 로키시. 혹여나 자기가 납치당해 미약이나 자지가 쑤셔 박혀지는 일은 상상도 하지 않고 건방진 표정으로 앞을 나섰다. 실제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니 그 자신감도 당연한 것이지만.

또각또각또각, 당연히 그녀의 부츠에서 나는 소리는 멈춤이 없고.

따박따박따박, 쁘띠 왕성의 최상층 끝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어딘가 낯익은 것이었다.

“역시…”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올라가는 걸 멈추고 복도 위를 바라보는 로키시. 그녀의 시선 끄트머리엔 당연한 것처럼 타월만을 걸친 짐승 공주가 서 있었다. 커다란 키와 기다란 흑발. 피부는 짙은 갈색으로 눈동자도 똑같은 그녀는 좀 피곤한 기색이었다.

“어디서 짐승 냄새가 난다 했더니, 너였어?”

“로키시·블랙우드… 좀 늦는다 생각했지만 하필 이런 시간에 오냐…”

평소라면 이빨을 드러내면서 로키시를 물리적으로 환영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색이 없다. 막 씻고 잠에 들려는 무렵 로키시가 온 것인지 그녀의 방문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사방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고 미약이 퍼트려져 있는 와중에 잠을 잘 생각을 하다니. 여러 의미로 신경줄이 굵은 여자지만 그건 로키시도 마찬가지.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울을 상대로 비아냥 거리는 그녀의 표정엔 긴장감이라곤 1도 없었다.

“이 시간엔 무슨 일이냐?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 거 아니야? 저번에 했던 이야기라면 아침에 해도 될 텐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성질이 급하거든. 너희 애들 밀어버렸을 때 기억나지? 귀찮은 일은 빨리빨리 끝내는 게 내 좌우명이라서 이렇게 달려오고 말았지 뭐야?”

“흐으응… 그러냐~? 이 고생스러운 년… 네년이 나보다 더 짐승 같다만… 밤낮 구분도 안 하고 이런 곳에 와서 그렇게 지껄이기나 하고 말이야……”

“킁킁, 킁킁, 어머어머~? 너만 할까~? 그렇게 씻었는데도 짐승 냄새가 풀풀 날 정도고. 너 같이 짐승 공주 취급 당하고 싶지 않은데?”

“켁, 됐어, 너랑 말씨름할 정도로 기력이 있지도 않고… 오늘은 기분 좋으니까 그냥 무시해주지…”

로키시의 비아냥에 한숨을 내뱉는 카울. 그 커다란 키를 자랑하듯 허리를 쭉 펴고 팔을 올려 기지개를 편다. 몸에서 풀풀 흘러나오는 남자의 냄새는 막 씻었음에도 계속 피어 나오고 있었으며 그것이 로키시가 비아냥거리는 원인이었다.

방금까지 섹스라도 하고 있었던 건지 여러 남자의 냄새가 피어 나오며 얼마나 땀범벅으로 진득한 섹스를 했는지 몸을 씻었음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로키시가 불쾌해 하기엔 충분한 이유다. 그녀도 나름 천박한 여자지만 그래도 가랑이를 벌리는 상대는 한 사람으로 좁혀놨으니 저런 카울을 이해할 리 없다.

‘걸레 같은 년, 씻었는데도 남자 냄새가 풀풀 나잖아? 같은 여자면 모를까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상대로 저런 짓거리는 좀 아니지… 보기만 해도 불쾌해… 몸을 허락할 남자는 딱 하나… 임신해도 된다고 생각한 상대로만 정하란 말이야…’

‘걸레 같은 년, 자기는 깨끗한 척하기는… 친동생에게 몸을 대주고 말로 못 할 천박한 짓거리를 해댄 주제에… 그렇게 강하면서 한 남자에게 아양 떨다니 무슨 바보 같은 짓거리인지… 마음에 안 들어… 언젠가 절대로 박살 내준다…’

아주 잠깐이지만 서로의 본심이 오고 가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에키시가 모르는 곳에서 크나큰 싸움을 벌인 사이. 그렇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서로 뭘 생각하는지 어렴풋 느끼며 불온한 공기가 감도는 게 끝나질 않는다.

그런 공기가 절정에 치다를 무렵일까?

다시 한 번 또각 거리는 소리가 계단 전체에 울려 퍼진다.

당연히 시선은 그쪽으로 모였고…

“뭐가 이렇게 시끄러움? 올 거면 좀 조용히 오길 바람.”

그 끝에서 새파란 잠옷을 입은 스노가 로키시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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