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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114화 (114/199)

 에피소드 3 - 호모우 계통 히로인 루트 〈획득 완료〉

똑똑, 똑똑똑, 로키시의 방 안에서 무언가가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린다.

할 게 없는 건지 침대에 누워서 벽을 두드리는 로키시.

딱 봐도 그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슬슬, 나가야 해. 에키시에게 내 상태를 들키기도 했고. 그 여자에 관해서도 말해줘야 할 때가 왔어.’

알몸으로 벽을 똑똑 거리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뜯어버리고 싶은 얼굴로 침대 위에서 가랑이를 만졌다가, 가슴을 만졌다가, 그걸로도 안되니 그냥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자위마저 그만둔 채 한숨만을 내뱉는다.

지금의 로키시는 무척 심기가 안 좋았다. 그토록 좋아해서, 아껴서, 동생의 조교에 필사적으로 「당한 척」 해줬지만 그마저도 들켜버렸다. 알몸으로 춤을 추는 둥 맨정신으로 미친 짓을 한 것을 들켜버린 것이다.

에키시도, 로키시도, 서로의 관계가 조금 일그러졌다.

에키시야 로키시 누나에게 좀 심한 짓을 해버렸다 싶었지만 로키시 또한 이번 일을 반성하고 있다. 어렸을 무렵 동생에게 그 짓거리를 해놓고 학교에서도 그를 옭아매려 했으니 그 부분에 관해 미안해하고 있는 거다.

서로 사과하면 끝날 일. 로키시가 보인 치태는 평생 가겠지만 그럼에도 로키시는 싫어하지 않는다. 그쪽 플레이도 익숙해졌겠다 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사과하는 이야기를 꺼내기엔 묘하게 타이밍이 맞질 않는다.

무엇보다 상황이 안 좋다.

에키시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이야기는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줘야 하지? 그 에키시에게 어머니는 사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 심정도 털어놓으라고?’

자기 심정이나 어머니에 관한 것을 말로 꺼내면 복잡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옛날 일은 정말로 미안하고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에키시 네가 저지른 일은 사실 맨정신으로 받아줬다고. 조교 당한 척 연기한 건 좀 부끄러웠지만 나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플레이야 언제든 받아주겠다고. 그리고 스노 그 계집년에 관해서 말인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실 타인에게 살해당했니 뭐니…… 그런 이야기를 지금 이 타이밍에 하라는 걸까……’

털어놓긴 해야 하지만…

말로 정리가 안된다…

‘그래서 에키시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누나는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죽임당한 걸 알고 있었냐고 물어볼 것 아냐? 자기 목숨을 노렸던 누나가 어머니의 죽음에 관해서 운운하더니 누구에게 죽었는지도 안 해주고 최근에 있었던 조교 플레이에 관해서 털어놓는다면 저쪽도 어이가 없을 거야.’

뭐라 설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쉽게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이다. 털어놓으라면 털어놓을 수 있긴 하지만 분위기가 미묘해지는 건 물론이고 에키시의 심정이 안 좋아질 것이다. 애초에 로키시가 이렇게 방에 틀어박혀 있는 이유의 9할이 그 어머니의 관해서인데 그런 불길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까지 털어놓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레아·레즈우. 아버님과 결혼 후 우리 집안으로 들어오며 레아·블랙우드가 됐었지. 어머님에 관해서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돌아가시기 전 에키시를 아껴줬던 건 기억나. 스노 그 여자가 보모로서 일한 건 사실이지만 그리 긴 기간 동안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님가 급사한 것에 관해서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애초에 라키시와 로키시의 사이는 그다지 좋질 않았다. 평범한 부녀 관계이긴 하지만 라키시 쪽에서 에키시를 좀 더 아끼는 경향이 있고 그로 인해서 로키시의 질투가 폭발해 에키시를 죽이려고 한 경력마저 있다.

그렇기에 로키시는 자기 어머니에 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주 어렸을 적이라고는 해도, 에키시가 스노에 대해 기억을 못 한다 해도, 어머니의 기억만큼은 어렴풋 남은 에키시와는 달랐다.

‘에키시는 명백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기색이 있었지. 스노 그 썩을 계집에 관해서는 떠올리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 모성애는 잊지 못한 거야. 나랑 달리 성묘도 빠짐없이 다니는 편이고…’

뭔가 큰 차이가 났다.

같은 집안에서, 같은 피를 이어, 같은 가족을 만났지만…

로키시와 에키시는 서로 다른 집에서 산 것처럼 가족에 관한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 당시 내 가족이라고 하면 내가 데려온 여자 시종들. 그리고 내 비밀을 알고 있던 스노뿐이었지. 반면 에키시는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자기를 길렀던 스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머님에 관해 또렷이 기억하고 있고. 반대로 나는 어머님에 관한 게 잘 기억나지 않아.’

그 당시 나이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로키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에키시를 어떻게 죽일까 고민하는 시기고. 에키시는 아직 내용물(현준)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총명해졌다가 바보가 됐다가를 반복했던 시기니까.

그렇지만 그런 로키시라도 하나 기억하고 있는 건 있었다.

자신이 질투를 하게 된 계기.

자기 어머니인 레아에 관한 것을 떠올릴 때마다 회상되는 그 기억.

‘아버님이야 날 멀리하는 기색이 있었다지만… 그러고 보면 어머님에 관한 건 왜 잘 떠오르지 않는 걸까 했는데…’

에키시가 태어나기 전부터 레아가 자신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정확하게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꽤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했고 에키시의 탓으로 원망마저 어렴풋해져 머리 한구석에 박아놓았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 그래, 이래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했던 거야.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니까. 그런데도 난 지금 며칠째 방에 틀어박혀 이 생각을 하고 있어. 진짜 바보인가 봐.’

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로키시가 한 일에 칭찬은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애정은 아마 없었겠지.

그러나…

‘에키시를 볼 때는 달랐지… 나랑은 정 반대로 진심으로 이뻐했어… 아버님이야 그런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은 달랐겠지… 행동도 딱 그랬고…’

최근 들어 매일 느끼는 소외감에 로키시의 몸이 움찔거렸다. 확 하고 올라오는 기분 나쁜 감정에 에키시에 대한 미안함이 늘어났다. 그 당시의 로키시는 이 감정에 몸을 맡겨 에키시를 죽이려 들었기에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나이가 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니까 또 그런 유혹에 빠질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런 감정이 드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또 자기혐오에 빠져버리는 로키시.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날릴 예정인지 움직일 의욕이 보이질 않는다.

‘그 여자는 우리 어머님에 관해 뭘 알고 있는 걸까. 에키시에 관한 것도 그렇고 왜 내가 그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처럼 말했지? 어머님의 죽음에 내가 관련이 된 것 같은 말투였어.’

생각하면 할수록 불길한 예감만이 몰려온다.

스노, 역시 그 여자는 위험하다.

그때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야 했다고 후회만 들었다.

이 생각도 최근 방에 틀어박혀 수십 번 한 거지만 어쨌든 그런 감정만 로키시의 주위를 맴돌 뿐 실제로 움직이는 일은 없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에키시도 날 걱정하는 눈치니 슬슬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해. 그보다 성욕 쌓여서 죽을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니까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들고 있는 것도 있고…’

이대로 하룻밤 또 보내나 싶었지만 로키시는 로키시다. 생각이 나면 이미 행동으로 옮기는 여자. 베개 파묻은 얼굴을 빼내어 천천히 일어나 오래간만에 몸을 움직인다. 자기 어머니에 관한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기운이 없어지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았다.

현재 시각은 한밤중.

에키시가 한창 그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을 무렵이다.

‘일단 간단히 씻고 나가볼까…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질려왔으니… 슬슬 뭐라고 해서 일을 정리해야 해…’

만에 하나…

정말로 만에 하나…

어딘가의 추리 소설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머니를 죽이는데 일조했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이구나… 누나고 뭐고… 정말… 완전히 끝이야…’

그런 망상을 부풀리며 음울한 기색을 뿌리는 로키시. 자기 동생이 레아 어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에 대해 얼마나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그 전부를 알고 있으니 더욱이 울적해진다. 스노의 어투를 보면 그 망상도 아예 틀린 건 아닌 모양인데 그럼에도 진실을 알아야 했으니 더욱이 문제다.

‘아, 에키시에게 또 미움받으면 어쩌지… 과거에 저지른 일 때문에 혼나고… 경계 받고… 미움받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죽인다.

만약 소란이 되더라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로키시는 침대 위를 훌쩍 내려와 오래간만에 허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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