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색욕과 고민(6)
자고 일어나자마자 느끼는 그 끈적한 감촉은 뭐라 이루 말할 것 없이 음탕하고 좆같았다. 나쁜 기분이 아닌데도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니 엄청난 업적이구나 싶었다. 이 좆같은 감각을 심리학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이게 뭐냐고 질문하고 싶을 레벨이다.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 입에서 줄줄 흐르는 침과 정액을 보니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말 밤새도록 내 몸을 빨아 재낀 건지 피부 전체가 침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설마 여기까지 할 줄이야 놀라울 따름이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고역인지…”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기상 후 아이를 썬에게 맡겼다. 밤새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하니 그 남장 소녀가 얼굴을 새빨갛게 하면서 「부럽다」라고 중얼거려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침부터 섹스하는 일은 없었고 곱게 자기 언니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향했지만 그럼에도 내 피로는 풀리질 않았다.
서큐버스들 틈에 끼여서 정이 쪽쪽 빨려나가는 느낌이다. 거울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검은 그림자가 내 눈에 잔뜩 끼여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섹스하는 날이 더 많았으니까 이 완벽한 육체도 피곤에 찌들만했다. 그 승마 수업도 그렇고 원래라면 그렇게 피곤할 일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오늘은 엘피나 네티아에게 어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밤중 수색을 부탁하고 나는 좀 쉬고 있을까.’
그리고 저녁쯤 다시 일어나 아이와 썬의 교정을 시작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빠르게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침 샤워는 이미 끝마쳤고 식사를 끝낸 후 사용하지 않은 빈방에 기어들어가 조용히 한숨 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침 식사가 시끄러울 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에 향했으며 나는 거기서 내 예상이 조금 빗나갔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머 어머, 에키시 님? 안녕히 주무셨나요?”
어쩌지,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기껏 해봐야 젖소 자매나 나에게 스노에 관한 걸 숨기고 있는 누나 정도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의 인물이 이 자리에 있었다.
“레인…”
“아침 댓바람부터 실례하고 있어요~! 후후후~!”
핑크색 네글리제 차림으로 다리를 꼰 채 차를 홀짝이고 있는 레인. 우리 누나나 아이를 따라 한 건지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 녹아들어 있었다. 나야 여기 안에서는 늘 천 옷차림이지만 본래라면 왕족의 앞에서 해도 될 꼬락서니는 아니었다.
설마 이런 시간부터 여기에 있을 줄이야. 그것도 한쪽은 네글리제에 또 한쪽은 잠옷. 게다가 공주란 년은 나에게 님자를 붙이면서 나름 존댓말까지 하고 있다. 오늘 레인이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시간대에 저 차림으로 이렇게 있는 건 예상 외였다.
“너, 왜 이런 시간에 있는지, 왜 그런 차림으로 있는지, 왜 님자를 붙이는 건지… 전부 알기 쉽게 설명해라…”
“그렇게 물어보시면서 대놓고 반말을 하시는군요. 아니, 이제 와선 아무래도 좋나. 이젠 당신의 그런 말투마저도 감미롭게 들려지네요. 평소에는 신하인 척 머리를 숙여주고 있으면서 사실은 공주님의 머리 위에 있는 사람이라니 아찔해서 좋다고 생각해요.”
“뭐라는 거야, 최근까지 남성 혐오자였던 년이.”
“그건 지금도 크게 변함없으니 안심하시길. 혐오감이 옅어진 건 에키시 님 당신뿐이고 나머지 어중이떠중이들은 여전히 소름이 돋으니까요. 특히 어제 새벽 세스트의 얼굴을 봤을 때는 구토가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어요.”
그렇게 말하며 혀를 길게 내밀고 토하는 척을 하는 레인. 정말 나 한정으로 남성 혐오증이 사라진 건지 연기 같지 않은 리얼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때 그 쁘띠 왕성의 연회장에서도 느꼈지만 완전히 타인이 된 것 같은 모습이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언제 왔냐?”
“방금 새벽에 세스트 그 바보 돼지를 봤다고 했잖아요? 밤중에 몰래 빠져나가다 들키긴 했는데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럼 어제 도착한 거나 마찬가지잖냐. 그리고 여기서 잤다는 거고.”
“네, 그런 셈이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인. 나는 그 사이 그녀의 바로 앞자리에 엉덩이를 대고 편안하게 앉았다. 자기 가슴을 자랑하는 건지 밑 가슴에 팔짱을 끼워놓고 출렁출렁 상태였다.
“저쪽과 달리 여긴 온통 새하얀 곳이라 침착이 안됐지만 옷을 벗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는 건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랑 로키시도 참… 나만 빼두고 이런 곳에서 홀가분히 지내고 있다니 괘씸하네요~! 허리를 꽉 조아매는 코르셋도 그렇고, 드레스 끝자락도 그렇고, 일과에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는데 여기선 안 그래도 된다고 하니 평안하기 그지없어요~!”
“저 쁘띠 왕성에는 보는 눈이 많을 테니 어쩔 수 없지.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기숙사에 와서 네글리제 차림으로 여기까지 내려오는 용기에는 감탄해주겠다만.”
“저를 노출녀 취급하는 건 그만둬 주시겠어요? 아이의 기숙사니까 이쪽 룰을 따랐을 뿐이에요. 아니, 에키시 님이라면 절 그런 취급하셔도 나쁘진 않지만요. 플레이라면 따르겠지만 그럴 생각을 하고 이 차림으로 내려온 건 아니란 소리를 하고 싶………”
“너야말로 우리 기숙사 애들을 노출광으로 만들지 마라. 아이나 로키시 누나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옷을 입고 다니는 편이야.”
“어머, 정말로 그럴까요?”
“앙?”
성질 사나운 내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식당 입구를 바라보는 레인.
‘발소리… 두꺼운 게 둘…’
평상시 눈치가 없어서 썬이 날 훔쳐보는 것도 모르지만 이런 경우는 다르다. 이쪽 생활에 익숙해져서 몰래 걷는 게 아니라면 대게 누구인지 눈치챌 정도는 된다. 특히나 지금부터 들어올 두 사람은 발소리가 묵직해서 쓸데없이 알기 쉽다.
“안녕하세요오오~! 에키시이이~! 좋은 아침이네요옹~!”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왜 너희들까지 그런 차림이야…”
출렁출렁, 출렁출렁, 출렁출렁, 이 방의 젖밀도가 단번에 급상승하는 게 느껴진다.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아예 검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파이와 와이 때문이다. 그때는 일 때문에 피곤하니까 바로 돌아가니 뭐니 하는 이유로 저런 꼴을 하고 왔는데 오늘도 그때와 마찬가지인 이유로 저런 꼬락서니인 것 같았다.
“저희야 당연히…”
“미약 실험도 있고오… 레인에게 얻은 정보도 있고오… 여러모로 바쁜지라아~?”
“맞다, 너희 레인 조교하는데 한몫했었지?”
“풀어준 것도 우리니까요. 레인과 에키시 님이 아는 정보는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마침 두 사람을 만나긴 해야 했는데 아침부터 잘 모였다 싶었다. 저쪽은 네글리제에 이쪽은 속옷인지라 눈 둘대가 없어서 곤란하긴 했지만. 어쨌든 저쪽도 그 이야기를 꺼내오는 걸 보아하니 벌써부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티를 냈다.
“밤을 돌아다니는 그 정체불명의 미약 테러범에겐 우리도 흥미가 많아서요오~? 이쪽 기사들과 함께 저희도 돌아다닐 예정이라아~? 방범용 물건도 그렇고 좀 바빠서어~!”
“덕분에 이런 꼴입니다. 약기운에 머리가 휘청거려요.”
“그 결과가 그 꼬락서니라니…”
“어머어머어머…”
레인을 슬쩍 바라보니 「내 말 맞죠?」같은 말을 하면서 풋 웃었다. 파이와 와이는 레인을 조교한 장본인 같은 것. 그녀들이 어떤 여자인지 자기 몸으로 깨달은 것처럼 우리 기숙사 사람들을 노출광 취급했다.
“그렇지만 레인도 참 용감하네요오~! 저희한테 잡혀서 육변기 숙성 코스(1일)를 맛본 주제에~! 에키시가 바로 앞에 있고오~? 머리도 숙였다고 해서어~? 여태까지 한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닌데요오~?!”
“우리를 노출광 취급이라니. 한 번 더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가서 아헤아헤 하고 싶으신 모양인가보죠.”
“크흠, 제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 저, 이제 아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에키시 님에게 굴한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는 주제를 알고 착하게 살……”
“그게 아니라. 미약 거래를 통해 영애들을 망가뜨리고 다닌 걸 말하는 겁니다. 그것도 사실이죠? 그자들과 아직 거래가 끊이지 않았을 무렵 당신이 가지고 놀다 망가진 영애들을 팔아넘겼다는 거.”
“그, 그, 그, 그거언~?!”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쁘띠 왕성에서 레인 입으로 직접 들었던 이야기다. 나도 까먹고 있었고 레인도 까먹고 있었지만 확실히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뭘 어떻게 도와주려고 해도 한 나라의 공주가 해선 안될 짓이었으니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
행방불명된 영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파벌 내에서도 사라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오긴 했지만…
“히… 그렇게 말하면 꼼짝 못 해요… 제가 저지른 일이니 에키시 님께서 처리하라고 하면 감시역을 동원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아이언 메이든 형은 좀 봐주셨으면 해요…”
“마조라 공언하셔놓고오~! 그건 싫으신가봐요오오~?! 에흐흐흐~!”
“그건 이미 고문인 수준이에요! 이제 와선 절대로 사양하겠어요! 흥흥!”
“오호~?! 그렇게 나오시는 건가요오~? 고삐는 우리가 쥐고 있는데요오오~?”
“혀, 협박해도 소용없어요! 절대로 안 들어가요!”
그 말이 거슬렸는지 파이가 입술을 째면서 웃어댔지만 레인 또한 완강했다. 내 명령이라고 해도 아이언 메이든 행은 두 번 다시 싫은 건지 끝까지 저항할 의사조차 보였다. 이쪽은 겨우 하루 놀아줬을 뿐인 관계. 아직 주종 관계가 어중간하게 성립되어 있다. 그녀를 온순하게 만들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아니, 그래, 됐습니다. 우리야 지금 노출광스러운 모습이기도 하고. 레인의 처우는 에키시 님께 맡기도록 하죠. 이미 우리 손에서 벗어난 여자잖아요? 게다가 에키시 님이 많이 피곤해 보이시니 쓸데없이 소란을 일으키는 건 좋지 않아 보이네요.”
반면 와이는 레인을 놀리다가 뚝 멈추고 날 배려했다. 레인은 몸서리치는 자세 그대로 멈춰서 날 바라봤고 파이는 무슨 일이냐면서 질문까지 해온다.
“눈치 좋네… 티는 안 냈는데…”
“레인도 잡았겠다 근심이 없을 시기잖아요? 근데도 피곤한 표정으로 멍하니 계시니 좀 걱정돼서요. 뭔가 또 사고라도 났나요? 아니면 이번에 잡을 그 작당 때문에?”
“썬도, 아이도, 폭주하는 기색이 보여서… 그것 때문에 조금…”
“아하…”
자세한 설명 없이 중요한 부분을 뚝 잘라 이야기했는데 와이는 납득한 표정이었다. 뭐, 모를 리 없겠지. 썬 말대로라면 이 녀석들 내가 섹스하는 걸 늘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고. 나의 성생활을 아주 훤히 꿰뚫고 있을 년들이다.
이야기가 갑자기 내 성생활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내 입으로 꺼내긴 뭣한 소재였고. 파이와 달리 와이가 눈치가 좋다는 점이 이렇게 좋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방금… 나는 분명…
썬도, 아이도, 라고 했지만 와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했다는 점도 그렇고…
“역시 눈치채고 있었냐.”
“썬이 여자라는 사실이요오~? 뭐어, 우리는 알고 있어요오~? 뒤늦게 안 거지만요오~!”
“최근에 했던 섹스도 보고 있었으니까요.”
“진짜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하자 젖소 자매가 음탕하게 웃었다. 내 성생활은 대체 어디까지 까발려지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썬이나, 아이 공주님이나, 로키시 님이나, 여러모로 사랑이 진하신 분들이죠. 에키시 님의 고민을 좀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나마 모습이 옅은 그 부관도 에키시 님이 씻은 후의 팬티에 얼굴을 박고 있었고…”
“엘피…”
최근 며칠 안 놀아줬을 뿐인데 대체 무슨 치태를 보이는 거냐. 헛웃음이 나오는 행위지만 그래도 혐오감이 없다는 게 신기하군.
“그녀에 관해서는 뒤로 둔다쳐도 다른 분들이 좀 그렇긴 하죠?”
“아이도 썬도 그냥 내버려 두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무서워. 특히 이번에는 레인까지 납치해서 바치듯 했고. 슬슬 위기감이 느껴진달까? 수면제로 몇 번 덮쳐졌다 생각하면 앞으로도 그런 비슷한 일이 몇 번이고 있을 수 있으니…”
“정확히 뭘 원하는 건가요오~? 이야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데요오~!”
“슬슬 우리 여성진의 고삐를 잡아야겠다 싶어서. 그에 관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과연… 그렇군요…”
마침 밤중에 미약을 뿌리고 다니는 놈을 잡기 전에는 할 일이 그리 많진 않았다. 끽해야 누나가 뭘 숨기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 정도일까? 그 누나도 나 때문에 일부로 당하는 척해주는 거란 걸 알았으니 그 부근에 관해서도 생각해둬야 했고…
‘일단 아이와 썬의 고삐를 잡는 게 최우선…’
바로 앞에 레인이 있지만 좋은 수가 있으면 이야기해보라며 으름장을 놓으니 세 사람의 표정이 똑같이 변했다. 마치 그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셋 다 똑같이 음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음탕함을 표현한다.
마치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말하려는 것 같은 기색…
물론 그 예상은 전혀 틀리지 않았고…
“이건 우리가 도와줄 수밖에 없네요오오~?”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이 이야기는 또 색욕 관련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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