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광기의 여자들(5)
수면에서 깬 후 불쾌함이 드는 건 오래간만이었다. 무려 하룻밤을 넘어 하루를 더 잤다. 얼마나 강한 약을 썼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심한 두통이 날 덮친다. 손이랑 발도 떨리고 자칫하면 위험하겠다 싶은 반응이 계속됐다.
자는 동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나무라기 위해서 두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내가 일어난 시간대는 한밤중. 거의 헐거벗은 차림으로 기숙사 내를 돌아다니다가 시종들에게 잡혀서 씻고 정장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안을 나돌아다녔지만 보인 건 썬뿐이었다.
「로키시 공과 아이 공주님은 잠깐 외출하셨습니다」라며 빙그레 웃는 모습에 화가 났다. 그런 일을 벌여놓고 뻔뻔히 밖을 나돌아다니다니. 돌아오면 벌을 주겠다는 말을 늘어놓자 썬이 「그러셔도 좋겠네요」라며 긍정했다. 자기가 지켜야 할 공주님을 벌주겠다고 하는 건데 뭘 그리 기뻐하는 걸까.
가랑이는 찌릿하고 머리는 띵하고 아파 죽겠다.
영문 모를 불쾌함마저 남아 있어.
“썩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런 늦은 저녁에 나를 이런 꼴로 내버려 두고 어딜 나가버리다니. 오래간만에 목 끝까지 영문모를 분노가 차올랐다. 저녁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직접 찾아가 따져주리라.
이젠 내 언동에 익숙해진 모양인지 내 손짓에 의해 시종들이 내 망토를 호다닥 가져왔다. 평소처럼 그것을 등에 달고 밖을 나설 준비를 한 거다. 그런 내 옆으로 썬이 다가와 같이 나가자고 했기에 그것을 긍정했고 우리는 밖을 나섰다.
일단 썬을 앞장세워 그 두 사람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만…
‘이런 늦은 시간에 대체 어디로 갔냐?’
정말로 의미 없는 밤 산책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걸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