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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84화 (84/199)

 무능 귀족 - 광기의 여자들(1)

양초를 켜자마자 몸이 붕 뜨는 것과 동시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내 개인실로 와서 창문을 연다. 방에 퍼진 약이 빠져나가길 바라듯 환기시키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시종인 줄 알고 다시 눈을 감고 자려고 했지만 이득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당황했다.

직접 약물을 주입당한 것도 아니고 조금 졸리고 나른했지만 초점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쪽 눈을 다시 떠서 일그러진 초점을 맞춰 시야를 확보. 내 기분 탓인지 술에 잔뜩 취한 아이는 물론이고 누나와 마스크를 쓴 영애가 보인다. 그것도 마스크 영애는 몇 명이나 늘어나 있다.

이 여자들 뭐야?

어디서 왔냐?

그렇게 입을 열기도 전부터 여자들이 드레스를 벗는다. 내가 천천히 상반신을 들어 머리를 털고 있을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입술 부근만 빼꼼 튀어나와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녀들이 낄낄낄 웃는다.

꿈인가?

악몽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행위에 정신이 번쩍 들뻔했지만 그 순간 아이의 입술이 내 입술과 맞닿고 나를 음란하게 유혹해왔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다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내 상반신을 다시 침대에 눕히기까지 했다.

“자, 다시 잡시다. 에키시.”

“너희들… 윽…”

마스크를 쓴 여자들이 몰려온다.

다섯인가? 여섯인가?

아니면 열은 되는 건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지만 몸이 억눌렸다는 건 알았다. 누나의 손이 내 눈을 가렸고 아이의 손이 내 상반신을 억누른다. 그 사이 내 바지가 스륵 벗겨지고 있음을 안다. 내 감이 일하지 않는 걸 봐서는 위험한 건 아니지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 건 확실했다.

“저번에 봤던 영애 분 기억하시죠? 이번에도 그런 분들을 모아왔어요.”

“?”

아이가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기까지 수초. 그리고 아까 썬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 마스크 영애가 왔다는 소리에 그녀들이 뭘 목적으로 이러는지 깨달았다. 「그런 분들을 모아왔어요」라니. 대체 몇 명이나 모아온 거냐.

“누나가 워낙 발이 넓잖니? 괜찮아, 괜찮으니 그대로 자고 있으렴? 우리가 기분 좋게 재워줄 테니까.”

“아까 내려왔으면 이럴 일 없었어요. 친절히 설명하고 할 예정이었는데. 에키시가 나빴어요.”

“맞아, 맞아, 전부 에키시 잘못이야.”

그게 왜 내 잘못이 되는 걸까.

미친 건가.

억지로라도 저항할까 싶었지만 누나의 손에 내 몸이 억눌려졌다. 약기운이 다 빠졌겠다 원래 몸 상태가 돌아온 것 같은 강력한 힘이었다. 그래놓고 내게 티를 안 내다니 조교 자체는 확실했구나 싶었지만 이런 부분에서 배신감을 느꼈다.

혹여나 나쁜 일이라도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처음엔 악몽인가 싶었지만 현실감이 되돌아오기도 했고 몸에서 피가 도는 것도 확실히 느껴진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일단 일어나긴 해야 했다.

“이거 놔, 썬한테 아무 여자나 안지 않는다고 말한 지 하루도 안됐는데 이러기냐.”

“어머나, 저번에 본 그녀는 안았잖아요? 그보다 걔 여기 있는데요?”

“그때는 추억 삼아준다고 한 번 안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내가 무슨 창놈도 아니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서 단체 섹스하면 화딱지나.”

“그건 사과할게요. 그렇지만 가끔은 나쁘지 않잖아요? 바로 전날 레인 때문에 섹스 도중 멈추기도 했고 사실은 쌓여있는 거 다 알고 있어요.”

“크흠……”

아이의 말을 증명하듯 누군가가 내 불알을 조몰락거렸다. 눈을 가린 손가락 틈 사이로 마스크를 쓴 여자들이 내 가랑이에 모여있는 게 보인다. 내 물건이 그렇게 신기한 건지 불알을 상냥히 쓰다듬으며 코를 가져다 대거나 입술을 대보는 것이 낯간지러움 그 자체였다.

기분 나쁘진 않았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요구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로 또 의심병이 터질 것만 같다. 나란 놈이 이렇게 인기 많을 리 없다고 생각해서 자기 비하를 해버릴 것만 같은 거다.

“누나, 이거 놔.”

“에키시, 미안해. 평소라면 그 말 들었겠는데 이번에는 아이에게 명령을 들었거든. 그러니까 이대로 자 줬으면 해.”

“내 머리 위에 아이가 있었어?”

“에키시가 일어나면 나대로 곤란해지는 약속이었거든.”

그게 뭔지 한 번 들어보자면서 허리를 들려 했지만 누나의 손에 막혔다. 그래서 손을 쓸려고 하니 이번에는 아이가 내 팔에 안긴다. 「혹시 저를 밀치면서까지 일어나실 생각인가요?」라며 협박해오니 억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누나를 밀친다고 진심으로 힘을 쓰면 아이의 몸은 산산조각이 날 테니까.

그래서 아이가 달라붙지 않은 반대쪽 팔을 쓸려고 하니 이번에는 누나가 그 팔에 안긴다. 마치 처음부터 이럴 예정이었다는 것처럼 양옆에 두 사람이 누워 내 팔로 팔베개를 해버렸다. 그 사이 내 다리에 몰려든 정체불명의 영애들은 하나같이 다른 몸매를 자랑하면서 내 자지를 살살 건들기 시작했다.

“로키시 괴롭히지 말고 이대로 주무세요. 천국을 보여드릴 테니까.”

“저번에도 그 소리 하지 않았냐? 이 상태로 어떻게 자.”

“그 저번에도 잘 잔 주제에.”

내 코를 검지로 콕 누르면서 뱀처럼 웃는 아이. 그 사이 내 귀두가 그 가느다란 손가락들에 감싸지며 허리가 흔들렸다. 아직 양초의 기운이 남아 있는 건지 잠이 솔솔 몰려오고 있었으니 아예 못 잘 것도 아니다.

썬에겐 미안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이대로 자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입술에 남은 짭조름한 무언가에 정신이 흐릿하다. 아까 입술을 빼앗았을 때 무언가를 사용한 게 틀림없었다.

“으…”

“잠이 솔솔 오죠?”

“이것들이…”

편히 자라면서 내 이마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아이. 섹스는 자주 했지만 그런 손길은 오래간만이다 싶어 눈이 감긴다. 이런 상황에 어머니를 생각하다니 나도 참 바보 같은 남자다. 여자라는 거에 너무 약한 놈이다.

“이걸… 썬한테 어떻게 말하라고… 나도 체면이 있는데…”

“제가 잘 말해 둘 테니 이대로… 코오… 코오… 후후후…”

“으… 아…”

좀 더 깊게 잠들라며 검지에 물 같은 것을 바르더니 그대로 내 입술에 흘려 넣어왔다. 위험한 것이라면 누나가 말려줄 테니 안심했지만 내 몸에 듣는 수면제라니 레인 대책으로 만든 것치고는 너무 효과가 강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마취라도 한 것처럼 눈이 감긴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이다. 덕분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회상되고 만다. 정말로 싫은 감각이었다.

‘어머니…’

마지막에 보인 그녀의 얼굴.

그걸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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