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성욕 마인 X 성욕 돼지(7)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펠라를 받는 행복한 일은 없었다. 자기 전 그런 일이 있었기도 했고 오늘은 아침부터 여유가 없었던 건지 모두가 분주했다. 누나도 깔끔한 드레스 차림으로 갈아입어 누님 모드였고 아이도 드레스 차림으로 두 사람이서 쁘띠 왕성으로 향했다고 한다.
썩어도 왕자가 학교에 입학했다. 응분의 환영을 해주는 것이 우리의 도리다. 본래라면 아예 무시해도 될 놈이지만 레즈우 왕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뜻으로 그 자녀분들을 눈감아주고 있는 게 현 귀족의 실태. 당장 레인 공주만 해도 그렇다. 아이 공주님까지는 아니지만 평민들에게 적당히 지지를 받고 있는 공주다. 다만 그런 공주님이 이 학교에 있음에도 로키시라고 하는 공녀에게 여 귀족들이 이끌리고 있다니 아무리 봐도 이번 세대의 귀족들은 레즈우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낮다.
‘게임의 흐름에서 벗어나진 않았어……’
게임상이라면 레인이 여왕님이 된다. 호모우 왕국도 아이가 왕위를 이으면 여왕님. 말 그대로 세대가 변하는 것. 이런 꼴이면서도 남존여비의 성향이 강한 나라였는데 그 후로는 말 그대로 여자 남자 구분이 없는 성욕 넘치는 나라들이 완성될 것이다. 특히 각 나라의 교단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게임으로만 봤다면 모를 세계다. 이 좆같은 설정들도 그렇고 현실로 맞닿게 되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방구석에서 게임하고 있을 뿐이라면 저런 돼지 새끼가 부르는 건 깡그리 씹고 있어도 되는데 말이다. 이젠 내 것이 된 두 여자를 연회에 내보내야 하는 치욕도 겪어야 한다. 심기가 불편해지는 일이다.
“왔니?”
“응. 세스트 왕자는?”
쁘띠 왕성에 도착 후 곧장 늘상 학생들이 모이던 연회장에 발을 들였다. 화려한 샹들리에, 분주히 움직이는 메이드, 길게 늘어진 식탁, 그 중심에는 댄스장, 말 그대로 중세 판타지 연회장. 이젠 놀랍지도 않고 현 상황에 질린다는 느낌을 받으며 누님 모드인 우리 누나야에게서 세스트 왕자가 있는 곳을 들었다.
“저쪽이야.”
‘예상대로인가.’
누나의 살짝 찡그린 표정과 시선 끄트머리에 그 돼지가 있다. 그때 본 것처럼 자신의 몸에 걸치면 안 될 것 같이 화려한 옷차림과 망토에 장식물을 여럿 단 모습. 연회장 구석진 곳에서 자신의 자랑이나 여성의 품평을 하고 있는 그 꼬락서니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나 틀린 게 있다면 그 사이에 내 미래의 마누라 되는 분이 있다는 거겠지. 아이에게 노골적으로 찝적거리는 그 모습은 진심으로 불쾌했다. 여태까지는 내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은 명백히 감정이 상하는 요소가 있었다.
“벌써 자기 물건 취급이니? 아이도 사랑받고 있네? 질투 날 것 같아.”
내 표정을 보고, 내 생각을 헤아리는, 눈치 좋은 우리 누나…
내가 아이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알고 있으니 눈치채는 것도 쉬웠겠지. 그렇지만 뭘 하나 잊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을 정정해줬다.
“착각하지 마라? 너도 내 물건이야. 확실히 사랑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해줄 거야. 그 점 잊지 말고 저 돼지가 뭔 지랄을 하든 한 귀로 듣고 흘려라. 알겠지?”
“응? 으응… 다, 당연하지… 에키시… 우리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으면 그걸로 된걸… 괜찮아… 우후후…”
지금은 사람들이 많으니 대놓고 놀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아주 잠깐 반말로 놀아줬더니 아주 기뻐하셨다. 홀로 몸을 배배 꼬면서 음탕한 표정을 지을 정도다. 그게 눈에 띄었던 건지 저쪽에서 여자 무리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지만…
“에키시! 에키시! 내 벗이여! 와줬느냐아아~?!”
“네, 세스트 왕자님. 전입 축하드립니다.”
“그히히히히히히!!!”
다행히 표정 관리는 어렵지 않았다. 내 말에 진심으로 기쁜 듯 그 커다란 살덩어리를 흔들면서 손뼉을 쳐댔다. 누나의 변태스러운 움직임도 멈췄고 예전처럼 쿨한 모습으로 「축하드립니다」라며 정중히 인사했다.
바로 내 옆이자 뒤로 살짝 물러난 자리. 그 위치상 나를 방패 삼아 자신의 인상을 지울 생각인 모양이었지만 이 돼지 놈의 에로 센서에서 누나 같은 미녀가 피해 갈 순 없었다. 살집 가득한 그 눈이 뜨이더니 우리 누나를 록온 해버리고 만다.
“그히힛! 그렇구마안~! 당신이 로키시 공녀인가아~! 역시 소문보다 실물이 휠씬 더 예쁘도다아~?! 만난 게 아주 옛날인지라 얼굴이 기억 안 났지만~! 이렇게 보니까 딱 봐도 알겠어어어~! 그히히히히!!!”
“……………”
“읏…”
말없이 드레스 끝자락을 올려 머리를 숙이는 로키시 누나. 말을 섞을 생각이 없는지 내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그 돼지의 바로 옆자리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살짝 신음소리를 내면서 돼지의 옆에서 떨어지고 싶어 하는 티를 냈다.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이 돼지와 인사를 하고 친한 척 티를 냈다. 내 명성이야 흠집이 나든 말든 이제 와선 상관없는 일이지만 누나나 아이는 다르다. 애초에부터 인기인으로 보이고 있는 두 사람이니 예절을 지킨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럼, 그걸로 됐다.
아이와 누나 쪽에 시선을 보내 뒤로 물러나란 신호를 보냈다.
“음~? 그힛?”
또각 소리를 내면서 뒤로 물러서는 두 사람. 아이는 돼지의 바로 근처에 있었지만 뒤로 빠진 줄 모른 눈치였고 내 바로 옆에 있던 누나는 뒤로 빠지면서 돼지의 시선에 걸려버렸다. 인사는 좋았지만 말없이 뒤로 가니 세스트 왕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녀석은 그 특성상 여자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미움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무표정하게 뒤로 빠지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당황한듯했다.
“오늘 그날이시거든요. 우리 누나가 그게 좀 무거워서요. 원래 여기까지 올 몸 상태도 아닌데 그래도 인사는 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내가 눈치가 없었나… 그히…”
“가끔 있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시죠. 창관에서도 자주 있었잖습니까.”
“그히힛… 그렇지… 가끔 일이야…”
매너 정도는 지킨다. 이런 녀석이라도 왕의 아들이니까. 누나와 아이는 의리를 다했고 나머지는 내가 할 차례다. 아이의 경우 다른 귀족들의 권유에 이끌려 다른 고리로 빠져버렸으니 세스트가 다시 말을 걸기엔 허들이 좀 높을 거다.
“맞아, 이야기 들었다아~? 늦잠을 잤다지이~? 어쩐지 연회가 시작됐는데 안 보이더라니이~! 이 녀석이! 그히힛!”
“친구가 없으셔서 외로웠습니까?”
“오히려 부러웠지! 너 그 아이 공주님께 손을 댔구나?! 그힛!”
“이야기 들으셨나 보네요.”
내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해냈습니다」하고 자랑했다. 그러자 세스트는 「친구의 여자는 건들지 않으마」라며 바보 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그렇게 열렬히 찝쩍거리는 시선을 보내놓고 뭐라는 걸까. 친구가 아니더라도 저쪽에서 상대도 안 해줄 거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 맞다, 맞아, 너에게만 여자 자랑을 듣는 것도 질리지이~! 그힛! 이쪽도 소개해 줄 여자가 있었도다아~!”
“여자?”
“스노~! 이리와라아~! 어서어~!”
‘스노?’
저 멀리서 「네」하고 대답 소리가 들려온 것과 동시에 연회장에서 조용히 서 있던 여자 하나가 쪼르르 걸어왔다. 파란 드레스 차림에 전신 파랑파랑파랑파랑. 말 그대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새하얀 바다가 생각나는 조그마한 여자애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서 발목에 닿고 있다. 그럼에도 그 머리카락은 흔들리거나 땅바닥에 끌리질 않는다. 움직임이 아주 스마트하다. 그 이름도 그렇고 색에 키까지 전부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아는 것과 아주 조금 다른 것이었지만 아예 못 알아볼 스타일은 아니다.
스노, 바다 건너에서 온 현자.
파란 소녀.
서브 히로인이다.
“그힛, 소개하마. 내가 왕성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은인인 스노다. 본래라면 왕의 고문역이었지만 지금은 내 감시역으로 붙어있지. 그녀 덕분에 왕성을 무사히 빠져나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도다아~! 그히히히!!!”
“처음 뵙겠습니다 에키시·블랙우드 공.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스노입니다.”
“아… 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노 양…”
살짝 띈 홍조를 자랑하듯 기쁘게 인사하는 스노 양. 반대로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받아들인다. 갑자기 서브 히로인이 튀어나온 것엔 놀랐지만 외형이 꽤 바뀌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스노, 바다 건너에서 온 현자, 원래 쭉쭉빵빵한 누님 캐릭터였을 터…
왜 갑자기 로리화가 되어있지?
엘피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작을지도 모르겠다. 그 특유의 새침한 얼굴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파란 소녀란 것 자체가 눈에 띄기 때문에 아마 내가 잘못 봤다거나 하는 일은 아닐 거다.
호모우 왕족과 그 관련인은 대부분이 백색, 레즈우 왕족과 그 관련인은 대부분이 금색, 피가 이어져 있든 말든 이건 게임 설정을 근거로 「그렇게 돼 있다」이기에, 그러니 파랑은 그녀를 뜻하는 색이다. 애초에 여태까지 파랑 같은 노골적인 색은 여기서 처음 봤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도움을 줬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말 그대로의 의미지이~! 그녀는 바다 건너에서 온 현자! 아버지와 친구 사이가 돼 있을 정도로 신용 있는 자! 그 입놀림으로 내가 왕성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거야아! 그힛히힛!”
“분명 저번에는 감시역을 따돌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마치 협력자인 것 같은 말투 시네요. 게다가 왕께서도 세스트 님의 중요성을 인정하니 뭐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녀석 잔소리가 심해서 말이다아~! 아버지께 내 중요성을 인식시켜준 건 고맙지만 여자 놀이를 못하게 막아댄단 말이다아~! 그히히히~!”
‘아, 그런 이야기였나.’
완전한 협력자는 아닌가? 왜 굳이 세스트를 왕성에서 탈주 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시역으로서의 일은 하고 있는 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현자가 왜 굳이 이런 일을 하는 거지?
게임 내였다면 여러 가지 상담을 받아주는 쿨한 누님 캐릭터였을 터. 입학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레즈우 왕의 곁에 있었다니. 말투도 게임 내에서 본 것보다 부드럽다. 게임 내에서는 아주 딱딱해서 섹시계인지 쿨계인지 헷갈리는 여자였는데.
“아직 어린데도 대단하네요. 왕의 고문역이라니 저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어려? 그히히히!”
“왜 그러십니까?”
“이 녀석! 이렇게 보여도 우리보다 나이가 많다고오~!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다니까아아~! 그히히히힛~! 정확한 나이는 안 알려주지만 말이다아~!”
“왕자님?”
“미안, 미안, 너 나이 이야기 싫어했었지이~! 그힛!”
나이는 그대로 남아 있나. 외형만 바뀌었을 뿐인 로리 할망구 캐릭터가 된 모양이다. 잘하면 내 나이의 두 배 이상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이니 나이 같은 거 거의 의미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이제 와서 서브 히로인에 눈독 들일 필요 없지? 가슴도 사라졌고.’
겨우 서브 히로인과 마주치게 됐는데도 짜게 식어버렸다. 아이라고 하는 메인 히로인을 공략해버렸고 누님도 누나가 되어버렸으니까. 레인만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정리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느슨해져서 굳이 다른 일에 정신 쏟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친해지는 정도라면…
그 정도로 끝마칠까…
“아, 맞아. 한가지 더.”
“네?”
그런 마음가짐으로 얼굴에 가면을 쓰려고 했을 때 세스트의 말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이 녀서억~! 어렸을 때 너와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아~! 어린 너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어~! 그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이 연회에 얼굴을 비춘 거야아~! 그히히히히! 인기가 많군~? 에키시이~! 이 녀석 어지간해선 이런 자리에 얼굴을 안 비추는데 너 때문에 온 거라고오~!”
“어렸을 때?”
“에키시 님께서 막 공부를 배웠을 때랍니다. 아장아장 걷고 있을 때요. 아마 제 얼굴 기억하지도 못하실 겁니다.”
“정말 어렸을 때잖아. 혹시 제 보모였습니까?”
“네, 그 비슷한 걸까요?”
그 말에 등에 식은땀이 두 방울 떨어졌다. 그 시절이면 아직 나라고 하는 자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무렵이다. 자의식은 있어도 그것을 활용할 정도로 나이가 있질 않았다. 기억은 있는데 희미하게 지식을 뽐낼 수 있는 정도였다.
몸이 어려진 영향인지 아직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태. 내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누나가 누님으로서 본격 각성을 시작했을 무렵이니 확실하다. 그전까지는 나라고 하는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모른다. 일단 내 안에 있는 최현준이란 놈이 지식을 뽐내고 다닌지라 영재 소리를 듣고 자라긴 했지만…
‘이 타이밍에 이런 인연이 있었다고 알아버리다니. 운명인지, 지랄인지, 신경 써도 되는 건지, 아니면 그러려니 해도 되는 건지, 판단이 안되는데.’
나쁜 인상을 줄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은 놀란 티를 냈다.
“이것 참. 옛날에 영재 소리를 듣고 자라서 대체 누가 절 가르쳤나 했더니. 이렇게 제 은인을 보게 될 줄이야. 만나서 정말로 반갑습니다 스노 선생님.”
“그렇게 사람을 칭찬하는 것도 능력이네요. 그때도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역시 천재는 천재, 영재는 영재, 예전과 다를 바 없어 보여서 정말로 놀랐습니다.”
‘진짜냐.’
엄청 조숙한 놈으로 보였겠다 싶어서 쓴웃음으로 답했다. 그러자 파란 눈을 깜빡이면서 쿡쿡 웃어대는 것도 그렇고 정말로 날 보러 잠깐 오신 모양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 어렸을 모습에 대해 잘 이야기해주지 않는 편인지라 이런 이야기는 신선했다. 그 시절은 우리 어머니께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혹시 누나는 알고 있었나?’
저 멀리 물러선 누나를 살짝 바라보았다. 저쪽은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자기 파벌에 끼여서 여자들과 떠들고 있었다. 대신 스노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 그 끄트머리에 있는 로키시를 발견 후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다.
“로키시 님에 관해서는 좀 무서웠다는 게 본심입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욕심이 많으셔서 위험하구나 싶었지만 지금은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보이네요. 두 분 다 너무 조숙하셔서 사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답니다.”
“그히히? 이 녀석 그렇게 심했는가아~? 옛날 창관에서도 여자들을 여럿 울리고 다녔다만~! 그히히히~!”
“어렸으면서도 저에게 많은 말을 해주셨지요. 에키시 님 본인은 기억 못하고 계신듯합니다만. 덕분에 지식이 늘었습니다.”
꼭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는 말투도 그렇고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무서운 짓을 저지른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나에겐 첫 만남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이 서브 히로인의 호감도가 높아 보여서 무섭다. 두 눈을 깜빡이면서 기쁘게 기쁘게 홍조를 띠는 것이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도.
“오, 우리 감시역은 에키시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아~? 나는 상관 없다고오~! 이런 땅딸보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기도하고오~! 에키시에게 시집가고 싶다면 있는 힘껏 밀어주겠어어어~! 분명 아버지도 기뻐하실 테지이이~!”
“부끄러운 소리를 하시네요. 왕자님도 참.”
‘이 돼지 새끼 드디어 죽고 싶은 건가.’
바로 옆에서 돼지 새끼가 꿀꿀 거리고 있는데도 불쾌한 티가 없다. 땅딸보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다. 방금 말에 호감이라도 있었던 건지 허리를 흔들면서 부끄러워하는 티마저 났다.
‘여자에게 사랑받는 것 자체는 기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마 어떤 남자든 그러겠지. 하물며 외형이 갖춰진 여성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비슷한 경우를 몇 번이고 맛봐서 그런지 경계심이 앞섰다. 특히 창녀들의 엉덩이에 깔릴 뻔한 전적이 있는지라 뭘 어떻게 해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이의 사랑에 관해서도 몇 번이고 의심했으니 이 여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 그래도 역시…”
“?”
내 주위의 여자들은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때가 많은데 이 예전 보모도 그런 것 같다. 내 의구심을 채워주려는 건지 입을 열어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 발언을 던져왔다.
“저로서는 좀 더 어렸을 때가 취향이었네요. 어렸을 때의 에키시 님은 정말로 귀여웠습니다. 자그마한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여성에 관한 칭찬도 그렇고. 지식을 뽐내고 있을 때 보이는 언밸런스한 느낌이 좋아서요.”
“어린애가 좋으셨던 겁니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에요. 단순히 그때 그 시절이 제일 귀여웠다 그거예요. 지금은 너무 늠름하게 자라서 부담스럽네요.”
“히히히히! 그렇다고 한다~! 에키시이~! 그히히히히!!!”
좋아한 게 로리였을 뿐이라고 소리치던 내 친구가 기억난다. 그 녀석 지금쯤 뭐하고 있으려나 싶었지만 금방 현실로 정신을 돌렸다. 나를 정말로 사랑했다거나 하는 일은 아닌가. 나이가 꽤 있다고 들었고 손주를 본 감정일지도 모른다.
‘일단 이 여자에 관해서는 보류. 나타난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 내게 관한 감정은 둘째치고 일단 세스트를 왕성에서 빠져나오게 한 이유를 못 들었어. 게다가 어째선지는 몰라도 레인도 이 자리에 있고 말이지.’
시선을 돌려 레인이 있는 곳에 눈총을 보낸다. 자신의 파벌을 데리고 아이나 로키시 쪽에 슬금슬금 다가가는 그 모습에는 내가 원했던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마치 세스트 따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 모습에 이유 모를 불안이 남는다. 어째서 이 자리에 나온 건지 모르겠다. 우리랑 달리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을 텐데 두 사람과 접촉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력하는 모습만 보인다.
‘쓰으으읍…’
섹스에 빠질 때가 아니었군.
‘레인과 직접 접촉할까.’
레인을 관망하자는 작전은 중지라고 결단.
세스트와 스노 양은 방치하고 일단 레인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