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79화 (79/199)

 무능 귀족 - 성욕 마인 X 성욕 돼지(6)

“으아, 아아아, 큰일 났어, 큰일, 큰일 났다고요…”

“진정해! 녀석이 여기로 온 건 사실이고 전입한 것도 사실이지만 널 덮치러 왔단 보증은 없어! 왕에게서 파견된 감시역도 있고! 게다가 우리도 있으니 대놓고 널 추행하는 일은…”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미녀라면 같은 핏줄이라도 눈이 뒤집어지는 또라이라고요?! 저는 물론 아이에게도! 로키시에게도 손을 댈 게 틀림없어요! 전쟁이야! 전쟁! 분명 대륙이 불에 휩싸일 거예요!”

“그러니까 진정하래도! 저쪽에는 에키시·블랙우드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자기 여자에게 손대는 걸 보고 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왕께서도 바보가 아냐! 굳이 저 바보를 여기에 내버렸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겠지!”

“끄으으으~!”

에키시의 예상대로 이쪽은 시끌벅적했다. 아이의 기숙사에서 튕겨 나온 전신 로브 차림의 레인은 물론이고 이쪽의 이름 모를 금발 감시역도 전신 로브 차림으로 그녀의 옆을 지지해주고 있다.

불과 수시간 전까지만 해도 모든 부하들을 모아서 아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항할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돼지의 등장과 함께 모든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레인이 트라우마에 발작해대고. 그 돼지가 「오래간만이다아~! 나의 여동생이여어엇~!」하고 달려든 순간 감시역 전원이 그 돼지를 말려야 했다. 정말로 끔찍한 비명소리는 물론 날아온 감시역 전원에게 왜 막냐고 소리 지르면서 꿀꿀 거리는 그 모습은 레인의 허파가 뒤집어지기엔 충분했다.

“어쩌죠… 돌아가기 싫어요… 그렇다고 어디 다른 곳에 숨어들어도 금방 들킬 테고… 아이의 기숙사라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찾아왔지만…”

‘애초에 여기에 온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데.’

금발 감시역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한다. 자기가 강간하려고 한 상대에게 몸을 기대려고 하다니 정말로 미친년이었다. 지금 자기가 쫓고 있는 상대는 자신을 강간했던 돼지 새끼. 그리고 도망치려고 하는 곳은 자기가 강간하려고 한 눈꽃 공주님.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모른다.

그 혈통, 그 핏줄, 똑같은 놈들끼리 똑같은 짓을 한다.

자신이 역겨운 여자인 것을 본인만 모른다.

“어쩌지, 어디로 돌아가지, 이대로 왕성으로 가? 학교 같은 건 내버려 두고 진짜 왕성으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좀 진정하고 내 말을……… 으을~?”

그런 두 사람이서 티격태격하는 동안 아이의 기숙사 바로 앞 어두운 정문 앞에서 누군가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맨 먼저 눈치챈 건 당연히 감시역 쪽. 주위에 퍼진 동료들이 레인을 지켜주고 있으니 큰 걱정은 없었지만 이 시간에 누군가가 걸어 다니는 건 드문 일이다.

하물며 아이의 기숙사는 거리를 빠져나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통 밤 산책으로 여기까지 오진 않는다. 누군가가 흥미 삼아 여기까지 올 수도 있겠지만 눈앞에서 걸어오는 상대는 명백하게 수상스러운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

“거기에 있으신 분? 누구예요?”

그 모습에는 당황해하던 레인도 침착함을 되찾았다. 어두운 장막 끄트머리에서 나타난 푸른 소녀. 엘피와 비교가 될 정도로 어린 모습에 자신의 외형과 어울리도록 푸른색으로 리메이크한 교복 차림. 귀족이라면 누구든 잘 입지 않는 이 학교의 교복 차림에 레인의 긴장이 풀리지만 감시역은 여전히 똥 씹은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얇은 파랑, 구름이 섞인 것 같은 얕은 색, 눈도 머리도 그런 색으로 머리카락은 너무 길어서 발목에 딱 닿고 있다. 머리를 뒤로 잘못 넘기면 땅바닥에 이끌린 텐데 그럴 걱정 없다는 것처럼 허리를 꼿꼿이 피고 인형같이 딱딱한 포즈를 유지 중이다.

“저 녀석은…”

“누군지 알고 있어요?”

“이번에 왕성에 새로 편입한 감시역… 머리가 총명해서… 원래라면 왕의 외부 고문역으로 추천받았던…”

“아버님의?”

“분명 이름이……”

그 순간 소녀의 입이 열린다. 통명한 얼굴과 달리 높고 활발한 목소리로.

“스노에요. 레인·레즈우 공주님. 만나 봬서 반가워요.”

어두운 길 끄트머리에서 가볍게 목례하고 나서 천천히 다가온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처럼 두 사람에게 자기소개를 하기에 감시역의 마지막 경계마저 풀렸다.

“아, 그랬지. 그런데 왜 당신이 여기에? 그것도 이 시간에…”

“수상스러운 일을 하려고 온 건 아니랍니다. 이번에 세스트 왕자의 감시역에 자리를 잡아 두 분께 인사를 드리려 온 거예요. 아까 그 소란도 그렇고 인사를 못 드렸다 싶어 뒤를 쫓아왔답니다.”

그 말에 레인은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 돼지의 감시역이 능력 있는 여자라고 한 거다. 왕의 외부 고문역에 추천받을 정도라면 상당히 괜찮은 여자이리라.

“고문역에서 감시역에 들어온 건 알았지만… 레즈우 왕가의 왕자님을 상대로 붙어있는다고 들었는데… 설마…”

“세스트 왕자가 왜 여기에 왔는지,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아까 그 자리에서 설명할 예정이었는데 뒤도 안 보고 도망치셔버려서요.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아예 몸을 숨겨버릴 것 같고. 덕분에 힘든 마라톤을 했어요.”

그 말에 레인과 그녀의 감시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스트 왕자가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해 죽으려고 한 사람들이다. 특히 레인은 빨리 이야기 해달라면서 보채는 것 같이 안달이나 있었다.

“미안해요! 그렇지만! 이유라니?! 그 돼지 오빠가 여기에 온 이유가 있다고요?!”

“그야 그렇죠. 대체 누가 맨정신으로 강간 피해자를 강간범과 같이 있게 합니까? 전부 이유가 있는걸요.”

약 한 명.

맨정신이 아닌 사람이 눈앞에 있지만.

스노라 불린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줄줄 늘어놨다.

“설명할 것도 없이 간단한 이야기랍니다. 왕성에서 날뛰던 세스트 왕자. 레즈우 임금님은 자기 자식이라고 죽이지도 못하고 관망. 그러다가 결국 저에게도 피해가 오기 시작해서요. 「그럼 제가 성질머리 좀 고쳐 놓아볼까요?」라고 유혹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뭣?!”

“아, 말이 너무 거쳤습니까? 죄송하네요. 임금님과는 사적으로 친구인 관계인지라. 외부 고문역이란 게 말만 신하지 사실상 임금님의 말벗들이 모인………”

“그게 아니에요! 그전에!”

“아, 성질머리를 고치겠다는 부분요?”

“네! 네! 그거요!”

스노는 말 그대로의 의미라고 딱 잘랐다. 그 모습이 너무 쿨하고 건방졌지만 화가 올라오진 않았다. 레인이든 감시역이든 그 말에 「왜 그런 당연한 사실을 몰랐을까?」라고 당혹해 한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당연하죠. 레인 공주님에겐 있어서는 악몽 일뿐인 이이기니까요. 아무런 연락 없이 온 건 우리 잘못이에요. 하지만 안심해주세요. 우리 돼지 왕자님을 완벽히 갱생시켜 보일 테니까요.”

“정말로 고칠 수 있는 거야?!”

“네. 그러기 위해서 임금님께 여러 가지 허가를 받아왔거든요. 최종적으로는 같이 지내고 계신 레인 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하고 성욕도 절제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제가 있는 한 누군가가 덮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 학교에서 기본부터 처음부터 착실히 교육해 왕성으로 돌려보낼 거예요.”

“아~! 아하, 아핫, 아하하~!”

그 말에 레인이 푱푱 뛰며 기뻐한다. 아무런 증거도, 실적도, 뭣도 없는데도 그 말만으로 기뻐한다. 그만큼 돼지의 행태는 심한 것이었고. 본인도 거기에 알맞은 쓰레기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만큼은 깨닫질 않는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스노라고 하는 감시역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는 레인. 반대로 레인의 감시역은 그 말을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 중. 그 와중 확실한 것은 그녀가 자기네들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 그러니 나쁘게 대할 마음은 없었지만 뭔가가 걸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아이 공주님의 기숙사까지 오시다니. 대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혹시 세스트 왕자님을 피하셔서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셨는지…”

“그게…”

“레인 공주님과 아이 공주님은 절친한 친구 사이야. 저런 사람이 갑자기 불쑥 찾아왔오기도 했고. 도망칠 곳이 여기 밖에 없었거든.”

“이런 늦은 시간에 와도 반길 정도로 친하다는 거네요?”

“맞아.”

자신의 감시역이 지껄인 말에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예요?」 같은 시선을 보내는 레인. 그러나 감시역은 그런 레인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낸 후 스노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건 다행이네요. 임금님께 보낼 편지에 좋은 소식만을 넣고 싶었는데. 한동안 양국의 사이가 흔들리기도 했고 이걸로 안심이에요. 분명 정치계에도 큰 영향을 주겠죠. 블랙우드 가문도 그렇고 레인 공주님의 자리는 흔들리질 않겠어요.”

“…………………”

그 말에 기뻐하던 레인의 표정이 노골적으로 굳는다. 돼지의 일에 자기가 걱정하던 일을 잠깐 까먹고 있음을 다시 떠올렸다. 그 레인의 표정에서 뭘 눈치챈 건지 스노가 뱀처럼 웃지만 그 이상의 추궁은 없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기숙사에 들어가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대로 돌아가실 겁니까?”

“아, 응, 이대로 돌아가자. 치, 친한 건 사실이지만~?! 일이 이렇게 됐는데 굳이 도망칠 이유는 없잖아? 응! 돌아간다 돌아가! 어서 가자!”

“후훗, 아쉬워라.”

그럼 어쩔 수 없다면서 등을 돌리는 스노. 갑자기 나타난 이 정체불명의 감시역은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앞장서서 다시 어두운 장막 안으로 몸을 감췄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따각따각 발소리만 남기고.

‘큭…’

희비가 교차하는 레인.

그녀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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