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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75화 (75/199)

 무능 귀족 - 성욕 마인 X 성욕 돼지(2)

대체 뭐가 그리 기쁘다고 그리 떠들어대는 걸까. 돼지 녀석 살도 많아서 그런가 배에 축적한 칼로리라도 소비하겠다는 것처럼 떠들어대서 결국 밤까지 어울려줬다. 분명 처음에는 상인을 덮치려 해놓고 도중엔 그 목적마저 잊은 건지 왕성에 있었던 일을 나불거리다가 상인과 친해지기까지 해버렸다.

웬만하면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독백하겠지만 저 녀석은 예외다. 저 녀석은 확실히 나쁜 녀석 측. 그리고 레인과 누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나쁜 놈이긴 한데 나 개인은 용서할 수 있는 측이다. 누나는 이번에 고생을 꽤 했으니 그 틀에서 벗어났지만 레인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저 녀석이 등장했으니 뒷일은 뻔하군. 레인을 조교하거나 뒤통수를 치려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지게 됐나. 레인 관련 배드 엔딩에는 100% 나오는 녀석이고 내가 안 보는 사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게 확실하다. 일단 상황을 보는 게 급선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짐 덩어리가 계속 늘어나네… 저 새끼랑 아이나 누나와 접촉시킬 순 없어… 머리 아프게시리 하필 이 타이밍에 등장하냐…”

불만을 투덜투덜 거리면서 그 차이니스 느낌이 풀풀 나는 상인에게 받은 초콜릿을 씹는다. 단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면서 아이의 기숙사로 당당히 들어갔다. 입구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던 기사는 날 보자마자 길 안내를 했으며 기숙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설명해줬다. 마침 그녀들은 저녁 식사를 하려 했던 건지 모두가 식당에 모여있다고 한다.

또 식당인가.

무슨 집회소도 아니고.

정체 모를 운명 같은 거에 이끌리듯 식당으로 향했고 거기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원래라면 아이와 썬만 있어야 할 장소지만 우리까지 끼어든 것으로 요즘은 말수가 많이 늘어난 장소였다.

“다녀왔습니다아아아아아…”

“아, 에키시. 오셨어요?”

“그래에… 흐… 죽겠다 진짜…”

“기다리고 있었어요. 슬슬 올 것 같았거든요. 자,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응…”

식당에 발을 옮기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맨 먼저 인사를 한 것은 아이다.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친절하게 내 망토를 잡아 벗겨주는 둥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반면 엘피와 네티아는 뚱한 표정으로 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았고. 우리 누나는 누군가에게 코스프레라도 당한 건지 검은색 고양이 메이드복 차림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에키시 왔니?”

“네, 누나. 그런 누나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까? 오늘은 제가 좀 늦었죠?”

“보다시피 잘 있었어. 매일 발을 옮기게 해서 미안. 아, 이야기는 들었단다. 그 돼지가 왔다며?”

“네…”

“고생했겠네. 안 봐도 알아. 피곤하지? 어깨 주물러줄까?”

“고마워요…”

“우후후, 뭘 이거 가지고.”

차림은 그렇더라도 행동은 여전히 평범한 누나 상태였다. 약간 드센 것 같으면서도 친절한 로키시 누나. 그때 그 자리에서 썬이 조교가 끝났다며 선언했고 파이의 검사 결과 몸이 미약에 찌들어 있어서 이젠 내게 저항 불가능할 거란 말이 나왔다. 그렇기에 「이거면 괜찮겠다」 싶어서 미약 관장을 그만두게 했으며 지금은 이 상태가 됐다.

여전히 정조대를 차고 있고 힘을 떨어뜨리는 약도 먹이고 있지만 보다시피 내게 완전히 떨어져 있으시다. 정말 털끝만큼도 저항하는 기색이 없어서 오히려 수상스러운 수준. 그러면서도 썬과 아이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가끔씩 소름이 돋는다. 심지어 파이와 와이와도 멀쩡하게 대화하는 모양이니 더욱이 말이다.

예전의 누님의 성격과 지금의 성격이 합쳐져 무적으로 보인다.

혹시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거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 정도다.

“그 돼지에 대해 설명 해놨습니까? 제가 왜 그랬는지도…”

“엘피와 네티아가 설명하긴 했지만 그걸론 좀 모자랐거든. 내가 직접 그 돼지에 대해 설명해놨어. 네가 왜 그 녀석과 접촉했는지도 감이 가니까 그 점도 함께 말이야. 여자애들을 걱정해준 거지? 우리 착한 에키시.”

“옆에서 화약고가 걸어 다니는데 어찌 가만히 보고 있겠습니까. 정말 말 섞기 싫었지만 여기에 온 이유나 근황 같은 것 좀 물어보고 왔습니다.”

“아하, 또 너한테 들러붙어서 하루 종일 들들 볶아 댔겠네? 그 돼지 친구가 없어서 그런 거야. 잘난 네가 이해해주렴. 힘들었지? 피곤하지? 혹시 짜증도 났니? 오늘도 누나가 위로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후후훗.”

“하핫… 누나도 참…”

뭐가 그리 기분 좋으신 건지 입으로 냥 소리를 내면서 내 뺨과 자신의 뺨을 붙여오셨다. 정말로 조교 당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예전 면모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 내게 헌신하는 그 모습에는 예전처럼 강요스러움이 없다. 내 명령이라면 당장 이 행위도 그만두실 테지.

‘내게 헌신해주는 고양이 메이드 누나라니 너무 불끈한데…’

아침에 있었던 짜증이 다 날아갈 정도로 기분 좋아지는 찰나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걸 느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썬이 「정말로 누나를 싫어해서 조교한게 맞습니까?」라고 물어볼 정도로 우리 행위가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원래부터 싫어하진 않았어. 누님의 어떤 행태가 아주 화가 났을 뿐. 그걸 고쳤는데 내가 왜 누나를 마다하겠냐?”

“아하핫~! 응응~! 그렇지이이~! 으움~! 쪼옵~!”

“큭…”

그래서 반론했더니 누나가 그것에 동의하듯 내 뺨에 자신의 입술을 붙여 오셨다. 그러고는 이 이상하면 내게 미움받겠다 싶은 건지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아차」하는 목소리를 낸 걸 보면 자기 마음대로 강요했다가 혼났던 자신의 과거를 반면 교사 삼고 있는 것이리라.

“오늘도 몸을 검사했습니다만 아무 문제 없었어요오… 정말로 그 소문의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온화하셨고요오… 조교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네요오오…”

“파이의 말대로에요. 지금의 로키시는 싫지 않아요. 오히려 말벗도 되어주고 있고 이번 일에 관해서는 우리가 너무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그런 누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파이가 오늘의 검사 결과를 말했고 아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기분 좋은 티를 냈다. 썬은 여전히 불만인 표정으로 뚱하게 있지만 대놓고 누나를 미워하진 않는 것처럼 어린애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서로 사과하고 친해져버렸지 뭐야? 그때처럼 거짓말이 아냐. 이번에는 진짜로 사과하고 친해졌어. 믿어줘.”

“네, 믿겠습니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어요. 우리 누나는 이제 저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테니까요.”

“우후후, 고마워~!”

분명히 차림세는 고양이인데 마치 개처럼 통통 튀면서 기뻐하신다. 네티아, 엘피, 로키시 누나, 이렇게 셋이서 세워두면 꽤 볼만하겠다 싶다. 말 그대로 충견이 세 마리.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하반신이 불끈해져 버리는 조합에 성욕을 참는 게 힘들었다.

식당 자리에서 흥분이라니 기분이 너무 풀려있나?

밖에는 스트레스 투성이지만 기숙사 내는 천사(?)들 투성이…

이대로 여기에 처박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아이도 누나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그런 추잡한 욕망을 참고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그, 이야기가 좀 딴 대로 새긴 했는데. 어쨌든 그 돼지를 만나고 왔다. 누나가 말했겠지만 상당히 여자를 밝히는 데다가 나와 달리 악평 전부가 현실인 놈이야. 자기 입으로는 레인 공주를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와 동시에 여기에 입학한다고 하더라.”

“여자를 밝히는 건 알겠는데요… 그게…”

“그렇게 위험한 사람입니까? 저는 여태 그 레인 공주님 이상으로 무서운 사람을 모릅니다. 애초에 굳이 이렇게 뜸을 들이며 말할 상대도 아니지 않나요? 좀 여자를 밝히는 왕자가 여기에 입학했다 정도로만 들리는데요.”

“그게 또 아니란 말이야.”

“맞아.”

““네?””

아이와 썬의 질문에 고개를 두 번 저으면서 반응해줬다. 그러자 아이의 웃음이 미묘하게 옅어지고 파이와 와이도 그렇게 됐다. 또 사건이겠구나 싶어서 기분이 안 좋아진듯 하다. 특히나 썬의 반응이 격렬하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 최악의 인간이 레인이었을 텐데 나와 누나가 그것을 부정했으니 말이다.

“그 레인 공주님이 왕성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듯 여기에 입학했지. 레즈우 왕국의 귀족이라면 대부분 아는 이야기다.”

“도망치듯?”

“그 돼지의 손에서 도망쳤단 이야기야. 그 녀석 여자라면 사족을 못쓴다고 했잖아? 친족은 물론 타국의 여식도 상관 안 한다는 거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르니까 보통 소문으로 치부하지만…”

원래라면 내가 말해야 할 스포일러지만 그것을 누나가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만 아는 설정은 아니었던 거다. 누나는 한때 레인의 주인님이나 다름없는 여자였으니까 그녀의 「그 비밀」조차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게…”

누나는 잠깐 뜸을 들이며 내 얼굴을 보며 동의를 요구했다. 내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면서 동의를 요구하다니. 정말로 조교 끝났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여주자 자신의 입으로 「그 스포일러」를 지껄였다.

“레인은 그 돼지에게 강간당했어. 원래라면 피해자야.”

“네?”

“뭐라고요?”

“그래서 왕성 내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난 적 있고. 그 돼지는 평소의 언행과 추잡함에 그 사건까지 더불어 왕위 계승권을 박탈. 원래라면 왕성에 유폐되듯 있어야 했는데…”

누나의 말이 단번에 끊긴다. 말을 끊은 상대는 당연히 아이다.

“자, 잠시! 잠시만요! 로키시?! 지금 절 강간한 그 여자가! 원래라면 강간 피해자라고 하는 거예요?! 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죠! 네?!”

“받아들이기 힘들지?”

“당연하죠! 미쳤어요?!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게 현실이야.”

아이가 말도 안 된다면서 누나를 바라보다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이제 와서 숨길 것도 아니었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렇다고 했다. 강간 피해자인 아이로서는 마음에 안 드는 일이리라. 강간범이 「사실은 나도 피해자였지렁이!」같은 말을 해봤자 동정이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의 울분만 쌓일 뿐.

“그때 성벽이 비틀려져버렸거든. 원래라면 레즈비언도 아니었어. 그것 비스름한 것은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노골적은 아니었다 정도?”

“아, 오해는 하지 마라. 레인 공주님 성격 원래 비틀려 있거든? 아이 널 강간한 그 빌어먹을 공주님에 관해서는 전혀 커버할 생각 없으니 안심해도 좋아.”

“그, 그렇습니까?”

“원래부터 레즈비언 속성은 아니었고 여왕마마 타입?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으니 자기 발가락과 성기를 빨게 하는 게 취미였어.”

“아하…”

그 말에 아이가 안심한다. 그녀가 이 말의 어느 부분에 안심했는지 생각하면 아이에게도 동정이 가버린다. 화가 났다가 어이가 없어졌다가 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란 가끔씩 판타지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음을 증명해댄다.

“그런 여왕마마 타입의 여자가 금발 돼지에게 강간당해서 약간 헷가닥해버렸다는 건지요. 하드 교단 내에서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성벽이라는 건 약간의 충격으로 크게 바뀌는 법이니까요.”

“여왕마마에서 강간 쇼크로 마조히스트로오~? 아… 뭔지 납득은 가네요오… 와이의 말대로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이에요오…”

반면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나 파이와 와이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불쾌한 건 사실이지만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드 교단은 성벽에 관한 것에도 연구를 하고 있을 테니 이런 부분은 전문가리라. 파이의 비유는 와닿기 쉬웠고 나도 아이도 싫어도 납득하는 표정이 된다.

“그때 일이 쇼크인지 자기한테 어울리는 여왕님을 찾아대기 시작한 게 저 성벽의 시초 같은 거야. 저 돼지를 상대로 자기가 허덕여 댔다는 게 정말로 충격이었던 모양이지.”

누나는 누나대로 레인 공주님과의 연이 깊어서 그런지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듯하다. 놀랍게도 그 부분의 이야기는 나도 잘 몰랐기에 레인의 심정이 확 와닿는 비유가 됐다. 그렇다고 동정은 하지 않겠지만.

“그 돼지, 창관 다니는 게 일이잖습니까? 여자 울리는 법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자칭 여왕마마인 레인 공주님으로는 못 버티긴 했겠죠. 누나라면 어떻습니까? 어떤 반응하셨을 거 같아요?”

“만약 내가 그 돼지 새끼한테 강간당하고 기쁘게 허덕여댔으면 그 자리에서 자살했어. 다른 사람이면 천보 양보해서 괜찮았다 쳐도 그 돼지만큼은 안돼.”

“동생에게 조교 당한 누나가 말씀하시니 마음에 확 와닿네요.”

“그러니까 한 소리야.”

그 말에 조용히 서 있던 엘피의 얼굴에 웃음기가 퍼져나갔다. 그 모습을 본 누나가 엘피에게 눈총을 쏴주자 금방 조용해졌지만. 서로 비슷한 처지인 주제에 잘도 저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구나 싶다.

“에키시 공. 그 세스트·레즈우 왕자는 얼마나 불쾌한 사람이었습니까? 듣자 하니 레인 공주님의 자존심이 깨진 게 원인으로 보입니다만.”

“식사자 리에서 할 비유가 아니지만 물어봤으니 대답해주마. 만약 내가 일주일간 목욕하나 안하고 땀 범벅인 채 너에게 들러붙으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 그것도 알몸으로 미끌미끌 거리는 거야. 그 세스트란 놈은 그런 악취를 품고 다닌다. 그것도 매일.”

“아… 과, 과연… 그렇군요오~?”

분명 속이 안 좋은 비유였을 텐데 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왜 얼굴에 홍조까지 띠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놈이라고 얼렁뚱땅 넘겨버렸다. 식사 자리에서 이 이상의 묘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서 속이 안 좋아진단 말이다.

“그것뿐이라면 우리가 경계하기엔 모자란 느낌이 드네요. 분명 더 있는 거죠?”

그 얼굴을 머리에서 떨쳐내듯 고개를 크게 저었다. 와이의 의심은 옳지만 녀석의 경우 심플하게 좆같은 새끼다. 좆을 좆대로 휘두른다는 의미는 저 녀석을 위해 있는 단어다.

“아니, 그것뿐이야. 정말로 그것뿐인데 그게 문제다.”

“그쪽도 레인처럼 눈 뒤집어지면 아이를 손대는 쪽이라는 건가요오~?”

“눈 뒤집어지면이라니, 맨정신으로 너희 덮치러 올 새끼야.”

“그분 미쳤습니까?”

바로 와이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그러나 올바른 반응이었다.

“그 미친놈이 왜 왕성을 나왔냐는 거지. 대체 왜 보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녀석은 자기 아버지인 레즈우 왕이 보냈다고 했는데 그게 이해가 안가. 하필이면 타국의 귀족이 득실득실한 이 장소에 저 강간마를 보내다니.”

“전쟁 욕구라도 있으신가봐요오~?”

“그럴 리 있겠냐. 자기 말로는 여동생을 보러 왔다고 했다. 감시역도 있었다고 했으니 아예 맨몸으로 온 건 아니었어. 누군가를 진짜로 강간한다거나 하는 일은… 아마, 정말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 한다…”

“그래도 만에 하나가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건가요?”

“원래라면 우리가 레인을 어떻게 하려는 속셈이었잖아? 근데 저놈이 끼어들면서 이상해졌어. 분명 내일부터라도 레인이 날뛸 테지. 그러니 한동안 조용히 있으라 그거다.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 후 움직이자고.”

당연하지만 그 녀석이 여기로 올 것이라는 것도 미리 알려줬다. 여자 냄새에 민감한 놈이다. 타국에서 온 아이 공주님을 만나기 위해 기숙사까지 와서 난장판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안일함 따위 그 녀석에겐 통하지 않는다.

무뢰배.

폭주 기관차.

성욕 마인.

경우에 따라서는 레인과 손을 잡고 처리하는 것도 염두 해두고 있다.

“이 나라는 정말 이상한 귀족이 많네요. 아니, 이 부분에선 왕족이라 할까요. 아이 공주님께서 당한 것도 그렇고. 에키시 님이나 로키시 님이도 그렇고. 신기한 사람이 많아요…”

“그거, 웃으라고 하는 거냐? 하드 교단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

“저희야… 그래도…”

“저기까진 아닙니다라고는 말하지 마라.”

“끄응…”

와이는 이 분위기를 개선하려 한 건지 그런 말로 내 딴지를 유도해왔다. 그 우스갯소리는 반쯤은 본심인가 싶다. 우리나라의 왕족이 개판 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드 교단에게 저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은데. 솔직히 말해서 저쪽이나 이쪽이나 도긴개긴이다. 비교하는 게 우습다.

“그럼 결국 뭔가요? 한동안 레인을 방치해두고 기숙사에만 있자고요?”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요?”

그렇게 이야기가 정리될 무렵 아이가 불만을 말해왔다. 레인에게 강간당할 뻔한 몸으로서는 이번 이야기가 불만이겠지.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진정시킬 말투를 골라내 있었다.

“한동안 레인을 방치해두고 있는 게 아니지. 우리는 여기서 레인 공주님이 고통받는 걸 구경하면 되는 거야. 말 그대로 끔찍한 비명이 울릴 때까지 계속 구경하는 거라고.”

“구경? 고통? 네?”

“여기에 입학하는 저 돼지가 대체 어디서 지낼 거라 생각하냐.”

“레인과… 같은… 곳…?”

“레인의 심정이 어떨지 예상이 가지 않아? 특히 너라면.”

“앗.”

내가 비열하게 웃었다. 그 돼지가 온 건 문제가 맞지만 이런 부분은 잘 먹힐 거라 생각했다. 물론 아이도 내 말을 납득한 듯 재밌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 뺨에 입술 도장을 찍고 앞으로의 일을 기대시키는 말투를 했다.

“우린 한동안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고 공주의 소식만 듣는다. 그동안 즐겁게 몸이나 섞으면서 레인의 상황이 안 좋아지는 걸 구경하는 거야. 어때, 재밌겠지? 강간 피해자인 네가 강간마가 고통받는 걸 구경하는 거라고. 그것도 또 다른 강간마한테 말이지.”

“에키시… 당신도 참… 어떻게 그런 생각이 바로 떠오르는지…”

“이런 성격 나쁜 예비 남편은 싫나? 다시 공주님 취급하면서 정중히 대해줄까?”

“아뇨… 그 천박함을 요구한 건 다름 아닌 저니까요… 그보다… 오히려… 지금의 당신은… 엄청……”

“힛힛힛…”

아이가 마지막에 뭐라 말한 건지 들리진 않았지만 기쁘다는 건 알았다. 내 의견이 잘 먹혔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싶어서 다시 떨어져 자리에 착석. 배가 고프기도 했고 이 이상 의견을 나눌 필요 없겠지 싶어서 본격적으로 식사 준비를 했다.

“……………”

식사 도중 아이의 싱글벙글한 미소가 계속 이쪽을 향했지만.

길조라 생각하고 그것을 방치해뒀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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