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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71화 (71/199)

 무능 귀족 - 에키시 전용 씨받이 누나(8)

반면, 에키시 측이 학교에서 난장판을 벌이며, 로키시가 조교 당해 썬과 동맹을 맺어, 아이가 승리감에 취하거나, 젖소 자매가 음란한 일을 꾸미고 있을 무렵, 정확하게는 그 소란이 있고 나서 며칠 후의 이야기. 그들과 달리 블랙우드의 현 가주 라키시·블랙우드는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흠…”

자신과 잘 어울리는 검은 말을 타고서 바다 근처를 거니는 그 모습은 마치 휴가를 나온 것 같다. 복장은 평상시와 똑같은 프릴이 많은 제복. 머리카락은 여전히 짧은 흑발에 파란색 지평선과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 두 가족과 있을 때와는 달리 바보 같은 모습은 없으며 매우 진지한 얼굴이다.

바다에 어울리는 평화로운 분위기. 등 뒤에 쫘르륵 서 있는 그의 부대만 아니면 쉬기 위해 나왔다고 착각할만했다. 에키시나 로키시가 반 장난삼아 만든 백합 기사단과 달리 검은 말과 중장갑이 특징인 강한 자들만이 모인 조직. 그 이름 그대로 흑수대 그 자체. 그들은 평화롭게 서 있는 라키시와 달리 철커덩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검은 갑옷을 벗어던지고 필사적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라키시 님! 보고합니다!”

“말해봐라.”

“해안가에 안착한 선박은 총 두 척! 보고대로 미약이 잔뜩 든 화물선입니다! 또한 밀매용으로 보이는 여자 노예들이 다수! 남자들은 대부분이 미형으로 성노예와 마약류를 취급하는 배로 보입니다! 선박의 형태와 내용물도 그렇고 전부 말차스 후작의 보고대로입니다!”

갑옷을 벗어 통바지 빼면 전라나 다름없는 상태로 크게 보고하는 기사. 그러나 햇빛이 쨍쨍 내리는 이 장소에서 갑옷을 입게 할 수도 없다. 라키시는 그런 모습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모습으로 그 기사의 보고를 듣고 판단했다.

“총원은 확인 중입니다만 배의 형태도 그렇고 야만인 측의 것이 확실합니다! 그것도 저쪽에서 보낼 수 있는 선박에서 제일 큰 것으로! 배 내에서 확보한 물류를 보아 장기간 대형 거래를 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추측은 됐다. 나는 확실한 정보만을 원해. 이번 일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을 놈을 끌고 와라.”

“그, 그게… 이미… 도주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입니다라고? 그 선박과 관련된 인물은? 뭐든 있을 것 아닌가.”

“노예들의 진술이 일관적입니다. 그 패거리는 이미 도망가고 없다고 연신 지껄여대고 있습니다.”

“노예들의 진술 따위 믿을 게 못돼. 그 처사에는 동정하지만 우리도 나름 빠르게 도착했다. 애초에 정보를 잡고 있어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것 아닌가? 녀석들이 도망칠 길은 없었고 네 녀석들의 태만이 그 녀석들을 못 잡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 녀석들은 아직 이 근처에 있다고 확신하고 행동해라.”

“그, 그러나…”

병사의 말을 싹둑 자르고 단언하는 라키시. 흑발을 귀찮게 쓸어넘기며 두 번 말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질문을 계속했다.

“야만인들이 보낸 배와 노예다. 그렇다면 음문도 박혀 있을 테지. 이번에 싸움에서 밀린 것도 있고 비축을 풀어서 다음 싸움에 대비할 속셈일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다. 음문이 박혀 있는 이상 녀석들의 진술은 믿을 게 못된다. 이미 조교가 끝난 상황. 자기 목숨보다 주인이 더 중요할 녀석들. 그러니 상식을 두지 마라. 다시 단언하도록 하지. 「지금 녀석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라키시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하지만 저렇게 대형 선박… 거래처도 커다랄 텐데… 우리에게 정보를 보낸 말차스 후작이 범인이 아닌지…”

“말차스 후작이 헛소리를 늘어놓을 이유가 없다. 그는 이번 일에 관해서는 피해자. 자기 영지를 통해 마약이나 성노예가 보급되다니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지. 이 일이 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내게 머리를 숙여왔다. 자기 혼자서 끝낼 수 있음에도 확실히 끝내기 위해 우리까지 부른 거지. 이번에 우리를 부른 일은 블랙우드 가문의 위상을 빌려 자신은 이번 일에 관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애초에 그가 범인이라면 자기 선에서 손절할 수 있을 거였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라면서 귀찮은 티를 내는 라키시. 부하들의 의견을 다 들어주는 건 좋았지만 그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일도 있어서 곤란한 듯했다. 최종적으로 라키시의 명령을 거절하진 않지만 이렇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만, 이런 땡볕에 오랫동안 기다려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있겠지. 속으로 날 욕하고 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 일은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자각해라.”

“죄송합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의견을 내라고 한 것은 내 쪽이다. 내 독단으론 일이 안 풀릴 때가 있으니 너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거지. 그러나 이번 일만큼은 절대 아니야. 선박 안에 비밀 방을 만들어뒀던 건도 있다. 선박 전부를 부숴버려도 되니 내부를 샅샅이 뒤지도록. 알겠나? 전부 부숴도 된다.”

“네!”

“그리고 노예들이 도주하지 않도록 한곳에 모아둬라. 어디에 안 숨었다면 그 사이에 끼여있을 테지. 노예 전부가 주인을 따르고 있다면 필사적으로 범인 패거리를 숨기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좀 덜 더러운 놈을 찾아내면 되겠군요. 어중간하게 더러운 티를 낸, 그런 가짜를…”

“그래, 그거다. 이제 좀 머리가 돌아가나?”

“핫!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방금의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괜찮다, 괜찮아, 내가 허락하마. 모두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라. 이미 거의 끝난 일이잖나. 어차피 도망칠 길은 없다. 알겠지?”

“넷!”

라키시의 명령을 기사가 쏜살같이 나아가 다른 기사들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전파한다. 갑옷을 벗고 있더라 하더라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일하기엔 스트레스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라키시의 몇 마디로 기운을 차린 건지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일처리를 끝내었다.

“정말 그걸로 되겠습니까? 저런 대형 선박. 언제든 다시 쓸 일이 생길 텐데요.”

“그런 일 없다. 적어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된다.”

그런 라키시의 뒤에서 초로한 집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서 있는 마차 안에서 나와 거기서 꺼낸 커다란 양산으로 라키시의 몸을 가리는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어째서입니까? 뭘 어떻게 해도 돈이 될 물건으로 보입니다만…”

“야만족이 만든 배 따위 무슨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모르잖나. 커다랗기만 할 뿐인 노예선에 흥미를 가지지 마라. 격이 떨어진다. 남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일에 무슨 흥미를 가지는가.”

“어디까지나 명예를 중요시 하십니까?”

“그러니까 이번 말차스 후작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명예를 위해 머리를 숙인 그 남자의 부탁이니까 마음이 흔들린 거다. 애초에 내가 여기까지 나올 일도 없잖나.”

“비효율적이시군요. 정말 에키시 도련님과 닮질 않으셨습니다.”

“외형은 날 똑 닮았다만… 거 참…”

집사의 말에 쓴웃음으로 답하는 라키시. 원래라면 다음 가주로 에키시를 지목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됐으니 그 말이 아프기 그지없었다. 개인적으로 아들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지만 명예 중시인 그에게 있어서 그 소문은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 결과 로키시를 선택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가 일어날 리 없다는 걸 알면서 로키시를 지목해야만 했다.

라키시, 자기 고집을 꺾지 못하는 남자.

명예 중시의 귀족.

욕망투성이인 아들이나 딸과는 대조되는 남자였다.

“그러고 보니… 아들에게 온 편지는 없는 건가… 학교에 들어간지 꽤 됐고 슬슬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다만…”

“있습니다. 바로 최근에 도착했습니다만 말씀드릴 타이밍을 놓쳤군요. 저쪽에 몰래 붙여놓은 사람에게도 보고서가 왔으니 돌아가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흠……”

일이 잘 풀려나가는 건지 선박 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난다. 저렇게 보여도 하나같이 한 끗발 하는 괴물들. 이 땡볕에 일한다는 스트레스에 화풀이라도 하는 건지 배가 부서지는 소리가 아주 요란하게 들려왔다.

“후후, 겨우 편지 아닌가? 읽을 시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맛있는 걸 제일 먼저 먹는 타입이거든. 너도 알고 있을 터다.”

“아가씨에게도 편지가 왔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로키시 님의 편지는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지요?”

“물론, 맨 먼저 아들의 것을 보고 싶다. 가지고 왔겠지?”

“네, 물론이죠.”

여기에 있다면서 품에서 편지 몇 장을 꺼내는 집사. 그중에서 로키시가 보낸 것은 다시 품으로 집어넣은 후 에키시의 것만을 꺼냈다. 직접 편지를 뜯어주려고까지 했지만 라키시의 무언의 손짓에 의해 저지당했고. 그는 「이런 건 직접 뜯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지」라며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놨다.

좌악, 좌악, 아주 맛깔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집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소리를 좋아하시는 겁니까」라며 껄껄 웃지만 라키시는 불쾌해하지 않는다. 「남이 보내준 안부나 근황이 적힌 편지」, 「그 입구를 내 손으로 뜯어 확인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며, 자신의 짧은 의견을 말했다.

두 사람의 그런 짧은 대화가 오고 가는 도중에도 비명이 끊이질 않는다. 배가 반파당하는 걸 모자라 반쪼각이 난 것도 있지만 라키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마차에 등을 기대 편지의 내용물을 한번 훑었다. 집사는 한발 물러서 편지 내용을 읽지 않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못 보여줄 건 아니었는지 라키시의 허락하에 같이 읽게 되었다.

“호오, 호모우 왕국의 아이 공주님께 손을 댔다는 내용이 적혀 있군. 그 녀석, 마냥 여자 놀음을 즐긴 건 아닌 모양이구나. 재능인지, 천성인지, 결국 그 독니가 공주님께 닿아버렸나.”

“문제투성이인 편지군요. 껄껄, 에키시 도련님도 참. 이런 걸 부주의하게 적어두시다니. 아무리 다음 가주를 아가씨께서 잇는다 하시더라도 손을 댈 상대는 고르는 게 좋으셨을 텐데. 거물을 넘어 곧 여왕이 되실 분을 건드시다니 배포가 너무 크십니다.”

“좋게 생각하도록 하지. 가주의 자리에서 밀려난 아들이 더욱 높은 자리에 간다. 양국의 화평이 이어질 발판이 되는 거다. 가문에서 떨어지는 건 아쉽겠지만 축복하지 못할 일은 아니잖나.”

“네에, 그렇지요. 이 집사도 기쁩니다. 심정은 복잡하지만요.”

“심정이 복잡한 건 나도 마찬가지… 흐후후… 그러나 나쁘지 않은 편지 군…”

편지의 내용은 별것 없었다. 여태 있었던 일 전부가 적혀있는 건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타인에게 보일 수 있는 정도의 근황. 아이 공주님께 손을 댄 것을 숨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내용은 아니다.

집사는 미묘한 표정을 짓지만 그의 아버지인 라키시는 기뻐했다. 그의 말대로 명성이 나락까지 떨어져내린 아들이 서서히 복귀하고 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 로키시의 파벌을 이용해 좋은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모양인데다 아이 공주님과도 이어졌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없다.

“후후… 길조인가… 일도 잘 풀리고 편지의 내용도 괜찮다… 기쁠 따름이지만…”

찢어서 내용물을 본 편지를 다시 정성스럽게 읽는다. 전체적인 내용물을 파악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들이 쓴 문자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완전히 정독해서 머릿속에 전부 집어넣은 후 에키시가 보낸 정중한 인사나 마침표까지 뇌에 입력하고 나서야 다음 편지를 꺼내들었다만…

“다음 건 검은 것이네요. 방금 편지를 보낸 후 수일도 되지 않아 온 편지입니다.”

“길조를 보내놓고 이런 흉흉한 것을 보내는가. 이게 맨 먼저 온 것이라 생각했다만.”

그 대화도 잠시 멈춘다. 다음에 꺼낸 편지에 두 사람 전부 미묘한 표정이 된다.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봉투에 블랙우드 가문 특유의 표식이 찍혀져 있는 편지. 대게 「이거 좀 문제 있는데?」싶은 편지가 이런 식으로 보내진다.

“이 편지를 본 건 돌아가신 사모님 이후군요. 불길한 소린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야 그렇다만 이 타이밍에 검은 편지라니… 녀석도 참…”

재미없는 짓을 한다면서 편지를 북북 뜯는 라키시. 집사는 이번에야말로 한발 물러서서 편지 내용을 안 보도록 했고 라키시는 자신의 옷에 달린 프릴이 다 뜯어질 정도로 진지하게 그 내용물을 읽었다.

그 상태로 수초가 경과. 바로 앞 바닷가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무시한다. 기사들이 크게 소리치며 누군가를 끌어내고 있지만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였기에 그저 기다리면 된다.

“흐으으음…”

“?”

그런 와중 편지를 다 읽은 건지 라키시의 표정이 변한다. 정말로 짧은 시간이었기에 그리 긴 내용이 적혀있진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집사는 길인지 흉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라키시의 입이 먼저 열렸다. 그 표정에는 미묘한 웃음이 섞여 있다.

“내용물은 봐도 좋지만 본 후 태워라. 흔적 하나 남기지 말고 재로 만들어버려. 다른 사람들이 볼 내용이 아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놓고 봐도 좋다니. 제가 봐도 되는 겁니까?”

“우리 가문에 오래 종사한 너라면 봐도 문제없다. 지금 했던 이야기의 속편 같은 거니까. 아이 공주님에게서 사랑 고백을 들은 후 로키시를 어쩌니 저쩌니 한 내용이 적혀있는 게 전부다.”

“아가씨를요? 그, 그게에, 당최 소리이신지…”

“보면 안다.”

“으음… 그렇… 습니까… 그렇다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에 머리를 숙이고 편지 내용을 천천히 훑어보는 집사. 그 백발을 슥슥 만지면서 긴장을 했지만 내용 자체는 정말로 별것 없었다. 말 그대로 문자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을 정도로 짧은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다 읽은 후 집사의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라키시의 얼굴에 미소가 차오른다. 장난 좋아하는 자신의 아들을 몇 번이고 칭찬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 그 검은 편지의 내용은 그렇고 그런 것이다. 자기 누나를 조교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는 글. 그리고 누나를 임신시켜 그 아이를 다음 가주고 삼겠다는 간단한 목적까지 포함돼 있다.

“이건… 설마… 아니, 아무리 그래도, 믿기 힘든… 내용입니다만…”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아니지, 아냐, 예상은 했다만, 너무 빨랐을 뿐이다!!! 그 녀석 역시 송곳니를 숨기고 있을 뿐이었잖나!!!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자기 누나를 조교해버리다니… 아무런 이익이 없는 행위… 가문의 위치를 생각하면 흉보… 입니다만…”

그 이야기를 들은 집사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어렸을 무렵부터 그 두 사람을 봐왔기에 찝찝한 기분이겠지만 라키시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피가 이어진 가족인데도 그 편지 내용을 전혀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기뻐하시는 건지 이 늙은이는 도무지 이해하질 못하겠습니다만… 라키시 님은 이런 일에도 자신의 성향을 들이미시는 겁니까…”

“맞다, 맞아, 그 말 그대로다! 내 성향은 그런 것이다! 에키시는 자기 명예가 곤두박질치게 된 계기인 자기 누나를 잡아먹었다! 즉, 멋지게 복수했다는 거다! 나는 이 부분에 화를 낼 생각이 전혀 없다! 이익이 없으나 명예와 자존심을 챙겼으니 그것으로 된 거지!”

“역시 이상하신 분입니다… 보통 부모라면 발광할 내용인데…”

“실제로 발광하고 있잖은가?! 네가 말하는 발광과 내 발광의 의미가 좀 다를 뿐이다만! 어쨌든 마음에 드는군! 로키시 그 바보 계집이! 여자만 밝히다간 큰일 난다고 그렇게 말했거늘 결국 이 꼬락서니가 났잖나?! 아하하하하하학!!!”

“실례되오나… 라키시 님께서 정말로 아가씨를 아끼긴 아끼시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하시겠죠…”

집사의 말에 웃다가 그것을 참고 침착하게 숨을 고르는 라키시. 아무리 그래도 로키시를 아끼지 않는다는 반응은 참을 수 없었다.

“오해하지 마라. 물론 그 계집도 내 딸이다. 진심으로 아끼고 있으며 이번 일로 침울해져 돌아온다면 온 마음을 다해 위로해줄 터. 그러나 그것은 그것, 이것은 이것, 여태까지 에키시가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우스울 정도지. 그 로키시를 상대로 「너무 불쌍해」라는 발상은 오히려 에키시에게 너무하다 생각하지 않나?”

“어느 쪽도 가족이라 그겁니까? 이런 일이 벌어져도… 끝까지 나무라지 않겠다 그건지요…”

“그래, 어렸을 무렵 그 상황을 생각해봐라. 나는 타파하지 못했다. 자기 동생을 위협하는 딸을 나무라지 못했고 아들을 위로하지 못했다. 그러나 에키시는 자기 힘으로 누나를 나무랄 수 있게 됐고 로키시도 조교 당했다는 형태지만 자기 동생을 따르게 됐다. 나로서는 충분히 기쁜 소식이다. 서로 잡아먹고 있기는 해도 그 사이에 애정이 있으니 말이야.”

“일그러진 가족애입니다.”

“나도 알고 있으니 두말하지 마라. 불쾌하진 않다만 타인에게 참견 받을 이유는 없잖나. 어렸을 때 로키시를 나무라지 못했으니 지금 에키시가 하는 행위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그뿐인 일. 애초에 내가 로키시 그 바보 계집을 아끼지 않았더라면 에키시에게 그런 협박을 한 시점에서……………”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끊는 라키시. 아무리 그래도 자기 딸을 죽이겠다는 말을 하긴 싫었던 건지 얼굴을 구기고 사과했다.

“아니, 말할 필요 없군. 실언이었다.”

“아니요, 저야말로 실언이었습니다. 네, 그렇지요. 그 당시 아가씨의 횡포는 생각 이상으로 심했고. 라키시 님이 눈감아준 횟수를 생각하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둥의 이야기는 역시 무례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습니다. 본래라면 심한 벌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어쨌든, 그런 거지. 난 오늘 아주 기쁘다. 돌아가면 연회를 하는 게 좋겠어. 그 두 사람이 아꼈던 백합 기사단 전원을 데려와서 식사를 하도록 하지. 남자투성이인 흑수대도 분명 기뻐할 터다.”

“알겠습니다. 마침 빈손도 있겠다 사람을 보내어 미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티를 내는 라키시·블랙우드. 어딘가 망가져 있지만 두 사람을 사랑하는 아버지. 어느 쪽도 나무랄 수 없어서 이번 일을 눈감아주는 바보 파파. 역시 이 남자도 이 세계를 살아가는 주민이었음을 오늘 이 자리에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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