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조교 전 짧은 이야기(3)
에키시는 고민하는 듯했지만 이미 마음을 정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살기 위해서라고 해도, 마음을 줬다고 해도, 가족이라고 해도, 수년간 자기 누님에게 억눌려 살듯 했으니 말이다. 아예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하드 교단의 과학력은 에키시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자기 누님이 하드 교단에 잡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도 알고 있었기에 꽤 현실적인 방안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 공주님의 뒤통수를 칠 하드 교단이 지금은 에키시의 편. 정확하게는 아이와 연관이 있으니 그 배드 엔딩을 볼 염려가 적어졌다고 판단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완전히 망가뜨리는 것도 아니고 누님을 자기 손으로 조교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야 그것도 괜찮다고 본 거겠지.
그러나 이 사실을 로키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설마 에키시가 아이와 협력해서 자기를 조교할 작전을 짜고 있는 걸 누가 알겠나. 그나마 예측하고 있던 에키시의 탈주마저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태연한 척하는 것이 불쌍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
“돌아오면 눈총 좀 쏴줄까…”
로키시는 결국 「임신하면 된다」를 기반으로 자신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지 않았다. 이 이후 그녀의 운명은 가혹하면서도 달콤한 것. 사랑하는 에키시의 씨받이가 될 뿐.
그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은 척, 한밤에 빠져나간 에키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남동생은 당연하게도 그날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