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58화 (58/199)

 에피소드 6 - 배신 루트

사랑은 쓰다.

시나 감정론을 말할 생각은 없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에키시 공이 싸질러준 정액은 늘 썼으니까.

“하아, 하아, 하아… 흐으윽…”

마스크를 쓴 나를 도구처럼 다루던 에키시 공. 평소에는 결코 보여주지 않던 그 무서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목을 찔러대셨다. 목이 아프고, 또 아프고, 아파서, 울며불며 난리를 쳤지만 에키시 공은 물론 언니도 그만두게 하지 않았다.

그런 나는 보지를 만지며 자위를 해댔다. 에키시 공의 자지를 빠는 게 내 사명인 것처럼 자랑스럽게 고통을 즐겼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른다. 숨이 쉬기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 같았는데 에키시 공의 손이 내 머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마저 죽을 것 같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나는 마조다. 몇 번이고 깨달았지만 마조였던 게 분명하다. 그것도 에키시 공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심각한 환자였다. 에키시 공은 끝까지 내 정체를 깨닫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가차 없이 내 몸을 즐겼고. 나는 에키시 공의 추잡한 욕망을 받아냈다는 생각에 환호마저 했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단순한 착상이었지만 마스크를 사용한 건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정체도 모를 영애, 곧 졸업할 사람, 첫눈에 반한 설정, 어느 쪽도 에키시 공이 금방 잊어줄 이야기. 혹시나 찾을지도 모르지만 언니도 나도 모른 척할 뿐.

나는 그날 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입과 보지로 필사적으로 새긴 거다.

단단히 기억해둬라… 이런 찬스는 두 번 오지 않아… 언니가 만들어준 찬스다… 에키시 공의 물건은 이런 맛과 형태를 하고 있다… 빨고, 핥고, 삼켜서, 에키시 공의 자지 맛을 톡톡히 기억해두는 거야… 라고…

‘아, 에키시 공…’

사랑했다. 사랑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내 사랑은 틀리지 않았다. 첫눈에 반해 자는 걸 덮쳤지만 죄악감 따위 이제 없다. 비록 정체를 숨겼다지만 내 깊숙한 곳에 그렇게나 정액을 싸질러주셨다. 임신하지 않도록 하드 교단에서 보내온 특별한 약을 사용했지만 되도록이면 그대로 임신하고 싶었을 정도로 정이 넘쳐흘렀다.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덤으로 약속을 깨지 않기 위해서 이번 일을 벌이셨던 거야. 언니는 100% 아주 확실하게 에키시 공을 노리고 있었으나 이번 일을 보면 아예 배신할 생각은 아니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방심은 할 수 없다. 자매끼리 한 남자의 자지를 물고 빨고 하는 미친 짓을 벌였지만 서로 간의 유대감은 옅어진지 오래다. 언니는 날 협력자 겸 라이벌로 보고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나도 언니도 싸울 때가 아니라는 거겠지. 서로 자매간의 연을 버린 것도 아니고 유대감은 옅어졌지만 정은 남아있어.’

에키시 공에게 별 이유 없이 반해버린 나도 그렇지만 언니도 어지간했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것처럼 별 이유 없이 에키시 공에게 반하셨다. 섹스가 좋았고, 그가 멋졌고, 붙어 있으면 행복하다, 그런 짤막한 이유가 있다지만 크게 보면 별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그러나 그게 사랑 아닐까?

그러니까 의미가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이유가 없더라도 사랑한다는 건…

말 그대로 그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운명을 만났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사그라들 만도 한데 그럴 기색이 없어. 그렇게 심한 짓 당했는데 밉지도 않고 환희하고 말아. 오히려 나 자신에게 실망했을 정도야. 왜 좀 더 봉사하지 않았을까 하고 그때 그 행위에 아쉬움이 남고 말았잖아…’

미친 여자 같았다는 건 알지만 이미 멈출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보지 안에 한가득 받은 정액은 내 사랑이었고 그것을 뚝뚝 흘리는 걸 보자마자 애틋한 감정마저 느껴버렸다. 방으로 돌아와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핥아댔을 정도니 내가 얼마나 추잡한 여자인지 몇 번이고 재확인 가능했다.

그러나, 그런 추잡한 나라도 에키시 공은 좋아해 주겠지.

오히려 취향이 아니실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더러운 행위도 꽤 기쁘게 받아들여져.

마스크를 쓴 나를 육변기나 걸레 취급하던 에키시 공. 내가 먼저 각오를 보여주긴 했다만 얼굴 없는 영애를 상대로 그렇게 격렬한 취급을 하시다니. 언니를 변태녀 취급하는 것도 그렇고 역시 에키시 공은 이런 암캐 같은 여자가 취향일 거다. 사랑스러운 인형보다는 추잡한 노예가 마음에 드는 거겠지. 자신을 천박하다고 표현한 에키시 공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은 성벽이었다.

‘아, 애틋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아. 죽어버릴 것 같아.’

나를 도와주고 있는 언니. 분명 에키시 공과 결혼까지 가시겠지. 그리고 왕궁에서 에키시 공을 나눠가지며 행복해질 것이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난 언니에게 머리를 꿇어도 좋았다. 협력자 겸 라이벌이라 생각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길 가능성 따위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그때는 짐승이라도 좋았다. 언니의 발가락을 핥으면서 에키시 공의 정을 받는 생활. 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에키시 공의 반응은 예상이 갔다. 분명히 두 눈을 가늘게 뜨시며 크게 흥분하시겠지. 겉으로는 안 그런 척을 하시겠지만 하반신은 솔직하실 거다.

아아아아, 안된다, 안돼.

암캐 생활이라니 이 무슨 천박한…

생각이 점점 음란해지고 있잖아?!

그래도 기분 좋아서 손이 멈추질 않았다. 침대 위에서 홀로 그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위라니.

그때?

그때가 언제야?

아, 그래. 바로 수시간 전의 일이잖아.

방금 전 그리 격렬하게 박히고 빨고 했으면서 아직도 모자라단 걸까? 나란 여자는 정말로 질린다. 얼마나 바보 취급받아야 만족하는 걸까. 마조는 마조라도 이 부분만큼은 언니보다 심한 마조일지도 모른다.

‘언니… 기분 좋아 보였지…’

반면 언니는 에키시 공을 불러 섹스를 주도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나와 달리 만족한 얼굴로 마조 섹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우월감과 에키시 공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일 거다.

‘나도 저렇게… 얼굴을 보이며 제대로 하고 싶은데…’

엉덩이를 두들겨 맞고, 항문까지 괴롭혀지고, 머리채를 끌어당겨져, 뺨도 사정없이 얻어맞어, 그럼에도 에키시 공에게 사랑을 표현하던 우리 언니. 그러나 완전한 마조는 아니다. 점점 나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마지막에는 나처럼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너시겠지만 언니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을 뿐.

그걸 단순한 사랑으로 믿다니 역시 언니는 바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왕자님이 아니라 언니를 지배하실 주인님이다. 그 증거로 벌써 여동생까지 바치듯 해놓고 자기만 눈치 채질 못하다니 역시 머리를 내릴 상대는 아닐지도 모른다. 암캐가 암캐에게 머리를 내리다니 그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으, 으히, 으히히힛…

역시… 지금의 나는 조금 이상했다…

언니를 상대로 하면 안 되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다니.

사람의 본심이란 이런 건가?

청렴결백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에키시 공을 상대로 사랑에 빠진 후 나를 그런 것 바라보듯 하신 거야. 언니도 그러고 싶지 않은 거였어.’

각기 떨어져서는 에키시 공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상대는 로키시·블랙우드. 레인 공주님을 등에 업고 있는 공작가의 괴물. 그 레인 공주님과 언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대 관계인 건 확실하다. 그렇게나 때리고 팼으니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던 거겠지.

아침이 오면 당장 언니에게 사과하는 게 좋겠다. 내 질척한 본심을 털어놓고 언니 또한 나를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 줬으면 한다고 비는 게 좋으리라. 이렇게 자매끼리 견제하다간 그 영악한 검은 머리의 마녀에게 에키시 공을 빼앗기게 될 거다. 그건 언니도 바라는 일이 아니니 내 의도를 눈치채 주시겠지.

“그러나… 한 남자를 상대로 이런 짓을… 호모우 왕국도 이젠 끝장이구나…”

암캐 자매, 봉 자매, 육변기 자매, 뭘 어떻게 부르든 위화감이 없다. 심지어 그때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알았는데 멈추질 못했다. 타국의 병사라면 당장 섹스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았겠지만…

‘파이파이와 와이와이인가. 대피용 샛길을 알아내 우리를 감시하다니. 다행히 내 정체를 깨닫진 못한 모양이지.’

섹스가 끝난 후 방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진 않았다. 다행히 우리들의 행위가 끝나기 전 방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방으로 돌아와 긴장한 채 정액이나 빨고 있었다니 나도 참 말기로군.

‘그러나 좋은 타이밍이었다. 슬슬 하드 교단의 약도 떨어져갔고 어제 내가 먹은 게 마지막이라 언니가 질내사정 받지 못하는 꼴이 됐어. 하드 교단의 수석 연구원인 파이파이와 와이와이라면 그 정도 조제야 간단하겠지. 언니와 에키시 공 사이 수상한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고 그녀들은 100% 우리들에게 접촉해올 터다.’

무슨 이야기인지 신경 쓰였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에서 끊고 섹스해버리기 시작해서 못 들어버렸다. 섹스가 끝난 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니 나를 침실에서 내쫓아버리기도 했고. 파이파이와 와이와이가 언니와 에키시 공을 훔쳐보고 있었으니 정치적인 연관이 있으리라 쉽사리 예상이 됐다.

나야 자국 정치에 엮이고 싶지 않을뿐더러 언니도 굳이 내 귀를 막아주고 있으니 궁금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들어서 후회가 남을 내용이라면 안 듣는 편이 좋겠지. 에키시 공의 성격을 생각하건대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으니 내게 말해주지 않았을 거다.

그래, 정치 이야기는 상관없다.

파이파이나 와이와이의 이야기도 아침에 들으면 되니까.

‘그나저나, 에키시 공…’

그보다 내가 걱정하는 건 에키시 공뿐이다. 필사적으로 언니의 마음에 드려는 모양이었지만 오히려 반대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에키시 공은 가만히 있어도 언니에게 발가락을 빨게 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걸 왜 모르고 계신 걸까. 알면 아는 대로 내가 곤란해지긴 한다만…

“발가락, 발가락, 발가락이라… 으헤헷………”

앗 하는 목소리와 함께 침을 삼켰다. 이젠 몸에 관련된 키워드만 나와도 에키시 공과 엮어서 망상하게 됐다. 실제로 하면 좋긴 좋겠지만 자중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이걸로 참을 수밖에 없나… 나중이라도 좋으니 파이파이를 불러서 자위 도구를 받아내도록 할까… 저쪽은 날 남자로 알고 있지만… 편지로 호모스러운 분위기를 냈으니 엉덩이 개발용이라고 거짓말 쳐도 위화감 없을 테고… 그대로 바이브나 조교 용품을 받아오면 되겠지…’

천장 위에서 그런 짓을 했을 정도다. 하드 교단의 교리를 알고 그들이 어떤 인간들인지도 알고 있으니 납득은 했지만. 그러나 저건 들었던 것 이상으로 머리가 이상한 사람들이었군. 파이파이는 나와 언니 앞에서 그런 짓을 하지 않았기에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하드 교단의 일원이라 그건가.

단순히 자위를 좋아하는 여자애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지. 머리에 나사가 빠진 여자라는 건 알았지만 오늘부터 보는 시선이 좀 바뀔 것 같다. 제일 믿을만한 파이파이와 와이와이가 저런 꼴이라면 하드 교단에서 흘러나오는 그 불길한 소문도 영 거짓말은 아니란 걸까.

범죄자를 이용해 몸을 개조하며 인체실험을 하고 있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파이파이와 와이와이의 가슴도 그렇고 허벅지도 그렇고 정상적인 크기가 아니지. 우리 언니보다 큰 가슴이라니 솔직히 믿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만. 저게 약물로 만들어진 거라면야…’

아니, 아니지.

정정.

가슴이 커진 건 약 때문이라고 파이파이 본인이 말한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딱히 숨기는 일이 아니었구나.

본적도 없는 기계에 가둬서 강제로 절정 시킨다던가, 가슴을 억지로 부풀게 한다던가, 클리토리스를 비대화 시킨다던가, 몸의 감도를 수배로 올린다던가, 팔과 다리를 예쁘게 자르는 방법이라던가, 범죄자를 여자로 만들어 귀족들에게 팔아넘긴다던가, 말 그대로 여자 하나를 끝장내는 방법만 줄줄이 내뱉던 그녀의 이야기. 솔직히 말해서 언니와 친한 여성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봐줬던 사람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언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그 당시의 나는 청렴결백한 기사를 연기하고 있었고… 한 귀로 듣고 흘리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기억에 없었지만… 그렇군… 하드 교단에서 흘러나오는 불길한 소문을… 대부분 긍정하고 있었던 건가…’

물론 변명도 했었다. 「우리 교단은 나쁜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게 아니에요! 범죄자를 성의 쾌락으로 인도해서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했던가? 제정신으로 무서운 소리를 내뱉었기에 이 부분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즉, 그런 짓을 저지르는 건 사실이지만 국가에서 묵인 중이라는 거다. 범죄자를 팔아넘겨 돈을 벌고 있는 조직. 언니도 이 사실을 알고 하드 교단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구나.

파이파이의 위치를 생각하면 범죄자만 노린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겠지. 실제로 하드 교단은 호모우 국의 야오이 교단보다 작긴 해도 아예 비교가 안되는 수준으로 메이저 한 교단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가슴을 만졌다.

“나도 커질 수 있는 걸까?”

적당히 부풀어 오른 살집은 내가 여자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호모라는 누명이 뒤집어 씌워진 채 가슴이 커지는 약 같은 거까지 받으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겠네. 그래도 멈출 생각 없지만 말이야. 파이파이는 정계에 발을 깊숙이 들인 데다가 바보라서 내가 여자라는 건 죽어도 못 알려줘. 그렇다면…’

그러니까 호모라는 오해를 받은 채 가슴이 커지는 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니는 물론 나와도 만난 지 오래됐으니 선뜻 거절하진 않겠지.’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아예 약을 받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나도 언니처럼 파이즈리 해주고 싶었다. 이런 조그마한 가슴으로는 자지를 비비는 것 정도밖에 못한다. 그렇다면 내가 몸을 바꾸면 될 뿐.

일시적이라고 해도 가슴이 커질 수 있다면……

「가슴이 커지고 싶은 호모」라는 누명 따위 얼마든지 받아도………

‘하, 잠깐만?! 난 지금 뭘 생각하는 거야…’

내 명예보다 에키시 공의 쾌락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다니. 드디어 상식 부분도 괴리하기 시작한 걸까. 그래도 가슴으로 봉사해주고 싶은 걸 어쩌란 말이야.

‘일단 이 망상은 보류하는 쪽으로…’

나의 상식과 본능이 타협점을 찾아냈다. 「그럼 호모 취급받아도 되니까 자위 기구 정도만 받아오는 게 어때?」라는 거다. 그거라면야 편지로 떡밥 뿌린 것도 있고 파이파이도 입 다물고 조용히 건네줄 수 있겠지. 적어도 가슴이 커지는 약보다 괜찮은 방안이었다.

‘그렇게 정했으니… 아침이 오기까지 기다릴까…’

아직 새파란 새벽. 어제 쓴 마스크를 보지 안에 집어넣으며 자위를 계속했다. 까끌까끌한 가죽 제품이 내 보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느끼며 강제로 절정 했다. 분명히 아프고 힘든데 이런 일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몸이 된 거다.

“아으, 아하아, 아흐으아아아… 아흐윽…”

에키시 공의 자지로 확장된 내 보지에 쏙 들어가는 마스크. 어제 에키시 공의 정액이 잔뜩 달라붙었던 마스크였기에 내 자위 재료로는 충분했다. 그의 정액이 스며든 마스크를 보지로 쪽쪽 빨아서 청소하다니. 이젠 걸레를 넘어 무언가 위험한 기분이었다.

“이, 인간 실격이야… 이젠 기사고 뭐고… 암캐조차 아니잖아…”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 상태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보지 안에 잔뜩 들어간 마스크. 에키시 공의 정액이 한껏 스며든 그것을 의식할 때마다 보지가 꽉 조여졌다. 마치 그것을 내뱉으면 안 된다고 몸이 이해한 것처럼 말이다. 역시 내 몸은 이미 에키시 공 전용으로 조교 당해 있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숨을 내뱉을 때는 그 어떤 때보다 뜨거운 한숨이 나왔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사랑스러운 끈 팬티를 입으며 거울 앞에서 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서 있는 내가 비친다. 보지 안에 정액이 스며든 마스크를 넣고 이러고 있다니. 배덕감으로 몸이 오싹해져서 보지를 만지지도 않았는데 작게 오르가슴을 느꼈다.

“안돼, 안돼, 이러면 안 돼. 이런 꼴로 에키시 공을 만날 수는 없어. 어제 쓴 정액 마스크를 보지 안에 넣은 채 그를 만나겠다니. 상상만 해도… 상상만 해도… 상상만 해도오오…”

내 안의 욕망이 꿈틀 거린다. 「타협점을 봤으면 이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하게 해줘」라면서 내 몸을 강제로 움직였다. 슬슬 해가 뜨는 시간. 창문 넘어 햇빛이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하는데도 내 손은 멈추질 않는다. 나 자신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어서 용서하고 있기에 저항도 저항 같질 않았다.

스르르륵 스륵.

움직이는 천의 소리.

섹스 후 곧장 몸을 닦았기에 땀방울 하나 없이 깨끗한 몸. 그 새하얀 육체 위로 평소에 걸치지 않은 옷들이 걸쳐진다. 맨 처음 입었던 끈 팬티를 벗고 가터벨트를 걸친 후 다시 끈 팬티를 입어 보지 안에 넣은 마스크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했으며. 가슴에 무명천을 감아 여성성을 숨긴 후 정장을 입어 「겉으로는」 멀쩡한 척했다.

보지 안에 넣은 마스크에, 끈 팬티에, 가터벨트까지. 평상시 내가 입는 복장은 아니었다. 정장을 입고 있으니 안에 입은 속옷이 안 보일 뿐. 겉으로는 남자인 척해도 속은 여자인 나를 대변하는 것 같은 옷차림이었다…

“으, 으흐, 끝장이다… 끝장이야… 이런 꼴로 에키시 공 앞에 나가야 한다니… 하아… 하으윽…”

그러나 나는 옷을 벗을 생각이 없었다. 이런 꼴로 아무것도 모르는 에키시 공을 만난다니 배덕감 넘치는 행위가 분명했다. 그러니까 그만두지 않는다. 이건 내 몸에 주는 벌이자 상이었으니까.

‘슬슬… 일과 시간이야… 이제 멈출 수 없어…’

점점 밝아져오는 햇빛과 함께 얼굴이 드리웠던 그늘이 사라지고 그 표정이 거울에 비쳤다. 거기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 미소 짓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숨기고 아침을 맞이했다.

‘에키시 공과 섹스하고… 그의 정액이 묻은 마스크를 보지에 넣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를 맞이하는 아침…’

행복한 기분에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