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젖소 무리와 백돼지 자매(5)
어제 그런 골 때리는 일이 있었다. 오늘 아이 공주님과 썬의 기숙사에는 파이 그 녀석이 있다고 판단됐지만 그럼에도 아이 공주님을 만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와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왜 레인 공주님을 용서했는지, 혹시 날 잠재웠는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님이 내게 했던 말이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썬의 편지에 관하여, 파이와 무슨 관계인지, 맨 후자의 경우 꼭 물어봐야 하는 사항이었다.
그런 여자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
분명 내가 모르는 이레귤러가 틀림없음!
불안하기 그지없어!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엘피를 데리고 밖을 나섰더니 누님의 시선이 칼처럼 날카롭게 서 있었다. 그러나 엘피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고 변명하니 마지못해 봐준다는 얼굴로 내 거짓말을 넘겨줬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아이 공주님의 기숙사에 도착하고 나서 뭘 어쩌지도 못했다.
하드 교단의 손님이 있는 장소에 휠체어를 끌고 엘피를 데려왔으니 좋은 시선을 받을 리 없었다. 아이 공주님은 뭔가 잔뜩 기대한 표정이었지만 나와 엘피를 번갈아본 후 일이 바쁘다고 해서 우리 두 사람을 쫓아냈다. 그리고는 내 귀에 입술을 대고 「내일 밤 혼자서 다시 오세요」라고 한 거다.
아마 내 사정을 헤아려준 거겠지. 그러나 그때 본 실망감 가득한 표정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내게 정말로 마음이 있었는지는 둘째치고 나란 놈이 너무나 염치없게 보였던 거다. 누님은 누님대로 내 사정을 헤아린 건지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빨리 돌아왔네? 혹시 차였니? 누님이 위로해줄까?」같은 말이나 하고 있었다.
제길, 사람 놀리기는!
이것도 저것도 거짓말투성이!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답답하구만!
산책 나갔다고 했는데 멋대로 추측하기는!
실제로 다녀오기는 했지만 콕 집어서 아이 공주님의 기숙사라 추측하다니. 처음에는 엘피가 알려줬나 싶었지만 기숙사로 돌아온 순간 그런 말을 내뱉은 거다. 아마 누님은 내가 아이 공주님께 갔다는 확신이나 의심이 있었다.
처음에는 누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믿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의 누님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마치 내가 누님의 헛소리를 그대로 믿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투를 할 리 없지. 여전히 아이 공주님께 적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가.
핫, 뭐가 「차였니?」냐!
그런가, 그런가, 그런가?!
여전히 아이 공주님께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는 그분과 척을 졌다 그거군?
셋이서 뭘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좋은 소리가 오고 가지는 않았단 거겠지.
슬슬 사건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날 발목 잡는 게 너무 많아!
엘피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그녀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
그렇지만 아예 방도가 없는 건 아니다. 역시나 아이 공주님. 그런 약속을 해줬다면 나도 거리낌 없이 침입해줄 수 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누님과 얕게 섹스했고 오늘 밤 일을 강요받을 일은 없었다. 엘피에겐 미안하지만 오늘은 혼자서 자게 내버려 둘 수밖에.
그렇지만 기분이 참 이상하단 말이지…
혼자서 자면 벌벌 떨어대는 애를 내버려 두고 밤을 틈타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다니…
의도치는 않았지만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죄악감마저 느껴진다. 만약 누님이 이런 걸 노리고 엘피를 저 꼴 내서 내게 붙여놨다면 좀 무서울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과연 누님… 또 수상스러운 짓거리를 해대는군…”
“윽?!”
‘문 바로 입구에 네티아를 둘 줄이야…’
그런 생각을 고쳐먹기까지 불과 수초. 엘피가 깊게 잠든 것을 확인 끝낸 후 문을 열자마자 네티아와 눈이 마주쳤다. 충견이 두 눈을 번뜩 뜨고 날 바라보고 내 이름을 내뱉으려 했지만 그 목은 내 손에 잡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투 능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몸뚱이. 그것 하나만큼은 자부하고 있었다. 네티아가 아파하지 않도록 단번에 목과 명치를 두들겨패고 숨을 쉬는 것까지 확인 끝낸 후 엘피의 옆에 눕혀두고 밖을 나섰다.
‘마침 잘 됐다고 해야 할지… 엘피가 자면서 떨어대진 않겠어…’
네티아를 뒀단 소리는 누님은 자고 있단 의미겠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누님이 지내는 방으로 가서 문에 귀를 기울였지만 일어나 있는 기색은 없었다. 또 혹시나 싶었기에 거듭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님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본다면 이것도 모자랐을 정도니까 말이다.
직접 방으로 들어가서 자는 것도 확인했다. 검은 네글리제 차림으로 적당히 부푼 가슴을 크게 했다가 줄였다가 반복하면서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양 다리를 쫙 벌리고 어린애처럼 자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어서 그 얼굴에 입술 도장을 찍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그게 또 좋았던 건지 자면서 콧방귀 뀌는 것이 기분 좋은 꿈을 꾸고 계신 것 같았다.
‘이거라면 아침까지 문제없겠지.’
안심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고 밖을 날았다…
그때 아이 공주님을 데리고 밖을 나왔을 때보다 높고 가볍게…
‘다행히 아이 공주님 방은 기억해놨고. 창문 밖으로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면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모양인데.’
필요 이상으로 높게 뛴 결과인가 구름 위로 무언가가 날아다니는 걸 보았다. 새 인지, 용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인지, 판타지 세계관답게 그런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쉽게는 볼 수 없는 광경. 구름 안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그림자를 본 것뿐이지만 심해를 살짝 엿본 것 같은 무서움이 있었다.
‘밤공기 좋고… 깨끗이 빠져나왔으니… 이대로 일이 잘 풀리면 좋겠다…’
구름 안에서 헤엄치는 커다란 그림자를 무시하고 지면으로 착지한다. 이 세계는 용이나 드래곤을 봤을 때 일이 잘 풀린다는 미신이 있다. 그 커다란 그림자라면 필시 용 또는 드래곤이 확실했고 좋은 광경을 봤다는 생각에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읏차…”
지면에 다리를 놓고 다시 점프해서 지붕을 탄다. 방금 그 높이로 건물 위를 내려찍으면 큰 소리가 날 거라 생각해서 바로 근처에서 내려앉았지만 아이 공주님은 이미 날 눈치챈 모양이었다.
“오?”
지붕 위로 기어올라온 나를 활짝 열린 창문이 반기고 있다. 방금 막 연 것 같이 창문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고. 나는 그 흔들림이 멈추기 전 재빠르게 창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어서 오세요.”
“예입, 밤늦게 실례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안도한다… 아이 공주님은 화나있지 않았고 평소처럼 따스한 목소리로 날 반겼는데… 근데 뭔가 이상했다…
“?!”
“어머나, 왜 그러시나요?”
“고, 고오, 공주니임~?!”
나도 모르게 최현준 시절의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노란 조명이 켜진 커다란 방. 그 중앙에서 알몸이나 다름없는 차림으로 서 있는 아이 공주님. 유두나 보지가 뻥 뚫린 새하얀 속옷 차림이라니…
“왜, 오애, 오애애, 왜?! 왜 그런 차림이신지이잇?!”
“뭐예요, 그렇게 놀라 하시고는~! 그렇게 격렬히 몸을 섞은 관계면서 이제 와서 모른 척 하기인가요? 아니면 저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던가?”
“다, 당치도 않습니다! 그보다! 제가 이야기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만?!”
이야기하러 왔는데 이 무슨 꼴일까. 그러나 아이 공주님은 내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내 몸을 이끌어 침대로 향하게 했다. 나를 침착하게 안도시키는 그 모습을 보고 오늘 밤에 만나자고 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약… 그 약기운 때문에… 그렇게 되신 겁니까…?”
“그리 심한 건 아니에요. 조금 욱신거림이 남아있을 뿐. 그리고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건 에키시 공뿐이니까요.”
물론 완전히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라면서 싱긋 웃는 것이 내 어깨가 다 으쓱한 기분이었다. 역시 누님이 이야기한 건 거짓말이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지금 거하게 속아넘어가고 있다던가? 역시 헷갈리는군. 아직 확증을 내리진 못하겠다.
“이번 일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려고 왔습니다만… 설마 이렇게 눈치 없게 될 줄이야…”
“굳이 밤에 권유한 거예요. 에키시 공이라면 눈치 좋게 깨달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바보라니까요?”
“아하… 하하핫…”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하는 편이 이상하겠지만. 그래, 그걸 감안해도 이번 일은 내 잘못이 맞다. 이런 기대를 하고 계시던 아이 공주님을 상대로 엘피를 데려와버렸으니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아침에 보였던 그 싸늘한 미소의 의미를 이제 와서 이해했다.
“그러고 보면 그 일 이후로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네요? 저도 화가 나 있었고.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직후 에키시 공은 엘피 양의 이야기로 바빴던 모양이고. 서로 시간이 모자라긴 했어요.”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도 아닌데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이 느껴진다니까요.”
“그렇죠? 후후. 보아하니 로키시 공이 여러모로 재밌는 이야기를 불어넣은 것 같고. 오늘은 서로의 몸을 녹이는 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좋겠네요.”
역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아침에 느낀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내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단 소리는 나 아니면 누님에 관하여 의식하고 있었다는 소리겠지.
나도 바라는 바라고 대답하며 천천히 옷을 벗었다. 옷 자체는 평소와 같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아이 공주님의 도움이 있어서 그런가 다 벗기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발기된 내 자지를 바지 위로 쓰다듬는 둥 발정기가 남아있는 행위를 하시는 것이 이 상황을 즐기고 계셨다.
그렇다면 나도 즐길 뿐이다…
아이 공주님이 편할 수 있도록…
“그때 가르친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응?”
“네, 물론이죠. 그 일이 그렇게 쉽게 잊힐까요? 아직 몸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헤에…”
말씨를 놓고 천박한 웃음을 얼굴에 머금는다. 힛히히 웃으면서 그 커다란 빨통을 한가득 잡아도 무엇 하나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위치가 들어간 건지 그때처럼 사랑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앙… 난폭하셔라… 이쪽도 이렇게 커져있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 의욕은 가득하시네요~?”
“이런 몸을 보고 참을 수 있을 리 없잖아. 또 그때처럼 아이 너를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돼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고. 그런 꼬락서니로 유혹하기는…”
“아하아, 아하, 네에, 역시 에키시는… 그런 말투가 아니면 안 돼요…”
“이 마조 공주가… 치료는 무슨, 섹스하고 싶을 뿐인 주제에…”
“하아아, 흐아아, 앙~?!”
서로 공이나 공주님이란 단어를 던져버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로 돌아왔다. 남들에게는 못 보여주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다. 나는 그 커다란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끼워 잡아당겼으며 아이는 자기 유두가 희롱당하는 상태로 내 자지를 손바닥 두 개로 살살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운 것을 만지듯 하고 있었다.
그 새하얗고 시원한 손바닥에 내 더러운 자지가 쓸려나간다. 안 그래도 발기했던 내 자지는 더욱 크게 그 위용을 나타냈다. 서로 본격적인 일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뜨거움이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은」 그런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러나 난 그 부끄러움 이상으로 흥분했고 그녀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인지 유두가 잡아당겨지고 있는 그 상태로 내게 다가와 입술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거리낌 없이 혀를 밀어와 진한 사랑을 요구해댔다.
“웅, 우읍, 우, 우흐으, 으으읍…”
“하… 하핫…”
그 앵두 같은 입술과 혀를 다 빨아버린 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저번에도 했던 일인데 그때는 영 현실감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 입술을 빨면서 필사적으로 자지를 쓰다듬어대는 아이의 행동에 콧대가 높아졌다.
마음껏 요구해버리고 싶다.
무례하고 건방진 말을 해버리고 싶어졌다.
이 고귀한 공주님을 깔보고 싶다.
보통이라면 생각만 하고 주저하고 말겠지만 지금의 아이는 내게 그런 건방짐을 요구하고 있는 걸 안다. 내 욕구와 아이의 욕망이 정확하게 합치한다. 그러니까 주저할 이유 따위 전혀 없다.
“무릎을 꿇고… 저번에 가르쳤던 대로 봉사해… 혹시 잊어먹은 건 아니겠지…?”
“아, 아뇨, 그럴 리가요… 그걸 바란다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
“그럼 부탁해볼까?”
“네… 사랑스러운 당신…”
그때 그 자리에서 날 남편 취급했었지. 그 호칭이 다시 돌아왔다. 목 위로 울컥 솟아오르는 배덕감과 지배감에 썩은 미소가 떨어지질 않았다. 나 자신이 얼마나 악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거울을 안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무릎을 뚫고 내 자지에 입술을 들이미는 아이. 내 침과 자신의 침이 섞인 그 입술이 내 귀두에 달라붙었다가 쪽 하고는 떨어진다. 내 얼굴에 키스로 인사하고 그다음은 내 자지에 키스로 인사한 거다. 그녀의 얼굴엔 혐오감 따윈 1도 없었고 오히려 자아도취에 빠진 것 같은 몽롱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하아…”
그리고는 그 커다란 가슴 쪽에 혀를 쭉 내밀어 가슴골에 침을 흘리고는 다음 행위를 준비했다. 아름다운 내 가짜 아내와의 섹스. 지금만큼은 나도 사랑을 담아 그녀를 범해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