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51화 (51/199)

 무능 귀족 - 젖소 무리와 백돼지 자매(3)

에키시와 엘피가 그런 바보를 상대하고 있을 무렵. 우리 충견 기사 네티아는 오늘도 건물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로키시의 손길을 탄 건 아니고 그저 평소처럼 호위를 하는 것뿐.

묘사되고 있지 않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 그녀는 늘 이런 위치에 있었다. 에키시가 수업에 나갈 때, 연회장에 갈 때, 로키시의 파벌을 만날 때, 대개 안 보이는 곳에서 그림자처럼 그를 지키고 있는 게 네티아의 일이다. 물론 이런 그림자 호위도 이제 막 허락 맡아 수행하게 된 거지만 말이다.

막 학교에 들어왔을 무렵은 호위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이었지만 지금의 네티아는 자기 업무에 푹 빠져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학교를 다니는 사춘기 소년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나 친구를 테러리스트에게 구하는 망상을 하는 것처럼 에키시를 멋지게 구하는 상상도 여러 번 했다.

‘역시 아무 일도 없는 게 최고지만요.’

부끄러운 상상에 얼굴을 두 번 저으며 두 눈을 깜빡이는 네티아. 거리가 꽤 있는 곳에서 호위를 하고 있으므로 목소리는 안 들린다만 에키시가 치욕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건 알았다. 아무런 사인이 내려지지 않았으므로 가만히 있을 뿐이지만 호위로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다.

‘그러나, 에키시 님께서 무언가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은데. 바로 눈앞에 있는 분 때문일까요? 로키시 님 주위에 있는 여성분들도 그렇고 이 거리는 이상하게 괴짜가 많네요. 각 교단에 영향을 받은 신자가 많아서 그런 건가?’

네티아 본인도 느끼고 있지만 귀족 비율을 떠나서 그냥 괴짜가 많다.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인지라 사건 사고의 종류도 다양했고 치정 싸움도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근처 길을 걷는 사람 대부분이 귀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참 아이러니한 광경.

성에 관해서 넓은 자유가 보장됐으니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는 특히나 그렇다. 이 거리는 대부분의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으며 삶을 사는데 이렇다 할 지장이 없으니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 많고 그 결과 특히 사랑싸움이 많은 지역이 됐다. 암묵적인 룰로 작위에 관해서 눈감아 주는 점도 있으니 그게 또 문제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그런 경향이 있는 것과 저기에 있는 파이파이가 관련이 있냐 하면 그냥 본인이 성이나 섹스 관련에 흥분하는 괴짜일 뿐이지만. 그녀도 자유로운 성에 빠진 사람 중 하나니 아예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리라.

“흠…”

어쨌든 그런 일이다. 성에 관련된 사람과 사건이 많다는 것뿐. 여기는 그런 무대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이 많든 말든 네티아가 관련할 일은 아니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쓸데없는 오지랖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나타나 주인을 지키는 것. 그것이 호위 기사 네티아의 역할이었다.

“일단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충견 기사 네티아는 사인이 내려오기 전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저 여자가 누구든 간에 에키시가 먼저 말을 걸었고 주인 쪽에서 사인조차 내리지 않았다. 일단은 도련님의 지인 관계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저쪽은 괜찮겠거니 하고 얼굴을 돌린다.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으나 움직임이 없는 것이 영 기분 나쁜 상황. 게다가 그 시선은 조금 전부터 느껴 왔던지라 어쩐지 스토커를 연상케 했다.

‘저쪽은 이상이 없다 치고. 문제는 이쪽인가.’

네티아가 사랑싸움이나 치정을 떠올린 것도 이 시선 때문이었다. 발 놀림은 미숙 그 자체, 시선은 질척함 그 자체, 기색을 숨기는 것도 아마추어 그 자체였기에 누군가가 에키시 도련님을 스토킹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보는 건지, 에키시 도련님을 지켜보는 건지, 아니면 저기 있는 손님을 지켜보는 건지…’

아마추어인 것치고는 몸을 숨기는 게 능숙했기에 의문이 점점 커져만 갔다. 네티아가 저것을 잡아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고민에 빠져 있는 순간에도 그 시선은 점점 강해졌고.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움직임을 취할 것 같은 절호의 타이밍에 그 시선이 돌연히 사라져버렸다.

‘기분 나쁘군… 이걸로 두 번째인가… 처음에는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린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인상을 구기는 네티아. 혹시 몰라서 그 시선이 느껴진 쪽으로 나아가봤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누군가가 흙을 긁어서 만든 것 같은 커다란 하트가 하나 남아있을 뿐이었다.

“칫…”

그 하트를 발로 밟아 지워내고 다시 건물 그림자 안으로 돌아갔지만.

네티아는 그날 내내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