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47화 (47/199)

 에피소드 4 - 부관 엘피 루트 〈감시 완료〉

아니나 다를까, 내 동생 에키시는 다음날 댓바람부터 엘피를 감싸기 시작했어.

“엘피의 처벌. 끝난 거 맞죠? 네?”

“그래.”

“의사를 불러 독소를 빼내는 짓만 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제가 달래도 된다는 겁니까.”

“그런 걸 막을 정도로 내가 사악해 보여? 엘피도 나름 반성하고 있을 테니 마음대로 해. 걔도 너랑 있는 편이 마음 편할 테고. 사죄도 너한테 해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이후로는 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마음대로 해.”

식사 자리에 드레스 차림으로 앉은 날 바라보며 평소와 똑같은 정장 차림으로 내게 화 내온 거야. 모든 것은 내 계획대로. 최근 이상한 취향이 생겨서 그런가 에키시가 날 노려보는 시선에 오싹해버리고 말아.

“그렇다고 해서 저런 방에 가둬버리는 건 좀 아니잖습니까? 다리도 분질러졌는데.”

“그렇게 작아도 전직 기사야. 신체 능력도 평범한 사람이랑은 선을 긋고 있어. 그렇게 깨끗하게 부러졌는데 다리에 지장이 생길 리 없잖아. 걔네, 그 정도면 자연 치유로도 나아버리는 애들이야.”

“해도 될 처우가 있고 안될 처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걔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면서? 네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내 말에 인상을 확 구기는 에키시. 내게 이런 얼굴을 보이는 건 정말 드물었기에 기분이 들떠. 그런 에키시의 등 뒤에 머리를 숙이고 벌벌 떠는 엘피도 그렇고. 망토로 온몸을 가린 평소와 똑같은 차림이긴 한데 행동이 조신해서 그런가 평소보다 귀엽게 느껴져.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 저 상태의 엘피를 맛봤을 테지만…’

아냐, 아니지,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저런 엘피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구나.

‘어쨌든, 이걸로 목줄은 채워졌어.’

날 바라보는 엘피의 눈은 아주 복잡 미묘한 표정이야. 그야 그럴 것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엘피도 다 알고 있으니까. 지금은 조금이나마 제정신이 돌아왔으니까 어제 섹스한 것에 대해서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겠지. 그렇게 남자를 싫어했던 자신이 그렇게 헐떡여 댔으니까.

엘피는 이제 도망치지 못해. 그런 몸 상태로 남자 맛을 봐버린 거야. 평생 에키시의 곁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조그마한 오나홀. 게다가 그날 지하실에서 철저하게 조교했어. 절대로 에키시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하면서 간단한 명령도 내려놨지.

「블랙우드 가문에 종속한 기사로서 마음가짐을 다시 잡을 것」,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 「에키시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 「내 동생이 하는 일과 만나는 여성에 대해 전부 조사할 것」.

그 외에도 그것과 유사한 여러 가지 명령…

에키시와 엘피를 속박하는 단어들…

우리 에키시는 아무것도 몰라. 불쌍하디 불쌍한 그녀를 내 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서 자기가 품어주겠지. 내 동생이라지만 가족에게 너무나 물러. 나를 위해서 그런 치욕을 뒤집어쓰고 살았던 만큼 그런 부분이 너무 약한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뒤통수를 맞아버리는 거라고.

‘아무리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지만 가문을 배신했었다고 했던 아이마저 달래주는 거니? 지금 네 옆에 있는 아이는 진심은 아니라지만 널 무시하고 있던 기사야. 아주 성인군자 나셨어. 그런 애를 품어주다니.’

그런 부분이 귀여운 거지만…

동생이 저 꼴이니 회초리는 내가 들어야 하겠지…

누님이란 직책도 힘들다니까…

‘저 꼴이면 생각보다 쉽게 넘어갈 것 같네.’

엘피의 시선으로 여자의 그것을 느껴. 사랑인지, 정욕인지, 아니면 네티아처럼 의존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어젯밤 있었던 일이 엘피에게 있어서 아주 끝내주는 상황이었단 거겠지.

핫, 여자의 얼굴을 하기는…

“엘피.”

“네, 넷!”

“이야기는 들었지? 한동안 에키시와 붙어 있으렴. 그걸로 이번 일에 관해서는 불문으로 쳐줄 게. 기사직은 왕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 돌려줄 거고 그전까지는 에키시의 시중을 들고 있어. 그게 내가 주는 마지막 벌이야.”

“네…”

“그리고 그때 내가 했던 말도 잊지 말고 제대로 곱씹도록.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됐어… 나도 에키시와 싸울 생각 없고… 이 이상 성질부리는 건 그만둘 테니까…”

이 부근에서 물러설 때인가 싶어서 말을 돌렸다. 에키시는 나와 싸우고 싶어 하는 아이가 아니야. 이 부근에서 물러서면 호감이 깎이는 일은 없어.

“어제 방을 옮긴 건 심술이었어. 다시 네티아의 옆으로 돌아가. 저번 일로 시종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퍼졌을 수 있지만 그 경우 내가 대처해줄 테니 그때는 말하도록 해.”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제가 잘못한 일이니…”

“그때만 화가 났을 뿐이라고 한 거야. 지금은 마음 정리 끝냈으니까 예전처럼 해도 돼. 다만 어디까지나 선을 지키는 선에서.”

“네…”

“부러뜨린 내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일어서 있으면 다리도 아플 테고. 오늘은 용서해줄 테니까 어서 에키시 옆자리에 앉아. 어제 그렇게 해댔으니 배도 비었을 거 아냐.”

“누님?”

“왜? 의외야? 나 그렇게 잔인한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 공과 사를 지킬뿐이라고.”

엘피는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눈치챈 모양이네. 에키시는 내 말에 인상을 풀고 의외라는 얼굴을 해 있고. 내가 끝까지 심술을 부리면서 엘피를 못살게 굴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좀 아픈데 말이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평소라면 내 명령에 기뻐 날뛰는 엘피지만 지금은 그저 의문과 공포가 섞인 얼굴을 할 뿐. 날 줄곧 바라보던 그 시선은 에키시에게 향했고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는 걸로 보여.

사랑에 빠진 소녀?

아니지.

정욕에 빠져버린 건가.

‘저 꼬락서니라면 그 백돼지처럼 경계할 필요도 없나.’

에키시는 자기 호위 기사인 네티아를 내버려 두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가족에게 약한 것도 있고 저 상태의 엘피를 내버려 두고 홀로 다니진 않겠지. 엘피는 자기대로 잘못한 게 있으니 내 명령을 거절하지 못할 테고. 내 말에 따라 에키시가 어디서 뭘 했는지 충실히 설명해줄 거야.

‘레인의 바보 짓만 아니었다면… 짜증 나네… 차라리 성공했다면 모를까 국가 간의 대사를 만들어버리다니…’

원래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 그 두 명과 대결을 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이쪽은 레인을 방패 삼아 친가도 돌아가는 일을 생각해도 되니까. 하지만 그 방패 역인 레인이 에키시에게 질투해서 그런 개 짓거리를 벌일 줄이야.

‘에키시 하나를 공략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레인의 기분도 맞춰야 한다니… 그렇다고 일을 크게 만들자니 아버님의 눈이 무서워져… 에키시의 소문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도 있고… 내가 밀쳐져서 가주의 자리를 빼앗길 일도 있을 테니까…’

가주의 자리도, 에키시도,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레인도 가지고 싶어. 그런 나에게 지금 상황은 조금 힘든걸. 그건 아이 공주님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레인에게 막 덮쳐진 지금이라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울 테지.

‘이런 일도 있었겠다 차라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좋을 텐데. 자기 여동생의 연애 사정에 끼어드는 공주님이라니 대가리 이상한 거 아냐? 레인도 만만찮게 얼간이지만 그 여자도 상당히 미쳤다니까.’

게다가 레인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어. 그 여자 그걸로 대체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대형 사건을 숨기다니 좋은 예감이 들진 않아. 분노에 차서 레인을 때린 걸 보면 화가 난 건 진짜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달까. 여유로웠던 얼굴에 정욕이 숨어 있었어.

그 남장 여자뿐만 아니라…

백돼지도 에키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

는, 그런 일은 없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진짜로 있을 수 없잖아.

징검다리 효과도 아니고 그렇게 쉽사리 사랑에 빠질까보냐. 그렇다면 뭐야? 에키시 하나 때문에 이번 사건을 눈감아 줬다는 소리잖아. 자기 위치가 애매하니까 사건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 조용해. 레인을 끌어내릴 수 있는 안건이라고.

‘서로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레인이 그 남장 계집애를 노리지 않게 한다라…’

어차피 남장한 여자애. 레인의 손에서 지켜낸다고 해도 에키시에게 대시할 수 없는 아이. 차라리 그 건수를 사용해서 좀 더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면 될 텐데…

‘나라면 에키시를 빌려달라고 했을 거야. 그 정도로 큰 사건이었고 레인이랑 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을 테지. 남녀 관계 하나 때문에 서로 나라 간의 일로 발전시킬 필요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 레인에게 여동생의 성별이 들켜서 안전선을 깔아놓은 상황이잖아. 남장녀도 정체를 까발리고 당당히 어택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지. 저쪽도 저쪽 나름대로 정치적 움직임이 있을 테니까 납득하라면 할 수 있긴 하지만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에키시를 여기에 가둔 것도 수 일째. 슬슬 움직일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조짐이 없어.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게 폭풍이 오기 전 같아. 그걸 대비한다고 에키시의 목에 엘피라고 하는 목줄을 달아놨지만 이게 어디까지 버텨줄지 모르겠네.

‘정말로 정정당당히 에키시를 빼앗으려 하는 건지, 아니면 뒤에서 새로운 수를 쓰고 있는 건지, 아직 저쪽의 수를 읽진 못했지만 에키시를 한 번 보내줘야 하는 건 사실이니…’

가족끼리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에키시와 만나게 하는 걸 좀 늦춰놨을 뿐. 이 이상 늦장을 부리면 저쪽에서 밀어 들어오겠지. 레인의 건도 있으니 이번엔 저번처럼 머리를 숙이지도 않고 당당히 올 거야. 그런 꼬락서니를 볼 수는 없어.

‘흥…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이쪽은 에키시의 목에 목줄을 걸어놨고 저쪽은 꼬투리를 잡을 건수를 얻었어… 에키시를 잡고 끌어당기는 쪽이 강한지… 에키시를 불러들여 유혹하는 쪽이 강한지… 누가 한 번 이기나 내기 한 번 해보자고…’

웬만하면 정정당당히 싸워서 이기고 싶지만…

‘이쪽은 질 것 같으면 바로 임신해서 승리를 굳히는 방법도 있어. 쟤넨 그런 짓 못하잖아? 그 남장녀도 그렇고 자국 정치에 귀를 기울이는 상황인 거 같으니까. 그러니 이쪽이 질 일은 없어.’

후후후훗…

내가 질 것 같으냐… 이 백돼지 년들아…

잃어버린 처녀막 부여잡고 자국으로 돌아가시지~!

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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