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40화 (40/199)

 에피소드 3 - 아이 공주님 루트 〈배신 완료〉

하늘에서 에키시 공과 언니가 떨어지고…

그 두 사람이 섹스를 했던 영문을 알 수 없는 날…

그 이후로 소란스러운 날이 계속됐다…

우리 아이 언니가 어느 날 지붕에서 에키시 공과 내려오더니 섹스를 하질 않나, 밤새 섹스가 끝난 후에는 둘이서 씻고 나서 아무런 일 없었단 듯 행동하질 않나, 갑자기 레인 공주님과 로키시 공이 찾아와 우리 언니에게 얻어맞지를 않나, 로키시 공은 에키시 공을 강제로 끌고 가 질질 짜대기까지 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 아이 언니는 아무 말도 없이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대체로 레인 공주님을 때릴 때는 정말 온 힘을 다하여 때렸고 그녀가 머리를 숙이지 않는 대신 로키시 공이 정중히 절을 해 이번 일에 관하여 사죄한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언니는 더욱 강하게 날뛰었다. 그야말로 레인 공주님을 죽여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화를 냈지만 최종적으로는 열을 식히고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나는 그 자리에 끼질 못했고 언니를 포함해 호모우 국 사람들을 끼워 넷이서 이야기를 끝마쳐버린 거다.

어째선지 몰라도 언니의 얼굴에는 분노와 환희가 같이 공존하고 있었으나 그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저 에키시 공을 줄곧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음란한 표정에 언니를 못 믿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기분 탓이면 좋을 텐데도 그럴 것 같지 않은 확신마저 있다.

그것도 그럴 게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언니의 주위에는 이상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을 날 앞에 두고 있음에도 그 시선은 평소와 달리 날카롭다. 마치 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언니… 아이 언니…”

“왜?”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뭘?”

“시치미떼지 마세요. 저번에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예요.”

“응? 글쎄?”

언니는 그날 이후로 사람이 좀 바뀌셨다. 날 위해주는 건 여전했지만 이 이야기를 꺼내면 눈이 차가워지는 건 물론이고 마치 날 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행동까지 하신다. 평상시에는 사이좋은 관계 그대로였지만 왜 이 부근에서는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왜 말씀해주시지 않는 거예요? 저희 쪽 기사들도 그렇고 전부 언니를 걱정하고 있어요. 에키시 공과 사귄다는 말도 없고 그저 몸을 겹쳤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 적어도 우리에게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아요?”

“전부 내 판단하에 일어난 일이란다. 별것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레인 공주님의 뺨을 때리고 배를 발로 찰 정도의 일이 별것 아니라는 건가요? 하루 종일 울고 있던 언니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가끔씩 실실 웃는 모습도요. 전 언니가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이해하지 않아도 돼. 썬 네가 그 일을 물어보지만 않는다면 난 계속해서 네 언니일 테니까.”

“그런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는 건데요.”

“내가 할 말은 이것뿐이야. 이 이상 질문하지 말렴.”

언니는 웃고 있었지만 말투가 아주 차가웠다. 평소라면 날 따뜻하게 보듬어줄 언니였지만 지금은 그 별명이 어울리는 눈꽃 공주님 그 자체. 날 바라보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이 도저히 알려줄 것 같진 않았다.

“그럼 질문을 바꿀게요… 이거라면 언니도 불편해하진 않을 거예요…”

“응?”

“그날 이후로 에키시 공이 보이질 않습니다. 언니라면 알고 계실 테죠?”

“아아, 에키시 공?”

그래서 질문을 바꿨지만 이게 또 극적인 효과를 줬다. 차갑게 날 바라보던 언니가 평소와 같이 태양이 떠오르는 미소로 활짝 웃더니 에키시 공이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다.

“가족 관련 일로 잠깐 바쁘신 모양이야. 로키시 공과 약속해서 에키시 공을 가두거나 하는 일은 없도록 이야기했고. 그 일이 끝나면 금방이라도 「우리」를 만나러 오실 거란다.”

“그렇군요…”

「우리」… 인가…

평소라면 「널 만나러」라고 말했을 것 같지만…

내가 너무 신경을 쓰는 걸까?

아니야.

언니의 상태가 이상한 건 맞아.

그렇지만 이 공기는 대체 뭐지?

“언니… 저어… 혹시 기분 탓이 아니라면…”

“네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아. 썬, 나는 너와 싸울 생각이 없어. 너를 향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을 뿐이야. 나도 여자니까 그럴 때가 있는 거란다.”

“정말요?”

“아무렴. 내가 왜 우리 귀여운 여동생에게 화를 내겠니. 아무리 나라도 개인적 사정으로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지금 내 행동이 좀 이상해도 너그러이 받아주렴. 금방 괜찮아질 테니까.”

“네…”

“그보다 에키시 공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저번에 줬던 약은 썼니?”

“아뇨. 그럴 타이밍이 안 나와서요.”

“그대로 가지고 있으렴. 언젠가 쓸 타이밍이 생길 거란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까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신 걸까. 마치 내 행동을 계산하는 것처럼 음흉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도 그렇고 오늘의 언니는 역시 좀 이상했다.

“언니? 제가 이런 말 드리기 뭣한데요… 그…”

“왜?”

“에키시 공을 공략하는 거 말인데. 이미 반쯤 성공하신 거 아닌가요? 그때 있었던 일은 잘 모르겠지만 에키시 공과 섹스한 건 맞잖아요.”

“그래…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썬,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공략이고 뭐고 난 이제 출발선에 섰단다.”

“출발선?”

“그래, 그럴 일이 있었거든.”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며 활짝 웃는 아이 언니. 그러나 동시에 불쾌한 기억도 떠올리신 건지 그 미소도 오래가진 않았다. 레인 공주님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면서 철천지원수라도 떠올린 것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후우… 좋게 생각하자… 썬… 네게 보여줄 표정은 아니었어…”

“네, 그래 보였어요.”

다시 좋은 일을 떠올리시는 건지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하시는 아이 언니. 그러면서 안타까운 한숨소리를 한 번 내뱉고는 허리를 아주 작게 숙이셨다. 에키시 공의 이름을 살짝 부르는 것이 언니의 상태가 이상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았다.

“저기, 썬.”

“네?”

“이번에 에키시 공이 집안일을 끝내고 우리를 만나러 오면 말인데. 아마도 또 섹스하게 될지도 몰라. 마음 같아서는 너도 끼워주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이래서 미리 말해두는 거야.”

“아…”

언니는 에키시 공과의 섹스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기대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여자의 표정을 짓고 계셨다. 나는 그게 좀 불만이었지만 나와 언니 사이기도 하고 그 불만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애초에 불만을 드러내도 될 정도로 가벼운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내가 그런 불쾌한 생각을 하는 동안 언니의 입에서 또 충격적인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생활에 관련되는 질문. 그 내용은 내가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 거 말해두는데… 레인 공주님은 이미 네 정체를 꿰뚫어봤어…”

“넷?!”

“로키시 공과 깊은 인연이 있으니까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였던 것뿐이야. 이 상황에 네 정체를 모르는 건 에키시 공뿐. 이제 슬슬 너도 정체를 까발리는 게 어떤가 싶어서 말해두는 거란다.”

“제가 여자라는 사실을 말인가요?”

“그래, 여러모로 리스크는 있지만 네가 그러고 싶다면 난 지지해줄게.”

“무리에요. 그 사람들 이외에도 우리를 주목하고 사람이 있는 게 지금 상황이잖아요.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말한 건 다름 아닌 저와 언니에요. 제 연애 상황 때문에 공연히 정체를 까발릴 순 없어요.”

“그렇지만 로키시 공 앞에선 까발렸잖니?”

“한 사람쯤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거기서 물러날 순 없었고요… 같은 여자로서 말이에요…”

“겨우 한 사람 더 까발린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을 텐데?”

“로키시 공에게 제 정체를 말한 것으로 레인 공주님께도 들킨 걸 생각해보세요. 에키시 공에게 제 정체를 까발리고 당당히 어택한 순간 저 자신을 제어 못하고 사건 사고를 몰고 올 거라 예상해요.”

분명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나 자신을 주체 못 할 거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을 하면서 에키시 공에게 달라붙겠지. 난 그런 자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거고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을 보일 것이다.

날카로운 직감.

전장에서만 발동되는 그것.

난 지금 그 상황을 미래 예지처럼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 썬. 네 말대로란다. 그 덕에 레인 공주님께 네 정체가 까발려졌지. 그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증을 줬어. 다행히 이번에 내가 레인의 꼬투리를 잡을 일이 생겨서 널 직접 덮치진 않을 거야. 물론 네 정체를 다른 곳에 까발리지도 않을 거란다. 그때 내가 미쳐 날뛴 날 그녀들과 그런 약속도 했으니까 말이야.”

“에?! 정말로요?!”

“그래. 만약 네가 이대로 정체를 까발리고 싶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만약 까발리지 않는다면 이대로 계속 숨기고 있어도 돼. 너 자신을 주체 못한다고 했지? 그 마음 알 것 같아. 사랑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

“언니…”

언니의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지금도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말투. 언니는 분명 에키시 공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지만 사랑까지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뭔가가 달랐다.

‘언니…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그런 말투를…’

믿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감이 오긴 왔지만 그것만큼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언니가 에키시 공을 진심으로 노리는 일 따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 양보하고 있는 건 확실했지만 그럼에도 여동생을 연적으로 보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역시 그날 밤 때문인가.

다른 건 생각할 수 없다.

아마 그게 확실해.

“이미 처녀도 줘버렸고 에키시 공은 내게 빠져버렸어. 로키시 공에게는 뒤가 없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해.”

“예…”

“한 나라의 공주와 몸을 섞은 거야. 아무리 공작가의 인간이라고 해도 내가 억지로 눌러오면 꼼짝 못 할 테지. 아마 그렇게 되면 로키시 공과 함께 하고 있는 레인이 내 앞을 막아서게 되겠지만…”

“우리 둘이서 어떻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그래, 맞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에키시 공을 가질 수 없어.”

분명 처음에는 에키시 공을 유혹한 다음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까만 떠올렸던 분이 지금은 진심으로 에키시 공을 공략할 생각을 하고 있다. 분명 자기 꿈을 이루는 겸 내 사랑을 이뤄주는 말투였을 텐데 왜 이렇게 의욕적인 걸까.

역시 대답은 하나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언니에게 적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후후… 너와 나 둘이서… 에키시 공을 독차지하는 거란다… 알겠지…?”

“네…”

그렇게 깨달은 순간 아이 언니의 얼굴이 좀 더 자세히 보였다. 날 유혹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복을 채우려 하는 질척한 눈빛. 저게 정말로 우리 언니인가 싶을 정도로 심히 녹아내린 표정에 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

언니마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나의 사랑은 점점 멀어져 가기만 하는구나…

‘아으으으윽… 설마 언니까지…’

우으으…

에키시 공…

제게 힘을 주세요…

훌쩍…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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