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 아이 공주님 루트
대립하는 세 사람.
그렇다면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엘피는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가던 길에서 저택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사용인들 지내는 방에서 네티아와 마주 보고 있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자기가 그 눈꽃 자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한 게 들키면 로키시에게서 한 소리 듣는 걸 넘어 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에 꽤 초조한 상황이었다.
‘괜히 말했나… 두 분이 붙어 있는 게 꼴 보기 싫었다지만 타국의 공주님께 그런 소리를 해버리다니… 덕분에 이런 소란이 일어났고… 난 진짜 바보야…’
최악의 경우 로키시의 분노를 사 목이 베일 수도 있는 상황. 너무 초조해져서 읽고 있던 책을 거꾸로 뒤집었지만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있던 충견 기사는 그런 엘피를 보고도 눈치 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어댔다.
“오늘따라 저택이 소란스럽네요. 혹시 손님이라도 오셨습니까?”
“우리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엘피 님은 도서실에 간다고 해놓고 금방 돌아오셨네요.”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에키시 도련님도 당황하고 계셨고.”
“신경 쓸 일 아니라니까.”
“왜 그리 초조하세요?”
“초조해하지 않았어. 똑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뒤로 굵직하게 땋은 긴 갈색 머리가 인상적인 네티아. 거무칙칙하고 꼬불꼬불한 금발이 인상적인 엘피. 두 사람 다 블랙우드 가문을 상징하는 검은 나무 자수가 박힌 원피스를 입은 채 같은 방에 있는 것이 자매 같은 느낌이었다.
할 일이 없어서 그런가 땋은 머리를 개의 꼬리처럼 휙휙 흔들면서 안절부절하는 네티아. 마치 장난감을 찾고 있는 멍멍이처럼 책을 읽고 있는 엘피의 주위를 돌아다니는 것이 지금의 엘피에겐 귀찮기 그지없는 여자애였다.
‘흥… 그래도 자업자득이지… 로키시 님을 내버려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고 다니시다니…’
될 대로 되라면서 콧방귀를 뀌고는 책을 내려놓는 엘피. 그러고는 가까이 다가온 네티아의 턱을 만지면서 기분을 풀었다. 마치 정말로 개를 다루는 것 같은 행동이었지만 네티아는 전혀 싫어하지 않았다.
“멍!”
“너 정말 바보야?”
그런 짓을 하는 것으로 기분이 풀렸는지는 엘피 본인만 알았지만. 적어도 에키시에 대한 자그마한 복수는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게 그대로 업보가 돌아올 테지만.
이것은 엘피 본인도 모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