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 악역 영애 누님 루트 〈전쟁 개시〉
뜬금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상식선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타인에게 보이면 쪽팔린 게 뭐가 있을까?
일단 나 개인의 기준을 따지니 간단한 것만 몇 가지 떠올랐다.
화장실에서 똥 싸는 걸 남에게 보였다던가, 몰래 쓴 러브레터를 지인들의 앞에서 낭독된다던가, 숨기고 있던 콤플렉스를 지적받는다던가, 모두가 있는 곳에서 비난을 받는 다던가, 자위 용품이나 딸감을 들킨다던가…
그래, 상식적으로 따지자면 이런 게 있겠지…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나 들키면 안 되는 게 있다만 그건 아마 정사를 들키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 정사 씬이…
“에키시 고오오오오오오옹!!!”
“냥냥?”
“어억…?!”
친 누나에게 고양이 코스프레를 시킨 채… 뒤에서 처박으면서 엉덩이를 두들기고 있는 장면이라면… 자살하기 딱 좋은 건수 아닐까…
‘하 씨발.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내 아침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소란으로 시작됐다.
이게 꿈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허리를 벌떡였던 거다.
“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하반신에 이불을 감은 채 일어나는 나. 상체만 휙 들어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을 지워내고 방금 그것이 악몽이라는 걸 깨달았다. 누님과 짓무른 나날을 보내길 수 일. 그 탓으로 내 정신도 마모돼가고 있는 게 확실했다.
“어머, 에키시.”
“누, 누누눗, 누누눗, 누님!”
“왜 그래? 너 치곤 드문 기상이네?”
“아뇨, 잠시 악몽을… 으을… 으으을~?”
그런 날 빙그레 웃으면서 지켜보는 누님. 평상시와 똑같이 딱 달라붙는 바지와 탱크톱 비스름한 것에 셔츠를 걸치고 있는 판타지스럽지 않은 복장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 말이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에키시 공.”
“어머나, 실례하고 있어요.”
“아이 공주님에… 썬…”
어째선지 몰라도 아이 공주님과 썬이 있었다. 그 새하얀 두 사람과 우리 누님은 내가 자는 곳 바로 옆에서 차를 즐기고 계셨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지만 잠이 덜 깬 내 머리는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꿈이었던 거야?’
당황해하는 나.
서로를 노려보는 세 사람.
내 등골은 오싹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