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냥냥! 질투의 메이드다냥!(6)
나의 몇 안 되는 지인인 엘피는 처음에는 긴장한 듯했으나 그 성격답게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처음에는 모두들 긴장하지만 우리 언니의 포근한 분위기도 그렇고 오래 긴장하는 사람은 정말로 몇 없다. 대체로 언니에게 반한 사람이 끝까지 긴장을 못 푸는 경우가 많으니까.
우리 언니는 엘피에게서 에키시 공의 이야기를 뽑아낼 생각으로 부른 것 같았지만 이게 또 생각 이상으로 잘 풀렸다. 마침 엘피도 이야깃거리가 있었는지 언니가 에키시 공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자마자 지금 저택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알려주신 거다.
“로키시 공이 에키시 공에게 진심으로 어택하고 있다라…”
“예전부터 그런 관계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심해서요. 우리 도련님이 여자를 좋아하는 건 맞습니다만 이번에는 꽤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저번 연회에서 아이 공주님과 춤추는 것도 그렇고 정은 이쪽으로 쏠린 걸로 보였는데. 그럼에도 로키시 아가씨는 에키시 도련님께…”
“로키시 공이 동생인 에키시 공에게 억지로 성관계를 권유하고 있단 소리인가요?”
“네… 로키시 님은 곧 가주 되실 분이니까요… 로키시 님께서 권유하면 에키시 도련님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지라…”
엘피 치고는 드물게…
아니, 그녀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녀가 보이기에는 너무나 암담한 모습…
대체 근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도련님은 저렇게 보여도 가문 내에서는 유능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계십니다. 자기네들을 블랙우드 가문의 오래된 친척이라고 자칭하는 무뢰배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에키시 도련님 때문이고요.”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우리 블랙우드 가문을 이을 사람이 도련님과 아가씨 두 사람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로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모님께서도 에키시 도련님을 낳은 후 사망하셨습니다. 그렇기에 로키시 님의 상대가 될 남자들이 가끔 블랙우드 가문의 문을 두드립니다만…”
블랙우드 가문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엘피. 그 말에 나와 언니가 한 번 더 숨을 삼켰다.
“공작가의 아이는 둘뿐. 그것도 이번에 가주가 될 사람은 여자. 로키시 아가씨를 억눌러서 블랙우드 가문을 차지하려는 남자가 있기 마련. 그런 걸 에키시 도련님이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같은 핏줄이기도 하고 남자 쪽이 건장히 버티고 있다면 다른 남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으니까요.”
“가문 문제로 남매끼리 관계를 맺고 있는 거야 흔하지만…”
“네… 도련님과 아가씨도 그런 관계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연정 없이… 서로 아이를 나눠 줄 관계로만… 사이좋은 남매였습니다만…”
“최근 들어서 로키시 공의 집착이 심해져 에키시 공을 감금하기에 이르렀다고?”
“그 말 그대로입니다…”
엘피는 메이드가 내놓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우리 언니를 진지하게 노려봤다. 평상시 보이던 그 거칠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진심으로 가족을 걱정하는 눈동자에 나도 언니도 조금 위축되고 말았다.
“타인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압니다. 하물며 타국에서 온 공주님께 할 말이 아니라는 것도요. 그러나 도련님께서 연회 때 보인 모습도 그렇고 아이 공주님께는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머나…”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에키시 공의 몸에 그런 일이 생기고 있었다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겉으로는 로키시 공과 그렇게 친하게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 없는 남매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육체관계 자체는 에키시 공에게 들었다지만 그렇게 심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화가 멈추질 않았다.
에키시 공의 몸에 그런 일이.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어.
“아마 계기는 그 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공주님께 질투한 거겠죠. 물론 아이 공주님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만…”
“아뇨, 괜찮아요. 엘피 부관의 위치도 그렇고 함부로 말할 게 아니었잖아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털어놓으셨고. 그 해답으로 이대로 제 본심을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이를 가는 동안 언니도 입을 열었다. 설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줄 몰랐던 건지 당황하는 모습이면서도 침착하게 나와 본인의 상황을 말씀하셨다.
“솔직히 말해서 에키시 공을 노리고 있던 건 사실이에요.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에키시 공은 괜찮은 남성분이셨으니까요.”
“그걸 말해버리시는 건가요.”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버렸는데 우리도 숨길 필요 없잖아.”
솔직히 말해서 예상 외였다면서 어깨를 으쓱이는 언니. 그 말에는 엘피도 놀란 건지 본래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진짜였나…」라며 감탄을 표했다. 자기 도련님에 대해 중얼중얼 거리고 있긴 한데 이쪽에 들리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정말로 무례한 부탁일지도 모릅니다만… 혹시…”
“엘피! 괜찮아요! 아이 공주님과 에키시 공은 친우 되신 분! 우리 공주님께서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네… 그 말대로… 이기는… 합니다만…?”
“그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것도 피를 이은 친족에게 정을 갈취당하다니! 강간이나 다름없습니닷!”
“으음…”
언니는 날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득고 정신을 차려 어깨를 쭉 펴고 멋진 모습을 보이셨다. 타국의 귀족이 뭘 하든 상관없지만 이제 난 에키시 공에게 떨어질 수 없는 몸. 거기에 언니까지 개입해버렸으니 저런 행패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기다려주세요 에키시 공! 제가 그 극악무도한 악역 영애의 손에서 구해줄 테니까요!’
그렇게 엘피와 함께 더욱 자세한 상황을 듣고 나서…
어떻게 할지 의논을 나누는 사이 눈치챘지만…
강간이라니…
‘그러고 보니… 내가 할 말은 아니잖아…’
방금 언니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뒤늦게 눈치챘다…
아앗… 완전히 자폭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에키시 고오옹…
흐으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