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능 귀족 여체 하렘-23화 (23/199)

 무능 귀족 - 냥냥! 질투의 메이드다냥!(1)

내 동생 에키시는, 피가 이어진 내가 보기에도 괜찮은 남자야.

외형도, 힘도, 권력도, 뭐든 가지고 있으니까.

머리는 약간 모자라지만 바보 투성이인 이 세계에서 저 정도면 상식인 범주. 자신의 오해를 풀겠다고 학교로 온 내 동생 에키시. 내 욕심 때문에 무능이라고 한 소문을 퍼트리게 돼 미안할 따름이었지.

예전에 동생이 데려온 창녀들을 전부 죽인 적이 있었어. 물론 내가 죽였으나 에키시는 동생은 그것을 자신의 짓이라 칭해 악명을 쌓았지. 때로는 기사단을 내버려 둔 채 밖에서 싸돌아다니던 용병을 불러 필요 이상의 대접을 하는 것으로 차별적인 모습조차 보여줬고 그건 소문이 됐어.

길거리에서 술을 마셨다가 주점에서 취해 쓰러져 영지민들이 황급히 달려올 때도 있었고. 때로는 평민들이랑 축제를 벌여 바보 같은 소동을 벌이기도 했지. 영지민들에게는 바보나 도련님 취급받고 밖에서는 계속해서 악명이 쌓여가. 다른 가문도 아니고 공작가의 장남이 저러고 있었으니 놀림당하기에는 딱 소재였으니까.

사람을 써서 소문을 퍼트린 적도 있었던가? 강간을 즐긴다는 소문은 물론 인육을 먹는다는 헛소리까지 나왔었지. 영지민들은 믿지 않았지만 저택까지 와서 거래를 하는 상인들은 에키시의 눈치를 보는 게 그 소문을 진심으로 믿는 듯했고. 노예와 거리가 먼 이곳에서 노예 상인을 불러들여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던가…

쌓여가는 악명, 가끔 울상을 보이는 동생, 쌓여가는 죄책감… 자유롭게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스트레스는 받고 있었으나… 그래도 멈추지 않았지…

전부, 나를 위해서.

전부, 내 꿈을 위해서.

전부, 전부, 전부…

‘나를 위해서였을 텐데…’

에키시는 몰라, 내가 아버님께 머리를 숙여 가주의 자리를 확실히 양보 받도록 약속받은 것을. 아버님도 에키시의 소문을 걱정하고 있었으니 이번 일을 기회로 소문을 근절시킬 생각인 거야.

에키시도 그럴 마음이 들어 있었고 그렇기에 차후 사회로 나갈 어린 귀족들과 안면을 트도록 학교에 오는 걸 용서한 걸 텐데. 학교에 오자마자 밖을 싸돌아다니며 수업조차 제대로 듣지 않은 장난기 넘치는 아이…

그래서 오늘 파트너가 되어주지 않고 나무라고 말았지만…

‘나를 위해, 나를 위해, 나를 위해서, 했던 건데…’

동생이 거리를 나돌아다니며 논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 이 장소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에키시와 함께 연회에 나올 사람은 없을 터. 사람을 붙여놨기에 오늘 아침까지 파트너가 없어서 울상을 짓던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결국 이 누님을 찾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울상을 지으며 달려오면 파트너가 되어줄 생각으로 있었는데에에에에!!!!

“뭐야… 저 백돼지는…”

“네? 아이 공주님이잖아요?”

“그런 소리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무심코 흘린 말에 레인 공주님이 반응해버렸다. 공주님은 내 말을 잘못 들은 얼굴을 했지만 난 그걸 수정하지 않았고 이빨만 갈아댔다.

뭘까 저 암퇘지는?

대체 뭐야?

왜 에키시랑 붙어 있는 거야?

어째서?!

“왜 아이 공주님이 우리 에키시랑 붙어 있는 거죠?”

“글쎄요, 저한테 물으셔도?”

방금 나온 말을 다시 물어보지는 않으시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는 레인 공주님. 학교에서 지낸 동안 공주님과 밀회를 가진 적도 있으니 내 성격과 행동도 잘 알고 계셨기에 이런 일로 나무라는 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에키시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의외라는 얼굴…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화가 나서 죽어버릴 거 같아.

“왜 갑자기 그러세요? 아이 공주님께 열을 올리고 계셨잖아요?”

“제가? 저 백돼지를?”

“분명 일주일 전만 해도 아이 공주님을 안고 싶어서 미쳐 날뛰던 사람이…”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을 본 게 아닌가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면서 나를 다시 올려다보는 레인 공주님. 분명히 그런 기억은 있었다. 아이 공주님과 처음으로 만나 그 새하얀 모습에 반해 레인 공주님과 함께 안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그건 레인 공주님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말에 동의하며 아이 공주님을 끌어들일 방법을 짧게 모색하기까지 했으나…

‘화가 나…’

에키시가 창녀나 그에 준하는 여자들을 안고 다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만큼은 뭔가 달랐다. 그렇게 예뻐 보이던 아이 공주님의 살집은 전부 군살로 보였고 예쁘게만 보이던 그 새하얀 모습은 정신병에 걸린 여자로 느껴졌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살의가 끓어올라…

죽여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버려…

‘왜 손등에 키스를 허락해 준 거야? 그것도 양손에? 왜 에키시의 몸에 가슴을 비비는 거야? 왜 이런 자리에서 그런 격렬한 댄스를 추는 건데? 일부러 비비는 거지? 일부러 비비고 있는 거지? 지금 저 천박한 년이 유혹하고 있는 거야?”

그 천박한 살집 두 개를 뜯어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이쪽도 없는 건 아니지만 저거랑 비교하면 부족하긴 매한가지.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레인 공주님 것과 합쳐도 왼쪽에 달린 살집 하나 못 이긴다 생각하니 열불이 식질 않아.

에키시의 취향은 알고 있어.

내 동생이니까.

살집 좋은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전부 알고 있어.

그러니까 평소보다 싫어.

“과연… 놀라워라… 로키시 당신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네요…?”

“제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요.”

“여자의 정념이 질척질척 섞여서 당장이라도 아이 공주님을 죽여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뭐가 당신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딱 봐도 보일 정도로요.”

“그렇게 심한가요?”

“네, 심해요. 부채를 빌려드릴 테니 어서 얼굴을 가려주세요.”

레인 공주님의 부채를 받아 얼굴을 가렸고 옆에서 슬그머니 나타난 엘피의 거울을 빌려 얼굴을 확인했다. 나면서도 지독한 표정에 화장마저 일그러질 것 같았다. 동생인 에키시와 춤을 출 때 방해가 될까 봐 치장도 적당히 했지만 이래서야 나만 바보가 되지 않은가.

레인 공주님도 그렇지만 나도 오늘 한껏 꾸미고 드레스도 다시 맞춰 왔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동생의 오해를 풀려고 파벌도 이끌어 왔는데…

동생과 함께 다니며 내 지인들과 안면을 나누고 그걸로 오해를 풀면 됐는데…

아이 공주님의 위광을 받아 사람들이 모인다. 여전히 불만인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 대부분이 남자다. 반대로 여자들은 아이 공주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옆에 서 있던 우리 동생 에키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그 인상을 풀어내고 있다.

저거라면 내 도움 없이도 오해를 푸는 게 가능하겠지…

그래, 내 준비가 헛손질로 끝났다 하더라도…

원래라면 이렇게 화나지 않았겠지만…

“인사하러 갈까요? 아니면 저쪽에서 오길 기다릴까요?”

“오늘은… 그만둘래요…”

옆에 아이 공주님이 있는 게 그 무엇보다 거슬려.

“에키시 공이 여성분과 있는 건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 있나요?”

“제가 억누를 수 있는 여자라면 아무래도 좋아요… 창녀든, 기사든, 귀족이든…”

그러나 저 백돼지는 안된다. 첫 만남에 내가 홀렸던 건 분명 무언가 착각이 분명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은 이렇게 화가 나잖아. 저런 여자를 보고 안고 싶다고 생각했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확실해.

“그러나 공주님은 안된다고요? 로키시, 당신의 자리를 위협하니까?”

“큭…”

레인 공주님의 말에 정곡이 찔린 것 같은 목소리를 내버렸다.

“생각보다 심각한 분이셨네요? 동생을 상대로…”

“교리에 따르면 아무 문제 없잖아요. 게다가 여자가 여자를 안는 거랑 남자를 안는 건 다르니까요.”

옆에서 들리는 말을 곱씹으며 인상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여태까지 경쟁자가 없어서 그랬나 여유로운 기분으로 있었는데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기분이야. 게다가 하필이면 그 아이 공주님이 에키시를 상대한다니.

“언제까지고 제 손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오늘 같은 날… 이제 막 여기에서의 생활이 안정될 날에…”

“어머, 아직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아이 공주님께서 에키시 공을 노리고 있으시다고? 타국에서 온, 그것도 왕의 자리가 확정적인 분께서?”

“저는 이럴 때 감이 아주 민감해져서요. 싫어도 알아버려요.”

전투 때 이런 감각을 느낀 적 있다. 아무것도 없는 수풀을 바라볼 때 「저기서 화살이 날아온다」고 예감이 들면 거기서 적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몇 번이고 했으니까. 아마 내가 천성적으로 가진 재능.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게 살아왔다.

처음 에키시를 적으로 볼 때도 그랬지. 어린 그 시절 내 동생의 화려한 행보에 「저 애는 장차 내 자리를 넘본다」고 본능이 알려줬고 결국 이런 관계가 됐었어. 그런 내 본능이나 예감이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딸랑딸랑 움직이고 있는 거야.

“그래, 알아버리고 말았네요.”

이건 이미 미래를 본 거나 마찬가지.

‘여자로서 못 이겨, 에키시를 빼앗긴다, 가문은 넘보지 않겠지만 그 대신 내 옆에서 동생이 사라져버려…’

“로키시?”

차라리 가문을 넘보는 다른 여식이 나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깊은 공허함이 몰려왔다. 언제까지고 나를 위해서 양보해주던 귀여운 동생 에키시가 내 옆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주님의 말대로 아이 공주님이 우리 에키시를 노리는 게 확정난 건 아니지. 그러나 확정난 게 아니면서도 내 안에서는 달랐다. 그녀는 무슨 영문인지 우리 에키시를 노리고 있고 이것을 이대로 방치해두면 에키시는 우리 가문을 떠나게 된다.

‘가져가게 둘까보냐…’

그건 내 동생이야.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언젠가 내 것 삼으려고 열심히 길러온…

그런 애란 말이야.

아버님을 설득해서 에키시를 남편 삼으면 최고의 결과. 최악의 경우 내연의 남자로 삼아도 만족할 수 있었어. 에키시가 결혼해도 결국 가문이나 권력을 노릴 쓰레기일 테니 내가 밀릴 일은 없었을 테니까. 게다가 이쪽엔 에키시를 위해 그런 기사단도 만들었고 정말 최악의 경우 그 여자들로 가문 밖을 못 나가게 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나 저 백돼지는 안돼.

내가 막을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어.

내 동생을 가문 밖으로 빼내려 하는 괘씸한 여자 같으니라고.

“아무리 봐도 에키시 공은 아이 공주님을 부담스럽게 보고 계신 거 같고… 오래 만난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나 호의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겠죠. 헤벌쭉 늘어진 얼굴 하고는.”

“동생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들었는데. 상대가 아이 공주님이라고 해도 동생을 하루아침 만난 여자에게 빼앗길 정도로 얕은 관계였나요?”

“그럴 리 없잖아요… 에키시와는 주기적으로 몸을 섞고 있어요… 서로가 서로의 몸에 대해 다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헤, 그 로키시가 에키시 공에게 깔리는 건가요? 아니면 일방적으로 욕구를 채우는 편?”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되나요?”

“로키시의 말마따나 당신과 에키시 공의 성생활이 안정됐다면 지금 이렇게 안절부절 할 리 없으니까요. 자신에게 모자란 점을 찾았으니까 지금 이렇게 안정을 못 찾고 계신 게 아닌지?”

‘이 공주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어머, 또 정곡인가 봐.”

기쁘게 웃는 레인 공주님을 매섭게 노려보고 다시 동생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그런 로키시도 멋져서 젖어버릴 거 같아요」라며 레인 공주님이 날 유혹해왔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노골적이야… 너무 노골적이잖아…’

아이 공주님의 태도는 결코 타국의 귀족 남성에게 해도 될 태도가 아니었다. 여태까지 다른 남성에게 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던 눈꽃 공주. 말 그대로 절벽 위의 꽃처럼 행동했다던 그 공주가 지금은 우리 동생의 팔에 자신의 가슴을 꽉 대고 매달려 있으니까.

발정까지는 아니지만 여자의 냄새가 풀풀 나. 이쪽을 살짝 바라보는 그 미소는 호의가 담겨 있지만. 그 호의적인 미소에 나도 호의를 담아 반응해줄 여유가 없어. 무심코 살기를 날려버릴 것 같아.

“오늘 이후 어쩌실 건가요? 계속 심기 불편하게 있어도 무엇 하나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보는데요.”

“공주님께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에요. 집안 문제니까요.”

“어머, 그렇게 말하기인가요? 저랑 로키시 사이면서.”

“공주님은 남자와 몸 섞은 적 한 번도 없잖아요. 언제나 여자만 둘러싸서 화원을 만들며 지내시는 분께 이렇다 할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네요.”

“날카로워라, 오늘따라 날이 서 있네요? 기분을 좀 풀어줄까요?”

그러면서 내 몸에 살짝 접촉하는 공주님…

그러나…

“건들지 말라고 했어.”

“후훗.”

그러나 그 손길을 나 자신이면서도 추할 정도로 부라린 목소리와 함께 쳐냈다. 공주님과 내 사이가 아니라면 100% 문제가 됐을 사항. 우리 쪽 파벌이 나와 공주님을 감싸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었으면 소문이 됐을 터였다.

“나도 알아요. 여자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하지만 남자 맛을 본 여자는 좀 더 무섭네요?”

“흥…”

“그렇게 날카로운 얼굴로, 그 드센 성격으로, 계속 에키시 공을 얽매니까 아이 공주님처럼 상냥한 분께 끌려버리는 거죠.”

“처녀가 뭘 안다고 지껄여.”

“직접 말했잖아요? 저와 몸을 섞으면서 동생을 자랑하고 저도 이끌려 했잖아요? 져주는 척하면서 결국에는 동생의 정을 다 빼앗아버리는 바보 같은 여자. 결국 플레이의 일환으로 져주는 척으로 끝나니까 남자분이 밖으로 도는 게 아닌가요. 드센 여자의 말로란 이런 거네요.”

“입으로는 뭔들 못할까.”

“이 자리에서 말을 놓고 화를 드러낸 게 그 증거에요. 초조해서 우리 둘만 있을 때 그대로의 말투를 하시다니. 어서 가면을 쓰는 게 좋을걸요.”

나와 달리 레인 공주님은 여유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어느 날 공주님이 뺨을 맞았다는 소문과 함께 사람이 좀 변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신했다. 레인 공주님도 뭔가 이상해졌어.

“다시 말하지만. 레인 공주님. 당신께 듣고 싶은 말이 아니야.”

“그런가요?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당하는 것도 진심으로 당해줘야죠. 남자분들이란 자존심 덩어리니까요.”

“기사에게 한대 맞더니 정신까지 놓아버렸어?”

“가끔은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것도 내 눈에 그대로 들어온 아름다운 기사라면 더욱이 말이죠. 그대로 당하고 또 당해서 목줄이 채워져도 좋을 것 같이 올곧은 여자였던지라…”

“레인의 정사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그럴 기분 아니라고 했잖아.”

“결국 공주님이란 단어까지 지워버렸네?”

그렇게 화났냐며 다시 물어오지만 얼굴로 대답할 뿐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당신의 동생이 제게 말했어요. 여자만 보면 한없이 방탕해지는 공주님에 불의를 못 참고 그것을 수정하려고 하는 기사.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제가 가지고 싶어 한 그 기사의 마음을 쏙 빼간 주제에 참 잘도 말하네 싶었지요.”

인상을 구겼지만 내가 그러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레인.

“당신은 어떨까요? 한없이 자유로운 동생에 뭐든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자존심과 성욕을 채우는 여자.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질 않네요.”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당신 동생은 그 자리에서 제게 한마디 했답니다. 이 세상에 자존심 없는 사람은 없다고. 그건 누굴 말하는 걸까요? 에키시 공과 몸을 섞은지 오래됐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을 짜내며 플레이의 일환으로 당하는 척만 해주는 여자. 슬슬 질릴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어……”

“사실을 말할 뿐이에요. 전부 제 추측이지만요.”

우리 사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함부로 지껄여 댄다. 그러나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발정이 날 때 동생을 요구해 최종적으로 지쳐 쓰러질 때까지 범해 버리는 여자. 반대로 딱 봐도 상냥할 것 같은 새하얗고 모성애 넘치는 여자.

심각하게 대비됐기에 기분이 나빠.

이런 거 인정하고 싶지 않아.

‘심지어 흑과 백이라니,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마치 너희 둘은 상종할 수 없다고 고하는 것 같은 색 배열. 그러나 내 생각을 달라. 검은색은 검은색끼리, 새하얀 것은 새하얀 것끼리, 끼리끼리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우리 동생 에키시는 명백히 검은 측. 나와 아이 공주님이 못 어울리는 것처럼 그녀가 에키시와 어울릴 수 있을 리 없잖아.

“부정하고 싶은데 부정할 수 없어. 기분 나빠 죽겠어.”

“어라? 인정해버렸어요? 추측뿐인 타인의 말을?”

“동생을 너무 억누르고 살았던 거야.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런 소문과 치욕을 주고 영지 안에서만 살게 했어. 게다가 어머님을 잃은 동생에게 강한 모습만 보였으니…”

저런 취향이 되는 게 당연했다.

이것도 저것도 나와 정 반대되는 여자.

아이 공주님은 내 천적이야.

“나는 저렇게 못해. 저런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못 낸단 말이야.”

“로키시는 보란 듯한 여걸이니까요. 연회장에서 웃고 있을 때도 주위를 억누르고 머리를 조아리라는 느낌이 팍팍 들죠.”

“그래도 빼앗길 수는 없어… 수단을 강구해야 해…”

어떻게든 인상을 풀고 숨을 고르는 나. 그런 날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는 레인 공주님. 무례를 저질렀음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재밌는 것을 바라보듯 하고 있다. 게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내게 귀를 내밀어보라는 명령까지…

‘아이·호모우… 저 음란한 은색 암퇘지 년에게 내 동생을 줄 수는 없어…’

동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수단을 가릴 여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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