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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19화 (19/199)

 무능 귀족 - 은빛 암캐와 수면 허브(4)

일어난 후 눈을 한 번 깜빡.

그리고 목을 만졌다.

목은 붙어 있었다.

“허어?! 허아아아아아아!!!”

공주님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존 것도 모자라 누님을 상대하는 꿈을 꾸기까지. 일어나자마자 오싹한 기분을 맛봤고 혹시 몸에 무슨 일 없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상처는 없었다.

‘뭐야 씨발!’

옷은 전부 입고 있다. 겉옷만 벗겨진 채 있으며 썬이 침대 바로 앞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제와 똑같이 정장인 그대로였다. 그것을 알고도 다시 몸을 만졌지만 어딘가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대신 진짜로 누님을 상대한 것처럼 몸 전체가 끝없이 나른했다.

“아, 일어나셨습니까?”

“썬?!”

“기분은 어떠십니까? 곤히 주무시는지라 깨우지는 않았습니다만.”

“호, 호, 혹시! 졸아버린 거냐?! 아이 공주님이랑 대화하다가! 그 자리에서?!”

“네, 기분 좋게 주무셨네요. 코까지 골았던지라 웃음을 참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헉…”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최현준이란 놈이 「오, 등신 새끼!」하며 초록 모자를 쓴 너구리 새끼처럼 날 놀려댔다. 썬의 얼굴을 보아하니 큰일을 벌인 건 아닌지 「당황하지 마시고 정신 차려주세요」라며 날 안정시켜 왔다.

“나 왜 졸았대냐?! 그리 피곤하진 않았는데?!”

“공주님께서 쓰신 허브 때문입니다. 호모우 국의 허브는 익숙지 않은 분들께 잠을 유도하거든요. 설마 에키시 공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던지라…”

“그럼 내 탓은 아니란 거지?!”

“물론 우리 공주님 탓입니다. 그 사실은 본인도 알고 있습니다. 에키시 공이 일어나면 자기 대신 사과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 그, 그러냐? 다행이다… 진짜로…”

실제로 내 잘못은 아니었는지 썬이 애를 달래듯 나를 안심시켜줬다. 그러나 호모우 왕국의 허브라니 이벤트에 사용하는 에로 아이템이잖아. 그것도 남자가 남자를 범할 때 쓰는 그거다. 여자한테도 쓰지만 설마 내가 그런 꼴이 될 줄이야. 학교 내에 약품이 돌아다니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경계할 생각이었지만 설마 이렇게 훅 가다니 너무 조심성이 없었다.

“호들갑 떠실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자고 갈 예정이었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잖습니까. 공주님도 에키시 공을 친우 중 하나로 보셨고 그 정도 무례는 용서해주실 겁니다.”

“아니지, 친구끼리 거리를 좁히는 것과 예절을 지키는 건 별개야. 특히 나보다 머리 위에 있는 사람과 친해지려면 그 선을 잘 그어야 해. 하물며 아이 공주님을 상대로 그런 무례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일이 사고였으니 망정이지… 하, 진짜 무서웠어…”

“어… 그럼 저는요…?”

“너랑 만날 때 내가 약속 시간에 늦은 적 있던?”

“아, 맞네요, 그쪽 예의는 확실하셨으니…”

바로 눈앞에서 입술을 움직이는 썬. 「의외다」라니 내가 그런 이미지였나. 세간에선 그렇게 볼지 몰라도 썬이 그렇게 말하니 좀 안타까운데…

‘다행히 너무 잔 건 아닌가.’

코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이른 아침이라는 걸 알리고 있다. 침상이 달라서 그런가 몸이 좀 불편한 것 이외에는 별문제 없었다. 날 바라보던 썬이 내가 일어난 걸 봤으면 됐다고 뒤를 돌았지만 그 행동이 조금 이상했기에 말을 걸긴 했지만…

“근데, 썬.”

“네?”

“자다가 다리라도 삐었냐?”

“가, 갑자기 왜요?”

“다리를 후들거리길래.”

“어… 아앗…?!”

내 말을 듣자마자 황급히 가랑이 사이를 가리는 썬. 대체 그 반응은 뭘까 싶었지만 대답 없이 조용히 문밖으로 나갔고 그 상태로 입구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채 날 바라봤다.

“왜? 무슨 일 있었길래 그러냐?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렸어?”

“아뇨, 그게, 자다가 좀 다친지라…”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닐 텐데. 잠꼬대가 좀 심할 수도 있지. 우리 누님은 자다가 땅바닥에 얼굴을 박던걸.”

“타인과 같은 침소를 나누고 잠꼬대로 다치다니! 부끄럽습니다! 기사라 하기엔 너무 수치스럽잖습니까?!”

“아, 그러냐? 난 잘 모르겠는데.”

“예, 예, 그렇고말고요! 그럼 에키시 공도 일어났겠다 전 먼저 식당으로 가보겠습니다! 공주님께 보고도 해야 하니까요!”

“아니, 잠깐만! 나만 두고 가기냐?! 다리에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래?!”

“죄송합니다!!!”

바람과 함께 은색 잔상을 남기고 사라지는 썬. 저 움직임을 보니 진짜로 다리가 다친 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런 걸까. 물어봐도 대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고 굳이 파고들면 머리만 아플 것 같다.

‘뭐지? 뭐 이리 등이 으슬하지? 응?’

아침부터 활짝 열려있는 창문. 시트도 새 걸로 갈아져 있고 냄새도 퀴퀴했다. 하반신에 남은 아릿한 기분도 그렇고 뭔가가 잘못된 느낌이 싸하게 들어왔다. 이거 혹시 썬이 싸지른 게 아니라 내가 싸진 거 아닌가 싶었다.

‘어제 허브 티나 각종 차들을 그리 마셔놓고 싸지도 않고 잤다. 그런데 하반신이 개운한 것도 그렇고 소변이 마렵지도 않아.’

게다가 방금 보였던 썬의 이상한 반응…

뭐임? 뭐임? 실화임?

진짜로?

진짜로 쌌나?

정말로?

내가?

다름 아닌 이 내가?

이 나이를 먹고?!

“허어?! 아냐! 그럴 리 없어!”

오줌을 싼 것 까지라면! 백보! 아니, 천보 양보해서 괜찮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타국의! 그것도 아이 공주님이 계시는 저택에서! 주인공이랑 같이 자면서 그걸 싸질렀다고?!

‘쥐쥐, 쥐지지지, 진정해라! 진정해야 한다! 아직 쌌다고 확정난 건 아니야! 그렇고말고! 썬의 반응이 명백하게 이상했지만 내가 싸질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잠결에 화장실에 갔을 수 있다! 다행히 여기는 반쯤 판타지 세계고! 방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 정도야 상식 수준이다! 실제로 이 방에도 화장실이 있잖은가?!

‘심호흡! 심호흡! 원! 투! 쓰리! 포! 진정했으면 즉시 화장실로 돌지이이이인!’

영문 모를 자세로 주먹을 내지르며 기상. 헐레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서 소변을 싸는 것으로 안도감을 되찾았다. 분명히 소변은 마렵지 않았지만 나오는 양은 어제 마셨던 음료의 양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어, 아닌가? 그럼 뭐냐 이 시원함은?! 하반신으로 무언가를 엄청 싸지른 느낌이 났는데…’

혹시 몽정이라도 했나 싶었지만 옷이나 속옷이 더러워진 흔적은 없었다. 어제와 똑같이 깨끗한 그대로다. 아직 잠이 덜 깨서 이상한 기분을 맛봤을 뿐이라며 자신을 타일러 봤지만 그럼에도 찝찝한 기분은 가시실 않았다.

“하, 뭐지?”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아침.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 찝찝한 기분을 씹어 삼키고 일과를 시작했다. 타인의 집에서 시종을 불러서 씻기도 뭣하고 메이드 한 명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해서 얼굴만 씻어낸 후 밖으로 나왔다.

냄새는 나지 않지만 휴대하고 있는 향수를 한 번 뿌린 후 복도를 걷는다. 메이드의 손길에 이끌려 정신 병동 같은 곳을 걸으며 식당에 도착했다. 아직 혼란이 다 떨쳐지지 않은 채 식당에 들어갔지만 내 상태가 얼굴에 티가 났는지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있던 아이 공주님께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셨다.

“어머나, 에키시 공? 안녕히 주무셨나요?”

“아, 아이 공주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젯밤은 실례했습니다…”

“아침부터 왜 그러신가요? 어수선스러운 분위기네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는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이 덜 깨서 소란을 일으켰거든요. 어제 그렇게 풀썩 쓰러진 것도 그렇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아, 그 이야기인가요. 썬에게서 이야길 듣지 못했나요?”

아이 공주님이 고개를 돌려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썬을 바라보았다. 방금 막 도착한 건지 식사 준비도 하지 않고 공주님을 바라보며 이야기 상대가 되고 있던 상태였다.

“크흠, 네, 다 했습니다. 제가 아침에 잠꼬대를 한 것까지 전부요.”

“정말로요?”

“네, 저도 납득은 했습니다만…”

“그 말대로 제 실수잖아요? 쓰러진 거라면 신경 쓸 필요 없을 텐데요? 독이나 마찬가지인 허브고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닌지?”

“아뇨, 그만두시죠. 공주님께서 저 같은 놈에게 사과하시다니 송구스러워서 머리를 못 들게 될 겁니다. 귀족 되는 자로서 그리 간단히 쓰러져 버리다니 제 자신이 한심해져서 오싹해진 기분이 들었을 뿐. 부디 신경 쓰지 마시길.”

“어제 허브 티를 꽤 마셨죠? 처음 마신 것치고는 엄청 잘 버티신걸요. 에키시 공이야말로 너무 자기를 탓하지 마세요. 이럴 때는 마음을 나눈 친우답게 「왜 그런 걸 마시게 했습니까!」하고 일갈 정도는 해주세요.”

“그것참 난이도 높은 주문이네요… 타국의 공주님께 큰소리치는 공작이라… 그것도 딸린 자식이 그런 소리를 내뱉다니 분명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일 겁니다…”

“못할 것도 아니죠?”

“원하신다면야 언제든지.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너무 뒤숭숭해서 장난에 어울려주질 못하겠습니다. 어제 같은 대응을 원하신다면 아주 잠깐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네, 그러시다면야 얼마든지.”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며 이마를 엄지로 꾹꾹 눌렀다. 설마 몽정이나 오줌을 싸지른 것 같다고는 말하지 못하니 말을 돌렸다만 의외로 잘 먹힌 모양이다. 보니까 저쪽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모양이고 진짜 뭔가 싸지른 건 아닌 것 같았다.

‘자면서 뭔가 한 건가… 두 사람의 시선이 너무 따가운데…’

그대로 멍하니 있으면서 고민하는 척 에둘러 대응했다. 뭘 먹겠냐는 말에 아침부터 육류는 물론 치즈까지 주문했을 정도다. 어제 그렇게 먹어댔을 텐데 또 배가 빈 것도 그렇고 격렬하게 운동이라도 한 것 같았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자기 전 기억이 거의 없었으니 뭘 어떻게 반응할 수가 없어.

저 두 사람은 자기네들끼리 소곤소곤 거리고 있고…

“흐으음…”

결국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식사가 나오기 전까지 입을 다물었다. 아침부터 큼지막하게 썰어져 나온 고기를 입에 머금고 식사를 끝내고 나서야 진정했지만 결국 알아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자는 사이 썬이 장난을 쳤다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너무나 기묘했다.

마치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모습. 옛날에 학교를 다닐 때 여자애들끼리 모여서 남자 이야기를 할 때가 딱 저런 모습이었다. 분명히 기사와 공주일 텐데 지금만큼은 참새들이 모여서 짹짹이는 게 연상되었다.

‘일단 안심해도 되는 건가. 나쁜 말은 안 하는 거 같고. 호인상을 심어주긴 한 거 같은데.’

정말로 좋게 생각하면 아이 공주님께서 나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역시 꿈같은 이야기겠지. 대놓고 저리 재잘재잘 거릴 정도의 이야기라면 좀 더 다른 이야기일 것 같다만.

“후…”

“호모우 국의 차는 어떠세요? 마음에 드셨나요?”

“네, 이제 좀 진정이 되네요.”

식사를 끝낸 후 다시 티타임. 어제도 그렇고 이런 시간이 많구나 싶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차를 즐겼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멀쩡한 음료를 마신 후 기분 좋게 목소리를 내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뭘 그리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건지 저도 좀 끼워줬으면 합니다. 왕따가 된 것 같아서 좀 쓸쓸해지네요.”

“좀 나아졌다 싶으니 금방 혀를 놀리시네요?”

“싫습니까?”

“제가 부탁한 일이잖아요. 그걸로 됐습니다.”

공주님이 작게 웃었고 썬이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방금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다시 물어보니 어제 내가 잘 때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댄다. 예상은 했지만 썬이 곱게 잘 리는 없었고 내가 자는 동안 나 몰래 재밌는 짓을 저지른 모양이었다.

“에키시 공,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니, 자고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더라고. 우리 기사님께서 장난이라도 쳤나 봐? 그렇지 않고서야 내 몸이 이렇게 아작날 리 없는데…”

“장난이라뇨! 피곤해 보이셔서 마사지를 했을 뿐입니다!”

“마사지?”

“네!”

“방금 우리끼리 한 이야기도 그것 관련이에요.”

“아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던 건가 하고 좀 낙담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안심되기도 했다. 하반신으로 느껴지는 시원함이 마사지 탓이었나. 그러나 그 퀴퀴한 냄새도 그렇고 마사지라고 하면 안 좋은 게 떠올라서 황급히 엉덩이에 손을 댔다.

“흠… 그렇구나… 그런 거였나…”

“왜, 왜, 왜?! 왜 그런 반응이신데요?!”

“썬, 네 외형을 봐라. 너 같은 남자가 내 몸을 마사지 했다고 한 거다. 게다가 자는 도중에 마사지했다고 하면 보통은 불안해하지 않겠냐?”

“무슨 의미인지요?!”

“혹시나 내 엉덩이 구멍이 뚫렸을까 걱정이 된단 소리야.”

“어, 어, 엉덩이?! 잠시만요!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되는 건데요!”

“자기 입으로는 노말이라고 하는데 외형을 그리 예쁘게 가꾸는 것도 그렇고. 설득력이 너무 없잖아? 사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썬에게 덮쳐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무섭더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요?!”

“돌았냐, 당연히 농담이지! 흐하하하하하하!!!”

“으윽?!”

아까와 달리 확 변화한 내 모습에 썬이 당황했다. 바로 옆에 있던 공주님은 황당한 모습이었지만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놀란 목소리를 내며 크게 웃기 일보 직전이셨다.

“아니지, 혹시 내가 뚫는 쪽이었나?”

“그, 그으으, 그럴 리! 그럴 리 있겠습니까아?! 발상이 너무 추잡하잖아요! 공주님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네요! 좀 맨정신이 돌아왔다 싶으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요?!”

“막 나가기는, 이게 내 평상시 모습인데?”

“에키시 공!”

“공주님의 의향대로 본심 그대로 지껄이고 있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막 나가는 걸 바라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래도 성안에서 따분하게 지내시던 분 앞에서 또 딱딱하게 있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런 바보 같은 사람도 보고 가시라고 해. 숨통 트일 정도는 안돼도 광대와 노는 기분 정돈 맛보실 수 있을 거 아냐?”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는데요!!!!”

“아, 공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썬에게 이런 말 한 게 불쾌했다면 수위를 좀 줄이겠습니다만.”

“공주님! 공주님! 저 바보 귀족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분명 머리가 맛이 간 게 분명해요! 어, 어, 엉덩이 구멍이라니이! 저를 뭘로 보고?!”

“아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주님?!”

썬이 자리에서 일어나 팔짝팔짝 뛰어댔지만 공주님의 반응은 썬과 정 반대였다. 진심으로 즐거운 것처럼 그 커다란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웃으셨던 거다.

“어머나~! 저 그런 이야기(음담패설) 너무 좋아해요~!”

“으엑! 공주니임?! 왜 이런 이야기로 들떠 하시는 건가요!”

“그야 저런 사람 처음인걸요~! 저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사람은 여태까지 한 명도 없었어요~! 설마 바로 눈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실 줄이야~! 정말 바보오오~! 아하하하하핫~!”

“그렇지요? 성내에서 얼마나 따분히 지내고 계실지 예상이 갑니다. 색이 없는 왕성 생활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니까요.”

“아하하하핫~! 저 때문에 그런 소리까지 하시고오~!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라니까아~!”

날 보고 「역시 용감한 사람」이라며 크게 웃는 아이 공주님. 나야 그녀가 어떤 이야기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 저지를 수 있는 거였지만 그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막 나가는 사람을 본 거겠지. 나도 가문 빨이 있는 데다가 한두 번은 눈 감아질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공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 얼굴로 남자를 안 좋아한다고 새침 떼면 웃기지 않습니까?”

“우흐, 우흐흐흑, 아핫, 아하핫, 그래요, 맞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 같은 얼굴」을 하면 너무 웃기다니까요~! 으후후후훅…”

“누, 누우가아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라는 겁니까아악!!!!”

“분명 남자 수천은 홀렸을 서큐버스인데… 우흐흐흐… 저런 얼굴로 숙맥이라니… 아니, 이젠 아닌가? 어쨌든 웃긴 말이었어요… 아흐흐흐…”

“웃지 마세요! 저는 노말이라고 몇 번이고 말했잖아요!”

“그치마안~! 아하핫~!”

기쁘게 웃는 아이 공주님. 이야기 사이에 엇나간 느낌이 살짝 들었지만 기분 탓으로 치부하고 휙 넘겼다. 드디어 공주님과 말을 좀 텄다는 상황에 나도 조금이지만 들뜨고 있었다. 아예 손이 안 닿는 분도 아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서큐버스랜다! 서큐버스! 공주님께 그런 평가를 받다니! 자는 동안 사람이라도 덮치는 거냐?! 하하하핫!”

“그럴 리 없잖아요! 그런 천박한 짓 안 한다고요! 두 분 다 왜 그런 식으로 놀리십니까! 흐이이이이잉!”

“의외로 어울리죠~? 정말로 우리 몰래 남성분들을 사냥하고 다닐지도 몰라요~!”

“으으으, 아니래도요! 절대 안 그래요!”

“정말로요? 제 앞에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어요?”

“그, 그건!”

“왜 뜸 들이는 건데. 여기서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할 상황이잖아.”

“혹시, 정말로 그런 짓을 했어요? 찔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말 안 하는 거죠?”

“아니에요오오오오오오!!!!”

우리가 너무 놀려댄 건지 결국 썬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저는 그런 천박한 짓 하지 않았어요!」라고 크게 외치고는 결국 식당 밖으로 도망가 버렸던 거다.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이 워낙 귀여웠던지라 필요 이상으로 놀려댔지만 기사를 남창이나 서큐버스 취급이라니 좀 심했을 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귀엽기는.”

“그러게요. 제 기사지만 너무 깜찍해요.”

나와 공주님은 서로 똑같은 감상을 품고 느긋한 시간을 즐겼다. 물론 썬은 몇 분도 되지 않아 뺨을 부풀린 채 돌아왔고 우리 둘은 그를 다독여주며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러다 보니 오후가 돼서야 기숙사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결국 오늘도 수업을 땡땡이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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