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지뢰와 착각이 크로스!(6)
그런 내 예상이 들어맞은 건지 왕도로 떠나는 날 직전까지 이렇다고 할 일은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누님과 그 부관인 엘피가 가끔씩 만나 꽁냥거리는 걸 지켜보기도 했고. 이번에 날 따라갈 호위와 얼굴을 맞대기도 했으나 날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렸기 때문에 묘한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남들에게 은혜를 팔아 충성을 산다는 건 나름 즐거운 일이다. 악역 영애인 누님만큼은 아니지만 악역으로 자랄 예정이었던 에키시·블랙우드의 몸에 들어가 자랐던 영향인지 나에게 그런 천박한 천성이 새겨졌다. 내용물은 소시민인 학생이었을 텐데 오랜 시간 이 몸에 들어가 지낸 결과 나 자신이 천박하다는 걸 깨달았을 정도로 많은 게 변해 있었던 거다.
내 호위로 선발된 미소녀 기사가 눈물을 흘리면서.
난 기억나지도 않는 사건에 대해 지껄이며.
그것에 대한 감사를 떠들어댔을 때.
난 그 자리에서 남모르게 「발기」하고 있었다.
나와 누님의 목적에 의해 기사단에 들어갈 사람을 구하다가 우연찮게 나와 누님의 뜰망에 들어왔을 뿐. 나로서는 그런 인식이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기에 분위기나 인식 차이가 심했다. 나야 칭송해주거나 따라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기뻐하는 변태니까 상관없었다. 그게 아름답다면 더욱이 말할 것도 없지.
누님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듯 나도 미녀를 좋아한다. 이건 천박함을 넘어서 남자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나야 누님을 위해 무능을 연기해야 했으니 그 경향이 더 심해져 있었다. 지금이야 그럴 필요가 없다지만 심할 때는 밤낮도 잊고 여자를 끼고 산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저런 기사단을 만든 것도 무능을 연기하기 위해서다.
굳이 여자만, 그것도 미녀만을 모은 기사라니.
추문을 퍼트리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만 그중 하나가 이거다.
이런 추잡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구원받는 사람은 있었다. 기사직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자이기에 다른 가문에서 안 받아주는 자가 그랬다. 기사직만 가지고 있는 명예 귀족들은 가문이 몰락할 정도로 가난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상인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도 대거 있으며 남자가 태어나길 바라는 집안이야 얼마든지 있다. 한 줌의 재능이란 게 간단하게 발견되는 것도 아니고 싸움이라면 대개 남자 쪽이 유리하니까 말이다.
예외가 있다면 집안 대대로 한 귀족 가문을 섬기는 기사 가문 정도일까? 그런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그 가문에 종속되니까 비참하게 살 염려는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그 가문의 대리인으로서 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면 그걸로 좋은 거다. 자신들이 종속하고 있는 가주의 뒤를 따라 같이 사냥을 나가는 정도의 여유로운 삶을 보장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기사 가문이라면? 아이가 여자애라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고 살았을지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재능이 있어도 성이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 지금의 시대. 레즈우 왕국이라고 하는 바보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 병신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는 에로 게임 세계지만 이런 것만큼은 바람처럼 쌀쌀한 곳이었다.
다행히 이런 세계인지라 같은 여자들의 눈에 띄어서 기사 겸 노리개로 등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기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노리개 취급은 영 아니올시다 였겠지. 그래서 여태까지 우리가 등용한 여기사들은 대놓고 손대는 일이 없었지만 이렇게 감사를 표하며 직접 들이대면 이야기가 달랐다.
어디까지나 선의로 행한 것처럼 내 행동을 포장했다.
그에 따라 상대방 쪽에서 직접 몸을 내밀었다면.
착한 사람같이 웃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일 뿐 아닌가?
“웃, 으읍, 으읍…”
“의외로 능숙하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중간한 판타지 세계답게 다른 이동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평범히 마차를 탄 나와 누님. 기사들과 함께 왕도로 향하는 이 느긋한 시간은 좋다면 좋았고 음란하다면 음란한 시간이었다. 누님은 한가롭게 낡은 책을 읽으면서 나를 힐끔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나는 평소대로의 차림에 자지만 꺼내놓은 상태로 내 가랑이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여기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것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왕도까지 시간도 많이 걸릴 테고… 그동안 지루한 시간이 될 테니 도련님께서 즐겨주시길 바랐습니다만…”
날 올려다보는 검은 눈동자. 뒤로 굵직하게 땋은 긴 갈색 머리. 자지 끄트머리에 손수건을 감아 침이 옷으로 흐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그렇고 귀두를 만지는 손놀림도 아주 괜찮았다. 혹시 예전에 창녀가 아니었을지 무례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다만.”
마치 어딘가에서 배운 것 같은 솜씨에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해버렸다만 그녀의 대답은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같은 숙소의 고참에게 배웠습니다. 옛날 다른 가문을 섬기고 있을 때 이러한 봉사를 배운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노리개 취급에 질려서 가문을 나왔지만 결국 길거리를 헤매었고 저처럼 블랙우드 가문까지 흘러들어왔다며 불만을 털어놨지요…”
“자주 있는 이야기야. 들을 것도 없어. 그런 취급을 받았다 하더라도 기사가 한 가문을 배신해 나온 거고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등용하고 싶은 가문 따위 그리 많진 않았을 테니까.”
“그분께는 배워도 써먹을 일이 없길 바랐지만 전 다릅니다. 도련님께 봉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니까요.”
누님이 틱틱 거려 댔지만 굴하지 않고 귀두 뒤를 만져오는 내 호위 기사. 바로 사정하지 않도록 혀로 귀두를 빙글빙글 돌려 핥는 것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쾌락이었다. 이대로 왕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봉사할 생각으로 보였지만 누님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너 이름이 뭐였지?”
“네티아라고 합니다.”
“가문 명은?”
“가문은 도련님께 구원받은 날 그 자리에서 버렸습니다.”
‘자기가 뽑아와놓고 또 이름을 물어보는 겁니까.’
본인이 말하길, 밑바닥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집이 유복하지 못해 입을 줄이기 위해 버려졌다고 한다. 그렇게 길바닥을 헤매어 돌아다니다가 비 오는 날 영지를 산책하고 있던 내게 드라마틱 하게 거둬졌다고 하는데…
‘그랬던가?’
미안한데, 기억 안 남.
언제야 그게.
혹시 다른 사람 아님?
아버지라던가.
‘그런 식으로 은혜를 뿌린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기억도 안날 정도로 많은 은혜를 뿌렸고 그중 하나에 걸린 여자. 당시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자기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저지른 것 같다. 나란 놈은 비 오는 날마다 이상하게 감성적이 되니까 말이다. 비 오는 날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은혜를 내밀면 우월감에 차오를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겠지.
‘그런 것도 모르고 내 행위에 감동해버린 여기사가 하루 종일 자지를 빨아줄 정도로 깊은 충성을 맹세해버렸다니.’
이거 생각보다 백치미 있는 플레이구나 싶었다.
아, 섹스에 백치미라는 단어를 쓰게 될 줄이야.
삶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금 네티아가 열을 내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성욕만이 채워지고 있으며 누님은 그런 내 얼굴을 보고 금방 질투를 지워내 안심한 표정이 됐다. 내가 그녀에게 열을 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던 거겠지.
“그래… 내 동생이 의자랑 결혼하는 변태는 아니니…”
“누님도 참 질투가 심하시지. 이렇게 충성스러운 기사님께 그런 비유는 아무리 우리 누님이라 해도 실례라 생각됩니다만.”
“블랙우드 가문에서 본다면 저희 같은 것들은 말 그대로 그런 존재나 마찬가지. 주제넘은 짓을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주시길.”
“그래? 그럼 다행이야. 몇 년 전에 끌고 왔던 창녀들은 주제 모르고 동생을 깔아뭉게려 했거든. 추문을 퍼트리기는 고사하고 유혈 사태를 만들어버렸어.”
‘그엑.’
누님과 화해하고 몇 년 안됐을 무렵 이야긴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막 꺼내오는구나. 무능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기 위해서 자택까지 창녀들을 몰려들게 했을 때 일이지만 주제도 모르고 날뛰던 것들이 대거 숙청당한 적이 있었다. 꼬드긴 게 나라고는 해도 내가 창녀들에게 진심으로 반했다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내 이름을 빌려 권문을 휘두르고 영지 내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게 발각돼서 누님이 직접 죽여버렸다.
“아, 수그러드시는… 군요…?”
“발기할 이야기는 아니잖아? 말 그대로 피투성이의 추억이니까.”
“누님, 아버님께 놀림당한 앙금을 지금 저한테 푸시는 겁니까?”
“글쎄?”
쿠쿠쿡 웃는 누님과 반대로 아쉬운 표정으로 내 자지를 닦아내 바지의 매무새를 다듬어주는 네티아. 처음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봉사할 마음까지 먹었건만 끝까지 못해버렸으니 무언가 불안한 것 같았다.
“저, 저기…”
“누님이 저지른 일이니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네 진심을 보았고 그 충절을 실로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네 씨족은 우리 블랙우드 가문이 보살펴 줄 테니 수년간 내 호위에만 집중해주길 바라마.”
“아, 예, 예엣! 알겠습니다! 이 네티아! 목숨과 신명을 바쳐 에키시 님을 지켜드리자 합니다!”
“말할 것도 없다. 봉사는 이제 됐으니 본래의 업무로 돌아가도록.”
“네! 실례했습니다!”
내 말에 기쁘게 웃는 네티아. 그러나 방금 그녀가 말했듯 네티아는 가족이 없으니 우리가 돌봐줄 사람 따위 처음부터 그녀 밖에 없다. 애초에 우리 쪽 기사단 대부분이 그런 셈이고 재능 있는 씨받이들을 처음부터 밖으로 놓아줄 생각 따위 없는 거다. 애를 낳아도 그건 변함이 없다.
우리 블랙우드 가문을 보면 알겠지만 이 웃기지 않는 에로 게임 세상은 그 설정에 따라 재능은 핏줄에 의해 계승된다. 가끔 엇나간 놈이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엔 그 핏줄을 따라 태어나는 게 관례인 것 같다. 이 당연한 사실에 눈치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나와 누님은 다르다.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말했다. 재능 있는 자가 재능 있는 놈을 낳고 그게 끝까지 계승된다고. 게임 설정을 이러쿵저러쿵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누님은 날 너무나 좋아하는지라 별 마디 없이 수긍해서 내 말을 믿어주었다.
‘그녀들은 우리 가문의 씨받이들. 재능 좋은 아이를 낳게 할 예정인 암탉. 그러나 충성심은 진짜고 시간이 지나 빛바랠 일은 없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아버지의 기사단(진짜배기)가 있음에도 추문을 위해 그녀들을 이용하며 그런 목적도 노리고 있을 뿐. 부수입도 있으니 기쁘기 그지없다. 이런 위험한 세계에서 목숨을 바쳐 날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니 콧대가 높아져 버리잖냐.
“소인배… 천성이 비열한 자… 후후… 우리 동생이면서도 잘 어울리는 단어구나…”
“오늘따라 말이 많으십니다?”
“오래간만에 동생과 먼 곳을 나가는 거야. 향수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잖아?”
그런 내 기분을 파악하신 건지 네티아가 마차 밖을 나가 다른 마차로 갈아탄 순간 누님이 말을 꺼내왔다. 분명 수년 전 내가 누님의 앞에서 머리를 숙이면서 꺼낸 말일 터였다. 그런 대사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계셨던 건가.
“비열하다니, 칭찬도 아니고 말입니다.”
“어머, 칭찬인데? 아버님도 놀라게 할 정도로 비열하다면 그건 자랑해야 마땅할 일 아닐까? 네 덕에 내 자리는 반석이 됐고 말이야.”
“럭키 펀치가 들어간 정도로 기뻐하다니. 무능하다 불려도 어리석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아버지도 정이 없으신 분은 아니고 분명 누님을 위해 물밑에서 많은 일을 하고 계시겠죠.”
우리 아버지는 그때 그 식사 자리에서 고민을 하면서도 몇 초도 안돼 몇 귀족의 이름을 나열하셨다. 왕도에 있는 학생들의 이름이었다만 「거기서 지내는 중 문제가 생긴다면 네 누이가 아니라 이쪽에 의지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미리 대본을 준비를 해놓으신 건지, 아니면 빚을 지워둔 사람이 많은 건지, 학생들까지 서치해두고 계셨던 건가…’
발이 넓고 권문이 강하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그 손으로 수족으로 해왔길래 그만한 사람의 이름을 턱하니 부르는 걸까.
‘원작에서 누님이 날뛸 수 있던 것도… 뒤에 아버지가 있기에… 인가…’
루트를 잘못 타서 레즈 퀸(누님)이 공주님(메인 히로인)을 범하기 한다만 그때도 별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공주님과의 사랑을 깊게 하여 주인공을 밀어낼 정도로 미친 짓을 벌이는 게 원작 에로 게임이다.
‘아무리 시저링 교단의 발이 넓다고 해도 왕가의 핏줄을 여자로 채울 줄이야. 베드 엔딩 내용이 너무 미친 거 아닌가.’
양국이 멸망하거나, 한쪽이 멸망하고 또 한쪽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아예 누님과 공주님께서 보지 비비면서 끝내버리는 엔딩마저 있으니까 말이지…
“곧 학교생활이 다가온다만 넌 그 점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니?”
“학교라 불러도 결국 조그마한 사교회 아닙니까? 재력 있는 기사 가문과 권문 있는 귀족 집안 자식들이 모인 곳. 가주가 아닌 놈들은 물론이고 그 예정도 못 되는 삼남과 육촌까지 있는 실정. 가문의 이름도 못 내거는 딸린 자식 나부랭이들이 모인 장소에서 으스대봤자 가문의 이름만 더럽혀질 뿐입니다.”
“아하핫, 신랄하기는~!”
“학교라 해서 우리 가문의 이름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소처럼 무거워지는 것도 아니죠. 진정 그 이름이 무거워지는 건 우리 누님처럼 가문을 이을 사람이나 공주님처럼 왕가의 사람뿐. 나머지는 말 그대로 딸린 자식들이니까 알아서 해내갈 수밖에 없잖습니까.”
“이 누님이 그런 딸린 자식들 사이에서 좋은 남자를 찾아내서 결혼한다고 하면? 애를 낳아 그 아이에게 다음 자리를 넘긴다고 하면? 응? 그러면 어떻게 할래?”
“결혼을 축복할 거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기뻐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육체관계는 여전하겠지만 말입니다. 애초에 우리 가문에 줄 선 남성들은 이미 예약이 끝난 분들 아닙니까? 그 이하의 찌꺼기들은 아버지 선에서 걸러질 테니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습니다.”
“앙, 용감해라! 당당히 약탈애 선언! 누나 너무 기뻐어!”
“약탈애고 뭐고 누님은 처음부터 제 것 아닙니까. 누님이 꺼낸 그 예시 속에서 빼앗긴 측은 제 쪽이라고 봅니다만.”
“그치, 그치그치, 그렇지이~?”
마차 안에서 따로 할 것도 없겠다 누님의 바보 같은 예시를 뭉개고 그 비위를 맞춰줬다. 이런 무능한 동생이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조금만 꼬드겨도 기쁜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옆자리까지 날아오신다.
“이번 바캉스는 특히나 즐거울 거야. 호모우 왕국의 눈꽃 공주님은 물론이고 우리 왕국의 공주님도 있으니까.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왕자님과 공주님이 발길을 옮겨주고 있는 데다가 차후 각 나라끼리의 발판을 만들 예정이니 공주님들께 직접 손대도 상관없어.”
“손대도 상관없다가 아니라 우리 가문이라면 그들의 몸에 상처를 내도 상관없다가 맞겠죠?”
“격이 격이니까. 우리 왕국의 레인 공주님은 몰라도 다른 나라에서 온 공주님들은 계승권이랑 전혀 관련 없는 분들뿐이야. 호적에서 이름을 빼내 우리 가문의 이름을 덧칠해도 될 정도로 안전패만 모였단다?”
“말 그대로 국교를 잇기 위한 미끼입니까… 레즈우 왕국에서도 서열 높은 귀족의 피를 섞어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소리지만…”
안전패가 아니라 버림패잖냐.
이 세계의 대표 왕국 둘 이외에는 대개 망해가는 케이스니까.
‘역병신 투성이네.’
몸에는 흥미 있다만 그 뒤에 따라오는 따까리들은 필요 없다. 하물며 누님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우리 가문을 외부에서 온 여식들이 노리게 둘 수는 없는 법. 하반신 관리는 잘 하고 다녀야겠군.
“실망한 표정이구나? 그야 그럴 게 우리 동생은 색골이니까.”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저야 전 국토에 울리는 블랙우드 가의 무능아니까요.”
“따로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었어?”
“기왕이면 아버지의 말처럼 평생지기 벗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
“벗?”
거, 있잖아.
이제부터 옆 나라에서 자기 정체를 숨기고 올 예정인 썬·호모우 왕태자 말이야.
‘씨발… 이름 센스 자비 좀… 썬·호모우가 뭐야… 태양의 호모냐…’
그걸로 따지자면 우리 레인·레즈우 공주님도 만만찮지만. 게임을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메인 히로인 소개란을 보면 거기에 「보지에서 빗물 흐르는 레즈비언」이란 단어가 당당히 적혀 있는 분이다.
‘우리나라의 공주님은 예쁜 여자만 보면 하루 종일 구멍을 적시고 계신다지…’
난 그런 두 사람을 이어줘야 한다. 주로 내 안락한 미래를 위해서.
“무슨 의미야?”
“괜찮은 남자애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성향이나 마음이 맞으면 더욱 좋겠네요.”
“너 그런 취향이었니?!”
“어? 뭘 오해하시는 겁니까.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나, 나, 나나, 나도, 나도 일단 여자 따먹고 다니지만! 그래도 우리 동생이? 혹시 당하는 쪽?! 아니면 쑤시는 쪽?! 이 누님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교리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뭐든 기꺼이 용서해줄 수 있단다?!”
“뭐라는 거야, 아니라고 하잖아!”
“아, 아냐?”
“아니래도!”
“으… 응…”
「그래도 남자랑 한 적 있지?」라는 질문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망할 세계는 남자가 여자보다 예쁜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야 옆 나라의 교리가 그런 식이기도 하고 쓸데없이 음탕하단 말이다.
“수년 전에 딱 한 번 경험한 후 남자 손을 만져본 적도 없습니다! 그것도 여자를 샀더니 알고 보니 달려 있었다 같은 거였거든요? 제 말 알아듣겠죠?!”
“아하, 그, 그랬지…”
“트라우마니까 건들지 마요. 왜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냅니까.”
“으, 미안~!”
참고로 내가 쑤시는 쪽이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꽐라가 된 상태로 길거리에서 창녀를 사 골목길에서 박았는데 뭔가 꽉 조인다 싶었더니 남자 구멍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계니 남색가가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니지만 나는 사양이다.
“그렇게 기분 나쁜 경험이었어?”
“하, 됐습니다. 네티아의 봉사를 망친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그런 이야기까지…”
“화내지 말아~! 이 누님이 사과할 테니까아~!”
내가 화를 내고 있음에도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는 우리 누님. 내 바지를 벗겨내고는 자기도 바지를 벗어 그 음란한 구멍을 드러내 나와 마주 보듯 앉아 내 자지를 삼켰다. 이 괴물 같은 육체는 애무가 없어도 단번에 삽입이 가능한 건지 안쪽에서 뜨끈하고 찐뜩한 물이 당연한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과한답시고 단번에 섹스입니까? 발정기 원숭이 같네요?”
“왕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 때우기는 되잖아? 동생이랑 이어져 있을 수 있으니 기분 좋기도 하고!”
“근친상간에 환장한 변태년 같으니라고.”
그러고는 허리를 살짝 흔들어 네티아가 하던 것처럼 느긋한 쾌락을 가져왔다. 내가 방금 화냈던 것을 바로 까먹고서는 즐겁게 쾌락만을 탐하고 계시는 모습이 역시 자유분방한 분이구나 싶었다.
“아응~?! 그렇게 말해놓고 의욕 넘치네~? 이 색마 같으니라고~!”
“입 닫고 신음소리만 내세요. 동생 자지에 헐떡대는 변태 누님.”
“꺄응?! 으하앙!”
“가끔은 자기가 여자라는 걸 알아야 좀 조신해지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왕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천천히 자기 주제라는 걸 알게 해드리겠습니다!”
“아앙, 난폭하, 아흐윽?! 앗! 아극?!”
“흥!”
누님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린다. 말 그대로 마차 밖까지 신음이 들려 도시에 추문이 퍼질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엉덩이를 두들겨 맞아도 굴하지 않는 우리 누님. 결국 나와 누님은 왕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런 짓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덕분에 왕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엉덩이를 너무 맞아서 살짝 엉거주춤한 자세가 돼 있었기에 그걸로 분이 좀 풀렸지만…
‘역시 이길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 이 체력 괴물 같으니라고.’
그런 자기 엉덩이를 매만지며 「이거! 손바닥 자국 좀 봐! 내 엉덩이에 영역표시 했어?!」라면서 크게 웃어버리셨고. 나는 그런 누님의 모습을 보고서 「역시 누님을 이길 수 없다」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역시 누님의 고삐를 잡으려면 좀 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