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귀족 - 지뢰와 착각이 크로스!(5)
점심이 지나 저녁이 다가왔다.
햇빛은 가라앉았고 노을이 저택 입구에 앉아 있는 날 비추고 있다.
아침을 먹은 후. 같이 탕에 몸을 담그고 점심에 같이 산책을 나가기로 약속한 우리 누님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으셨다. 평소라면 이런 자그마한 약속도 어기실 분이 아닌지라 나도 모를 용무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만.
“에키시이~!”
“누님?”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정원 꽃밭을 뚫고 누님이 달려왔다. 마치 주인을 발견한 개처럼 기쁘게 뛰어오는 것이 별문제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야호오오~! 누님 오셨다앙~!”
‘진흙이라도 뒹구신 건가…’
내게 다가와 기쁘게 달라붙는 누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갈색 따까리가 잔뜩 붙어 있는 것이 피가 굳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쥐고 있는 애검에도 피가 묻어 있고 기분도 매우 좋아 보이셨다.
“멀리 사냥이라도 나가셨습니까?”
“네 호위를 정하려고 기사단 숙소까지 갔다 왔거든! 근데 웬 거대한 멧돼지가 그 근처까지 내려오지 뭐야! 어떻게 성벽을 넘었는지는 몰라도 영지를 헤집고 다니길래 우리 기사단 애들이랑 같이 사냥하다 와버렸지 뭐니! 덕분에 이런 시간까지 연락도 못해버렸어!”
“즐거우셨던 모양입니다?”
“나이도 잊고 들떴을 정도야~!”
아하하하핫 웃으면서 꿀꿀 돼지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누님. 크기가 너무 크고 흉포해서 잡기 힘들었다며 자신의 상처 부위를 보여주셨다. 상처라 해도 어깨에 아주 작게 손톱자국 같은 것이 남았을 뿐이지만 난 그것조차 놀랍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강한 멧돼지길래 누님의 몸에 스칠 수나 있었던 걸까.
“그렇게 거대한 멧돼지라니 한 번 보고 싶네요. 고기도 상당히 나왔을 것 같은데.”
“식육으로는 못쓰겠더라고? 저항도 거세서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시체는 태워버렸어.”
“아하… 점심 부근에 봤던 그 커다란 연기는…”
“응, 그거~!”
우리가 불 피웠다면서 즐겁게 웃는 누님. 어린애처럼 깔깔 웃는 게 진짜 기분 좋으셨던 모양이다. 기사단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자랑하는 것이 듣고 있던 나도 기분 좋아질 정도였다.
‘별다른 문제 없이 무난하게 호위를 골라 오신 건가.’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진짜 악역 영애가 맞는 건지 의심조차 든다만.
‘이대로 좀 더 악역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갑작스러운 멧돼지 사냥을 즐긴 우리 누님.
이 상태로 학교에서도 건전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바람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