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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 귀족 여체 하렘-3화 (3/199)

 무능 귀족 - 지뢰와 착각이 크로스!(2)

로키시·블랙우드는 동생의 품에 안겨 그 시절의 꿈을 꾸었다.

지금은 아주 자랑스러운 자신의 동생이 아직 원망스러웠던 무렵의 꿈.

‘로키시님도 대단하시지만 역시 도련님도 그 핏줄이네요… 아직 저렇게 어린데도 로키시 님의 등을 착실하게 쫓고 있으니…’

‘분명 멋진 당주가 되시겠죠.’

‘우리 블랙우드 가문의 지위는 반석! 게다가 후계자도 저렇게 듬직하다니! 이걸로 무서울 것 하나 없어졌군요! 후하하핫!’

무엇 하나 두려워하지 순수하게 블랙우드 가문의 가주 자리를 노리던 로키시. 그러나 어린 동생의 능력에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을 가르치던 가정교사들은 하나같이 에키시를 칭찬했고 로키시의 뛰어남과 에키시의 성장을 같이 칭찬했다.

본래라면 그렇게 화낼 필요가 없을 이야기. 그러나 그녀의 성질 자체가 악에 가까웠던지라 그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순수하게 가주의 자리를 노리고 있던 로키시에게 있어서 에키시는 처음으로 나타난 적이었다.

힘은 비등하지만 기술도, 지식도, 나머지는 무엇 하나 동생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성별의 차이로 가주의 자리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현실.

동생이 어중간하게 잘났다면 죄악감도 없었겠지. 그러나 에키시도 로키시에 걸맞을 정도로 재능 넘치는 인물이었기에 그렇게 됐다. 종합적으로 이기고 있어도 결국 남존여비의 세계. 동생인 에키시에게 문제가 없다면 남자인 그에게 당주의 자리가 양보되는 일은 필연에 가깝다.

목 끝까지 차오른 질투심이 칼날로 변하기까지 앞으로 일 년. 그래도 사랑스러운 동생이었기에 분노를 참아낼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동생을 볼 때마다 화가 솟구쳐서 한동안 만나지 않은 게 문제였는지 한밤중에 동생 쪽에서 만나러 온 것이다.

자신을 닮은 흑발에 적갈색 눈동자. 확실히 미형이지만 어딘가 얼빠진 것 같은 표정의 동생이 팔랑팔랑한 잠옷 차림으로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그 당시의 로키시는 동생의 그런 행동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고 곧이어 동생이 내뱉은 말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로키시 누님이 가주를… 블랙우드 가문의 당주가 되고 싶다면… 저는 기꺼이 무능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목숨만큼은 살려주세요.

‘?!’

어린 동생의 말에 로키시는 얼굴 표정을 추하게 비틀었다. 머리를 굽혀 공손히 사죄하고 있는 동생이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참한 표정이었다. 그야 그럴 것이 로키시는 동생의 행동에 죄악감이라는 걸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7살 동생이 피가 이어진 누님에게 목숨 구걸이라니 어깨가 떨리기엔 충분한 일이 아닌가?

피가 이어진 어린 동생을 여기까지 몰아넣을 정도로 나란 여자는 그렇게 그릇이 작았던 건가?

나는 정말로 이 가문의 당주에 적합한 걸까?

그 죄악감과 의문이 섞여 동생의 총명함에 질투하는 자신이 있었다. 로키시는 질투와 죄악감을 섞으며 자기 자신의 본질을 깨달았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소인배스러운 그릇에 이빨마저 갈려나갔다.

‘언제부터 알았어?’

‘작년부터입니다. 딱 봐도 고뇌하는 게 보였으나 최근에 되어서야 확신을 얻었습니다. 혹시 제 생각이 틀린 거라면 누님이 화내고 있는 이유를 알려주시길 바라 이렇게 왔습니다만.’

‘거의 처음부터네…’

역시 동생은 천재였다. 자기 입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에나 널려있는 범우가 될 겁니다」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7살 어린애가 해도 될 총명함이 아니었고 한참 고집이 셀 나이대에 이렇게 머리를 숙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10살인 로키시도 그랬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머리를 숙이는 건 싫었고 하물며 그게 부모라 해도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자신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독한 여자였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지만 그런 로키시도 에키시 만큼은 불쌍하게 여겨졌다.

너무 총명했고 그렇기에 자신이 몰려 있다는 걸 알았던 거다. 친 누나에게 머리를 숙여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걸 알아버린 7살 어린아이.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생각하면 동생을 죽이려고 한 로키시마저 동정이 들어버렸다.

‘너는 이 누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냐…’

‘어딜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저의 누님이십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타인에게 무언가를 자랑한다 하면 누님의 이름을 꺼냈으니까요.’

‘내가 원망스럽지 않은 거냐… 네 말처럼 나는 너를 죽일 궁리를 했다… 비록 망상이기는 해도 이대로 내버려 뒀으면 분명 실행했을 일이다…’

‘누님도 고민이 많으셨겠죠. 성별 하나로 나이차 나는 동생에게 꿈을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였으니까요. 그러나 무섭기는 해도 원망은 하지 않습니다. 누님이 저를 원망하면서도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요.’

7살 어린애의 말투가 아니었다. 끝까지 머리를 들지 않고 조용히 어깨를 떠는 동생의 심정을 깨달았다. 필사적으로 입발린 말을 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로키시는 몸을 구부려버렸다.

배 안쪽에 무언가 뜨거운 게 느껴졌다. 죄책감과 질투가 섞인 것도 모자라 우울함이 더해져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수시간 전까지는 적이었을 동생이 사랑스러운 무언가로 보였다. 적이 아니고 꿈을 방해하지도 않는다면 미워할 이유도 없는 거다. 그렇다면 다시 평범하게 사랑해줄 수밖에 없잖은가.

‘너는 정말로 내 꿈을 방해하지 않는 거냐? 그렇게 큰 재능이 있음에도… 그걸… 이런 어리석은 누님의 어리광 때문에 버려 보이겠다고…?’

‘저는 소인배, 천성이 비열한 사람,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이름마저 버려 보이겠습니다.’

‘에키시…’

동생이 적이 아니라고 인식했고 그 순간 질투도 사라졌다. 남은 건 죄책감과 동생에 대한 사랑스러움뿐. 로키시 본인도 자신의 심정 변화에 깜짝 놀랐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자기가 하는 행동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부디… 이 멍청한 누님을 용서해주렴…’

‘누님?’

‘화해를… 하자…’

그때 처음으로 로키시는 자기 안에 있는 성(性)을 자각했다. 옷을 벗어던지고 7살 남동생과 같이 잠을 자는 누님. 그 당시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지만 좀 더 나이를 먹은 후 자연스럽게 육체관계가 됐다.

그게 지금의 두 사람이다.

그저 육체관계가 있을 뿐인 누나와 동생.

블랙우드 가문의 남매는 그런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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