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
나를 노려보다 천장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자기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꾹꾹 누르는등 온몸으로 자신이 고민하고 있음을 표현하던 황보효선은 결국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꽤나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내 간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해주고 싶다기보다는 날 떼어내는 대가에 가까운 인식이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지.'
마지막이라고는 했지만, 당연히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었다.
영호경이 노희방을 설득하고 나서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려주게 되면, 황보효선은 내가 제시한 청사진에 대해서 잘 알게 될 것이고 마교를 제어할 수 있는 나를 쉽게 떨치지 못하겠지.
장기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물들여주마. 그녀가 넘어야할 문턱이 낮아지다보면, 언젠가는...
"거기까지.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말게."
황보효선은 내가 의자를 들고 옆으로 다가가자 나를 멈춰세웠다. 나를 막아서느라 활짝 편 새하얀 손바닥이, 새삼 작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덥석
"무, 무슨 짓인가!"
내가 그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조물조물 주무르자 황보효선은 기겁을 하며 손을 뺐다.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안 되지, 안 돼. 나는 얼른 나라 잃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반쯤 숙였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마음대로 튀어나간 몸의 반응을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나는 기어코 황보효선의 앞에 내 발기자지를 들이미는데 성공했다.
"크, 크흠... 이걸, 그러니까..."
방법이 어떤 식이 되었든 간에 황보효선은 자기 입으로 한 발 빼주겠다고 대답을 해버렸다.
그래서인지 내가 바지를 내려버리자 황보효선은 눈을 계속 피하면서도 마치 뜨거운 물건이라도 만지는 것처럼 잠깐잠깐 훔쳐보는데, 역시 한 입으로 두 말은 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황보효선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나는 이번에는 그녀의 팔을 가볍게 잡았고 천천히 끌어당겼다.
톡
"흐읏!"
닿자마자 기겁해서 튕겨나가려는 손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나는 힘을 꽉 줘서 붙잡았다.
그리고 경악이 서린채 나를 보는 눈을 간절한 시선으로 마주보자, 황보효선의 한껏 경직되었던 어깨가 서서히 쳐졌다.
"이것... 놓게..."
그녀의 손은 가만히 자지에 손끝을 올리고 있었기에, 나는 손을 놓아주었다.
손톱이 깔끔하게 정돈된 단정한 여자의 손끝이 부드럽게 귀두를 만지다 조금씩 기둥을 향해 내려왔다.
'이게 더 꼴리는데...'
황보효선은 여전히 거부감을 떨쳐내지 못해서인지 오지를 탐험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고 느릿한 손길로 만지는 면적을 넓혀갔다.
그리고 손가락 안쪽으로 살살 움직이며 혈관을 따라 쓸어내던 손은, 마침내 기둥을 제대로 움켜쥐었다.
"윽...!"
기둥을 순간적으로 조이는 손에 자극받은 내 목소리를 듣자 황보효선은 눈을 질끈 감은채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는, 숨을 골랐다.
그리고 보들보들하면서도 탄력있는 손바닥이 서서히 자지를 문대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숫자를 열 셀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으윽...!"
황보효선은 벌써 몇 차례나 사내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비록 남아는 아닐지언정 함부로 식언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사내의 간절한 바람을 받아들여 손으로 잔뜩 부풀어오른 양물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외간남자, 그것도 자식뻘의 젊은 남자의 남근을 쓰다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었으니, 하다못해 고개라도 돌리고 손을 움직이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눈을 제외한 그녀의 오감은 명백하게 보이는 것 이외에 다양한 것들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너, 너무 뜨거워...'
크고 단단한 남근은, 그녀의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닿는 곳마다 뜨끈한 열기를 뿜어내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리 뜨겁다고 해봐야 사람의 체온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것을 아래위로 훑을 때마다 그녀는 스스로가 정신나간 짓을 하고 있다는 실감을 느껴야만 했다.
귀를 간지럽히는 격한 숨소리, 혈관을 쓰다듬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허리의 움직임, 그리고 때때로 코를 찌르는 남근의 비릿한 냄새까지.
그 모든 것들은 흐려져있던 그녀의 기억을 조금씩 선명하게 만들어갔다.
"으윽... 부인...!"
"...!"
황보효선은 숨을 훅 들이삼켰다.
사내가 결코 의도했을리는 없지만, 그 쾌감에 신음하는 목소리는 그녀의 육체에 새겨진 방사의 기억을 일깨운 것이었다.
그녀가 오랜 시간, 필사적으로 잊으려고 했던 열락의 시간을.
'아, 안 돼...!'
기간으로 치면 반 년을 넘어 거의 한 해가 다 되어가는 일이었건만, 그녀의 무르익은 육체는 그 기억을 좀처럼 잊어버리지 못했다.
그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들이부어지는 쾌락에 신음했던 기억.
남편에게만 허락했어야할 비밀스러운 장소에 외간남자의 크고 딱딱한 양물을 받아들이고, 그녀는 몇 번이나 절정했었다.
연약한 속살이 젊은 수컷의 남근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하고, 끝내는 뜨거운 정액이 그녀의 자궁을 더럽히고야 말았다.
탁탁탁탁
"빨리 끝내게..."
황보효선은 고간이 질척해져갔다. 젖가리개 아래의 유두가 팽팽해지고, 살짝 붉어진 얼굴로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벌리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고간의 구멍 깊은 곳이 움찔거리며 여인의 즐거움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황보효선은 조급함을 느껴 손을 급하게 움직였다.
"아윽, 부인...!"
하지만 사내에게는 자극이 너무 셌는지,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녀의 한쪽 어깨에 기대며 두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아서 안았다.
"이, 이거 놓지 못하겠는가!"
"안 돼, 너무 좋아서... 부인...!"
황보효선도 이젠 다 알고 있었다. 사내가 자신을 여인으로 볼 때, 호칭이 '부인'으로 바뀐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호통을 치기에는 황보효선의 상태도 꽤나 혼란스럽고 애매했다.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상대에게 사소한 호칭 문제를 꼬집을 수도 없거니와, 가까이에서 훅 뿜어져오는 사내의 체취에 그녀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던 것이다.
"하아, 하아, 부인..."
"놓으라니까..."
황보효선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내는 가타부타 대답도 없이 그녀에게 매달려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내는 그녀를 끌어안고 있을 뿐 그 이상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는 점.
황보효선은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빨리 사내가 사정하고 남근이 가라앉아야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녀의 손은 절묘하게 움직여 남근을 자극했다.
뿌리에서 살며시 훑으며 귀두까지 올라간 손이, 살짝 조이며 스르륵 남근을 쓸어내리기를 수십차례.
꿈틀꿈틀
간헐적으로 떨리던 남근이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사정의 전조라는 것을 깨달은 황보효선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갈증을 느꼈다. 물을 마셔봐야 해갈되지 않을 지독한 갈증.
"나온다...!"
파르르
황보효선은 목덜미에 쏟아지는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허벅지를 모아 고간을 눌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간의 간지러운 느낌이 전신으로 치밀어오르고, 등골까지 짜릿한 느낌이 치달리는 그 순간.
뷰루루루루루룩
"꺄악...!"
뜨겁고 진한 정액이 울컥거리며 사방으로 쏟아지고, 사내의 팔이 더욱 힘있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기어코 사내의 품 안에 끌려가버린 그녀는 자신의 뺨에 맞닿은 사내의 단단한 가슴에 안겨 자신의 배와 가슴, 심지어 얼굴까지 튀기는 정액의 느낌에 전신이 저릿거렸다.
"하아아..."
몽롱한 눈으로 사내의 가슴에 안긴 채 황보효선은 달달한 숨결을 토해냈다.
발끝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저릿거리는 여인의 육체, 쾌락의 기억이 새겨진 육신이 사내를 격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벌렁거리는 음부가 이슬을 머금어 양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뜨거워진 자궁이 씨앗을 받기 위해 아래로 내려와 활짝 구멍을 열었다.
'안 돼... 안 되는데...'
생각보다 그녀의 육신에 새겨진 쾌락의 기억은 짙었다. 사내를 당장이라도 밀쳐내야하는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막 한 가닥 이성이 끊어질듯 끊어질듯 흔들리면서도, 간신히 낭떠러지 앞에서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
만약 사내가 그녀를 요구해온다면, 거부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부인..."
사내의 손이 황보효선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서 떼어내고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진지한 시선이 동그랗게 뜬 그녀의 눈과 마주치고, 황보효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턱이 달달 떨리고, 안 된다는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그 때, 사내의 입이 열렸다.
"미안합니다. 참기 힘들어서 그만... 닦을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안 ㄷ... 뭐라고?"
간신히 쥐어짜낸 거부의 말이 무색하게, 사내는 얼른 바지춤을 대강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안이 벙벙해진 황보효선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사내는 정말 여기저기를 뒤지며 닦을 것을 찾아다니고 있는 모양새였다.
사내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정신이 들었지만, 아릿하게 올라오는 욕정의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정액으로 질척하게 젖은 옷가지 아래에 가려진 불이 붙은 육체는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여기... 이걸 쓰시죠, 여협."
하지만 용케 닦을만한 천을 찾아내 건네는 사내의 고간은 이미 볼 일은 끝났다는듯 얌전하게 가라앉은 모양이 아닌가.
마교에서 보냈던 어느 날 밤에는 조금도 쇠하지 않고 몇 차례나 사정했던 것이 무색할 지경으로.
"...여협?"
"이, 이리 주게."
황보효선은 얼른 깨끗한 천을 받아들고 얼굴에 튄 정액 방울을 닦아냈다.
'정말... 이제 끝인건가?'
황보효선은 혼란스러웠지만, 사내 쪽에서는 드러내지도 않는데 굳이 헤집어서 골치아픈 일을 만들기도 꺼려졌다.
결국 시침을 뚝 떼는 사내의 모습을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황보효선은 마저 옷의 앞섶을 닦아냈다.
천이 빨아들인 정액의 냄새가 코 끝을 간질이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황보효선에게서 대딸을 야무지게 받은 나는, 어안이 벙벙한 그녀를 그대로 둔 채 시간을 보내다 문이 열리는대로 빠져나왔다.
'솔직히 덮치고 싶지만...'
충분히 덮칠 각이 나왔지만 나는 그녀를 내버려두었다.
이미 한 번 하룻밤 내내 정신없이 범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들었던 것은 또 눈에 띄었다간 베어버리겠다는 엄포 뿐이었다.
어찌어찌 마교와 정파 사이를 조율해서 강호의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구실로 어떻게든 유야무야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또 그렇게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
그래서 나는 그녀가 욕정에 물든 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범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충분히 숙성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음? 뭐라고 했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형완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얼른 고개를 저었다.
일이 잘 풀릴 것 같다고 너무 좋아했나,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에 나와버렸다.
나를 조금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별 일 아니라고 여겼는지 다시 앞을 보며 형완은 이번에는 몽아를 가둬둔 곳 앞에 멈춰섰다.
"이쪽이오. 그런데 여기 있는 여자는 조금 성미가 불같다고 하던데... 괜찮겠소?"
"괜찮을겁니다. 우선 맡겨주시죠."
자신있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몽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알 도리가 없었다.
나를 의심해서 쫓아온 노희방, 그 노희방을 나름대로 제어해볼 생각으로 따라온 황보효선과는 달리 이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만한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호경에게 잡혀있는 나를 보고서도 맞서싸우려고 시도는 했다는 점을 봐서, 꽤 나쁘지 않은, 어쩌면 호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어렴풋이 하고 있었다.
'뒷구멍을 얼렁뚱땅 따먹혔는데 호의를 기대하는 건 너무 행복회로를 돌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으면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문을 열자마자 문에서는 고개를 돌려버린 형완의 옆을 지나 육중한 문 너머에 있는 몽아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