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란은 체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남근을 손으로 슬쩍 쓸어올리며 속삭였다.
"아직도 딱딱해..."
"더 하고 싶어요?"
"그, 그건 아니구요..."
사내가 화색을 띠며 둔부를 향해 손을 뻗자, 채수란은 얼른 도리질을 했다.
물론 사내에게 안기는 것이 싫다는 뜻은 전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무심결에 남근을 만지다 방해하는 것은 전혀 바라는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미 몇 차례나 진한 정액을 받아들여 사랑을 받았음에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채수란은 마치 저보다 어린 여자를 대하듯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사내의 손에 어깨를 움츠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흠흠, 그러니까 내가 그대를 방해한 셈이 되는가?"
"글쎄요, 방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닌데..."
사내가 다시 영호경에게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은 다시 이번에 감금해두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튼 바로 탈출하려고 애를 쓸 일은 없어진 셈이잖아요? 그거면 일단 괜찮아요."
노희방이 일을 서둘렀던 것은 황보효선의 안위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기보다 좀 더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했을터.
하지만 아무튼 무사한 모습을 확인한 지금은 당분간은 잠잠해질 것이었고 그것이 이번 탈출을 잠시 방조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갑자기 영호경이 튀어나와버린 탓에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있기는 했다.
'내가 잡혀있어도 손쉽게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은 못했지만... 필요없겠지?'
그걸 확인할 정도로 그녀를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넣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었고, 사내는 그렇게 납득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의 영호경에게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아마 이젠 그 쪽에서 요청이 들어올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노 방주가 설득의 핵심이 될 겁니다."
"그래? 황보 여협은 그렇다치고, 그 몽아라는 여승은 괜찮겠는가?"
"...그 사람은 대의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설득하는게 좋을테니까요. 그 부분은 제가 적당히 알아서 잘 해보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영호경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그 '적당히 알아서'에 지금도 단단하게 발기된채 발가벗은 여체에 문질러지고 있는 남근의 역할은 얼마나 클 것인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세 여자들을 모아놓고 새삼 지켜보고 있자니, 그녀조차도 미색만은 출중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과연 참새가 방앗간을 조용히 지나칠 것인가?
주물주물
"제가 보기에 노 방주는 대의명분에 구애되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아요. 그러니까..."
두 여인을 제 양팔에 안고 마음대로 젖가슴을 주무르면서도 결국은 그 여자들에게도 손을 댈 사내가 얄밉게 느껴졌지만, 영호경은 결국 제 바람둥이 남편의 품에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아, 아쉽다.
나는 이야기가 정리되는대로 몸을 씻고 영호경의 처소를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두 명의 임산부들과의 문란한 시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예 하루를 넘겨버리면 의심을 받는 것이다.
일단 노희방은 알아서 영호경에게 접근해줄 것이 분명했으니, 나는 일단 먼저 황보효선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이쪽이오."
형완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이 갇혀있는 곳은 그리 멀지도 않으니, 살금살금 조심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하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귀찮게 꼬여버린걸까.
내가 아무리 가는 밀프 붙잡고 오는 밀프 안 막는 주의라지만 한꺼번에 셋, 그것도 나 혼자만 고려하면 되는 것도 아니고 마교에 갈 영향까지 따져가며 움직이려고 하니 골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노희방을 설득하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영호경이 맡아주기로 했으니까 다행이고, 이제는 나머지 두 사람을 다독여주는 일만이 남았다.
우뚝
[거기서 뭐하십... 시오?]
[잠깐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조금 해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알겠소.]
묘하게 공손한 태도인 형완이 조금 이상했지만 내게 꼬추 새끼에게 쏟을 관심은 없었다.
나는 황보효선에게서 분노의 샤우팅이 터져나올 상황을 대비해서 차음진을 꼼꼼하게 세팅한 다음에서야, 튼튼한 빗장이 질러진 문 앞에 섰다.
그 다음 형완에게 눈짓하자 그는 자물쇠를 풀고 빗장을 뽑아내고는 문을 열어 나를 들여보냈다.
노희방 앞에서 했던 것처럼 유대인 수용소의 나치 간수 시늉은 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 과정은 꽤나 조용했는데,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황보효선이 내게 그런 꼴을 보여주고 있던 것은.
"자, 자네가 여기에는 왜...?!"
"편해보이시는군요."
나는 뜻밖의 광경을 보고 뭐라고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진 나머지 영혼없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야 거추장스러운 겉옷은 벗어던지고 얇은 옷 한 벌만 입은채 침상에 누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게으름의 끝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자, 잠깐만 기다리게! 아니, 뒤를 좀 보고 있어주면..."
황보효선은 혼비백산하며 내게 뒤를 돌아보라고 제스처를 취해왔다.
노출도로 따지면 현대인 기준에서는 그냥 가벼운 여름옷이나 파자마 차림을 보여준 정도였지만, 여기 기준으로는 꽤나 엄한 꼴을 보여준 셈이기는 했다.
열린 문 너머에서 그 꼴을 본 형완이 즉시 문을 닫아버리고 빤스런을 해버린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이미 한 번 끝까지 다 한 사인데.'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몸에 딱 붙는 야행복 바지를 스스로 벗어내리고, 그 아래로 늘씬하게 뻗은 탄탄한 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조금만 건드려도 녹진녹진 녹아내려 애액을 흘리는 야한 구멍이 달려있다는 것을.
그 보지를 조금이라도 오래 맛보고 싶어서 일부러 체내에 침입했던 마기를 오랫동안 살려둬야했던 기억을 내가 잊을리가 없었다.
"그, 그건 또 뭔가!"
결국 뻔뻔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내 태도에, 포기하고 옷을 급하게 걸쳐입던 황보효선은 어느 정도 옷매무새가 정리된 다음 기겁을 하며 외쳤다.
"아."
두 임산부에게 잔뜩 쏟아냈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더듬는 사이 또 자지가 발기해버렸다.
원래 정말 이야기만 끝내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게 참...
"죄송합니다, 여협. 여기가 잘 통제가 되는 곳이 아니라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감출 생각은 없었다. 내숭을 떨어야할 상대도 아니고, 이미 한 번 질싸까지 한 상대 앞에서 바지 앞섶이 부푼 정도로 무슨.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보효선은 꼴불견이니 뭐니 하며 계속 꿍얼거렸지만 나는 방 한가운데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보다 이야기 좀 하시죠. 아마 생각하고 계신게 많을 거라고 짐작합니다만?"
"...그건 사실이네."
황보효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침상에서 일어나 나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은근슬쩍 시선이 여전히 자지가 가라앉지 않은 내 고간을 훑고 지나가는데, 이거 혹시 그린라이트인가?
나는 과연 어느쪽일까 생각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황보효선에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내 가랑이가 신경쓰이도록, 발기는 절대 풀지 않으면서.
황보효선은 계속해서 시선을 허공에 맴돌게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런 연극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우람한 크기의 남근을 부풀리고 있는 눈앞의 사내에게 있었다.
"으음, 그렇군.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노 방주가 오해를 했다는 말이지... 좋아, 이해했네."
사내의 입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그녀에게 정보를 공유해주려는 것은 사내 나름의 호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오늘만 해도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몰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았던가. 사정을 알면 아는대로 보조를 맞추든, 납득하지 못하고 훼방을 놓든 할 수 있을터.
하지만 그런 호의가 대관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저런 망측스러운 꼴이 계속 눈앞에서 보이고 있는데.
'저건 대체 언제 작아지는 건가!'
배꼽까지 치솟아 바지를 뚫고 나올 것 같은 형상의 남근은 계속해서 황보효선의 시야 한구석을 차지하며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바로 직전에 그녀가 목소리를 높인 탓에 한바탕 푸닥거리를 했다는 소릴 듣고서도 그럴 수 있는 인간은 아니었다.
전음? 그것도 고려해보았지만 지금 이 상황의 원인제공은 엄연히 그녀 스스로가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기 계시면서 굉장히 불편하시겠지만, 잠시만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알겠네..."
사내의 말과는 달리, 사실 불편하지도 않았다. 벽만 감옥처럼 만들어졌을뿐 아늑한 공간에서 누워서 시간만 때우는 것은 생각보다 편했던 것이다.
다른 두 여인과는 달리, 사내와 미리 한 번 대화를 나눈 그녀는 지금이 그리 다급한 상황이라고 여기지도 않았다.
마교도들도 밥을 가져다줄 때를 제외하면 볼 일조차 없으니, 겨우 며칠 사이에 나태해진 그녀가 옷을 얄팍하게 입고 편하게 쉬는 꼴을 사내에게 보여버린 것이 상황의 발단 아니었던가.
'정말, 볼 때마다 이게 무슨 꼴이람...'
처음 아미산에서 싸웠을 때는 날카로운 각법에 베여 젖가슴을 보였고, 제법 최근에는 화씨일문에서도 젖가슴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이었던 마교 총단에서는...
<잔뜩, 잔뜩 싸줄게요...! 내 정액 받아들여...!>
'으아아아악!'
황보효선은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는대로 안이하게 따라간 결과, 잊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려버린 황보효선은 도리질을 쳤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라도?"
"아니, 그, 그게..."
사내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음을 건네왔지만, 황보효선은 대답이 궁했다.
애초에 모를리가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면서, 저런 것을 계속 드러내고 있으면 황보효선이 무엇을 떠올릴지 모를 수가 없는데도 그녀는 그것을 꼬집을 수 없었다.
'나처럼 나이먹은 여자한테, 대체 어째서...'
정말로 못 참아서인지, 그녀를 희롱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보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끈 일어선 남근은 적어도 한 가지는 증명하고 있었다.
아들과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되는 청년이, 자신을 여자로 보고 있다는 것을.
"...부인?"
"윽!"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던 황보효선은 사내와 눈을 마주치고 나서야 자신이 양물을 흘끔대던 시선을 들켰음을 알았다.
그리고 몰래 양물을 훔쳐보았다는 사실이, 사내에게는 꽤나 엄한 기대를 품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도.
당혹스러워보이던 사내의 두 눈이 서서히 정욕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황보효선은 얼른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저, 절대 착각하지 말게! 난 다른 생각이 있던게 아니라... 아무튼 자네가 기대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부인..."
황보효선이 딱 잘라 말하자 사내는 비맞은 강아지처럼 움츠러들었다.
당당한 체구의 사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황보효선은 어쩐지 죄책감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아니, 아니야!'
하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에겐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연히 남편과 아들이 있는 사람에게 이상한 기대를 품는 쪽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닌가?
치료를 핑계로 자신을 범하고 욕심을 채웠던 것을 덮고 넘어가주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자비로웠다.
"자, 이제 다 끝난 것 아닌가? 내게 더 알려줘야할 것이 있지 않으면 어서 나가보게."
"...예."
결국 힘없는 표정으로 일어난 사내는 문에 손을 얹었다.
덜컥
"응?"
덜컥덜컥
그런데 문이 열리질 않았다. 아무리 당겨도 문이 열리질 않자, 사내는 크게 입을 벌리다 말았다.
황보효선은 불길한 느낌을 받고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왜, 그러는가?"
"저, 그게... 그러니까..."
혹시나 그녀가 목소리를 높일 때를 대비해서 이 방 바깥으로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진법을 펼쳤다는 사내의 말에, 황보효선은 미간이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필 이런 불편한 분위기에서 이렇게 될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지만 그렇다고 잠긴 문이 열리는 일은 없었으니, 결국 사내는 다시 돌아와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발 해가 지기 전에 아까 그 마교도가 돌아와서 문을 다시 열어주기를 바라는 황보효선의 눈에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는 사내의 얼굴은 비치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