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된 것이오."
"그렇군요."
요정립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의 모습만 봐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오늘 이렇게 강윤을 찾아온 것은 요정립으로서도 많이 고민한 결과였다.
'꽤나 기분이 상할 것인데...'
어지간히 순후한 성품이더라도 자신의 이름만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남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겠다는데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육도혁을 따돌리고 그를 만나 진실을 밝힌 것은, 강윤에게서 대협의 기질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약자를 돕다가, 도움을 청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떨쳐일어나 악적과 맞서는 자.
실로 의(義), 실로 협(俠)이라 칭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 이라면, 적어도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이 나아갈 길을 타인에게 강제당해서는 안 된다고 요정립은 믿었다.
"요 소협."
"아, 아니, 왜 그러시오?!"
하지만 요정립으로서도 갑자기 강윤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는 얼른 사내를 붙잡아말렸다.
그러나 사내는 고집스럽게 기어코 한 차례 예를 표하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이제 와서 사실을 밝힌 주제에 강 소협에게 이리 예를 받을 자격은 없소."
"아닙니다. 지금 알려준 것조차도 요 소협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말해주었을지, 불민한 저조차도 짐작이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요정립은 부끄러웠다. 지금껏 몇 차례나 육도혁이 그를 속이려고 했던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그였다.
만약 그가 수호대주의 자리를 수락했더라면 요정립을 비롯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은 그가 제대로 대주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나, 아마도 꼭두각시 신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요 소협은 제가 이 제안을 거절하는 쪽을 원하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겠군요."
"바로 보았소."
하지만 그럼에도 요정립은 강윤이 대주의 자리에 앉기를 원했다. 그라면, 결코 꼭두각시 신세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면 강 소협의 위치는 확고부동한 것이 될 것이오."
"흠..."
비록 구룡이라는 이름을 갖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말 최소한의 위치였다. 정파의 인물로서, 누구에게도 백안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지금은 비록 그가 이룬 협행이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은 흐려질 것이고 그에게 남는 것은 불분명한 출신뿐인 것이다.
"요 소협."
드디어 생각이 정리된듯 표정이 약간 풀린 사내가 입을 열자, 요정립은 바짝 긴장했다.
"어째서, 제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겁니까?"
"무슨 말이오?"
"청성과 곤륜은 같은 구파이니, 이익이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 육 소협도 요 소협에게 흉중을 털어놓았을테구요."
"...내게 이득도 되지 않는 일을, 대체 왜 하느냐는 질문이구려."
사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립은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순간 망설였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고, 어떤 것이 손해이고 이득인지 정도는 안다.
그럼에도, 눈앞의 사내를 협의지사라고 믿었기에 그가 강호에 우뚝 설 수 있기를 원했다. 그것이 강호이고, 그것이 정파라고 믿었다.
"모르겠소."
그렇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말하는 것은 어쩐지 멋쩍게 느껴졌고, 그래서 요정립은 대답을 회피했다.
사내는 그 대답에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입을 열었다.
"요 소협께서, 제게 사실대로 말해주었으니 저도 사실을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무슨 말이오?"
요정립은 사내가 하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경악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날 밤.
"...사실대로 알려줬다고요, 상공?"
"네, 여기를 떠날 거라는 정도까지만요."
내 대답을 들은 언소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그에게서 들은 내용은 생각보다 별 일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히 온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사실을 알려준다는 사람 앞에서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반응하는 것이 미안해서 조금 표정관리를 했던 것뿐인데...
<그, 그렇게까지 한다는 말이오? 그렇게 완강하게 거절해야할 이유가 있소? 소협에게는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소!>
<물론 그런 이유만은 아닙니다. 제게는... 중요한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말하자 요정립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납득하는 기색이었다. 정확히 내가 원하던 반응.
응, 중요하긴 하지. 멀리 떨어져있는 마누라 안부 살피는 것도.
"하지만 요 소협의 말도 맞기는 해요. 상공의 무공이라면 분명 그들을 제압하고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텐데..."
"글쎄요? 저는 사실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소영은 내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고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무림수호대는 젊은층 고수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했잖아요?"
"...그렇죠? 아..."
언소영이 그제야 이해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만약 제대로 된 곳이라면 좀 더 고민을 해봤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무림의 평화(=밀프의 평화) 자체에는 관심이 많거든. 이참에 은령회를 없애버릴 기회를 잡는 것도 좋고.
'그런데 젊은 놈들만 있는 신생단체라니 원...'
말이 수호대지, 그 안에서 누가 무엇이 특기이고 실력차이는 얼마나 나고 지휘체계는 어떻게 잡느냐 등등을 다 판가름하려면 걸리는 세월만 한 세월이다.
구파 차원에서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니 인선에도 사사건건 간섭이 들어올 거고 제대로 된 활동은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대주 위에는 형식상 무림맹주가 명령권을 가진다고 하니, 얻을 건 거의 없고 귀찮은 개고생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소꿉놀이 비슷한 것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요 소협은 뭐랄까... 굉장히 올곧은 사람 같아 보였으니까, 적어도 내일 왔을 때 허탈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마음에 들었어요?"
"아뇨, 그 정도는 아니고. 나는 애초에 남자한테는 관심도 없어요."
으, 소름돋아.
내가 질색하는 표정이 우스웠는지, 언소영이 활짝 웃었다. 눈가가 예쁘게 접히는 부분에 입술을 맞추자, 이젠 간지럽다고 소리를 내며 깔깔 웃었다.
침상에 나란히 앉아있던 언소영이 웃으면서 가슴이 출렁거리자, 나는 그것이 흘러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손을 뻗어 받아냈다.
"상공, 아직 두 사람이... 안 왔는데요?"
원래 해가 지면 내 방으로 오라고 이야기해뒀는데, 무슨 일인지 당혜원이 조금 늦었다.
원래 내가 찾으러 다녀오려고 했지만 남궁혜가 한사코 본인이 간다고 하기에 보냈는데...
"먼저 하다보면 오겠죠, 뭐."
"으음... 그럴까요?"
나는 이미 언소영의 허리끈을 풀어 침의를 천천히 벗겨내고 있었다. 언소영 역시도 딱히 내 손길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고, 예쁘고 커다란 가슴이 출렁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예뻐..."
"아이, 참... 혜아 앞에서는 그런 소리 하면 안 돼요..."
"그럼 지금 더 많이 말해줄게요. 예뻐요. 엄청 예뻐..."
묵직하게 생긴 젖가슴 아래에 근육으로 꼬옥 조이는 매끈한 허리, 펑퍼짐한 엉덩이는 아무리 쓰다듬고 주물러도 질리지가 않았다.
사부에게는 비밀이지만 갑자기 내던져진 무림 세상 산 속 깊은 곳에서 사부를 만난 우연보다 언소영을 만날 수 있었던 우연이 내게는 더욱 경이롭게 느껴졌다.
'애초에 사부가 없었으면 이런 관계가 되지도 못했겠지만.'
"아읏♥ 상공... 이제 안 나와요..."
서서히 숨결이 거칠어지는 언소영의 말대로, 나는 젖꼭지를 살살 핥으면서 슬금슬금 빨아올려봤지만 이 젖꼭지에서는 더이상 젖이 나오질 않았다.
견이가 쓸데없이 씩씩한 덕분에 엄마 젖을 너무 일찍 떼어버린 탓이었다.
"괘씸한 녀석... 아빠한테 효도나 좀 할 것이지..."
"이런 걸로, 효도하면 안 돼요...♥"
지당한 말씀이었다.
나는 젖이 나오지 않지만 젖꼭지를 여전히 계속해서 자극하며 손으로 언소영의 가랑이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소영... 미리부터 엄청 기대하고 있었구나?"
"아이잇... 말하지 말아요... 보, 보여주지도 말아요오..."
검지와 중지로 구멍을 살살 쑤시다가 뽑아내자 끈적한 애액이 손끝에 잔뜩 묻어있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점성을 시연하자 언소영은 질색을 했지만 나는 오히려 좋았다.
"견이 엄마가 어쩌다가 이렇게 야한 여자가 됐을까...?"
"상공, 때문이잖아요. 정말, 심술이야... 아응♥"
언소영은 앙탈을 부리면서도 얌전하게 내게 안겨왔다. 다리 사이를 쓰다듬고 찔러대는 내 손길에 흠칫거리는 부드러운 여체는 내가 만들어놓은 작품이기는 했다.
"하악♥ 상공, 상고옹...!"
언소영은 내 몸을 안으면서 혀로 내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꼭지부터 시작해서 널따란 가슴판, 어깨까지 올라와 내 몸을 핥아대는 언소영은 마치 내 상체를 자신의 타액으로 덮어버리려는 것처럼 바지런히 혀를 움직였다.
뭐랄까, 굉장히 봉사받고 있는 기분이랄까.
"앗, 소영...!"
"흐아앙♥"
언소영의 혀가 내 목덜미를 핥기 시작하자 나로서도 꽤나 당황했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보지 안에 손가락을 푹 꺾어넣었고 그 탓에 언소영이 요란하게 교성을 내질렀다.
"상공, 상공...!"
그리고 이어서 내 상체를 붙잡고 있던 손이 내 자지를 향해 뻗어가더니 밑둥에서부터 귀두까지를 애타게 쓸어올리는 것을 반복하니, 나로서도 슬슬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언소영을 눕히고 다리를 쩍 벌리자 애액을 흘리며 잘 풀어져 벌렁거리는 보지가 보였다.
그 벌렁대는 움직임이 자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얼굴과 잘 어울렸다. 마치 남자의 욕정을 자극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처럼, 자지에 대한 갈증 그 자체로 화한 듯한 언소영.
나는 그녀의 유연한 허벅지를 활짝 벌리고, 보짓구멍에 귀두를 걸었다.
"오늘도, 지칠 정도로 범해줄게요..."
"네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가랑이를 들이미는 언소영의 다리 사이에, 나는 힘껏 허리를 내리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