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335화 (335/383)

화운영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직접은 아니지만 역시 가랑이에 손을 올리겠다는 말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틀림없어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억누르던 그녀에 대한 욕망을 일부 드러냈다. 내가 칼같이 선을 긋는 것을 어느 정도 서운해하던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이것이 정답일테니까.

'먹혀라, 먹혀라...!'

배와 가랑이는 근본적으로 의미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일단 여기를 허락한다면, 오히려 나머지 문을 여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인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허락해서 한창 그녀를 자빠뜨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내가 필사적으로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참고 있던 사이.

관자놀이에 손을 얹은채 생각에 잠겨있던 화운영이 그 생각을 마쳤는지 붉은 입술을 서서히 열기 시작했다.

"혹시... 눈을 가린 채로 해도 상관없나요?"

"예? 아마 괜찮기는 할 겁니다."

어차피 기를 이용해서 내부를 탐색하면서 움직이는 셈이고, 혈도는 어차피 바깥에서 눈으로 본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미안하지만, 눈을 좀 가린 상태로 부탁하고 싶은데..."

"...알겠습니다."

허락했다!

대체 눈을 왜 가려야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부끄러운 꼴을 보이는 것이 싫다거나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아마도 붕대 용도로 사용하고 있을 깨끗한 헝겊을 가져온 화운영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괜찮다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세 겹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눈이 가려지니까 주여린에게 끌려갔을 때가 생각났다.

꽁꽁 묶여서 강간당했던 그 불쾌함이 떠올랐으니 나중에 자지 몽둥이로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겠다.

"괜찮아요? 답답하지는 않아요?"

"답답하긴 합니다만... 괜찮습니다."

화운영은 정말 안 보이나 확인하려는듯 내 눈 앞에서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사실 이렇게 바짝 붙어있으니 기감으로 감지못할 이유가 없긴 했지만 나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후우..."

어느 정도 안심했는지, 화운영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뭘 또 준비하는 건가?

"화 의원...?"

"자, 잠시만요..."

혹시 나름대로 축적했다고 생각했던 호감도를 일시에 까먹고 나를 꽁꽁 묶으려는 생각인가?

하지만 그럴 거라면 차라리 마혈과 아혈을 짚어버리는 편이 빠르다. 대체 이게 무슨...

"주, 준비 됐어요."

준비?

부드럽고 작은 손이 내 손을 잡아서 천천히 이끌었고, 내 머릿속은 곧 하얗게 변해버렸다.

내 손은 바지 위가 아닌, 바지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이었다.

도톰한 털과 야들야들한 살결. 그 사이로 존재하는 균열의 감촉에 나는 무심코 중지손가락을 접어 그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 그만! 멈춰요!"

새된 목소리로 화운영이 나를 제지하자 나는 그제야 이성 한 자락이 돌아와서 얼른 손가락을 빼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예상치못한 보지의 감촉에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하기에도 벅찼다. 하물며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것은 억누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이런, 미친!'

화운영이 다짜고짜 들이민 보지를 덮고 있는 손은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화용도에서 관우를 만난 것처럼 전진도 후진도 못하고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사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화운영 역시 사내가 보인 돌발적인 반응에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껏 사내에게 배를 가리지 않은채 내어준 상태이다보니, 그녀로서는 고간에 손을 얹는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의를 벗으라는 의미로 알아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막상 그녀의 고간에 손을 얹자마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처럼 허둥대기 시작했고, 화운영은 그런 사내가 무심결에 제 가랑이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은 것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어멋!"

설상가상으로 사내의 고간이 불룩하니 차오른 것을 발견한 화운영은 얼굴이 붉힌 채 호들갑을 떨었지만 의원답게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라는 것도 이해했다.

숨결도 조금 거칠어진 것이, 아무래도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자극적인 모양이었다.

'아내를 열이나 두고 있는 사람이...'

화운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사내의 손은 바짝 경직된 채 음부 위에 얹혀져만 있을 뿐, 그 이상 허튼짓을 할 의도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강 소협, 강 소협?"

"예...?"

사내는 대답하고는 있되, 자신의 고간에 전부 정신을 빼앗긴 것으로 보였다. 화운영은 부끄러움을 참고 일단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어때요?"

"괴, 굉장히, 부드럽고, 좋습니다."

"그, 그 말이 아니라, 이제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거에요."

질문을 너무 생략해버린 탓에, 사내는 자신의 음부의 감촉을 말한 듯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질문하자, 사내는 서둘러 대답했다.

"예, 예... 가능합니다."

실상은 거추장스러운 눈가리개를 벗어버리고 여인의 음부에 제 양물을 꽂아넣고 싶은 것을 참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화운영이 보기에는 꽤나 순진한 반응으로 보였다.

거칠어진 숨결과 부풀어오른 양물, 그에 반해 목석처럼 경직된 손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럼 이제 시작해주세요. 아무래도 이런 모습을 오래 하고 있는 것은 저로서도..."

하지만 사내는 그로부터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야, 운기행공에 집중하기 시작할 수 있었다.

"읍..."

이번에는 회음부를 통해 쏟아져들어오는 내력의 존재를 느낀 화운영은 곧 사내의 반응보다는 자신의 내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체내를 도도하게 흐르는 내력은 먼저 그녀의 뇌령심법의 진기를 휘감아올리며 운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내의 심법만이 가능한 일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녀가 만든 심법, 임시로 조화심법이라 이름한 심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내력을 이끌며 막힘없이 흐르던 내력이, 이번에는 단독으로 그녀의 체내를 어루만지며 흐르기 시작했다.

단전에 갈무리된 내력과의 충돌을 피하고, 체내를 회복시키는데 적합한 운기요상법이었다.

그렇게 조화심법의 요결에 따라서 그녀의 내부를 한 바퀴 다시 한 번 돌고 나자, 화운영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가능할까?'

훨씬 난이도는 낮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당장 그녀가 조화심법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체내 깊은 곳까지 그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인데, 복부에서 회음부로 내려가는 경로만큼이 짧아지는 셈이니까.

잠시 내력이 흐를 경로를 되새기던 화운영은 마음을 다졌다.

"한 번 시도해볼게요... 가, 강 소협? 뭐하는 거에요?!"

화운영은 당황해서 얼른 사내의 팔을 잡아챘다. 사내가 바지춤을 주섬주섬 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시도해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앗..."

이번에는 화운영이 당황할 차례였다.

그랬다. 이번에는 사내의 회음혈을 그녀가 만질 차례인 것이다.

살짝 바지춤이 느슨해진 탓인지 우람한 남근이 더욱 바깥쪽까지 밀려나온 것을 발견한 화운영은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지, 지금은 됐어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 누구에게 말입니까?"

간신히 말을 꺼내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지만, 사내의 질문에는 대답이 궁했다.

진지하게 부탁한다면 사내의 여인들 중 한두명 정도는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화운영이 조화심법을 아직까지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점.

그럴 경우 아무 성과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 혹시나 운이 없으면 잘못된 심법의 운용으로 그녀들의 내부를 망가뜨릴 위험성까지 있었다.

'저, 저런 것을... 만져야해?'

회음혈은 정확히는 음부와 항문 사이에 위치했다. 사내의 경우, 고환 뒤편 정도가 될 것이었다.

사내의 아랫도리를 발가벗겨 둔부를 내밀도록 하지 않는 이상은 양물을 만지지 않고서 그 곳에 손을 뻗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까지 입을 열었던 화운영은 도로 입을 다물었다.

분명 그녀가 듣기로, 사내의 무공은 색공에서 참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했었다.

화운영에게도 본래는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알려주려고 했지만,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심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아랫도리를 벗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잠시 의심을 품어보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사내의 반응은 계산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숨기려면 아직까지 숨기고 있었을 것이고, 드러내려면 더 일찍 드러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조금 진정된 것 같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듯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화 의원?"

"아니에요. 그, 그럼, 부탁할게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사내의 바지춤이 풀어지고, 억눌려있던 흉악한 남근이 천을 뚫을듯이 뻗쳐나왔다.

헐렁한 바지 허리춤이 양물 끝부분에 밀려 활짝 열리고, 조금만 고개를 높이 들어도 그 안이 훤히 보일 것 같은 모습.

화운영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 안으로 주춤주춤 손을 뻗어나가는 것이었다.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눈가리개가 답답하기는 여전했지만, 적어도 화운영이 나와 눈이 마주칠 일이 없게 해주는 것만큼은 고마웠다.

화운영은 내게 고간을 향해 조심조심 손을 뻗었다. 아마 본인과 마찬가지로 맨살에 손을 대려고 하는 모양인데, 굳이 옷 위부터 하자는 말을 해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말을 꿀꺽 삼켰다.

'미치겠다...'

주변을 메운 약초냄새 사이로 화운영 특유의 향긋한 체취가 진하게 풍겨올수록 나는 아랫도리에 힘이 묵직하게 들어갔다.

이 여자도,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든다.

구슬리고 달래서 내 아이를 낳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그 때,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감촉이 느껴졌다.

"으윽...!"

"괘,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부드러운 손끝이 잠깐 닿았다가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안 그래도 흥분한 몸이 찌릿대는 자극을 전해주었다.

별 것도 아닌 애매한 감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나 스스로도 내가 얼마나 이 여자를 덮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슬금슬금 들어온 화운영의 팔은 매끈한 피부로 자지를 계속 스치면서 조금씩 깊이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그 흥분에 꿈틀댈 때마다 화운영은 도로 손을 움츠리고는 했고, 도무지 회음혈까지 손을 대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니 숫제 일부러 그러나 하는 의심마저 들 무렵이었다.

"마, 많이 괴로운가요...?"

화운영은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그 때, 내 머릿속에서 반짝 하는 것이 있었다.

"예, 아무래도 쌓인 것이 많아서..."

"네? 하지만 얼마 전에..."

앗.

생각해보니 주여린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까지 따먹은게 겨우 이틀 전이었지. 그 때 약을 처방해준게 화운영이었고.

'이런 빡대가리가 있나...'

구라치다 즉시 검거당한 나는 말문이 막혔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가.

화운영이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아무튼 해소하면, 괘, 괜찮아질까요?"

"네. 그럴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기다리던 말을 화운영이 뱉자마자 얼른 고개를 끄덕였지만, 화운영은 나와 생각하던 것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 그럼 잠시 나가있을테니까 혼자서 해결해주시겠어요?"

"...네?"

화운영은 주섬주섬 뭔가를 챙겨입는 것 같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방에서 나가버렸다.

'아니, 여기서는 자기가 빼준다고 말해야되는거 아니었어?'

나는 화운영의 배신 아닌 배신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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