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화산파.
야심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연무장 한 곳에서 검을 쉼없이 움직이는 인영이 있었다.
그 검로는 분명 매화검법이었으나, 그 특징대로 화려하기는커녕 도리어 밋밋하고 검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없어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면 지루하게 느낄만한 그런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검법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리어 그 수련이 얼마나 무공을 깊이 있게 익혀야 가능한 것인지 이해할 것이었다.
같아보이지만 아주 조금씩 바꿔가면서 하나하나 대조하는 그 움직임은, 검식의 자잘한 움직임부터 검법의 근원적인 목적에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
즉 검법의 본질적인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검을 수련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더냐?"
그리고 그 수련의 의미를 충분히 알아볼 능력이 있는 인물이 여기에 하나. 위엄있는 목소리에 쉼없이 움직이던 검이 멈추고, 검광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땀에 흠뻑 젖은채 모습을 드러냈다.
"스승님... 아직 안 주무셨습니까?"
"유환이 너처럼 수련을 하러 나온 것은 아니니라. 그저 밤공기가 좋아 걸음하였던 것인데 이 시간에 수련을 하고 있는 제자가 있어 와보았을 뿐이니."
검절 공영환.
오절 가운데 권절에 뒤이은 고수이자, 화산제일검인 그는 멋스럽게 수염을 기른 세련된 인상의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제자 가운데 가장 아끼고, 자신의 뒤를 이을 거라고 생각하는 능유환은 수련으로 피로한 몸으로도 스승에게 깍듯하게 예를 올렸다.
"수련은 그만하면 되었고, 이만 자러감이 어떠하냐?"
"스승님의 제자로서 어찌 수련을 게을리할 수 있겠습니까?"
"녀석, 너무 늦게까지 수련을 한다고 해서 꼭 이롭다는 법은 없다. 고수도 사람이니,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비로소 심기체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이야."
능유환은 이미 검절을 제외하면 화산파에서 가장 강했다. 심지어 장문인조차도 그를 당해낼 수 없었으나, 그런 그 역시도 아직은 절대의 경지를 밟지 못한 것이다.
"하오나..."
"소향이도 걱정하지 않겠느냐? 너만 바라보는 아이인데, 부군이라는 녀석이 이리 바깥을 나돌고 있으면 속 깨나 썩이고 있을게다."
"아... 안사람은 지금, 화산에 없습니다."
"그래?"
처음 듣는 소식에 검절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하지만 능유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최근 마음고생이 심해 잠시 요양이 필요하다는군요. 딸아이가 말하기로는 사천의 용한 의원이 붙어있다니 염려할 필요는 없답니다."
"그렇구나... 그래도 너는 그런 일이 있으면 사부에게 말이라도 할 것이지, 에잉..."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의 아들이자 검절에겐 사손에 해당되는 능풍연이 한동안 무공이 답보 상태에 놓여있어 매소향이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것은 검절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요양이 필요할 지경이었다는 것을 듣고보니 썩 마음이 편치는 않았던 것이다.
"소향이를 잘 챙기도록 해라. 너만 보고 사는 아이인데, 이리 소홀히 하다 어느날 정말 너를 안 보겠다고 하면 내 마음도 편할 것 같지는 않으니."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안사람이 돌아오면 좀 더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잉, 쯧쯧..."
검절이 아니라 다른 누가 보더라도 능유환이 말하는 것이 사부의 앞이기에 그리 하겠노라 답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능유환은 사부가 마음쓸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아내가 자신을 얼마나 헌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소향, 소향...! 보지 안에 쌀게요!"
"조용히 좀... 흐아아앙♥"
흐으, 기분 좋다.
끈적하게 조여오는 보지 안에 자지를 꾹꾹 찔러넣으면, 천박한 소리에 질색을 하던 매소향이 자지에 녹아내린 목소리로 신음한다.
치켜올라가던 눈꼬리가 허무하게 늘어지는 모습만 보아도, 그녀가 쑤셔박힌 자지로 느끼는 쾌감과 행복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뒤로 누운 덕에 부풀어진 모양이 많이 감춰진 배가 흔들리는 허리 움직임 때문에 요동치는 것을 내려다보며, 나는 이 매력적인 여자를 실수로 임신시켜버린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신보지 안에... 싼다...!"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는 아들일까, 딸일까.
부디 아들이길 바란다. 지금 임신한 엄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해하고 자신의 평온을 방해한 것을 용납할 수 있는.
"아응♥ 정말...!"
매소향은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내 목에 팔을 감으며 내게 매달려왔다. 부드러운 살결이 땀에 젖어 착 달라붙어오는 감촉이 못 견디게 기분좋았다.
이미 아이를 임신했지만 보지는 여전히 정액을 쥐어짜내기 위해 열심히 조여왔다.
그렇게 꼭 다물린 속살을 자지로 갈라내면 주름들이 기둥을 부드럽게 감싸안아오는 쾌감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쑤걱쑤걱쑤걱쑤걱♥
내 아랫도리는 서서히 한계에 다다랐지만, 나는 이 끈적한 보지 안에 정액을 한껏 싸지르기 위해 더욱 열심히 허리를 놀렸다.
"아읏♥ 앗, 하윽♥"
기진맥진한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이 여자, 이 암컷의 구멍을 한 번이라도 더 찌르기 위한 극한의 움직임이 계속된 끝에.
"싼다...!"
"흐아아아앙♥"
뷰루루루루루룩
내 아이를 품은 이 여자에게 또다시 정액을 한껏 싸주는 그 한순간, 내 허리는 조금씩 뒤틀리며 더 들어가지 않을 구멍 깊은 곳에 귀두를 비비고 비벼 정액을 조금이라도 더욱 깊은 곳에 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새하얗게 달빛을 반사하는 음란한 육체가 사정의 순간 절정하여 내게 달라붙어오니 이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자의 정액을 쥐어짜내기 위해 신이 한 땀 한 땀 설계한 것 같은 음란한 밀프가 나쁜 거다. 나는 피해자라고.
"하아, 하아... 너, 무슨 이상한 생각하지?"
"당신 몸이 꼴린다는 생각?"
나는 내 생각의 뒷부분은 쏙 빼고 말했고, 매소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한 생각이라고 판단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짐승도 아니고... 질리지도 않아?"
"매일매일이 새로운데요."
"하여간, 한 마디도 안 져..."
봐, 보라고. 뭐라 한 마디 쏘아주고 싶으면 눈을 표독스럽게 뜨고 또박또박 말해야지 꼭 싫지만은 않다는 표정으로 웅얼대면 남자가 어떻게 돼?
안 그래도 피가 부족하던 머리가 다시 자지 쪽으로 피를 빼앗기기 시작했다.
"꺄앗?! 바, 바로 하게?"
"몰라요. 당신 잘못이야."
"내, 내가 뭘... 아응♥"
나는 뻔뻔하게도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매소향의 허벅지를 팔로 감아쥐고 다시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 날 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화운영의 역용술이 풀리자, 그녀가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여인만을 전문으로 받는 의원이라고 해도 환자의 가족, 아니면 중상을 입어 급하게 오는 환자는 사내일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의 미모를 보며 수근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막상 동료 의원들의 경우에는 그녀가 화씨일문의 직계라는 사실을 알고 선망의 눈길을 보내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 위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녀의 미모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겠어...'
본래 그녀는 어째서 강윤이 여인만을 의원에 받자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그 덕을 보게 된 셈이라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보니, 그럭저럭 그녀 자신과 주변인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졌을 무렵 다시 강윤이 그녀를 찾아왔다.
"어제는 괜찮으셨습니까?"
"조금 난처하기는 했지만... 괜찮은 편이에요."
"그렇군요.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제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마음에 걸렸습니다만... 다행입니다."
사내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며, 화운영은 내심 조금 놀라고 있었다. 다른 사내들에 비하면 오히려 강윤이야말로 더욱 그녀에게 절제된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 그런 사내의 모습에 화운영은 조금 실망했고 그래서 당혹스러웠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역용술이 방해가 되어서 심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어쩌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마무리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렇네요..."
그 생각이 반영되었는지 저도 모르게 떨떠름하게 대답한 화운영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열의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 수법이 만능은 아니겠지만, 완성된다면 병자의 내부를 치료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이게 다 강 소협이 도와준 덕분이에요."
"제가 덕을 보려고 도와드린 겁니다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기분이 괜찮군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화운영은 다시 옷을 풀어헤치고 살짝 배를 드러냈다.
통통하던 배와는 달리, 쏙 들어간 날씬한 배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내도 역시 긴장되는 듯했다.
턱
"흐읍...!"
화운영은 숨을 훅 들이켰다. 단단한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를 만지자, 지금껏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리감이 갑자기 체감이 되는 것이었다.
사내는 언제든지 자신을 이성으로 볼 수 있는 취향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의식할수록 심장이 쿵쿵 뛰고 숨이 가빠져왔다.
'마, 만약에 나에게도 그러면 어떻게 하지? 물론 거절해야하지만...'
"...원, 화 의원? 안 들려요?"
"네, 네? 무슨 일이죠?"
"혹시 내력이 흐르는 경로에 바뀐 것은 있는지 여쭸습니다만..."
체구가 바뀌었으니 혹시나 바뀐 것이 없는지 묻는 듯했다. 화운영은 그것을 금방 추측해내고 얼른 말했다.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는 화 의원이 해보도록 하죠."
그렇게 말을 맺고는 내력을 회수한 사내가 배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떼어내자, 화운영은 그제야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내가 옷을 풀어헤쳐 자신의 복부를 보여주는데, 손을 뻗어 만져보니 군살 하나 없는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슬금슬금 만질 뻔한 것을 억지로 참아낸 화운영은 바르게 편 손바닥을 사내의 배 위에 얹고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사내와 만들어낸 이 심법은 어디까지나 보조용도. 내력을 기르는 효험은 없고, 어디까지나 시술자의 내력을 운용하거나 환자의 내력을 유도하여 내부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래 내력의 성질이란 심법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고, 내력의 충돌 문제도 피해야하기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으로밖에 쓸 수 없다.
하지만 우선 그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화운영은 사내의 배에 손을 올린채 끌어올린 내력을 서서히 사내의 내부로 밀어넣었다.
'일단 회음혈로 내려가서...'
우선 이 심법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배에 손을 얹는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국부를 만지는 것이 문제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기본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체내로 순조롭게 파고들던 내력이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그녀에게서 일정 수준 이상 멀어진 내력이 그녀의 통제를 받지 않다가 다시 흩어져버리는 것이다.
유순한 성격의 그녀였지만 이렇게 몇 번이고 실패가 반복되니 미간을 찌푸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용을 쓰다 다시 내력을 회수하고 손을 뗀 그녀를 보고, 사내가 물었다.
"역시 안 되겠습니까?"
"네... 역시 체내 깊은 곳에서 내력의 통제를 유지하려면 요령이 필요할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그런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내의 심법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핵심 구결에 가까운 부분이기 때문에, 사내로서는 그것을 마음대로 알려주기가 어렵다는 것.
결국 그녀 나름대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색공이나 흡정공에 관련된 지식이 필요했으나, 그런 것들은 대개 마공과는 사촌 같은 관계라 쉽게 손에 넣을 수도 없고 얻는다고 해도 문제였다.
"어떻게 안 될까요? 완전히 구결을 알 수는 없더라도 좀 더 원형이 가까운 형태를 알려주면..."
"아, 그것이..."
자신이 무심결에 말한 내용을 듣자마자 사내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회음부에 접촉을 해야해서..."
"앗...!"
조급한 마음에 꺼냈던 말이 굉장히 음탕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화운영은 사내와 똑같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반응이, 있구나...'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마냥 목석같이 굴던 사내의 태도 때문에 은근히 실망감을 품었던 그녀였지만, 사내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것과 동시에 기대감을 품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에 대한 화운영의 입장은 굉장히 미묘했다. 호감은 품고 있되, 그녀 스스로가 맹세한 바에 얽매여 그저 현상유지만을 하고 있던 상황.
"화 의원이 원한다면 저,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가 아닐지..."
하지만 사내가 눈을 질끈 감고 내뱉은 말이, 혹시나 그녀가 뜻이 바뀌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화운영은 바보가 아니었다.
'기대하고 있어...'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을 보고 싶다고 기대하는 사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결국 그녀가 경계하던, 여인을 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음에도 아주 밉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어떻게 하면 좋지?'
화운영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랫도리를 벗을 것인가, 말 것인가.
오로지 선택권은 그녀에게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사내는 회음부에 손을 얹을 것이라고만 했을 뿐, 하의를 벗어 '직접' 손을 대어야한다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