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307 싸거라 (1)
사람이란 모름지기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애써 감추려고 하면 감출 수도 있지만, 그것도 그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할 말은 없느냐?"
"잘못했습니다."
개방의 고수를 돌려보내고 나니, 곧 저녁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찾는 사람들이 어머니였으니 괜한 이야기가 새어나갈 일도 없었을 거고, 애초에 찾는 것이 그 사복검 늙은이의 부하들이었으니 별 문제될 일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뭔가 이상한 것을 들킬까봐 노심초사한 상황을 잘 넘겨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돌아가보니 성연군주가 쌍심지를 켜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내 표정이나 단속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설마 양하정 얼굴이 확 펴서 들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애초에 아무것도 안 알려준 내가 잘못이지만.'
내가 사정을 말했더라면 양하정이 어련히 물러났을테니까. 결국 못 참은 내 좆대가리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한편 내가 빠른 사과를 시전한 탓에 성연군주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하더니 곧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본녀가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지 않으냐? 겨우 하루 낮 아니더냐."
"...죄송합니다."
성연군주가 요구한 하루 낮의 인내는 일종의 요식행위다. 본인을 위해서 뭐라도 했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한.
그걸 알면서도 인내하지 못했으니, 나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알고는 있느니라. 그냥 본녀의 위치 때문에 거역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 그러니 본녀와의 약속을 진심으로 지킬 마음도 들지 않았을 것이고..."
"그건 아닙니다!"
나는 즉시 부정했다. 성연군주 역시도 따먹고 싶은 밀프의 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는 여자였으니까.
애초에 따먹고 싶지 않았으면 역강간의 현장에서 풀려나는 순간 건드리지도 않았을 거다.
분위기의 흐름 따위에 떠밀려서 여자를 따먹는 일은 내게 결코 존재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내 부정에도 성연군주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아니라고? 본녀가 황족이니 두려운 마음을 느껴서 살갑게 대하는 것이 정녕 한 톨도 없다고 할 수 있겠느냐?"
"...!"
나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전혀 아니라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지만, 분명 초기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두려워하는 사태, 그러니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서 상황이 골치아파지는 것을 피하고자 호위조장을 따돌리고 계획적으로 침상에 끌어들인 전력이 있지 않은가.
"그래, 그런 것이다. 너도 그런 것이야."
"잠깐, 제 설명을 좀...!"
어느새 서글픈 표정이 되어버린 성연군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그만하거라. 본녀에게 애정을 품고 있는 척하지 말거라. 그저... 서로 할 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성연군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옷을 벗어내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화를 내고 혼이 나는 상황은 예상했지만 이런 상황은 정말 아니었다.
육욕의 연장에 불과한 애정이라고 해도, 그것을 부정한 상태에서 아이를 만들다니 있을 수 없다.
나는 다급하게 성연군주를 끌어안았고, 옷을 벗어내리던 손이 멈추었다.
"이것 놓아라. 네가 원하는대로, 교접만 하면 되지 않느냐."
"전 그런걸 원한 적이 없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확실히 여기로 들인 다음 바로 매소향이 나타난 탓에 조금 소홀했던 것도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뭘하면 되죠? 뭘하면 믿어줄 겁니까?"
"..."
내게 붙잡혀 가슴에 얼굴을 묻은 성연군주는 말이 없었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릴 뿐 가만히 있는 그녀의 반응에 초조함을 느낀 나는 다시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말해주세요. 뭘하면 믿어줄 겁니까?"
"...정말이냐?"
이번에는 반응을 보이는 성연군주의 목소리는 애처롭게 울렸다.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느냐? 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예. 그러니까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프흡..."
어?
나는 내 귀가 잘못되었나 의심했지만 성연군주가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나는 내가 잘못 듣지 않았음을 알았다.
"군주님..."
"아하하하하하!"
성연군주는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나 웃음소리가 통쾌하게 울리는지 놀림거리가 되어버린 나 자신조차도 가슴이 시원할 지경이었다.
"이제야 좀 속이 개운하구나!"
"그건 참 다행입니다..."
내가 안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풀어주자 성연군주는 웃음을 너무 크게 터뜨린 나머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을 뻗어 닦아내며 피식피식 웃었다.
"약속을 가벼이 여기니 이리 되는 것이다. 본녀가 이리 웃고는 있으나 조금은 섭섭하였느니."
"잘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이것으로 벌을 대신할 것이나, 다음에는 서시달기 같은 미녀가 상대라고 할지라도 조금은 참아보거라. 알겠느냐?"
무조건 참아내라는게 아니라 조금은 참아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내 여자들의 특징인 '불신의 신뢰'를 받아들이고 있는 듯해서 속이 거북했다.
"어허, 대답이 없구나. 알겠느냐?"
"예... 군주님."
내 대답을 듣고서도 한동안은 내가 허둥대는 꼴을 되새겼는지, 제법 시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성연군주는 웃음을 완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벗다 만 옷을 다시 천천히 벗기 시작하는데, 문득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무엇이든 하겠다 하였지?"
아무래도 성연군주의 처벌은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으윽... 군주님...!"
성연군주는 사내가 죽는 소리를 내는 것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손을 놀렸다.
기회가 온 김에 확실히 혼을 내두어야 같은 짓을... 안 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조심할 것 아닌가.
지금 그녀의 위치상 사내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내도 익숙치 않은 자극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듯 쩔쩔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만 참거라. 아프지도 않을 것인데 왜 그러느냐?"
"그게... 흐억!"
뭐든지라고는 했으나 정말로 곤란한 것을 요구했다가는 감정이 상할 것이 뻔한 이치라, 자신이 하는 것을 견뎌내라고 했더니 이 꼴이다.
여인이 사내의 육체를 만지고 있는 것은 특별할 일도 아닌 일이나, 그 구도가 꽤나 기이하였다.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선 사내의 뒤에 주저앉은 여인이 있어, 사내의 다리 사이에 손을 뻗어 우람한 양물의 끝이 아래로 향하도록 잡아 손으로 문대주는 것이 아닌가.
"잡히는 방향이... 거꾸로라서..."
성연군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이렇게 잡으니 가해지는 자극이 전혀 다른 탓에 사내는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쩔쩔매고 있었다.
물론 그녀로서는 반가운 오산이었다.
"어허, 장부 아니더냐? 조금만 견디라 하였다."
꿈틀대는 양물을 보드라운 손으로 문대면서 짐짓 타이르듯 말한 성연군주였지만, 그녀도 실상은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그녀가 제법 여유를 가장해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녀는 이런 식의 적극적인 방사의 경험은 사내를 만나기 이전에는 없었다.
하물며 사내의 근육이 잔뜩 들어찬 허벅지 뒤에 팔을 감은 상태로 손으로 양물을 위로해주다니, 이리 천박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아아... 어찌 이리도 늠름하단 말이냐...'
양하정과 낮에 이미 교접하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단단하게 발기한 남근은 여인의 손으로는 간신히 그 안에 잡힐 정도로 굵직했다.
여인의 안에 쑤셔박히면 극상의 쾌락을 약속하는 이 굵직한 남근과 단단한 육체.
그것이 지금 제 손 안에서 쩔쩔매며 우는 소리는 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정신적인 쾌락을 더욱 고양시켰다.
"어디... 이건 어떠냐?"
"아니, 그만...!"
허벅지를 감고 있던 팔을 풀고 손을 뻗어 금적(고환)을 살짝 쥐자 사내는 서있기도 힘든듯 벽에 손을 짚었다.
양물이 더욱 요동치기 시작하자, 성연군주는 기둥을 훑는 손을 더욱 빠르게 놀렸다.
"자, 사정하거라. 진한 정액을 본녀 앞에서 잔뜩 싸는 것이다...!"
성연군주는 마치 아이를 어르듯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기실 이것은 사내에게 꽤나 굴욕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것을 부추길 셈이었다.
"퓻퓻 싸거라... 그대의 진한 아기씨를 본녀 앞에 보이는 것이야...!"
사내의 반응을 계속 살피며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금적을 주물럭거린 성연군주는 사정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나옵니다... 나와요...! 크윽...!"
내력까지 살짝 끌어올려 팔을 더욱 빠르게 놀리자 사내는 허리를 계속 들썩였고, 그것이 멈추는 순간 성연군주는 재빠르게 양물을 훑던 손으로 귀두를 감쌌다.
뷰루루루루루루룩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진한 정액이 손 안에 쏟아져나오는데, 음부에 받을 때보다 어쩐지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에 기겁을 했지만 황족으로서 단련된 연기력으로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정액을 받아냈다.
거기에서 더욱 나아가 금적을 끝까지 주무르면서 더욱 많이 사정하라고 사내를 종용하기까지 했다.
'진해... 냄새나...'
수컷의 진한 향내가 어린 액체가 손바닥 위에 쏟아지자 성연군주는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뱃속에 받아들였다간 아이를 가질 수밖에 없는, 진정한 수컷만이 낼 수 있는 정액을 보는 순간 아랫도리가 꾸욱 조여오며 서서히 여체가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이제... 끝난거죠?"
사내는 아직도 공손한 가면을 쓴 채 그녀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렇지만 성연군주는 저 가면이 당장이라도 벗겨지고 짐승처럼 고귀한 여체를 탐하려고 들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여인에게 이런 꼴을 당해서 굴욕적일테지?'
사내는 그 굴욕감을 만회하기 위해서 아직도 그 위용을 잃지 않은 양물로 저를 격렬하게 범해올 터였다.
엉망이 될 때까지 넣고 흔들고 싸질러서 수컷이 암컷의 위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그녀의 심기가 아직도 불편할지 모른다는, 그런 사내의 염려가 마지막 굴레가 되어 사내를 옭아매고 있었으나 이제 그 굴레를 벗겨낼 때가 되었다.
"그래, 이제 끝이니라."
기실 성연군주는 사내의 육욕과 거기에서 비롯된 애정을 거짓이라고 의심한 적은 없었다.
황족이든 뭐든, 여인을 엉망이 될 때까지 마구잡이로 범하는 자가 그런 것을 따질리가 있겠는가.
그 증거로, 보라.
"그럼 이제 해도 되는거죠?"
육식동물처럼 번들대는 눈으로 여체를 탐식할 준비가 된 사내의 모습에, 성연군주는 있는대로 아기씨를 주입당할 오늘밤을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성연군주는 형편없이 침상에 짓눌린채 양물을 받아내며 교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