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EP.302 마교까지? (2)
그렇게 능휘연이 화산파로 돌아가고, 매소향의 문제는 이제 일단락이 되었다. 적어도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이제 앞으로는 적당히 섹스 라이프를 즐기면서 조만간 호남성의 마교 밀프들이나 만나러 갈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세상은 내가 밀프 따먹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개방에서요?"
"예, 최근 이 부근에서 의문의 고수들이 소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부터 당영이 여기를 자주 들락거리게 되었는데, 이렇게 쓸모있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개방?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개방의 고수는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그것에 대해서 묻자 당영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개방은 흔히 구파일방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다른 구파와는 결이 조금 다르니까요."
이어지는 당영의 설명에 나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개방이 뭔가? 까놓고 말해서 거지집단이다. 식비 정도는 구걸을 통해서 충당할 수 있지만, 명색이 거대 문파라고 하는 곳에서 식비 이외의 비용이 들지 않을리가 없는 것이다.
다른 구파의 경우에는 속가제자들이 대신 사업체를 운영해주기도 하고 주변 상권에서 소위 말하는 '보호세'를 받아챙기기도 하는(생각할수록 정파는 럭키조폭 아닌가 싶다) 수입원이 있지만, 개방은 그것이 없는 것이다.
사업체를 굴리는 거지? 그 순간 거지가 아니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정보상 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건가?'
정보상인만큼, 정보가 관련되지 않은 곳에는 오히려 개방이 나타날 여지가 적어진다.
"구룡쟁패에서라면 만나봤을 법도 한데 말이죠..."
당영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속으로 약간 찔끔했다. 그야 그 때는 어머니를 탁란임신시키고 매소향 항문보지 따먹느라 주변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 때는 당장 겨룰 사람들에게 집중하느라..."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당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그 때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팽월이나 능풍연이 전부였지만.
'아, 그러고보면 또 하나 있었지.'
하오문에서 붙여준 도여중. 영호경한테 걸려서 허무하게 죽어버렸지만, 당시의 영호경은 꼴리지만 위험해보이는 여자였기 때문에 뭐라 따질 기회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영호경과 비교하는 것이 난처할 정도였으니 더 그 문제를 따질 이유도 없지만, 도여중을 떠올리고 보니 덕분에 덩달아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있었다.
최근 사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옆에 붙어서 무공 특강을 해주지는 않더라도 가끔씩 와서 진도 정도는 확인해볼 법도 한데, 마교를 떠난 이후로 사부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여자들 모두가 나처럼 무공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는 없다고들 하니 사부가 와도 떳떳하겠지만, 애초에 확인을 하러 안 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단 말이지.
"소협?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잠깐 잡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개방이 지금 당가에 머물고 있다는 말입니까?"
"네. 듣기로는 그 의문의 고수들이 강호에 암약하는 자들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하던데..."
정확했다. 확실히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는 있었다.
문제는 그게 나한테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점.
'괜히 들쑤시다가 여기까지 와버리면 곤란한데...'
차라리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라도 있다면 아예 그놈들을 뿌리뽑아버릴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쪽에는 달리 그놈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
우리가 모르던 정보를 알아서 챙겨서 사라져준다면 그게 제일 좋겠지만, 그것만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고.
"아마 여기에도 목격자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한 번 확인해보도록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네, 그러는게 좋겠죠. 아무래도 그 악적들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이니까요."
당영은 내게 협조를 구하러 온게 아니라 잡담의 와중에 꺼낸 화제라서 그런지 그리 깊은 관심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능휘연을 당가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있었던 일 같은, 적당히 화제가 겹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바깥에서 기별이 들어왔다.
[강 소협, 잠시 괜찮겠습니까?]
주약선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당영이 창 밖을 보고 해가 기운 모양을 확인하고서는 말했다.
"어머, 내 정신 봐. 잠깐만 있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오래 시간을 뺏었나봐요."
"괜찮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괜찮았다.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비품이나 약재의 출납확인 정도이고, 예산이 정해진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였으니까.
원래대로라면 그걸 하는데도 제법 허리가 휘겠지만 내게 편하게 업무방식을 바꾸고 보니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산을 짜는 것 자체는 골치아플 것 같은데, 마침 그건 주약선이 능숙하게 다 해결해주고 있어서 나는 출납액이 맞는지만 제대로 확인하면 문제없다.
그렇게 척척 많은 일을 해주고 있는 장본인, 주약선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살짝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으음, 그러니까..."
주약선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당영의 눈치를 살폈다. 그 시선이 조금 노골적이었는지 당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함부로 외부에 발설하기는 어려운 일인가보네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배웅은 없어도 괜찮아요."
"조심해서 가십시오, 소저."
겉옷을 챙겨들면서 당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꾸벅이며 바깥으로 나갔다.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주약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팽 여협께서... 해산하실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듯이 몸을 날렸다.
팽연화가 아이를 해산할 것 같다는 소식은 여인들 모두에게도 전해졌다.
특별히 할 일이 없었던 성연군주는 팽연화의 해산이 끝날 때까지 옆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녀는 그 결정 덕분에 사내의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초조한지 사내는 계속해서 방 끝에서 끝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는데, 사내라면 분명히 태연한 신색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우선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느냐? 네가 초조해한다고 해서 해산이 빨리 끝나는 것은 아니거늘."
"...어렵네요. 그냥 이러고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성연군주가 권하는 말에도 결국은 거절하고 계속해서 움직이는데,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손에 잡힐듯이 느껴졌다.
'그리 염려할 일도 아니거늘.'
물론 일반인이라면 출산 한 번에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하지만, 신체건강한 여인이라면 그럴 위험은 크게 줄어드는데 하물며 팽연화는 무림 전체에서 손꼽히는 강자라고 들었다.
게다가 주약선 역시 상당한 수준의 명의인데다가 언제든지 살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도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한심스럽다가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도 들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별이 왔고 주약선의 엄격한 통제 아래 천천히 팽연화와 태어난 아이를 만나보게 되었다.
"아들이로구나."
성연군주는 쪼글쪼글하여 주변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모를 작은 생명체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다른 아이들을 보았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이렇게 작은 아이가 태어나서 이 낯선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욱 묘한 감상이 들었다.
"고생하였다. 이 아이 다음이 매씨의 아이가 될 것이고, 그 다음이 내 아이가 될 것이니 가까운 형제라고 하여도 무방하겠지. 부디 건강히 자라기를 기원하마."
"예...?"
나름대로 덕담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건네는데, 팽연화는 약간 어안이 벙벙한 기색이었다.
성연군주는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의원에게 이런저런 주의사항(이미 몇 번이나 들었을테지만 혹시 몰라 또 듣고 있다고 한다)을 듣고 있던 사내를 끌고 왔다.
그리고 지금껏 알지 못하던, 이 자리에 없는 다른 여인들의 신상을 알게 된 성연군주는 뒷목이 땡기는 것을 느꼈다.
"하, 남궁세가에, 마교까지? 이미 다들 아이를 가지고 있다고?"
"예..."
아이를 가진 여인은 이 곳에 있는 여인들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직 아이를 가진 결심을 하지 못한 양하정을 제외하면 아이를 갖지 못한 것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성연군주는 열패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기분이 이상해졌다.
"오늘부터는... 아니다."
성연군주는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팽연화도 있지 않은가. 좀 더 천천히 말을 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본격적으로 아이를 가지기 위해 진력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을 남이 보는 앞에서 하기에, 성연군주는 아직 수치심이라는 것을 간직하고 있는 편이었다.
호(淏 ,맑다) 라고 이름을 지은 아이는 다행히 건강했다. 아직 신생아여서 그런지 아무것도 분간하지 못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약하기 그지없어보이지만 벌써 애가 넷이다.
약해보여도 다 건강하다는 확신 정도는 가질만큼의 경험은 쌓였다는 이야기다.
꼬박 만으로 1년, 그러니까 첫 돌이 다가오고 있는 견이가 훨씬 어른으로 보일만큼 작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면 별 차이도 안 나게 되겠지.
<언제까지 애만 보고 있을텐가? 가서 일이나 하게.>
곁에 조금 오래 있다가 오고 싶었지만 팽연화는 자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듯 나를 쫓아냈다.
애초에 놀 생각으로 업무를 뜯어고치고 있다고 해도 안 듣는다는 말이지. 팽연화는 내가 일을 부지런히 하는 상태 그 자체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팽연화의 처소를 빠져나와 터벅터벅 다시 집무실에 자리나 지키러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이보거라...!"
요상한 말투에 요상하게 힘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자기 처소 앞에서 성연군주가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보거라가 뭡니까? 원래 그런 말이..."
"자, 잘못 나온 것이니라, 너무 신경쓰지 말거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성연군주가 손부채질을 하며 얼른 내 말을 끊었다. 자기도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나보지?
"무슨 일이십니까?"
"그, 그것이 말이다, 지난번 매씨가 여기로 오는 바람에, 또, 흐지부지되지 않았더냐?"
"네? 흐지부지라니, 뭐가... 아..."
목적어가 빠져있어 잠시 이해를 못하다가 곧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이 임신섹스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그래서 말인데, 이제 조금, 본격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구나..."
성연군주는 몸을 배배꼬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지만, 그 말의 의미는 명확했다.
좀 더 열심히 섹스하자는 말 아닌가.
그 말을 듣고보니 몸을 배배꼬는 그녀의 몸 여기저기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성연군주는 화색을 띠며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아이가 생길 때까지 본녀와만 관계를 가진다는 말이지?"
아, 그건 좀.
나는 기대로 빛나는 성연군주에게 확정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줘야되나 말아야되나 약간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