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88 아무것도 없어 (2)
해가 기울기 시작하며 서서히 사방이 붉게 물들어갈 무렵, 나는 당영과 능휘연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다녀온 다음에도 한동안 허탈함을 느껴야했다.
'아무것도 없어...'
꽤나 시간을 투자해서 이래저래 찔러봤지만, 매소향의 부부관계에 대한 정보수집은 아무런 수확도 없었던 것이다.
그야 현대도 아니고 이런 시대에 부부가 자녀 앞에서 대놓고 꽁냥대는 경우가 있겠느냐만은, 그렇게나 남편이 더 좋다고 노래를 불러댈 정도면 뭔가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있을줄 알았다.
하다못해 자녀로서 뭔가 짐작되는 거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적어도 능휘연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능휘연이 보는 아버지 능유환은 차가운 사람이었다. 유능하고 믿음직스럽지만, 특별히 정이 넘치지는 않는.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할 것도 없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그런 남편이라면 넘어올만도 한데...'
그럼에도 매소향은 아직까지 넘어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내기를 이겨서 육변기 신세가 되더라도 진심으로 넘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디 다른 곳에서 정보를 알아볼 곳이 없나 생각해보아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딸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고급정보가 나올 구석이라고 해봐야 매소향 본인밖에 없다.
[아들, 왔니?]
그 때, 문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내가 나가자, 문 너머에 있던 어머니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나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뭔가 뾰족한 수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니?"
어머니를 비롯한 여자들에게는 이미 다 말했다.
이대로 밀어붙여봐야 매소향의 반발만 부를 것 같으니 이 참에 아예 끌어들이겠다는 내 생각에 어머니는 조금 꺼림칙한 기색이었는데, 이제 보니 또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내 표정을 보고 어머니는 대강 이런 내 생각을 짐작했는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별 수 있겠니? 그 여자가 괜히 걸고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어미도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결국 충돌은 피할 수 없어보이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어떻게든 자기 쪽에서 접어줄 마음을 품은 것 같았다.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그렇게 말하는 어머니의 눈에는 연민이 가득 담겨있었다. 아무래도 본인이 다시 아기를 키우며 새삼 매소향이 낳을 아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커진 모양이었다.
아무튼 어머니는 다시 대화의 흐름을 되돌렸고, 곧 내가 신통한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알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부부사정은 내밀한 경우가 많지. 자세한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해줄 사람은 없단다."
"그래도... 뭔가 겉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미루어 짐작할 여지는 있는게 보통 아닐까요?"
"그야 그렇지... 하지만 어미가 기억하기에도 특별한 일은 없었단다. 분명 어미가 혼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혼인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미도 그 혼례식에 갔었거든."
"어머니보다, 매소향이 혼례를 더 나중에 치렀다구요?"
"그래. 청정도량이라는 화산파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그 혼례는 성대하게 치러졌었지..."
그야 그랬을 것이다. 당시 화산이 자랑하던 두 기재의 결합이니, 만방에 자랑거리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는 연하인 어머니가 오히려 혼례를 먼저 치렀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다.
'이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 내기 둘째 날.
매소향은 날이 밝고 눈을 뜨자마자 사내가 언제 들이닥칠까 노심초사했지만, 점심을 들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조금씩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열흘이라고만 했지, 그 열흘이 계속 이어진다고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잖아?'
마음대로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녀는 항상 누군가에 의해 감시받고 있는 몸.
일단 심신을 편하게 유지해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매소향은 모든 것을 잊고 쉬려고 했지만 또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휴식도 불편하기 그지없게 느껴지는 하루.
그 하루가 흐르고 흘러 다시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매소향은 자신이 괜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잘 쉬셨습니까?"
"...네 얼굴만 안 봤더라면 끝까지 잘 쉴 수 있었을 거야."
여유로운 안색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느릿느릿 걸어서 의자에 앉은 매소향 앞에 가서 멈춰섰다.
"그야 안 될 일이죠. 내기는 끝까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매소향은 사내에게 몇 번이나 속으면서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내는 절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 조금 늦추거나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기어코 가지고 만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그가 원하고 있는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사라락
"윽...!"
사내는 다짜고짜 그녀의 허리끈을 풀어내더니 그녀의 옷을 말없이 벗기기 시작했다.
"잠깐, 내가, 벗을테니까... 손대지마."
"그러시죠."
오늘의 사내는 뭔가 한 층 더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았다. 오늘 안에 그녀에게서 결과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가져갈 자신이 있는 것이다.
매소향은 천천히 옷을 벗어내렸다. 몇 번이나 보았으면 이제 조금 차분해질만도 하건만, 사내는 그녀의 나신을 볼 때마다 얼굴 가득 행복감을 드러내고는 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리 만무했다. 예뻐서 그렇다거나, 그런 대답 아닌 대답만 돌아오겠지.
"다 벗었어. 이제 하려면 해."
매소향은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사내가 어떤 식으로 희롱하든, 그녀는 결코 순순히 항복할 생각이 없었다.
'괜찮아, 그냥 조용히만 있으면 돼.'
양물을 넣어달라는 말만 피하면 그녀의 승리. 그것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면서 침상으로 걸어가려는 그녀의 팔을 사내가 덥석 잡았다.
"그 쪽이 아니라, 이 쪽."
사내는 단단한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매소향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이 세간살이가 제 것도 아니니 무슨 상관이랴싶었다.
"그래요, 이 위에 앉으면 돼요."
매소향은 홀딱 벗은 엉덩이가 딱딱한 탁자 위에 닿자 조금 거북한 기분이 들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런 거북한 기분이 더 그녀를 유리하게 해주지 않겠는가 싶었다.
"자, 그럼..."
"잠깐, 너는...?"
사내는 여전히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그녀의 나신을 보고 벌떡 일어선 양물이 바지춤을 불룩하게 만들고 있기는 했지만.
"제가 무조건 벗어야할 이유는 없죠."
생각해보니 그것도 굳이 정해놓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역시도 그녀에게 유리할듯 싶었다.
'차라리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양물 생각은 조금 덜하겠지.'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사내의 질문에 매소향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투박한 손가락이 여체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견딜만했다. 매소향은 자신이 하는 생각마저도 사내의 무기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 기왕 사천에 왔으니 사가야할 물건이 많구나. 우선 촉금을 몇 필 사고...'
"흐윽♥"
이 상황과는 상관없는 생각을 가끔 육체의 자극이 끊어버릴 때도 있었지만, 젖가슴과 둔부, 등과 허리, 배와 음부의 곳곳을 쓰다듬는 사내의 손길은 사실 그다지 압도적이지 않았다.
육체가 얼마나 달아오르든지 간에 이기는 길은 단 하나. 그녀가 양물에 대한 말만 하지 않으면...!
"아, 자지 만질래요?"
"뭐, 뭐?"
몸 안을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은 자잘한 쾌락이 덮치고 있는 가운데, 매소향은 갑자기 귓전을 울리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피, 필요없어!"
"아, 이걸 받아들인다고 해서 진게 되진 않아요. 보지 안에만 안 들어가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말하며 잠시 손을 멈춘 사내는 옷을 벗어내리기 시작했다.
금세 잘 단련된 사내다운 육체와, 그 아래에서 우람한 양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매소향은 자신의 생각이 잘 제어가 안 되는 것을 느꼈다.
배꼽에 닿을 듯이 빳빳하게 일어난 굵직한 그 물건은 마치 여인을 유린하는 것이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징그러운 그 형상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
'보, 보면 안 돼! 다른 생각, 다른 생각...!'
눈을 감았지만 검붉은 양물에 선명하게 올라온 핏줄이 눈꺼풀 안에서도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더없이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그럭저럭 참을만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치 땅에 묻어둔 벽력탄을 터뜨리는 것처럼 온몸이 일시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생각에도 낙차가 있다는 거, 처음 알았죠?"
"너, 너... 일부러...!"
일 각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잠시 그녀를 안심시킨 다음, 방심한 그녀의 마음에 단숨에 양물의 존재감을 심어넣자 제어가 되질 않았다.
"이젠 이런 짓도 할 건데요?"
"무, 무슨 짓이야!"
매소향은 사내가 제 손을 끌어가 양물에 들이미려고 하자, 얼른 손을 빼며 노성을 내질렀다. 분명 사내는 양물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는데, 이것은 분명한 규칙 위반이었다.
"저는 자지를 안 쓰고 있는데요? 저는 그저 소향의 손을 써서 제 자지에 가져다대고 있을 뿐이잖아요."
"말장난하지마...! 너 정말... 하앙♥"
그녀가 사내의 투박한 손가락에 음부를 찔리자, 매소향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단숨에 둥글게 말려들어갔다.
"어떤 식으로든, 흐응♥ 쓰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는, 없어엇♥"
몸이 들썩이느라 젖가슴이 출렁이고 아랫도리가 덜덜 떨리면서도 매소향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흐음... 그럼 어쩐다..."
매소향이 허리를 더는 빼지 못하게 왼손으로 그녀의 등허리를 받친 채 사내는 손가락을 빠르게 놀려서 여인의 아랫도리를 제멋대로 쑤셔댔다.
그러면서 고민하는 안색인데, 매소향은 허리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쾌감에 사내의 안색 따위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어어어...!'
어차피 그녀가 절정하기 직전에 사내의 손가락이 멈출 것을 알면서도, 매소향은 내심 이 아랫도리의 쾌감이 조금이라도 더 유지되길 원했다.
하지만 웬일로 사내는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매소향은 점차로 눈을 흡뜨며 쾌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치 칠현금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명장의 손의 움직임처럼, 사내의 두 손가락 끝이 그녀의 속주름을 정확하게 훑어내는 순간, 매소향은 자신의 육체가 더는 이 쾌락을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흐아아아아앙♥"
여전히 양물에 비하면 못하지만, 그녀 홀로 아랫도리를 위로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진하고 감미로운 쾌락이 아랫도리에서 터져나왔다.
음부가 발작하듯 제멋대로 사내의 손가락을 조여대고, 그녀는 아랫도리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통제할 여력이 없었다.
"안 돼, 흐응♥ 안 돼에...!"
또 오줌을 지려버린 것인가 생각한 매소향은 부끄럽기 그지 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이 내놓은 것을 보기까지 그녀는 조금 오래 몸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어느새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거기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던 매소향은 어색하게 사내의 어깨에서 손을 뗸 다음 자신이 탁자 위에 내놓은 것을 보았는데, 아무리 보아도 오줌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
"이, 이게 대체...?"
"흐으읍..."
"내, 냄새 맡지마!"
찰싹
매소향은 반사적으로 사내의 어깨를 후려치고 아차 했지만, 사내는 별로 신경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이 뭔가 불길하게 느껴졌다.
"뭐, 뭔데..."
"아뇨, 신경쓰실 것 없습니다. 그보다 한 가지 더, 제안을 하죠."
사내가 대체 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는지 궁금했지만, 그보다 사내의 제안이라는 말에 매소향은 경기를 일으키며 도리질을 쳤다.
"필요없어! 안 들을 거야!"
들어서 좋을 것이 없는데도, 사내는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
"하든 말든, 당신의 자유입니다. 이건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부분이니까요."
"안 듣는다니까!"
"딱 오늘 하루만. 당신이 손이든 입이든 써서 제 자지를 사정시킬 때마다, 남은 아흐레의 기간 중에서 하루씩을 빼겠습니다."
"뭐?!"
귀를 손으로 막고 있었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분명하게 말하는데 안 들릴 리가 없었다.
"지금 거부하든 말든 상관은 없습니다. 저는 이 제안을 오늘 하루만 유지할 것이고, 당신은 더 편해질 수 있는 길이 되겠죠."
매소향은 사내의 말이 귀에 퍽 감미롭게 감겨드는 것을 느꼈다. 천축의 석가를 유혹하였다는 마라의 속삭임이 이러할까 싶었다.
"그럼, 계속할까요?"
하지만 지금도 양물을 보면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이 아니던가.
'잘만 이용하면, 어쩌면...!'
다시 그녀의 젖가슴에 매달려 살살 혀를 문대는 사내의 양물이 바로 눈 아래에서 덜렁이는 것을 보면서 매소향은 고민에 빠져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