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85화 (285/383)

밀푸색마 19 EP.285 내기를 하죠 (1)

나는 매소향이 눈을 뜨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녀는 멍한 눈초리로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표정이 험악해졌다.

"너...!"

"일어났습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매소향은 나를 노려보았지만 곧 수중에 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주변을 힐끔거렸지만 그녀의 검은 여기 없다.

"내 검, 어디에 뒀어?"

"다른 곳에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저는 검은 모릅니다만 꽤나 명검이라던데 분실하면 골치아프니까요."

"..."

다행히 당장 내놓으라는 실랑이는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매소향은 잠시 말을 정리하고는 효율적으로 말을 꺼냈다.

"날 풀어줘. 다른 곳에 가서 말하지 않을테니까."

"죄송하지만, 못 믿겠습니다."

"그럼 날 어쩔 셈이야?"

"고민중입니다."

애초에 죽인다는 선택지는 제외했지만, 이 여자의 입막음을 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능휘연을 인질로 잡아두는 방법도 고민해보기는 했지만 금방 폐기했다.

잠깐이라면 급한대로 위기를 모면한다는 의미에서 여자들도 동의할지 모르지만 계속 가둬둔다고 하면 꺼려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금방 끝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짧게 잡아도 몇 년은 지나야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을텐데, 그동안 계속?

여자들이 그것을 허락하느냐 여부는 둘째치고 내 즐거운 하렘의 터에 인질 따위를 놓아둬서 분위기를 흐릴 생각은 없었다.

'결국 답은 하나인데...'

매소향도 한 패로 끌어들여야하는데, 여러모로 걸리는 것이 많았다.

매소향의 남편, 능유환이라고 했던가? 매소향은 남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편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금슬이 좋은 사이인가? 떡을 칠 때의 반응만 봐서는 진작에 넘어올만도 한데, 끝까지 남편 운운을 하고 있으니 조금 답답했다.

"뭐, 뭘 고민하고 있는데?"

내가 말없이 생각이 길어지자, 불안한 안색으로 매소향이 내 얼굴을 살폈다.

"글쎄요... 생각 같아서는 능휘연 소저를... 앗."

"휘, 휘연이한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물론 아무짓도 할 생각이 없지만, 확실히 미끼로 언급한 그녀의 이름은 효과가 탁월했다.

"아무짓도 안 할 겁니다. 당신이 제 말에 순순히 따라준다면 말이죠."

"이, 이런 나쁜...!"

물론 순순히 따르지 않더라도 아무짓도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삼켰다.

매소향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지만, 검조차 없는 그녀가 내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리가 없다.

"또, 또 내게 몸을 요구할 생각이지? 이 더러운...!"

"...잠시만."

그녀의 원독어린 표정을 보니, 나는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 일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지를 박아넣으면 쾌감에 녹아내릴 표정이라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도 되는걸까?

실제로는 능휘연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매소향이 보기에는 또다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인질로 잡혀서 강제로 몸을 요구받는 셈이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언소영의 경우에는 남편에 대한 애정도 그리 깊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남편이 임종 직전이라는 점이 있어서 통했을지 모르지만, 매소향은?

"음, 역시, 아니에요."

"뭐, 뭐가 아니야?"

"능 소저에게는 애초에 아무짓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정말이지?"

매소향은 내 말에 잔뜩 일그러져있던 표정이 풀어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도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당신은 안고 싶어요."

"...결국 협박하겠다는 이야기 아니야?"

"다릅니다. 한 가지 내기를 하죠."

"내기?"

"하루에 한 시진씩 열흘동안, 당신 몸을 마음대로 만지게 해줘요. 절정을 하든 뭘 하든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자지 넣어달라고 하면 당신이 지는 거에요."

"한심한 내기네. 그럼 넌... 그, 양물은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지?"

"물론이죠."

매소향은 승리를 자신하는 표정이었다. 말만 안 하고 버티면 되는데 뭐가 어렵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당신이 이길 경우 당신이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것을 믿기로 하고 풀어드리겠습니다. 아이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해드리죠. 하지만 지면..."

내가 말끝을 흐리자 매소향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뱃속의 그 아이를 순순히 낳아야되고, 그 때까지 여기에서 체류하면서 계속 저한테 보지 대주는 겁니다."

"내 쪽에 너무 불공평한 내기 아니야? 내가 지면 잃는게 너무 많은데?"

"대신 당신은 자지 넣어달라는 말만 안 하고 가만히 열흘동안 버티고만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애초에 승률이 높은 내기이니 그래야 균형이 맞죠."

매소향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듯하더니 다시 말했다.

"내가 이 내기를 거부한다면? 그냥 풀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

"글쎄요...? 저로서는 제게 굉장히 곤란한 정보를 쥐어버린 당신에게 최대한 선택권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만약 이걸 거부하신다면, 또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죠."

"그럼...!"

"하지만 다음에 나올 방법이 이것보다 더 좋다는 장담은 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녀에게 선택권이 있는듯 없는듯 애매하게 말하면서 은근히 매소향이 이 내기를 수락하도록 종용했다.

매소향은 고민스러운 기색이었지만, 협박당해 강제로 범해질 상황에 비하면, 이기기만 하면 이 상황이 모조리 해소되는 상황이 훨씬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약속은... 지키는 거지?"

"제가 지금까지 약속 어긴 적 있습니까?"

비록 협박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매소향과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매소향은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아이... 안 생긴다고 해놓고서..."

나는 슬금슬금 분통이 치미는 얼굴의 매소향을 다급하게 달랬다.

"아, 아무튼 이번만큼은 무조건 지키겠습니다. 그럼 내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매소향은 찌푸려진 미간을 펴며 숨을 길게 내뱉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판을 짜기는 했지만, 나는 약간 긴장하며 그 얼굴을 지켜보았다.

"좋아. 받아들이겠어, 그 내기."

"알겠습니다."

매소향은 여전히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지만, 그녀는 틀렸다.

그녀는 자기가 버텨야하는 대상이 내 애무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 안에 깨닫게 될 것이었다.

"지금 바로 시작하죠."

"지금 당장?!"

사내의 말에 매소향은 조금 꺼려졌지만 어차피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매소향은 사내가 제시한 웃기지도 않은 내기 내용에 내심 코웃음을 쳤던 것이다.

'네가 내 망측한 꼴을 조금 봤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사내의 양물은 확실히 대단했다. 아랫도리를 가득 메우는 그 굵직한 감촉에는 어떤 여인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녀 역시도 그 쾌락에 떠밀려서 사내가 시키는대로 음탕한 말을 마구 떠들었을 정도니, 그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넌 실수했어.'

사내는 분명 여인을 손으로 달아오르게 하는 재주도 있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여인이 정신없이 궁지에 몰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매소향은 승리를 확신하며 옷을 벗어내렸고, 그녀의 풍염한 젖가슴을 비롯한 전신이 뛰어난 명장이 조각한 미인상 같은 몸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예뻐요."

그렇게 그녀의 몸을 칭찬한 사내 역시도 옷을 벗어내렸고, 건장한 몸이 멋지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에 대한 원망은 제쳐두고라도, 여전히 여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몸이었다.

매소향이 내심 감탄하는 생각조차도 억누르려 애를 쓰는 사이, 사내의 손이 침상에 앉은 그녀의 젖가슴을 턱 집었다.

투박한 손은 젖가슴을 알차게 쥐면서도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을 유지하고 있어 조금 간지러웠지만, 매소향은 그녀의 유일한 흠을 웃으며 내려다보는 사내 때문에 뾰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웃어? 흐읏...!"

하지만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수줍게 숨은 함몰유두를 향해 입술을 가져갔다.

오므라든 구멍을 혀로 간지럽히고 입술로 빠는 것을 반복하는데, 유두가 오똑하게 일어서는데까지 백을 셀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내는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며 나머지 다른 한쪽의 유두까지 세우고 나서 엄지손가락으로 양손 유두를 능란하게 굴렸다.

"읍... 읍..."

민감한 유두를 계속해서 자극해오는 것이, 슬금슬금 치미는 쾌감이 서서히 젖가슴을 뜨겁게 데우고 있었지만 아직은 참을만했다.

그저 제 입에서 새어나가는 신음소리를 막기 위해 입을 손으로 막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능히 견딜만 했다.

팔다리를 주무르고, 손발에서 허벅지와 팔뚝, 그리고 몸통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사내의 손길에 점점 몸이 홧홧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 역시도 견딜만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야...'

그 모든 준비작업의 성과로 이미 조금씩 자극받은 음부는 희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그 곳을 사내가 혀와 손가락으로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면 아무리 그녀가 인내하더라도 절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자, 이제 보지 만질게요."

사내의 천박한 알림에 매소향은 오히려 전의를 다졌다.

애초에 사내는 절정하면 지는 것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녀의 승리조건은 어디까지나 '남근을 넣어달라' 라고 하지 않는 것.

그녀는 사내에게 무슨 짓을 당하든 입만 다물고 있으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흐으응♥"

사내의 투박한 손이, 드디어 음부를 쑤시기 시작했다. 검지와 중지를 붙여 살짝 굽힌 그 손이, 손가락을 밀어넣고 그녀의 안을 쑤시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육체를 점검하는 것처럼 능란하게 움직이는 손은 그녀가 어떤 곳을 좋아했는지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듯, 꼼꼼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하게 그녀의 몸을 마음대로 다루었다.

그녀의 몸은 풍랑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고, 아랫도리에서 치밀어오르는 자잘하고도 쉼없는 쾌감에 등골을 경직시키며 몸을 비틀어댔다.

차박차박차박

어느새 질척하게 애액을 쏟아낸 그녀의 음부를 사내의 손가락이 유린하는 것이 계속되고, 매소향은 슬슬 느낌이 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곧 그녀의 몸은 쾌락을 더는 수용하지 못하고 폭발해버릴 것이었다.

격렬하게 들락대는 손가락이 쏟아넣는 쾌감에, 조금씩 조금씩 잠식되어가던 그녀의 의식은 앞으로 절정까지 몇 걸음 남은 순간 뽑혀나가는 손가락을 뒤늦게 느꼈다.

허전해진 아랫도리에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한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째서...!"

"네? 자지 넣어달라구요?"

사내의 의뭉스러운 반응에 매소향은 그제야 깨달았다. 사내는 순순히 그녀를 절정시켜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사내가 손바닥을 내밀며 원한다면 마저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자, 매소향은 치욕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절정 바로 직전까지 그녀를 밀어넣고, 그녀 스스로 절정하도록 몰아넣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런 악취미를...!'

매소향은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스스로 자신의 손을 가랑이 사이로 밀어넣어야만 했다.

이대로 계속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분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그녀는 패배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지금 절정해두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 더 유리했다.

여인의 가녀린 섬섬옥수가 음부를 쑤셔대기 시작하자, 매소향은 다시 쾌감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질척한 음부가 쫄깃하게 손가락을 조여대자, 방사나 수음(자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대비해보고는 매소향은 엄청나게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아읏♥ 흐으으... 하앙...!"

사내의 손가락만은 못했지만 그녀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음부를 쑤시는 것을 반복한 끝에, 그녀는 사내가 채우다 말았던 쾌감이 전신을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흐으으응♥"

절정한 음부가 손가락을 찰싹 감겨오고, 더없이 민감해진 속살은 여인의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좋게 절정할 수 있었다.

원초적인 쾌감만이 아니라, 사내의 속셈을 분쇄해주었다는 사실에 매소향은 통쾌함 비슷한 것마저 느낄 수 있었기에, 그녀의 입에는 꼴좋다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 미소를 보고 별 반응없이 빙긋 웃었다.

"자, 그럼 또 시작할까요?"

매소향은 승리를 확신했다. 사내는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지금쯤 굉장히 초조할 것이 분명했다.

고작 이 정도로 승리할 것을 기대했느냐고 내심 코웃음을 치던 매소향이 뭔가 잘못되어간다고 느낀 것은 그 날의 약속시간을 전부 채우고 난 다음의 일이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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