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밀푸색마-269화 (269/383)

밀푸색마 19 EP.269 넘었군? (1)

당혜원은 옆에 있는 팽연화를 힐끔대며 고민중이었다.

몇 걸음 앞, 언소영의 처소에서는 으레 그랬던 것처럼 여인이 숨막히는 교성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암행복까지 갖춰입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마어마하게 몰아쳤던 내력의 폭풍 때문이었다.

그것이 언소영의 기척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가 그렇게까지 내력을 끌어올릴 일을 생각해본 당혜원이 자연스럽게 도달한 결론은 적의 공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소리가 없기는 했지만 당장 사내가 즐겨쓰는 진법만해도 소리를 완전히 차단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왔던 건데...'

그 내력의 폭풍은 소리로 치면 진천뢰의 폭음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요란했기 때문에 무공 한자락 익힌 사람이라면 모두 감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면 모두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왔지만, 제갈미령과 다른 식솔들은 돌려보냈다.

혹시나 언소영이 전력으로 맞서야할 적이라면 빠지는게 낫다고 생각하여 돌려보낸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죠?]

당혜원의 확인에 팽연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혜원은 생각에 잠긴 듯한 그녀에게 굳이 대답을 재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갑자기 처소의 문을 열어젖히자 기겁을 했다.

"언제 들어오나 했는데, 이제야 들어오는군요."

마침 사내에게 안긴 자세로 문 쪽을 보고 있던 언소영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당혜원은 당황한 탓에 허둥지둥 변명을 시작했다.

"언 언니, 이게 그러니까..."

"괜찮아. 사실 남들 자는 밤에 그런 짓을 한 쪽이 잘못이지."

강윤의 여인들 사이에서는 강윤이 한 여인을 안고 있을 때 무단으로 난입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사내가 원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주고 있을 뿐, 다들 기본적으로 1대 1로 상대하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혜원이 변명을 하려 했지만, 언소영은 가볍게 웃으며 이해한다는듯 말하고 팽연화와 눈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넘었군?"

"네, 상공 덕분에요."

분명 완벽에 가까운 은신이었다. 그야말로 절정고수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기척을 감추고 있었는데 언소영이 그것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말에 당혜원 역시도 상황을 이해했다. 당혜원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대, 대성을 경하드립니다..."

"고마워, 동생."

"...음, 이거, 계속해도 되는 거에요?"

지금껏 육욕의 열풍이 몰아치던 공간에서, 갑자기 들어온 두 불청객 때문에 여체에 매달려 있던 사내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미치겠다.

나는 환골탈태고 나발이고 신경끄고 언소영을 따먹는데만 집중했는데, 이 두 여자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일인듯 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지면 놀라운 일이 맞다. 이제 무림 전체에서 20위 안에는 너끈히 들어가는 초고수가 되었으니 정상적인 무림인이라면 이런 전개가 맞겠지.

맞기는 할텐데...

"흠... 간혹 절세의 영약을 취해서 벽을 뛰어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고 들었는데... 놀랍군."

나와 언소영은 졸지에 섹스 타임을 멈추고 침의를 걸친 채 팽연화와 당혜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게 되었다.

"저도 비슷한 방법으로 경지를 높이기는 했지만... 설마 그게 환골탈태도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아, 그것 말인데... 그 부분은 조금 다를 거야."

당혜원의 말에 언소영은 정정할 것이 있는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이 편법이 그렇게 손쉽게 하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번 포기할 때마다 같은 방법을 다시 썼을 때 더욱 경지에 도달하기가 어려워진다니.

"소영... 미안해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노리스크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나로서는 면목이 없었지만, 언소영은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괜찮아요. 상공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시도도 못해봤을 일인걸. 다음에 다른 사람한테 해줄 때 조심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소영..."

어쩌면 이렇게 말도 예쁘게 잘할까. 나는 언소영의 어깨에 팔을 뻗다가, 옆에서 들려온 음성에 움찔 멈추었다.

"그래... 그렇다면, 가볍게 성취를 볼 수 있겠는가?"

"어렵지 않죠. 우선, 이 정도는 쉽게 가능해졌어요."

팽연화의 질문에 언소영은 손바닥을 살짝 들어 가볍게 은은한 빛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강력한 기세도, 요란한 광채도 없었지만 가볍게 떠오른 연한 초록빛의 구슬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의 형태인 강기라는 것을 못 알아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과연, 과연...! 훌륭하군."

"아직 화 언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요."

"아니야, 그 정도면 나도 절대 방심할 수는 없네."

음, 서로를 띄워주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주 바람직하다.

여자가 여럿이 모여있으니까 혹시 서로 싸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언소영은 첫째 부인으로서, 팽연화는 연장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갑자기 이 공간이 너무 건전해져서 조금은 원망스러웠지만 강기까지 봤겠다, 이제 끝이겠지?

하지만 내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팽연화는 조금 눈치가 없었다.

"아무래도 좀 더 솜씨를 봐야겠네. 이럴게 아니라 연무장에..."

"팽연화."

내가 이름을 부르면서 어깨에 손을 턱 얹자 팽연화는 뭔가 불온한 조짐을 느꼈는지 어깨를 경직시켰지만 이미 늦었다.

"왜, 왜 그러는가?"

"딴소리하지 말고 벗어요."

내 말에 그제야 내가 침의를 걸친 상태에서도 자지를 불끈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팽연화는 얼른 주변의 눈치를 살폈지만 어림도 없지.

"언 언니, 이래도 되는 거에요? 둘이서 하던건데..."

"괜찮아.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꽤 했으니까."

언소영의 허락이 떨어지자 당혜원은 잘 되었다는듯 암행복을 벗어내리고, 팽연화 역시도 얼굴을 붉히면서도 옷을 벗기는 내 손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남이 섹스하고 있는데 방해하면 못 쓴다고 단단히 가르쳐줘야겠다.

"아읏♥ 여보, 여보옷...! 살살..."

"벌 받으면서 그런거 따지면 돼요, 안 돼요?"

"그, 그래도... 흐아아앙♥"

언소영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정신없이 범해지고 있는 팽연화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비록 독에 중독되었다고는 하지만, 언소영 자신을 그토록 궁지에 몰아넣은 사복검의 노인.

그 노인에게 저항조차 허용하지 않고 이기어도 한 방에 저승으로 보내버린 여인 역시도, 침상에서는 저 꼴이었다.

"초절정, 초절정인데엣...♥ 그 정도는 물어봐도 되잖아, 흐으응♥"

사실 언소영 역시도 팽연화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침상 위의 폭군은 어림도 없다는듯 젖가슴을 주물대면서 엎드린 팽연화의 둔부를 향해 아랫배를 부딪힐 뿐이었다.

"초절정이 아니라 우화등선이라도 안 돼요!"

사내의 무공이 색공이기 때문인가, 여인들 모두가 사내와 관계하고부터 훨씬 무공이 발전했는데도 침상에서는 더욱 당해내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양물도 조금 더 커진 것 같고...'

"다음부터는, 흐윽, 안 할게엣...! 여보... 아응♥"

새하얀 둔부가 파들거리며 남근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품고 있는 배는 젖가슴에 뒤지지 않게 요란하게 출렁이는 몸은 실로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죄라고 하기에는 팽연화가 흘리는 교성은 꿀처럼 달콤했지만, 여기에서 그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은 물론 없다.

"안에, 싼다...! 내 아기 임신한 보지에, 정액 쌀 거야...!"

사내는 젖가슴과 부풀어오른 배 사이에 팔을 조심스럽게 감으면서 힘차게 허리를 놀렸다.

팽연화는 죽는 소리를 내면서도 둔부를 내밀며 남근을 깊이 받아들이려고 했다.

사내의 내공이 깊어진 덕분에 아이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상황이라 가능한 행동이기는 했다.

꿈틀거리는 남근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속살을 문대는 쾌감에 몸을 맡긴 팽연화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울대에서 요란한 교성을 쏟아냈다.

"진한 걸로, 싸줘요, 여보옷...♥ 우리 아기, 태어나자마자 동생 가질 수 있게... 흐응♥"

나중에 제 입으로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부끄러움에 몸서리를 칠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몸을 관장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그리고 그 본능은 사내에게 안기는 쾌감을 오롯이 전신으로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임신해라...! 아기 태어나기도 전에 또 임신해...!"

사내 역시도 눈이 돌아가서 더욱 힘차게 허리를 놀렸다.

임신중에는 달거리가 끊기니 불가능한 경우라는 것을 알면서도 흥분에 잊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그 허리가 우뚝 멈춘 순간, 음탕한 쾌락이 한데 집약된 것 같은 교성이 방 전체를 울렸다.

"흐아아아앙♥"

뷰루루루루루루루룩

이미 아이를 가지고 있기에 또다른 아이를 가질 수 없음에도, 두 사람의 성기는 녹아붙을 듯이 결합해서 번식의 의무에 충실했다.

진하게 싸질러지는 정액과, 그것을 열심히 받아들이는 음부는 결과적으로 두 남녀의 머리를 터질 것 같은 쾌락으로 채우는 결과만을 낳았다.

"하아, 하아..."

잠시 숨을 몰아쉰 사내는 자연스럽게 팽연화의 고개를 돌려 입술을 맞추었고, 팽연화 역시 사막에서 생명수를 찾은 것처럼 정신없이 사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들이댔다.

격렬한 타액의 교환 끝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술을 뗐다.

"나중에... 또 이러기 있어요, 없어요?"

"다음에는 안 할게에... 츄웁..."

다시 한 번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팽연화는 뱃속의 아이를 위해 몸을 옆으로 눕혔다.

한편 사내는 몸을 그대로 일으켰고, 그 옆에서 두 사람의 교접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당혜원과 눈이 마주쳤다.

"혜원도 잘못했죠?"

"네에... 벌을 주세요오..."

사실 당혜원은 팽연화와는 달리 최대한 두 사람의 방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이런 벌이라면 무고를 당하더라도 환영이었다.

게다가 팽연화보다는 조금 눈치가 있는 당혜원은 언소영의 의도를 대략 읽고 있었다.

'다들 며칠 내내 못했으니까...'

출산이 눈앞으로 다가와서 관계를 줄인 제갈미령과는 달리, 나머지 두 사람은 원래 관계를 가질 수 있었지만 언소영과 강윤의 사이가 이상해서 자제하는 중이었다.

언소영 역시도 그것을 꽤 신경쓰고 있었는지, 기왕 온 것 같이 하자는 의도인 듯했다.

"일단 진하게 한 발 싸줄테니까, 다음부턴 또 이러면 안 돼요. 알았어요?"

말이 벌이지, 뒤로 몸을 돌린 채 둔부를 양 옆으로 벌려 음문을 훤히 드러내며 유혹하고 있는 당혜원의 모습에 강윤은 못 견디고 야수처럼 달려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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