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푸색마 19 EP.260 한 번만 허락할 것이야 (1)
나는 포박을 풀어내자마자 내 눈과 귀를 가리고 있던 것들을 벗어냈다. 그 다음 열양지기를 집중시켜 재갈을 끊어낸 다음, 천천히 눈을 떴다.
"하아..."
대략 짐작했지만, 역시 하늘에는 달이 떠있었다. 그나마도 희미하게 들어오는 달빛 덕분에 간신히 주변의 분간이 될 지경.
쨍쨍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앞을 보지 못할 걱정은 덜었다는 말이다.
"자, 그럼..."
나는 내 가슴에 무작정 얼굴을 처박아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기로 했다.
"푸우, 거기 아무... 읍!"
"조용히 해."
소란을 피우면 곤란했다. 지금이야말로 탈출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 나는 가슴에서 얼굴을 떼내자마자 여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니... 성 부인?"
나는 상상도 못한 상대의 얼굴을 보고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 여자가 왜 나를 납치해? 주동자가 아니라 그 부하인가?
'하지만 양하정을 아래로 내려다볼 정도인데, 이런 여자가 누구의 부하를 한다는 거지?'
"부인, 이제 입에서 손을 뗄 겁니다. 하지만 소리는 지르지 마세요. 그러면 정말 후회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성 부인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 힘이 빡 들어가있는 것이 손을 떼면 그 즉시 소릴 지를 것 같았다.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도망치겠다고 위협을 할까 잠깐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소릴 질러서 사람이 오기라도 한다면, 부인이 이 귀여운 가랑이로 제 자지를 맛나게 먹어치우고 있는 꼴을 보게 될 겁니다. 필요하다면 다리도 활짝 벌려서 보여드리지요."
"으으읍...!"
부드러운 엉덩이를 남은 한 손으로 꾹 내리누르면서 허리를 살살 튕겨주자, 성 부인은 눈을 꼭 감고 입에서 이상한 소릴 냈다.
하지만 말귀는 잘 알아들었겠지. 나는 언제든지 도로 입을 막아버릴 준비를 하며 천천히 입에서 손을 뗐다.
"이, 나쁜 놈...! 감히 본녀를 겁박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저, 부인? 겁박당하던 것은 접니다만?"
대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눈가리개를 당한 상태로 몇 번이나 강간당한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나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보는 얼굴이 예뻐서, 솔직히 쌓여있던 분노 스택의 절반 정도는 이미 흐물흐물해졌다.
'나도 참 호구다.'
"대체 어떻게 풀고 나온 것이냐? 분명 조장이 그대에게 산공독을 풀었다고 하였거늘..."
"아, 그게... 어쩌다보니 풀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등선공 덕분이었다. 이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 나는 한 번 사정하는 것을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운기되는 내력을 유도했고 독기를 몰아낼 수 있었다.
별 일이 없었더라면 더 일찍 내 몸의 통제를 되찾을 수 있었겠지만, 약간의 돌발사태가 있어서 좀 더 시간이 걸렸다.
'근데 이 여자는 정체가 뭐길래...'
"어쩌다보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거라! 내력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흐으응♥"
"목소리가 커지지 않습니까. 정말 이 꼴을 다른 사람한테 구경시켜주고 싶으세요?"
몰래 손끝에 열양지기를 모아서 밧줄을 태워 끊어버린 거지만 아무튼 이젠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대체 왜 절 이 꼴로 잡아둔 겁니까?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뭐구요?"
"..."
성 부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대답을 안 하면 안 하는대로 그냥 둬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손 하나로 천천히 밧줄을 태워서 끊는 것을 반복했다.
전신이 찌뿌드드했지만 내력의 통제권을 되찾은 다음 운기행공을 한 덕분에 그럭저럭 움직일만한 상태였기에, 그렇게 밧줄을 전부 풀어낸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여자를 내버려두고 일단 여길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이 여자한테서 사정을 알아내고 필요하면 인질로 쓸까?
'그 놈이 문제야...'
습격당하기 직전까지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그 고수. 아마 양하정이 의원에 들어온다고 허락을 받으러 왔던 호위겠지.
솔직히 절정고수급이라면 아무리 은신하고 있더라도 주의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대답 안 할 겁니까? 저도 여자를 아프게 하는 걸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란 말입니다."
"어디 할테면 해보아라. 내 반드시, 아니 설령 내가 죽더라도, 백 배 천 배로 하여 갚아줄 것이니."
그녀의 원독어린 목소리에 나는 잠시 내가 가해자인줄 착각할뻔했다.
너무 가해자로서의 경력이 길다보니 내가 납치 피해자에 강간 피해자이고 이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라는 걸 잊을 뻔했어.
'가만?'
"성 부인... 혹시 이거..."
아니겠지, 생각하면서도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정말 임신할 목적으로..."
"아, 아니다."
아니기는.
성 부인은 성적 흥분과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표정만으로도 내가 정곡을 찔렀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지. 이젠 분노 스택의 7할 정도가 흐물흐물해지면서 당장이라도 흩어질 것 같다.
성 부인은 고고한 인상의 미녀였다. 누구인지 정체도 알 수 없고, 하렘 입주에 방해가 되고 있으니 고려조차 안 했을 뿐, 여유가 있었다면 충분히 시선을 끌었을 미녀.
납치감금이라는 불쾌한 프로세스가 섞여있긴 하지만 그런 미녀가 내 씨로 탁란임신하려고 역강간을 하고 있었다는 상황은 내 기준에서 충분히 바람직했다.
기력은 충분히 있다. 무공을 익힌 이후로 하루 정도 먹고 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안 생긴다.
"아윽♥"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쥐자 성 부인은 신음하며 내 자지를 꼬옥 조여왔다.
"씨가 필요했으면 말을 해줬으면 되는걸, 이렇게 납치한 것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아, 아니라는데도...!"
여길 벗어나야하긴 하지만, 이런 먹음직한 상황을 쉽게 내던지고 가기는 아깝다.
"저를 순순히 풀어준다고 약속하면, 찐하게 한 번만 더 싸드리고 가겠습니다."
"...뭐?"
성 부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는 신호를 보내자, 성 부인의 입이 더듬대며 열린다.
"누, 누가 그 따위... 당장, 이 더러운 물건을 빼지... 아읏♥"
"중간부터 내 자지 너무 좋아서 엉덩이 흔들어대던거 다 압니다. 싫으면 이대로 재워두고 가겠지만... 정말 싫은 겁니까?"
내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깊은 곳까지 살살 귀두로 문질러주자 성 부인은 내 목에 매달리며 신음했다.
얼굴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문댄 성 부인은 내가 허리놀림을 멈추고 나서야 헐떡대면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 번이다... 딱 한 번만 허락할 것이야. 네놈이 그 이상을 바란다면 내 기필코... 아앙♥"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분명히 안 해도 된다고 말했을텐데, 한 번은 해달라고 하는 걸 보면 이 여자도 결국 좋았던게 맞는 모양이다.
내력을 쓰지 못하는 동안은 정어법도 효과를 잃었을테니 이 여자의 뱃속에는 이미 내 아기씨가 들어갔다.
하지만 반드시 임신할 수 있게, 내력을 심어서 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결국 분노 스택은 폭발하지도 못하고 조용히 사그라들었고, 대신 성욕 스택으로 이전되는 것이었다.
"하악...♥ 조금, 천천히 하거라... 이상해질 것... 흐아앙♥"
"안 돼. 조금만 참아요."
아랫도리에서 파도치듯 밀려오는 끊임없는 쾌락의 감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성연군주는 의자에 손을 짚은 채 둔부를 내밀고 사내의 남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짐승이나 취할 자세를 시키느냐고 노여움을 드러내던 것도 잠시, 그녀는 암컷처럼 음부를 내밀어 수컷과 교미하고 있었다.
"절대, 절대 발설해서는 아니될 것이야...!"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은 설령 헛소문으로 치부되더라도 절대로 알려져선 안 되었다.
사내는 그녀의 등에 바짝 달라붙은 채 어느새 풀어헤친 앞섶 사이에 드러난 젖가슴을 주물대고 있었다.
남편조차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던 고귀한 육체는, 사내의 손에서 떡주무르듯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종 기습적으로 목덜미를 핥아오는 사내의 혓바닥을 느낄 때면 아랫도리에 힘이 꾹 들어가고 남근을 조여댔다.
"어, 어찌 그런... 흐응♥ 불필요한 짓을... 한다는 말이냐...!"
"하지만 기분 좋죠?"
성연군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남근의 공격에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당연히 기분은 좋았다. 꽁꽁 묶인 사내의 위에서 요분질을 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인정사정없이 몰아쳐오는 쾌감은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만큼 폭력적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황족이라는 허울은 완전히 무의미해졌고, 단단한 육체의 사내에게 붙잡혀 욕망을 받아내는 것을 반복하는 사이 그녀는 스스로가 암컷으로 변모하는 것을 느꼈다.
'아... 이모님, 미안하오.'
성연군주는 사내를 풀어주고 나서야 완전히 양하정을 이해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사내의 수작은 비열하다고 보기에는 투박하기 그지없었지만, 근본적으로 여인이라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기에 양하정 역시 외도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흐아아앙♥"
그리고 지금, 성연군주의 고귀한 육체 역시 천박한 쾌락에 절여지며 아이를 품기 위한 암컷의 역할에 충실해지려 하고 있었다.
늦은 시각, 언소영은 당혜원과 무공을 약간이라도 익힌 식솔들 전부를 끌고 나와서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외부에 발설할 수 없기에,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가의 힘이라도 빌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팽연화가 현재 당혜원과 함께 강호 정세를 살피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당가의 힘을 빌리는 것은 조금 껄끄러웠다.
비상 상황인 것인지, 잠시 말없이 집을 비우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다.
"동생, 잠시 의원에 다른 소식이 없는지 확인하고 올 것이니, 인솔을 맡아주게."
"네, 언니."
당혜원에게 식솔들의 인솔을 맡긴 다음, 언소영은 질풍처럼 내달려 의원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깨어있는 사람은 항상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다면 그들에게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의원의 문은 닫혀있었지만, 쪽문을 열어 들어간 언소영은 눈앞에 어떤 죽립을 쓴 사내가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주먹을 쥐고 경계했다.
"앗... 어제 그 분이시군요."
"음?"
언소영은 자신을 아는 척하는 사내의 말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모르시겠습니까? 어제 넘어질 뻔한 저를 도와주신 분이 아니십니까?"
"아... 어제 그..."
그러고보니 급하게 달려나가다 의원의 입구에서 마주쳐 넘어질 뻔한 사내도 죽립을 쓰고 있었다.
언소영은 납득했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곳에?
"다른 것이 아니고 제 아우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리에 낫이 찍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 의원님께서 잘 치료해주신 덕분에 낫고 있지요."
그녀의 경계심을 짐작한 것처럼 사내는 부드럽게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죄송합니다. 동생이 목말라하는 것 같아서 물을 좀 길러 가는 길이었는데..."
사내는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몸을 돌려 지나갔다.
무방비하게 등을 돌리는 모습에 언소영은 과민반응이었나 싶어 주먹을 내리고 불이 들어와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 의원이 깨어있는지 확인해보고, 아니면 다른 의원에게라도 별 일 없는지 확인을 해야겠어.'
쉬리리리리릭
날카로운 것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언소영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주먹을 휘둘러 권풍을 풀어냈다.
"윽!"
하지만 권풍을 뚫고 어깨를 스치는 화끈한 감각에 언소영은 신음을 억누르며 권격으로 공격을 튕겨냈다.
"쯧. 계집 주제에 무공이 제법이로구나."
죽립을 쓰고 있던 사내의 손에 쥐어진 채찍 같은 무기가 회수되는 것을 보고, 언소영은 내심 혀를 찼다.
"네 년이 언소영이라는 그 계집이렷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자세히 보니 사내가 손에 쥔 무기는 채찍이 아니라 사복검이었다. 검과 채찍의 특성을 모두 지닌 무기였지만, 다루기가 까다로워 사용하는 고수는 흔치 않은 무기.
"그것은 네가 알 바 아니다."
사내의 주변에서 춤을 추는 사복검의 칼날이 요요로이 빛나더니, 마치 뱀처럼 몸을 쭉 뻗어 짓쳐들어왔다.
"그저 나를 귀찮게 만들었으니 죽는다는 것만 알아두거라!"
늦은 밤, 그 말과 함께 칼의 뱀과 주먹을 쥔 여인이 한바탕 맞붙기 시작했다.